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알려진 유명한 승부조작 사건은 1919년 미국 MLB에서 일어난 ‘블랙삭스 스캔들’이다. 1919년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선수 8명이 모의해 승부조작에 가담하여 신시내티에 고의로 패배한 사건이다. 승부조작이 밝혀지고 나서 8명의 선수들은 모두 영구 제정되었다. 이후 팀은 86년 동안 우승하지 못했으며, 그것을 ‘블랙삭스 스캔들’의 저주라 하면서 팀과 팬들은 오랫동안 심한 마음고생을 감내하였다. 당시‘화이트삭스’의 에이스 투수 ‘에디 시카티’의 경우, 30승을 달성할 경우 거액의 인센티브를 걸어놓은 상태라 구단주가 그 투수의 등판을 막아서 29승에 머물게 했고, 이에 양심을 품은 투수와 평소 구단주와 사이가 안 좋았던 선수들이 도박사들과 내통해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이다. 결국 ‘화이트삭스’는 3승 5패로 우승에 실패하며 승부조작에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후 메이저리그는 몇 년간 암흑기를 거치게 되었고, 다행이 몇 년 뒤‘베이스 루스’라는 불세출의 선수가 등장하면서 점차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게 되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1969∼1971년 당시 신인왕 출신이었던 니시테쓰(西鐵) 라이온스(현 세이브)의 투수‘나가야스 마사유키’와 ‘이케나가 마사키’가 돈을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검은 안개 스캔들’로 극심한 홍역을 겪었다. ‘나가야스 마사유키’의 행위는 사건의 시발점에 불과하였고, 그의 폭로로 같은 팀의 다른 선수들을 비롯해 총 4개 구단의 선수들 승부조작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미지가 나빠진 니시테쓰 라이온즈는 B급 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고, 관중수 감소, 수익 감소의 악순환으로 인해 결국 1972년, 세이브에 매각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1995년 1월 말레이시아 축구경기에서 총 66명이 승부 조작 대가로 총 150만 링깃(한화 약 4억 5천만 원)을 교부받아 체포된 사건(조선일보, 1995년 1월 16일; 한국일보, 1995년 3월 10일)과 프랑스 프로축구 1부 리그 올림픽 마르세유 구단주이자 유럽의회 의원인 프랑스 사회당 의원 베르나르 타피가 1993년 7월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소속팀 감독에게 승부조작을 부탁하고 감독과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참여하여 기소된 사례가 있다(일간스포츠, 1995년 3월 23일; 조선일보, 1995년 5월 17일).
대만의 프로 야구 역사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1980∼1990년대 우리나라에서의 야구 인기와 그 당시 대만에서의 야구 인기는 거의 맞먹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 현재 대만 프로야구는 국제적으로 B급으로 취급당하고 있는데, 그 주된 이유는 바로 ‘승부조작’ 사건 때문이다.
대만에서는 1997년, 1998년, 2008년, 2009년에 걸쳐 큰 승부조작이 있었다. 대만 프로야구의 경우 재정적으로 매우 취약해 대부분 여러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스폰서 역활을 하는 구조인데, 선수들의 임금이 우리나라의 1/3밖에 되지 않아 승부조작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었던 점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검찰 수사 결과 그 작은 리그에 무려 23명의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만 프로 야구의 경우 한 때 11개 팀이 리그에 참여하였으나, 소위 ‘검은 독수리’ 사건이 후 현재 4개 팀만 남아 프로야구의 명맥(命脈)만 유지하는 상태다.
대만 프로야구에서는 1998년 스바오 이글스 팀 소속 선수 5명이 조직 폭력단의 지원을 받은 도박사들로부터 돈을 받고 경기를 져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팀이 해체된 사례와 2005년에는 2개 구단 소속 총 27명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적발돼 구속되거나 영구 제명된 사례가 있다.
2005년 독일 3부 리그 파더본과 1부 리그 강팀 함부르크의 독일컵 예선전에서 마피아의 사주를 받은 심판의 편파 판정에 의해 파더본이 승리를 거두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에 많은 이익을 챙긴 일당과 심판은 징역을 선고 받고 축구계에서 영구퇴출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후 국제축구연맹(UEFA)이 심판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가하자 마피아 일당들은 선수들에게 접근을 시도하였고, 사주를 받은 선수들이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리그 등 9개국에서 200경기 이상의 승부를 조작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축구계는 막대한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Sports On, 2011. 07).
축구로 유명한 유럽의 이탈리아나 독일에서도 한 때 승부조작으로 홍역을 치렀다. 독일에서는 2005년 심판이 독일 2부 리그, 3부 리그 그리고 독일 컵 대회에서 경기를 조작했다고 밝혀지면서 커다란 파장이 일어났다. 승부 조작에 가담했던 심판들은 영구 제명되었고, 법의 심판까지 받게 되었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새로운 규정이 제정되었다. 2006년 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에서도 승부조작사건이 발생하였다. 승부조작에 연루된 명문 구단 유벤투스는 1부 리그인 세리에 A에서 2부 리그인 세리에 B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임수원, 2012: 56). 또한 2008년에는 신생팀 디미디어 티렉스가 중신 웨일스와 짜고 고의로 패배한 사실이 검찰에 적발돼 결국 두 팀 모두 리그에서 퇴출당한 사례(매일경제신문, 2012년 2월 15일) 등이 있었고, 2006년에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Seria A 소속 명문 구단인 유벤투스를 비롯해 AC 밀란, 피오렌티나, 라치오 등 11개팀 단장과 심판이 조직적으로 승부조작에 가담하여 가담자들은 기소되고 유벤투스는 2부 리그로 강등된 사례 등이 있다.
2010년 일본 스모계에서도 선수들이 돈을 주고받으며 승패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일본의 국기인 스모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오명을 받게 되었다(중앙일보, 2011년 2월 9일). 2011년 중국 프로축구 리그를 둘러싼 도박과 승부조작 혐의가 드러나면서 중국 축구는 큰 충격에 빠졌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스포츠계의 승부조작은 세계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종목에서 비일비재하게 빚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