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화) 일본이 자랑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시라카와고로 향했습니다. 시라카와고는 하회마을, 양동마을과 같이 현재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일본어 고유명사에 대해서는 설명을 생략하오니, 고유명사에 대한 설명히 필요하신 분은 불친절한 코이카보다 백 배 천 배 친절하고 똑똑한 포털 검색사이트 및 위키디피아를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버스가 출발하고 남들이 맛난 각종 마른 안주와 함께 맥주맛을 아는 사람만 마신다는, 소수 매니아층의 사랑을 받는 에비스 맥주를 마실 동안 코이카는 멀미와 함께 비몽사몽. 어제 내린 눈으로 그새 산봉우리들이 희끗희끗해졌습니다.
한 시간~한 시간 반을 달려서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빗방울과 함께 박물관 모형으로나 볼듯 한, 마치 문자 이전 시대 움막처럼 보이는 건물들이 보였습니다. 버스가 산허리를 돌고 돌아 내려오더니 다시 옛 성터 자리에 있는 전망대로 구불구불 올라갔습니다. 몇 분 새 비는 그쳤지만 바람이 제법 쌀쌀합니다.
위에서 내려다본 시라카와고는 작지만 그야말로 그림으로 그려놓은 듯 조용하고 깨끗한 마을이었습니다. 왼쪽으론 산이, 오른쪽엔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쌀농사가 어려워 주로 채소 농사를 짓습니다. 그중 특히 순무가 유명하답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시라카와고 전경

마을 입구. 담장 안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이 먹음직스러웠습니다.
친절하고 유쾌발랄한 가이드 아줌마 후쿠시마 사오리상이 가보라고 추천해 준 네 곳 중 제일 먼저 들른 곳은 도부쿠로 문화관. 시라카와고도 히다다카야마처럼 도부쿠로가 유명합니다. 도부쿠로 문화관의 입장료는 300엔. 안에 들어가면 축제 동영상과 도부쿠로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나올 때 도부쿠로 한 잔씩 마실 수 있는데 들어간 사람 말론 거의 무한리필 수준이었다고 하네요.

도부쿠로 문화관 옆의 신사.
도부쿠로 문화관에서 주는 도부쿠로는 매일 아침 이곳 신사에 바친 후에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술 좋아하시는 형님들, 입맛 다시는 소리가 예까지 들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술도가를 지날 때마다 언젠가를 대비하여(?) 한 병 살까도 했으나 도부쿠로는 반드시 냉장보관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시어진다는 주의사항 탓에 그 자리에서 바로 포기하였습니다.
고로 코이카는 다시 한 번 도부쿠로 따윈 미련 없이 가볍게 무시하고, 주지 스님이 직접 그림을 그려서 덕담 한 마디씩 써준다는 절로 직행했습니다. 이곳은 양동마을처럼 건물마다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에 관광용으로 개방하는 집 외엔 절대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가는 길목에 종루가 하나 있었는데, 기둥과 주두를 보는 순간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튀어나왔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제 눈에 안경이라 실제와 다를 수도 있으니, 일일이 고구려 고분벽화 내 건물 그림을 확인하여 다르다는 지적은 받지 않겠습니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종루. 단청이 없는 것은 겨울이 상당히 춥고 습기가 많아 안료가 바로 떨어져나가기 때문에 아예 단청을 칠하지 않는다는군요.
그래서 도착한 묘젠지의 입장료도 300엔. 주지 스님이 안 계시면 그림을 받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사오리상의 말이 씨가 되었는지 주지 스님은 부재 중. 그래도 왔는데 하는 마음에 들어갔습니다. 마룻바닥이라 입구에서 슬리퍼를 내어줍니다만, 슬리퍼를 신으나 안 신으나 발이 시리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좁은 계단을 줄을 서서 올라가면 갓쇼즈쿠리의 지붕 구조가 보입니다. 갓쇼즈쿠리란 지붕의 형태가 손을 모은 합장 모양이라는 데서 유래하였습니다. 그리고 손을 모았을 때 양쪽 팔꿈치의 각도가 지붕 각도가 같다고 하네요.
지붕 모양을 합장형으로 한 것은 이 지역이 워낙 눈이 많이 내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붕이 어찌나 큰 지, 지붕의 이엉을 50년마다 가는데 이엉을 준비하는데만 2년 이상 걸린답니다. 이엉은 억새로 만드는 데 최근 일본 내에서 억새를 대량으로 구하기 어려워 중국에서 수입해서 쓴다고 합니다.
‘지붕 이엉 하나 가는 데 도대체 얼마나 많이 필요하길래?’하고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아주 조금 친절을 베풀어 드리자면, 이엉의 두께는 눈대중으로 대충 재도 60cm 이상입니다. 사진 자료를 보고 제가 일일이 세어본 결과 이엉을 갈기 위해 지붕 한 면에 올라간 사람만 거의 백 명입니다. 그리고 매 끼니마다 1200~1500인분의 식사를 준비했다고 하니, 얼마나 큰 공사인지 상상이 가시나요?
이 동네 건물은 보통 2층 이상, 3층이 기본입니다. 1층은 생활공간으로 한 집에 보통 30~50명이 살았으며, 2층과 3층은 농기구를 보관하거나 양잠실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제가 갔던 절도 2층은 농기구, 3층은 양잠 기구를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실내에서 본 갓쇼즈쿠리의 지붕 구조

