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탄불에 도착한 첫날 아침부터 투어 일정이 잡혀 있어 숙소에 짐을 맡기고, 바로 코앞에 있는 "하기아 소피아 (Hagia Sophia)"랑 "블루 모스크" 관광에 나섰다. 하기아 소피아는 "거룩한 지혜"라는 뜻이다. 즉, 하기아 소피아는 "거룩한 지혜의 전당"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과거에는 기독교 또는 이슬람 성전이었지만 현재 이 안에서 종교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공식명칭은 아야소피아 박물관이다.
오늘 투어를 신청한 8~9명의 일행과 함께 한국인 가이드 (그녀는 이집트에서 대학을 나오고, 터키에 반해서 1년 넘게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를 따라서 하기아 소피아랑 블루모스크 중간에 있는 광장으로 나갔다. 터키에선 정부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은 외국인(한국인) 가이드일지라도 반드시 현지인 가이드를 동반해야 한다고 한다. 이것은 관광산업이 터키의 부를 창출하는 중요한 산업인데다 일자리의 상당수를 창출하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라고 한다.
하기아소피아 (아야소피아) 앞에서 기념 사진, 찰칵!!! ^^
사진 왼편의 출입구 (터키 국기가 걸린 곳)로 해서 하기아소피아 성전으로 들어 갔다. 건물 측면으로 들어가게 된다.
광장에는 이런 고양이를 흔히 볼 수 있다. 터키는 고양이의 나라이고, 그리스 길거리엔 개가 많았다.
하기아소피아 측면으로 들어가서 이쪽 정면 출입구로 들어간다.
이 어마어마한 건물은 로마제국의 유스티아누스 1세때, 기술자 100명과 연인원 1만명을 동원해서 불과 5년 10개월만인 537년만에 완공시켰다고 한다. (출처: 프렌즈 터키) 한국인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이 지역 사람들이 니카 혁명 때 초기에 지은 성당을 파괴하고 불을 질러 없앴기에 혁명를 진압한 황제가 전체 도시인구 8 만명 가운데 6 만명을 강제 동원해서 6년 안에 지으라고 엄명을 내려서 기간 안에 맞춰 지은 건물이라고 한다.
출입구 바로 옆에 깊숙하게 파놓은 구덩이에 돌덩이가 몇개 나뒹굴고 있었는데 하기아소피아 초기 유적이라고 한다.
돌맹이 측면에 양을 몇마리 (한덩어리에 대략 6 마리) 새겨놓은 커다란 직사각형 돌덩이가 있었는데... 예수의 12제자를 의미한다고 한다.
하기아소피아 성전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아래와 같이 벽돌로 축조한 회랑을 만나게 되는데, 명성과 다르게 소박한 모습에 다소 의외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벽면과 천정엔 원래 금으로 도금한 자그마한 타일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고 하며, 제4차 십자군 전쟁때 이곳을 66년간 장악한 십자군이 성전 벽면의 금도금 타일을 죄다 벗겨 갔다고 한다. 아마도 부족한 군자금으로 사용했거나 개인적으로 착복했을지도.. ^^ 이 성당 구석구석을 장식한 황금을 다 모으면 68톤에 이른다고 하니 이 회랑을 장식했던 금만 모아도 상당량 이었을 것이다.
타일이 죄다 벗겨져 없기에 건축물 부재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벽돌과 벽돌 사이에 두터운 회색깔의 시멘트가 있는데, 이건 이 지역에서 나는 화산재와 소금을 섞은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화산재로 벽돌 층 사이를 두텁게 채워넣음으로써 지진에 대해 오늘날까지 잘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시멘트 재료로 화산재와 소금을 섞어 사용할 줄 알았다니... 이들의 건축기술은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안쪽으로 한걸음 들어가면 이렇게 금박 모자이크가 있는 화려한 회랑을 만나게 된다.
천정이 온통 금박을 입힌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다. 모자이크용 타일은 손톱만한 크기인데 여기에 색깔을 입히거나 금박을 입힌다음, 저 넓은 천정과 벽면을 장식하였으니, 공사에 강제로 동원된 백성의 땀과 수고는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라.
정중앙 문인 황제의 문 윗쪽에 있는 황금 모자이크 성화
중앙은 예수님, 왼쪽 원은 성모 마리아, 오른쪽 원은 천사 가브리엘이며, 무릎을 꿇은 이는 비잔틴 황제 레오 6세이다.
레오 황제는 서기 886년부터 912년까지 비잔티움 제국의 황제였다. 현명하고 훌륭한 통치로 비잔티움 제국의 번영기를 이룬 황제로 현제(賢帝), 철학자 황제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이 성전의 모자이크 성화가 성전 재건축시기 (6세기)가 아닌 훨씬 후대인 9세기 말 이후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 이제 성전의 중앙문 (황제의 문)을 통해 성전 안쪽으로 들어가 보자.
