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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양력
홍문필(본명:박용철)
시집 <<뿌리의 사색>> 있음
중국 길림성 연변작가협회회원
훈춘 사완자촌에 달이 밝다
홍문필
훈춘 사완자촌에 달이 밝다
마을앞 두만강이
곡선을 이루며 흐른다
사완자촌의 달은
자취를 감출 수 없는
끊어진 다리를 잇는다
내 안에서 둥지트는 달속으로
두만강 기슭을 때리는
북쪽 렬차의 기적소리
훈춘 사완자촌에 달이 밝다
강물
자갈돌 시이 키재기하며
모여든 개망초꽃들 웅성이다
강물처럼 흘러와서
또다시 흘러가 듯
언덕 하나 있는데
강 하나 있는데
왜 나는 강물처럼 흘러 갈 수 없나
밤 하늘 우두커니 지켜보면
쓰러지는 마음
이 밤 하늘의 별들도
저 강물처럼
반짝이며 흐르고 있는지 몰라
눈으로 시를 쓴 스님
스님은
어느 날인가
거미줄같은 자기 손금에
올바자를 쳐놓고
눈으로 시를 썼다
세상 꽃들이 잠드는 시간에
스님은 눈으로 그림을 그리며
나비가 꽃을 찾을수 있는
어딘가에 보금자리를
눈으로 그렸다
모든 마음의 고독에 확신이 선
스님
한쪽을 찾으면 한쪽을 잃어야 하는
꽉잡은 두손때문에
눈으로 시를 썼다
고향의 양떼들
파란 댕기 맨 듯
색동저고리 입은 듯
나비처럼 팔랑팔랑 날으는 듯
오동통 오동이처럼 걸어오시네
소쪽소쭉 소쭉새처럼
울기도 잘 울고
웃기도 잘 웃는 고향의 양떼들
색동저고리 소녀인 듯
바람에 날리는 소녀의 치마자락인듯
염소떼 송아지떼도
눈알을 대굴대굴 굴리며
어매 ㅡ엉엉ㅡ
고향의 양떼 보고싶다고 달려오시네
시골 가시네같은 고향의 양떼들
바람에 치마자락 움켜쥔 듯
이리뛰고 저리뛰고
목련꽃 두송이 같은 모습으로
새우춤 마냥 추는
고향의 소녀같다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앞에
에구에구 큰일 났다!
철없이 뛰노는 내 고향의 양떼들
한 여름날 느닷없이 영각하는 양떼들
목이 마르다고 샘물만 퍼마시네
바람 멎고 좋은 날오면
고향의 양떼들
기뻐서 일가 설퍼서 일가
시골집앞 가시나무 울타리에
버젓이 모여
누가 보든말든
련꽃같은 호수에
바람에 때묻은 몸 깨끗이 씻네
고향의 맑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 가고싶은
고향의 양떼들이라네
비
당신은
울 아버지의 눈물이였습니다
어느 초가집인지도 분간할 수 없는
산골 움막에서
하루 아침에 식물 인간된
울 아버지 구하러
이곳 저곳에서 무리들 모여 들 때
당신은 저항이 아닌
진실의 눈물을 뿌렸습니다
울 아버지 오십년을
절룩발이로 사실 때
두 발 사이 무지개가 걸렸을 적
포르스름한 안개 자우록이 쌓였었는데
그때 당신은 울 아버지 아픈 다리
사정없이 눈물로 때려 주었더랬습니다
북남을 이어주는 감격의 눈물이였습니다
어머니의 꽃비녀
어머니의 꽃비녀는
아버지의 사랑의 언약이였어
