부산공동어시장 주변에는 오래된 맛집들이 많다. 허름해 보이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내공이 없이는 이 동네에서 절대 버틸 수가 없다.
'선일선어회'도 앞에 말한 그런 조건을 다 갖춘 집 중의 하나다. 상호에서 보이듯이 선어 횟집. 회 맛을 아는 미식가들은 선어를 즐긴다. 회 맛은 시간마다 다르고, 진짜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배 한 분이 서대 회를 먹으러 가자며 이 집에 데려가 주었다. 서대도 회로 먹나? 서대는 여수를 중심으로 한 남해안 중서부 지방의 명물이어서 부산 사람들은 잘 모른다. 서대, 맛있다. 얼마나 맛있으면 서대가 엎드려 있는 개펄까지도 맛있다고 할까. 서대는 조림, 찌개, 구이 등등으로 먹는다. 하지만 서대 맛을 제대로 보려면 서대 회 무침이다. 각종 채소에 막걸리 식초를 넣고 매콤달콤한 갖은 양념으로 무친 서대 회 무침은 잃었던 입맛을 돋우는 별미이다.
이 집에 처음 갔을 때가 여름이었고 그때 서대 회 무침을 처음 먹었다. 한여름인데 더위를 잊을 정도로 감칠맛이 났다. 서대의 연한 살은 입안에 들어가면 사르르 녹아내렸다. 서대 회 무침을 먹다 조금 지겨워질 무렵 밥을 시켜 비벼 먹으니 또 꿀맛이었다.
서대는 여름에서 가을까지가 제철이다. 요즘은 서대 대신 어떤 생선으로 회무침을 할까, 가는 길 내내 궁금했다. 정경란 대표, "오늘은 자갈치시장이 쉬는 바람에 병어를 장만하지 못했다"며 가오리로 만든 무침 회를 권한다. 병어는 뼈째 썰기를 해서 먹으면 참 연하고 고소하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새빨갛고 새콤한 가오리 무침회도 괜찮다. 소주를 불러 친구를 하면 좋겠다. 삼치 회를 뜨고 남은 뼈와 껍질로 끓인 매운탕이 서비스로 나왔다. 삼치 매운탕은 아주 시원하고 깔끔한 느낌이 난다. 전라도에서는 삼치 회도 많이 먹는다.
정 씨는 고향이 전라도 고흥이다. 남편 직장 때문에 부산에 온 지 16년, 이곳에서 장사한 지는 10년째란다. 반찬들도 전라도의 손맛을 잘 보여준다. 배추에 갈치속젓을 올려 먹었더니 밥도둑이다. 아삭한 묵은지에서는 먹기 좋은 산미가 느껴진다. 시간이 걸리는 숙성 음식을 잘하는 곳이다. 이 집을 소개한 선배는 "여기는 내 인생에 불쑥 뛰어든 선어횟집이다"며 뿌듯해했다. 뭐든지 시간이 걸려야 맛이 제대로 든다. 너무 서두르며 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모둠회·회무침·마구로 2만 원(소)·3만 원(중)·5만 원(대), 해물탕 2만~3만 원. 영업시간 낮 12시~오후 10시 30분. 부산 서구 충무동 1가 26의 14. 부산은행 충무동지점 맞은편 골목. 051-245-4375.
메뉴 | 모둠회·회무침·마구로(20,000~50,000원), 해물탕(20,000~30,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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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 일식/횟집 | 글쓴이 | 여기부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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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부산 서구 충무동1가 26-14 | 전화번호 | 051-245-43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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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 12:00~22:30 | 휴무 | 연중무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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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법 | 부산은행 충무동지점 맞은편 골목 | 주차 | 주차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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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및 수정일 | 12-01-18 | 평점/조회수 | 3 / 4,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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