아, 아래사진은 황제의 문 바로 옆쪽 문이다. 그러니까 신하의 문??? ㅠ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렸는지 출입구 아래 대리석 문턱은 반질반질했고, 상당히 닳아 없어져 살짝 곡선을 이룬다.
성전에 들어가니 정면에 아기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 그림이 보인다. 좌, 우측에 이슬람 글씨가 새겨진 동그란 원판은 이 성전이 이슬람 성전 (자미)로 바뀌면서 장식한 것으로 예언자 무함마드를 비롯한 칼리프 (이슬람 지도자) 이름이라고 한다. 원판 글씨의 가운데 부분에 작은 글자 "w"는 이슬람의 하나님인 '알라'를 의미한다고 한다.
사진 왼쪽의 간이 칸막이는 공사중인 구역이라 설치된 것이다.
중앙문을 통해서 들어왔던 입구쪽을 바라본 사진이다.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저 위쪽에 보이는 2층 난간 중앙에 황비가 예배를 드렸는 장소가 있고,
2층 복도 벽면에는 황금으로 도금한 모자이크 성화가 가득하다.
천정의 돔이다.
바닥에서 높이는 55 m 이고 (15층 높이), 중앙의 돔 직경은 33 m 이다. 돔 형식의 건축물을 고안함으로써, 중앙에 기둥이 없는 어마어마한 넓이의 내부 홀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이고, 중국으로 치면 수나라 시대인데 그 무렵에 이러한 건축양식을 고안한 당시 건축가에 경의를 표한다.
성전 내부 오른쪽의 돌기둥. (맞은편 벽면은 몇년째 공사 중이다.)
이 돌기둥의 직경도 엄청나게 크지만, 사실 돔의 무게를 분산시키는 주기둥은 따로 있다.
도열해 있는 원기둥 저 뒤편에 있는 하얀 대리석 벽체가 사실은 이 성전의 주기둥이다.
벽체 크기가 너무 엄청나서 기둥이라는 생각이 안들 정도이다.
저 앞의 사각 대리석 벽체가 이 건물의 주기둥이다.
이 주기둥 사잇길로 나가면 정면 출입구 (9개) 중에 맨 귀퉁이에 있는 '노예의 문' 이란 곳으로 나가게 된다.
대리석 원기둥 꼭대기엔 이렇게 코린트식 이파리가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다.
홀 오른쪽 벽체를 장식한 돌고래와 삼지창 문양
Relief representing a Trident Cross and two Dolphins
삼지창과 돌고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상징한다. 로마제국의 유일신앙으로 채택된 하나님 성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문양이다. 그래서 혹자는 이 성전 건축 공사에 강제 동원된 백성들이 황제에게 '엿 먹어라' 하는 심정으로 저 문양 (기독교 신앙에서 봤을 때는 바다의 잡신이다)을 새긴 대리석 판을 벽면에 부착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하는데... 믿거나 말거나이다. ^^
기독교 성전에 그리스 바다의 신이 살고 있는 모순된 현상이 납득이 잘 안돼서 자료를 찾아봤더니, 다음와 같은 기독교 문양에 대한 설명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기독교 공인 이전에, 기독교인들은 박해받을 것이 두려워서 자신이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감추려고 했으며, 상대방에게 자신을 물고기, 돌고래, 닻으로 나타냈고 나중에는 삼지창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삼지창은 일종의 변형된 십자가라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사람을 낚는 낚시꾼 (Fishers of men)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바다에서 사람을 구하는 것으로 유명한 포유동물은 돌고래이다. 만약 돌고래가 배의 항적을 따라서 솟구치며 따라오는 것이 발견되면 안전 및 성공적인 항해에 대한 좋은 징조로 여겨졌다. 따라서 기독교 성화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인간의 친구이자 수호자인 돌고래로 표현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저 릴리프는 포세이돈이 아니라 예수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
이 성전의 구석구석을 이곳에서 모두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제부터 대충대충 넘어가기로 하자. ^^;;
아래에서 올려다 본 2층 발코니이다. 이곳에서 여성들이 예배를 봤다고 한다.
건물 이층으로 올라가 보자.
(불경스럽지만) 말을 타고 올라가도 될만큼 상당히 넓고 경사가 완만하였다. 아마 만리장성이 이정도 되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이 오르막길을 귀부인들이 가마를 타고 올랐다고 한다.
2층에 올라왔다. 천정에도 온통 황금빛 모자이크 문양이 가득하다.
2층 중앙은 황비가 예배를 드렸던 장소라 한다.