어머니는 매일 아침마다
그 꽃비녀를 머리에 곱게 꽂고서
거울을 보면서 중얼거리고 있었어
내 나이 들어 이제 알것 같은데
어머니는 멀리 떠난
아버지의 건강과 평안을 축복하셨어
한식구 오손도손 모여앉을 그날을 기다리며
아버지 남긴 그 꽃비녀로
마음에 사랑의 똬리를 틀고
힘들어도 기쁘게 사셨어
어머니의 꽃비녀 생각하면
어진 그 마음이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내 살았던 고향 하늘에 뜨는
붉은 노을 같은 거였어
갑속에 든 민들레
아침이슬은 눈물방울처럼
철조망에 고이고
배낭을 지고 국경을 넘어서기전
너무 어지다고 너무 순돌이라고
사슴이라 불리우던 동지도
국경을 넘자 침 달린 고슴도치 같았습니다
어제는 나하고
친형제처럼 지내자던 동지도
오늘은 언제 보았던가 싶고
이리가 개보고 너 닮았다
꼬리치는 한심한 모습 다름 아니었습니다
이리를 구해주고
이리에게 물려 죽을 번한
전설속의 동곽선생이 베푼 듯
마지막 종소리 되었습니다
몸에 감추어둔 딸라 몇푼까지도
불한당에게 몰수 당하며
나의 가슴치는 눈물은
갑자기 골짜기 홍수로 넘쳤습니다
가끔은 슬픔이
웃음보다 났다 했습니다
가끔은 초상집에 가는 것
잔치집에 가는 것 보다
났다고 했습니다
나는 이 순간
누구에게 련락할수도 없고
누구에게 소식 전할 수도 없고
누구에게 부탁할 수도 없는
가슴이 타서 재가 된
갑속에 든 민들레였습니다
혁명
갈수 없는 그 곳에
혁명이 일어 났다
혁명은 막혔던 호수의 수문울 열어놓은
물줄기처럼 콸콸 기세를 부리고있었다
무수한 재산과 재물과 건물과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토록 푸르고 싱싱하던 꽃들은
얼굴만 붉어져서 말 없었다
세상에 눈물이란 눈물은 보기 어렵고
개미떼들의 사막을 줄지어 행군 한다
혁명, 웃음이 짧다
가을 밤
가을도 마지막
밤새껏 내리던 찬비도 멎고
달이 밝아 오는데
가만히 비추는 달빛의 소리를 듣고있다
낯익은 음성을 두손으로 모아 담으며
귀를 기울여 본다
파랗게 살아 파도치는 소리
내 마음의 언저리마다 빛의 언어로 물들어 있다
화초
구름이 비를 만나듯
불이 물을 만나듯
부서지더라도 아무런 흔적없을지라도
그 아이는 자신이 선택한
그 길을 가야만 했다
보릿고개
푸른 강을 넘어
나무토막처럼
허리 끊어진 보릿고개
긴 몸부림 못 견딜 서러움
입안에 꽉 물고
붉은 피처럼
아픔의 동그라미를 큼직하게 그렸다
고향의 합수목은 밤낮으로 소리내여 울어댄다
저 하늘의 별빛이 잠간 땅에 내려 와서 울고 가면 한쪽은 두만강이 되고 또 한쪽은 압록강, 그리고 한강으로 겹겹히 모여서 흐른다. 엄마가 그리움에 한 백년 선잠 설치고 난 두만강은 맥을 잃은 듯 기지개만 켜고 압록강은 무지개인듯 고운 이름 불러온다. 백을 반으로 나눈 그 어느해에 아이들이 놀다 버린 사금파리가 강가에 모여 꿈속을 사정없이 걸어 다니며 찾는다. 고향의 합수목은 어둠속을 지나 별빛만이 출렁인다.
