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은 퇴임을 앞두고 있다.
백팔회라는 명칭은, 그 긴 연수기간에 함께 합숙한 방 ‘108호’에서 따온 것이었다. 1년에 2~3회 정기적으로 모임을 이어왔고, 국내외 여행도 여러 번 함께 다녀왔다.
피맛길을 걸으며 종로의 뒷골목 풍경을 구경하였다. 피맛(避馬)길(또는 피맛골)은 종로1가에서 종로6가까지 이어지는 비좁은 골목길로서, 조선시대 서민들이 종로를 지나는 고관들의 말(馬)을 피해 애용하던 뒷골목이라고 한다. 당시에는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말을 탄 고관대작을 만나면 행차가 끝날 때까지 엎드려 있어야 했는데, 이를 불편하게 여긴 사람들이 이 뒷골목길을 이용했다고 한다. 이 길은 종로와 평행하게 북쪽으로 20~40m 떨어져서 좁게 펼쳐져 있었는데, 70~80년대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그런 골목 상가를 이루고 있었다.
점심을 먹으러 ‘피맛골’이라는 갈매기살 전문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음식값이 싸고 양도 많았고 맛도 좋았다. 고기를 숯불에 구워놓고 건배를 하였다. 건배사는 ‘백세까지~ 팔팔하게~!’. 모임의 이름인 ‘백팔회’에서 따온 아이디어였다.
그동안 밀렸던 여러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 모임에서 금기시 하고 있는 정치와 종교 얘기, 재산과 자식 자랑은 빼고서……. 어쩌면 이런 원칙과 서로를 위한 배려심이, 우연히 만난 여덟 명이 15년 넘게 지금까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정을 돈독히 쌓아가며 이 모임을 이끌어오게 된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점심 후에 피맛골에 있는 당구장과 탁구장에 들러서 두어 시간을 보냈다. 당구장에 있는 동안 60대 미만의 손님은 보이질 않았다.
이어서 피맛골을 지나 종로서적을 들렀다가 인사동 거리를 구경하였다. 이 골목 저 골목을 기웃거리며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안국역 가까운 골목으로 들어가 한식집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으며 다음번의 여행에 대한 논의를 한참 한 끝에 여행지와 여행 규모, 비용에 대해 합의를 끌어냈고, 월회비도 적정선으로 줄이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분위기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생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정말 좋은 분들과 함께 한 뜻깊고도 즐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