2층과 3층에 전시된 농업기구와 양잠기구

1층의 이로리. 차가워진 발을 따뜻하게 하려고 방석에 앉는 순간 할아버지가 주전자의 물을 떠서 다관에 붓길래 따뜻한 차를 한 잔 주려다 보나 하고 한참을 기다렸는데 차를 우리기는 커녕 저 자세 그대로 앉아 계셨습니다. 이렇게 주인 없는 집에 놀러가면 여러 가지로 섭섭합니다.
밖으로 나오니 다시 비가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걸어가다보니 아카가부(순무)와 다꾸앙 비슷한 장아찌 무인 판매대가 있습니다. 시식용으로 잘라놓은 것이 있길래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일단 맛을 보았습니다. 적당히 짭잘한 것이 도부쿠로 안주로 딱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면서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 마음보다 따뜻한 커피 한 잔 생각에 걸음이 빨라졌습니다. 그래도 토산품 가게 구경과 각종 시식용 과자도 하나하나 다 맛보는 것은 빼놓지 않았습니다. 어린아이들도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도부쿠로 만쥬는 도부쿠로와 달콤한 단팥앙금이 절묘하게 어울려 그 자리에서 몇 개라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도부쿠로 양갱도 있었는데 시식용이 없어서 맛을 보진 못했습니다.
단 과자도 먹었겠다 부지런히 찻집을 찾아가는데 어느 가게 안에서 일행들이 손짓을 합니다. 무슨 일인가 들어가 보았더니 찬 바람에 식은 몸을 데우라고 따뜻한 아쓰칸 한 잔을 앞에 내밀었습니다. 향이 좋길래 무얼 데웠나 주방 쪽을 보았더니 제법 괜찮은 청주였습니다만, 정중히 사양하고 커피 한 잔을 시켰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비가 그쳤기에 또 다시 마을 구경을 갔습니다. 평소에는 서로 부딪힐 정도로 관광객이 많다는데 날씨 탓인지 마주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기분 좋게 한적함을 즐기고 나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주요리는 간장소스를 발라 구운 은어와 쇠고기 구이였습니다. 푹 졸여 뼈까지 부드러워진 은어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남김없이 다 먹었습니다. 역시 은어는 맛있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핫바미소를 발라 구워 먹는 쇠고기. 잎사귀에 싸여진 핫바미소는 산초가 들어 있어서 그 알싸한 향과 짜고 단 맛이 고기 맛을 더 해주는 한편, 구워서 그저 밥에 비비기만 해도 다른 반찬 없이 한 그릇을 비울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출장지인 가나자와 시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3시 반 가나자와 시 도착 이후 금요일까지 열심히 일했습니다.
첫댓글 이 번 겨울에 내가 가고 싶은 곳. 눈이 오면 더욱 아름답다고 하던데~~
눈쌓인 겨울, 좋지요. 사진으로만 봤는데 동화의 나라가 따로 없습니다.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갈 정도로 엄청 춥다고 합니다. 마을 안에 민박집이 있지만 개별난방이 되어 있지 않으니 가실 땐 필히 중무장을 하시고, 차가운 도부쿠로 대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아쓰칸과 단팥죽을 드시기 바랍니다.
그 주위에 온천은 없을까? 3박 4일 하고 싶은데 어떤 코스로 돌아보는 것이 좋을까? 무리한 부탁? ㅋㅋ
여행 일정과 방문 장소는 여행사와 상담하셔야지요. 온천의 경우 다소 거리가 있긴 하지만 같은 기후 현 내에 일본 3대 명천 중 하나인 게로 온천이 있습니다. 피부미용과 신경통, 근육통에 특효라고 하는데, 이번에 가본 결과 피부미용은 모르겠고 근육통엔 효과가 있었습니다. 게로 온천에 가시려면 호텔보단 료칸을 추천합니다.
오늘 알게 되었는데 오쿠히다에도 온천이 있다는군요. 게로보다는 훨씬 가까울 테니 참고하세요!
료칸에는 프라이빗 온천인가?
게로엔 료칸이 워낙 많아서... 제가 묵은 곳은 노천탕, 대욕탕, 전망대탕, 프라이빗 온천(6000엔 정도)외에 방 안에도 히노키 욕조가 있었습니다. 료칸이야 온천탕 종류에 따라 원하시는 곳으로 선택하세요.
재미있는 여행기입니다.혹시 가실 땐,혼자 가시지 말고 한실크동창회에다 공지해서 함께 가는 것도 재밌을 것 같은데요^^
요즘 같을 때 일본 가면 대접 받는다던데...진짜 그런가 확인도 해보고요!
이번엔 출장지로 가는 길에 들렀을 뿐이라... 저도 일이 아니라 여행으로 가고 싶습니다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