백두산
눈물로 구름을 이고 사는 산
몇번이고 세월의 옷을 갈아입고
그 이름을 불러주려고 달려왔습니다
높은 곳 아늑한 높은 곳
깊은 잠속에서도
몸 깊숙이 간직한 영원한 이름
불타는 이름
백두산 아버지의 산이였습니다
두만강은 풀린다
여기 저기서 떠내려온
나무가지들 서까래처럼 쌓여있는데
와ㅡ자자 짱짱
살얼음장 건너오는 아이들
죽음의 능선 길게 뻗은
푸른 기억의 세찬 얼음살 되어 떠나는 때
소년 소녀의 깎지낀
손전지 불빛에 감염된다
남과 북 두 하늘이
마음속에서 막 울고 가면
꽁꽁 얼었던 두만강은 풀린다
창고의 콩크리트바닥은 슬프다
이 사람 저 사람의
그 더러운 발밑에서
죽은듯이 살고있는
창고의 콩크리트바닥은 슬프다
죄도 없이
무기도형을 선고받은
억울한 죄수ㅡ
창고의 콩크리트바닥은
십자거리에서
무릅꿇고 구걸하는
걸인만큼 슬프다
창고의 콩크리트바닥도
밖에 나가 탑이 되고싶고
푸른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가 되고싶기도 하다
바닥이 아닌 바람이 되어
바깥세상을 보고싶은것이다
허나
창고의 콩크리트바닥의 슬픔은
산이 알수 없고
물이 알수 없고
사람도 알수 없다
그래서 창고의 콩크리트바닥은 슬프다
세상이 모르는 자신의 슬픔때문에
창고의 콩크리트바닥은 더구나 슬프다
밤의 별무리는 새들의
둥지를 만들어 주고 싶어한다
밤의 별 무리들은
지구의 꼬리를 물고 잠자는
밤하늘의 새들에게
둥지를 만들어 주고 싶어한다
밤의 별 무리들은
낮에 잠자던 게어른 새들도
불러오고 싶어한다
어느 이슷한 골목에서
날개 부러진 새들의
안타까운 구원의 울음소리까지도
듣고 싶어한다
밤의 별무리는
새들의 하늘이 되어 주고 싶고
새들의 마음이 되어 주고 싶고
새들의 언어가 되어 주고 싶어한다
밤의 별무리는
하늘을 날으는 새들에게
둥지를 만들어어 주고 싶어한다
할말이 없다
눈물나는 이야기도 한때
북받치는 감정도 한때
나는 푸른 소나무를 보면서
내 마음이 한없이 푸르러 지는 때
할말이 없다
때론
슬거머니 밤풍경에 도취되기도 하고
때론
휘휘락락 들려오는 노래소리에
몸가누지 못할 때도 있지만
내 마음에 영접한 내 나라는
내 이름을 불러주고 있음을
나는 잘 안다
잘 살아도 못 살아도
가진것 없이 부족한것 너무 많아도
가까운 사람 거기
평안이 있어
나는 할말이 없다
눈물을 강물이라고 말 한다면
눈물을 강물이라고 말 한다면
목터지게 부르던
고향의 산마루가 생각납니다
농사군의 호미자루처럼
상처뿐이셨던 나의 아버지
밤새도록 흘린 눈물이
고향의 흙을 적시고
고향의 하늘을 울리고
가난때문에 사랑이란 단어를
잃어버리셨던 아버지
잘 살아 보려고 흘린 눈물을
고향의 강이라 말하고싶습니다
강은 혼자가 아니라
여러 개울물이 모여서
슬픔의 줄기 엮고
눈물을 강물이라고 말 한다면
눈물 흘린 아버지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노래 부르게 하고
내 마음의 빛으로 오고 있음을 말하고싶습니다
시가 내게로 와서
시가 내게로 와서
나의 모습을 보고 서럽게 울었다
보이지 않는 길앞에
시는 시로써 나를 만들고있었다
나는 시를 쓰면서
시가 나를 위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내가 시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나는 시속에서 눈만 비비며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나를 지켜보는 시도 울고
시를 쓰는 나도 울고
울음은 또 내 사는 세상에
가지를 만들어 사방으로 뻗어가고 있었다
그 아래 우물이 하나 있는데
그 우물속에 나의 하늘이
둥글게 비치고 있었다
돌
내 가슴에 돌이 자라고 있었다
큼직한 암 덩이 같은 돌이었다
돌은 내 심장을 마구 두드리기도 하고
내 눈동자 속에 가시를 매달아
조용히 지나가는 꽃을 명중하기도 했다
그 꽃은 나의 가시에 찔리기 전에
하늘로 날아올라 별이 되었다
