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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염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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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해 30대부터 산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단독으로 백두대간을 종주할 정도로 빠져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디를 가든 쓸 만한 산이 있나 하고 돌아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천성장마’를 개척한 것도 이러한 관심 때문이었습니다.”
충북 영동의 서용희(徐龍喜·66) 법무사는 본지가 이번 호에 소개한 ‘천성장마(天聖長馬)’ 종주코스의 개척자다. 영동 천태산(714.7m)에서 시작하는 이 코스는 대성산(704.8m), 장령산(654.5m), 마성산(497m)으로 이어지는 긴 종주산행 코스다. 이 산줄기의 주요 4개 산의 이름을 조합한 것이 바로 ‘천성장마’로, 당일로 종주하려면 13~15시간이 소요된다.
“2004년 영동으로 내려와서 사무소를 내면서 개척한 코스입니다. 영동에 와 보니 산행기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한 산들이 가깝게 모여 있더군요.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산줄기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서 종주 코스로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상거리 26km에 달하는 이 아름다운 종주코스는 놀랍게도 서 소장 혼자의 힘으로 전 구간이 개척됐다. 주말을 이용해 길도 없는 산 속을 전지가위와 낫을 들고 헤매고 다니며 산길을 낸 것이다.
“개척하면서 고생 좀 했습니다. 대성산에서 길을 내다 의평저수지로 탈출했는데 랜턴 배터리가 방전되어 고립된 적도 있었습니다. 멍하니 앉아 있다가 우연히 휴대폰을 보니 신호 막대기 하나가 왔다 갔다 하더군요. 벌떡 일어나서 119에 전화를 걸었더니 40분 만에 구조대가 찾아왔습니다. 정말 고마운 분들이에요.”
천신만고 끝에 코스 개척을 마친 그는 대전·충청의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대충산사’라는 카페에 코스를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을 보고 회원들이 그에게 연락을 해왔다.
“그 해 가을 23명을 모시고 처음으로 천성장마 종주를 했습니다. 이후 어떻게 알았는지 전국의 산악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네 산의 머리글자를 따서 ‘천대장마’로 할까 했는데, 아무래도 어감이 안 좋은 것 같아서 ‘천성장마’로 바꿨습니다. 이름을 만들어 놓고 보니까 뜻도 그럴듯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앞으로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산길이 되면 좋겠습니다.”
천성장마 코스 곳곳에 ‘박달령’이라는 서 소장의 닉네임을 쓴 노란 리본이 달려 있다.
헷갈리는 곳에는 작은 안내 패찰도 눈에 띈다. 매년 한두 차례 전 구간을 종주하며 그가 애정을 가지고 산길을 돌본 흔적이다. 하지만 이제 서 소장 본인은 천성장마 당일종주는 더 이상 어렵다고 말했다. 얼마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아 치료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6시간 정도의 산행은 거뜬히 해낼 수 있다며 웃었다.
그의 개척 산행과 봉사산행 기록은 개인 블로그 (http://blog.daum.net/jasyh)에서 볼 수 있다.
글 김기환 기자 / 사진 염동우 기자
첫댓글 감사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