사진 왼편은 공사중인 구간인데, 기둥이 없는 중앙 홀의 절반만 해도 그 면적이 엄청나다.
2층 발코니 모습이다. 이 쪽의 기둥은 6개이다. 만약 저 건너편에도 6개의 기둥이 있다면 전체 기둥 갯수는 12개이다. 숫자 12는 기독교 사상에서 예수의 제자 숫자와 관련이 있다. (정확하게는 구약에 나오는 유대 족속 12 지파. 예수의 제자 숫자를 12명으로 맞춘 것도 구약으로부터 내려오는 12 지파 정통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모자이크 성화
중앙에 예수님이 있고, 왼편에 성모 마리아, 오른편에 세례 요한이 있는 이 성화는 12세기 그림이다.
기독교 성전이 이슬람 성전(자미)가 되면서 회칠이 되어 있었는데 회칠을 걷어내자 이렇게 아름다운 성화가 나타났다. 그림에 회칠을 한 이유는 이슬람에서는 성전 벽면에 알라, 선지자, 예언자 등의 모습을 그림으로 나타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 임금님 행차를 그린 반차도에 임금님을 그리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세분의 머리 뒷편에는 광배를 그려 넣었다. 부처님 상이나 그림에만 광배가 있는 줄 알았는데, 여기에도 광배가 있다니 ! 이런 것을 보면 인간이 느끼는 마음이란 동양이나 서양이나 근원적으로 똑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그림 앞에 서서 예수님의 눈을 바라다 보면서, 왼편, 오른편으로 이동해도 예수님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다 보는 느낌을 받는다는 이 성화는 성모 마리아와 세례 요한이 예수님에게 인간의 구원을 간청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 한다. 인간의 구원을 간청하는 세례 요한의 눈길이 애절하다. 나는 이 그림에서 우리나라 강원도 월정사 앞의 8각9층 석탑과 석탑을 정면에서 바라보고 있는 석조인물상 (범천상)이 떠올랐다. 이 조형물 역시 불법을 지키는 범천이 부처님에게 인간의 구원을 간청하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범천 역시 공손하면서 애절한 자세로 부처님에게 3 번씩이나 설법을 통한 인간의 구원을 간청하였다. 종교에서 인간의 구원은 커다란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하기아소피아 (아야소피아) 성전의 2층 벽면을 장식한 성화와 거의 비슷한 형태의 성화를 훨씬 후세대인 11 세기에 지어진 이스탄불의 코라 수도원(카리예 박물관)에서도 볼 수 있었다. 하기아 소피아의 성화는 성전 재건축시기 (6세기)가 아닌 9세기 말 이후에 제작되었지만, 코라 수도원의 성화보다는 이른 시기에 만들어졌을 것이다. 나는 그리스 아테네에서도 아크로폴리스가 높게 올려다 보이는 곳에 있는 자그맣고 오래된 성당 (건축시기: 1020년 무렵)의 벽면과 천정에서도 이와 거의 비슷한 양식의 성화가 그려진 것을 보았다.
다시 말해서, 황금빛 성화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 모자이크에서 감지할 수 있는 기독교 신앙에 대한 열정, 종교적 경건함 이외에도, 미술사적으로 아야소피아의 성화 양식은 비잔틴 제국의 기독교 문명이 탄생시킨 특징적 성화 양식의 오리지날한 형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마치 불교국가인 고려에서 어느 시기에 고려만이 갖는 특징적이고 높은 수준의 불화 양식이 창조되었고, 이후에 비슷한 양식의 불화가 반복적으로 그려진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언덕 아래쪽에 있는 고대 아고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비잔틴 시대 성당.
11세기초 아테네에 건립된 아포스트레스 교회 (The Church of Holy Apostles)
이 성당 안 벽면과 천정에도 위와 거의 비슷한 형태의 성화가 그려져 있었다. 모자이크 성화는 아니었고 채색 성화였는데 아야소피아 성전이나 코라수도원의 성화와 비교하면 매우 소박한 형태의 그림이었다.
현관 입구에 썬글라스를 낀 우람한 남성 안내인이 떡 하니 의자에 앉아 있어서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을 엄두가 안났다. 그리스에선 터키랑 다르게 박물관 같은 곳에서 사진촬영을 못하게 하는 곳이 많았다. 어떤 것은 촬영해도 되고 어떤 것은 안되고, 또 어디는 아예 통채로 사진촬영을 못하게 하였다.
|
첫댓글 몇 년 전에는 성당 안 몇 군데가 보수공사 중이어서 좀 어수선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제 편안히 관람이 가능하군요,암튼 천장이 무척 높아서 신비스런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맞아요, 몇년전 이곳 사진을 보니까 중앙의 돔에도 보수공사용 철제 비계가 설치되었더군요.
저희는 운이 좋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