별이 된 꽃을 겨냥할 수 없어
돌은 나의 심장에
꽃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
꽃은 방울방울 피어오르더니
나의 간을 파먹고
그다음엔 오장육부 전체를 파먹고
끝끝내 나는 움직일 수 없는
비참한 철창처럼 서 있었다
나는 아무 쓸모없는 돌이 된 것이었다
달밤
한 지붕아래 한 이불 덮지 못해도
한뼘두뼘 더듬어
창밖에 해오름을 알리고
눈 못 뜨는 고슴도치처럼
장막이 가리워지면
달 건지러 냇가에 발을 담근다
남자여 여자여
가진 것 없이도
은하수 흐르는 하늘가에
입 버리고 살고싶은 것이다
그것이 꽃이든 입술이든…
달 뜨는 산 능선아래
가랭이 같이 만들어 진
두 갈래 냇물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내 나이
아버지는
내 나이를 고무줄처럼
세살 많이 호구에 올려 놓으셨다
나는 일곱살에 입학했어도
아홉살에 입학하는 것이 되였고
내 띠가 룡띠인데
소띠로 되였었다
나는 소학시절을 큰 애들속에 끼여
어리광을 부리다
매맞기를 밥먹듯 했다
아버지는 이것을 아버지의 실수라고 하셨는데
세상을 살면서 생각해 보니
나의 아버지는
나에게 세상 사는 법을 일찍 알도록 하신것이였다
나는 나이때문에
한번도 아버지를 원망한적 없다
나는 나이속에서
작지만 크게 자라는
새벽 민들레같은 모습을 보았다
그 신호등 앞
그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신호등 앞
그 신호등을 지날 때면
그 사나이 술마시고
내 아내 어디 있느냐고
고함 지르던 소리 어렴풋이 들려오고
그 처녀 머리 깎고
시집 안간다고 전선대에 머리 박던 일이 생각나
그때 그 처녀가 왜 죽으려 했을까
아버지같은 남자에게 시집기기 싫어서였을까?
남편이라 부르는 것이 역겨워서 일까?
그 신호등 앞 나는
그때 그 처녀가 불쌍해서 였는지
동정해서였는지 차에 끌어 올리고
내가 그 사나이 대신 멍에를 매였던
그때 그 처녀가 쥐였던
차 손잡이를 더덤어 본다
몇번이나 내릴가 말가
끝내는 차바퀴 굴러가는 곳으로
운명을 맡겨버린 처녀
지금은 나와 인연이 된 그 처녀
그 신호등 앞
그 거리에는 아직도
나와 그 사나이의 팽팽한 기분이
길옆에 줄지어 선 백양나무들로
눈물방울같은 안개처럼 잔득 서려 있는듯 하다
그 신호등 앞
그때 만약 그 처녀를
내가 차에 끌어 올리지 않았다면
그 처녀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정말 죽음을 택하였을까
아버지같은 사람에게
어쩔수 없이 시집이라도 갔을까
그때 그 신호등앞을 생각하면
먼지가 아직도 내 머리우에 앉아 있는듯 싶다
그 신호등
그 처녀와 나의 로멘스는
그녀 아버지같은 사람을 공격하기 위한
한가닥 구실인듯 싶어
나의 일기장에 적어놓은
계산서와 예산서가
문득 기억속에서 행군한다
굼뱅이
굼뱅이 한마리
꾸불덕 꾸불덕
지팡이 잡은 할망구인듯
집으로 겨우겨우 기여 들어오고 있었다
굼뱅이는 잠자리에
피냄새나는 빈대처럼
딱 붙어 잠을 잔다
집안에는 바람이 몰고온 태풍처럼
수라장이 되고만다
굼뱅이가 누운 자리는
똥묻은 오소리를 본것처럼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누운 자리에서 새끼를 낳았다
집주인은 굼뱅이를 피해서 도망갔다
굼뱅이는 주인이 되어
집구석 곳곳에 씨를 뿌리고
집기둥까지 깔아 먹었다
집은 나중에 궁뱅이 소굴이 되어 무너졌다
궁뱅이를 피한 사람은
밤마다 지붕으로 하늘이 보이는
구멍 뚫린 오두막 지붕에서
참새소리만 듣고 외롭게 사는
집없는 사람이 되고말았다
양철지붕
양철지붕은 자꾸만 덜렁덜렁 소리를 지르며 몸서리 친다. 갑갑한 모양이다. 혼자 숨막히는 비망울 감으며 잠을 못 잔다. 짐승같은 바람만 불어오고있었다. 갑자기 하늘의 눈동자속에 누군가 걷고 있었다. 분명한것은 지동치던 밤이 저절로 물러간것이였다. 천년만년 지붕은 흐느적 거리기만 한다.
찬란한 이야기
간곡한 말씀으로 시작되는
영원한 시간 속에
새봄이 오며는
거룩한 신의 음성 들리고
그림자가 그림자를 유혹하듯
아름다운 꽃이 되고
소금기둥이 된 롯의 아내가
깊은 밤 바다를 가로질러 와서
바보같이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간증을 나에게 들려 줄 때
내 가슴에 고기비늘같은
빛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물고기 배속에
삼일반동안의 갈증때문에
견디다 못해 뿌려나온 요나는
나에게로 와서
나의 스토리 되었습니다
훈춘의 소나무와 소나무사이 향기가 푸르다
비에 촉촉히 젖은 듯
훈춘의 북산
소나무와 소나무사이 향기가 푸르다
그 숲속으로 날마다 날이 저물면
노오란 달맞이 꽃은 입을 오무린다
달맞이 꽃을 보며 소나무는
하늘우에 누운듯
설레이다가 날아가듯 도망가듯
달맞이 꽃을 당기고 꼬집고 밀치고
마구잡이로 바람구멍에 넣고
주무르다가
깊은 잠속에 떨어진 사람처럼
내 꽃! 내 꽃!! 부르고 또 부른다
소나무는 어느 닿지 못할 곳에 이른듯
이른 아침 모여온 사람들의
소리와 소리를 합쳐
달맞이 꽃이 눈 뜨고 입벌리는 모습을 지켜본다
훈춘의 북산
아침 안개짙은 그속의
소나무와 소나무사이 향기가 늘 푸르다
훈춘의 북산에 잠자는 불상
훈춘의 북산
밤마다 종소리 울리는 령보사(靈寶寺)에는
멀리서 보면 벌거벗은 듯한
중이 잠자는 불상이 놓여 있다
누구나 그 불상을 보고
기도 드릴수 있는 아주 높은 곳에서
금빛으로 환하게 안겨온다
밤마다 울리는 종소리는
평안히 잠자라는 뜻이였을까
잠자는 불상앞에 절을 하고
자호감을 느끼는 사람들
잠자는 불상에 올라가 앉고싶어 하는 아이들
불상의 크다란 발밑에 쭈그리고 앉아
똥을 누고 가면서 거시기를 그려놓고
도망가는 아이들
불상은 무엇을 먹고 누워 자나
훈춘의 불상은 이곳저곳
은행의 돈을 베고 누웠단다
밤마다 여승이 찾아오면
중의 불알이 송곳이 되어
승녀의 가려운 곳을 따갑게 찔러주고
승녀는 그 정자를 담아 간단다
훈춘의 북산 와불 …
깊은 산중에 꽃으로 피여서
사람들 마음이 되여줄 그날 있을까
아내가 떠나간 뒤
비가 오는 날
아내는 아이를 버리고 떠났다
내가 본 마지막 하늘은
귀뚜라미소리만 시골천정이 부서지도록
소리를 냈다
샘물을 쪽지게로 길어 드리듯
힘겨운 소리가 팽팽 했다
하늘에 계신 나의 아버지께서
나의 꿈속으로 걸어 오시며
아내 대신 나의 눈물을 닦아 주셨다
아내는 나의 소유를 전부 가져가고
유독 아들만 남겨 두었지만
밥은 먹고 살수 있었다
아들을 아내 대신 몰래 키워주는
수녀같은 여자가 있었다
가난의 뿌리는 씨가 될 수 없었다
떠날 사람 떠난 뒤
나의 하늘은 소나무처럼
온통 푸르게 펼쳐져 갔다
시골 풍경
잉잉 ㅡ웅웅
언덕을 휘감는
살에 살짝 넘어가는 소리
꿀벌이 꿀짜는 소리
파랑새 줄단콩 쫒다 말고
두 눈이 멀뚱
깜빡깜빡 속궁리 뻔해
히히ㅡ호호
령넘어 마을앞 참새들도
그 뒤를 따르고
까치집 대문이 반쯤 열린
시골집 처마밑에는 제비네 이웃도
군침을 삼킨다
잉잉 ㅡ웅웅
꿀벌의 요염한 그림자
커텐에 그려진 꽃잎처럼
바람에 나붓겨
몸동작이 연출된다
잉잉 ㅡ웅웅
고향은 아주 속벗은 살이 되여
꿀벌이 있는 나무가지 밑에 보인다
달맞이 꽃
숲속에 웅크리고 앉아
강건너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소녀야
너의 애타는 가슴
밤이면 밤마다
흘리지 말아야 할 눈물로 가득 고인다
옥수수밭 오솔길 옆
움막집 그 앞
함경도 사투리로
아바이! 아바이!!
목터지게 배사공 부르며
술 취한 듯 달려오는 엄마야
강을 사이 두고
할말이 너무나 많아
심청을 부르며 강물에 뛰어들어
달빛속으로 걸어간
그 흰 무늬가 메아리로 가득 찬다
<아리랑 아리랑….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 난다.>
눈만 크게 뜨고
한쪽은 이 쪽 한쪽은 저 쪽에서
서로 마주 한다만
만날 수 없고 한품에 안을수 조차 없어
소녀야 엄마야
밤이면 밤마다 얼굴 붉어진다
금강산 歲暮
어느 날 들소와 원숭이는 천생의 우거진 꽃 대궐 속에 사는 선남선녀처럼 사랑의 긴 추억을 엮어 갔다. 둘은 날마다 아주 좋아 몸의 털이 빠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친구들은 둘을 봄물 오른 버드나무란 이름을 지어 부르기까지 하였다.
그들의 즐거움 앞에는 총을 든 포수의 그림자가 죽음의 끈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둘은 白露의 계절 음악 같은 은은한 가락에 취한 듯 좋은 생각만 포수가 끌어당기는 열띤 빛 속으로 옮겨 놓았다. 세상이 온통 자기 것으로만 보이던 포수는 갑자기 산속의 무서운 호랑이로 변하여 사방으로 뛰어다녔는데 그 뛰어간 자리는 일만 이천 봉 오르는 길 되고 사람들의 이야기로 된 들소와 원숭이의 무덤은 금강산 봉우리 되었단다.
산속의 나무와 풀잎 사이 신 같은 들소와 원숭이의 모습을 저녁노을이 빨갛게 물들여 주고 있다.
부록*들소와 원숭이는 사람들의 띠 가운데 제일 잘 어울리는 짝입니다. 물론 옛날 나라를 통일시켰던 고구려의 모습을 염두에 두고 현실에 벌어진 비참한 "금강산 총격사건" 을 엇바꿔 생각하면서 들소와 원숭이의 형상을 떠올렸습니다.
세상에는 완전한 인간이란 있을 수 없으며 세상이 있는 한 기아와 살육, 약탈,현상은 피면 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제 기분에 들떠 있지만 언젠가는 하늘 方舟에 들어가지 않으면 죽게 됩니다.
*세모(歲暮):한 해의 마지막 때.暮자는 "저물다" "해가 지다" 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꽃 지는 가을 하늘 천사는 시골 오두막
집앞에 눈물 한 방울 흘리고 간다
두만강변 삼합 촌 한나절은
색바랜 세월에 그리운 임
가슴에 맺힌 빗장이 되어 버린 듯
사나이 자기를 버리고
멍하니 하늘만 쳐다본다
누가 가도 묻지 않고
누가 와도 반기지 않고
오두막 지친 상다리 부여잡고
비틀거리는 사내는
마시기 싫은 쓴 술만 굽 낸다
그래 가을이면 오겠지
응 겨울에 두만강 얼어붙으면 오겠지…
꽃 지는 가을
천사는 사나이 사는 그 꼴이 하도 서러워
시골 오두막 집앞에
소중한 눈물 한 방울 흘리고 간다.
속초의 하늘 앞에 나는 한 묶음
마음의 꽃다발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속초의 밤 바닷가에 앉아있으면
하늘 속에 붕 높이 떠 있는 기분입니다
총각인 듯 머리 숙인 청초호도
처녀인 듯 수줍음에 옷고름 여미는 영랑호도
밤하늘의 명랑한 별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대포항 해 오름의 하우스는 마치 하늘 계단 같아서
한눈에 바라보기조차 두려웠습니다
울산바위는 외불 임의 눈빛을 그려놓은 듯
가랑잎처럼 살랑이고
고향의 외옹치의 벅찬 가락이
떨리는 목탁소리로
산 넘고 바다 건너
간절함을 종일 연출합니다
이 밤이 지나면 다시 올
내일은 어떻게 될지
누구도 모를 일이지만
온갖 기쁨을 간직한 속초의 하늘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는
영원한 우정의 문 하나 열고 있었습니다
훈춘에서 자루 비노 항을 거쳐
배타고 16시간
속초의 하늘이 보이면
터지는 환호성 소리
온통 푸른 색깔의 시원한 향기뿐이 었습니다
뜨거운 악수와 티없이 맑은 웃음소리
속초의 밤은 하늘의 은하수처럼
다리를 놓아 만남이 시작되고
약속이 이루어지고.....
부드러운 사람들의 음성 앞에
나누는 사람들의 정압에
하늘의 복이 이 땅에
찬란한 영광을 받으며 일어서 듯
나는 이 밤을 뜬 눈으로 보내도
지칠 것 같지 않았습니다
내 마음에 임한 속초가 아름다울 뿐이었습니다
나는 밤하늘의 별처럼
설악산과 더불어
오래도록 속초에 머무르고 싶었습니다
나는 내 마음의 꽃다발 한 묶음을
속초의 하늘 앞에 공손히 드리고 싶었습니다
속초의 하늘이 아름다운 것은
해 오름을 알리는 바다가
어느 순간 사람이 된 듯
동네마을 어귀에서 가슴을 열고
붉은 심장 하나로 달려옵니다
해수욕장에서 만난
낙산사의 가야금 타는
여인의 노랫소리
푸른 나뭇잎처럼 유난히도
나의 가슴을 부드럽게 만져주고
어쩌면 그 여인이
언 듯 언 듯 내 가슴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노 악산 칠십 년 ㅡ
접고 접어놓은 긴 이야기
지금은 웃음꽃 되어 피는 콩꽃 동네
분명히 밝힐 말이 많았습니다
아버지 마을 앞에서
갓 잠에서 깬듯한 귀여운 아이 모습처럼
렌티클라소재(일곱 가지 색깔)가 나타납니다
아 사람이 닿지 못하는 하늘
속초의 하늘이 아름다운 것은 색깔뿐이 아니었습니다
속초의 하늘이 아름다운 것은
속초의 바다가 파도에 쌓여
몸이 되고 언덕이 되고 탑이 되고
푸른 꿈을 매달아 숲을 이루는
넓은 바다로 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꽃씨를 튕기는 보살님
언덕이 있었다
하늘의 이야기도 땅의 이야기도 아니었다
말 타고 꽃 구경하다 뿌린 꽃씨는
언덕을 넘지 못했다
목동의 피리 소리에
세상은 흰 눈처럼
마음에서 녹아내리고 있었다
남이장군이 엮었던
두만강 물이 말을 먹여 없다던
그때가 다시 온다면
꽃씨가 보살님의 품에 안겨질 것이었다
아파서
바다를 사이 두고
무릎만 꿇고 합장하는
나의 보살이여!
전생에 한이 되어 한이 되어
사랑을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장군 따라 랑군 따라
말 타고 어디론가 갈 수 있다면
목소리 하나 변치 않고…
첫댓글 좋은 시들 잘 학습하고 갑니다. 앞으로도 계속 멋진시들 많이 쓰시길 바랍니다.
하늘 바람을 타고 오신 님을 이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음을 감사드립니다. 하늘의 이름을 부르며 오신 님께서 하늘같은 생각을 하면서 좋은 시, 좋은 글 기대합니다. 아참, 이름이 너무 이뻐요. 감사드립니다.
박문필님, 시를 너무 재밋게 쓰셨네요. 저는 시 쓸 줄은 몰라도 시 보는 눈은 있거든요. 시 쓰시는 분들은 마음씨도 착하다 했는데 정말인가요." 그 신호등앞"이란 시를 보니 불쌍한 여자를 구해준 듯도 하고 그렇지 않은 듯도 한데... 어느 쪽이죠. 연변시인들의 작품가운데 저 개인적으로는 제일 유망한 시인으로 곱고 싶어요. 외람된 말일지는 몰라도 김철이나 이상각 시인이나 그 뒤로는 한춘, 조룡남,김학송,최룡관등 시인들의 시를 좀 읽어 보았는데 재미가 없었어요. 좋은 시는 누구나 읽으면 맛이 나야 진짜시 아닌가요. 시도 모르면서 너무긴 설교를 했네요. 미안.....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싶은데 저의 메신저는 hotmail.com jinmeijing888 입니다. 건필하세요.
미소천사님 조선족시인들 가운데도 시 잘 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서지월시인님을 모시고 시를 배우고 있습니다. 저는 메신저는 사용하지 않고 이메일은 lzpiao-616@hanmail.net입니다. <만주사랑문화인협회>를 찾아 오셨으니 우리 함께 서지월시인님을 모시고 시를 배워 좋은 시를 한편이라도 써보는 공부부터 합시다. 감사합니다.
벽계수라면 황진이를 좋아하던 한 남자의 이름인데 그 남자 그토록 황진이를 좋아 했지만 김서방이 좋아서 함께 도망간 이야기 아시죠. 아무리 닛네임이라 지만 박문필님의 시를 감상하다 보면 혹 황진이를 무척 좋아 했던 벽계수 생각이 나서 웃어 보게 되네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한마디...
미소천사님 저의 닛네임은 미소천사님이 말하는 그런 의미의 <벽계수>가 아닙니다. 저가 말하는 벽계수는 계곡에서 쏟아지는 맑은 물줄기를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말은 말에 따라 뜻이라지고 있기에 말에 대한 책임이 실해야 된다고 보는 편견이 있습니다. 국경을 넘어 선 것이 문학이고 보면 마음에 평안을 이루고 이 세상의 선과 악의 대쟁투에서 선이 이긴다는 것이 진리로 됩니다. 영원한 것과 단순한 보수적인 개인생각과의 차이는 하늘 땅의 차이라고 해도 과언은 나닐 듯 싶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 드립니다.
임의 말씀 가슴에이 되어 떠오르는 그날을 그리워 하며 기도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