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스퀘이크.docx
Youthquake
국제부 부장기자 이소라
옥스포드가 매
해 선정하는 ‘올해의 단어’는 시대상이 그대로 반영된다.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렸거나 영향력이 큰 단어가 꼽힌다. 2017년의
올해의 단어는 ‘유스퀘이크’(Youthquake)가 되었다. 유스퀘이크는 ‘젊음‘(Youth)과 '지진'(earthquake)의 합성어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1960년대 영국 젊은이들의 생활상을 나타내던
단어가 약 50년 만에 새로운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1960년대, 많은 젊은이들이 열정과 자유를 분출했고 그 힘과 영향력은 사회 전체를 휩쓸었다. 1963년 비틀즈의 첫 엘피 앨범이 나왔고 디자이너 메리 퀀트가 미니스커트를 창시했다. 성적인 내용 때문에 금지 되었던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 합법적으로 출판되고 피임약이 판매되며 자유로운 성 생활이 시작되었다.
이 시점에 보그의 편집장 다이애나 브릴런드가 ‘유스퀘이크’를
언급하며 새로운 단어가 탄생했다. 즉, 유스퀘이크는 1960년대 젊은 세대들의 패션, 음악, 태도 등에서 보이는 갑작스러운 변화와 그에 따른 사회 변화를 묘사하는데 사용되었다. 유스퀘이크는 과거 하류 문화로 치부되던 청년문화를 주류문화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약 50년이 지난 지금, ‘유스퀘이크’가 부활했다. 물론 젊음의 힘을 나타내는 단어지만 그들이 촉발한 정치
변화에 주목하는 단어가 되었다. ‘유스퀘이크’가 다시 유행한
계기는 영국의 17년 6월 총선이다. 이 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보수당이 참패하고 노동당이 약진했는데, 진보적
정책을 지지한 청년표가 결과를 좌우했다는 분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뉴질랜드에서도 작년에 역대
세 번째 여성 총리인 동시에 1856년 이후 최연소 총리, 재신더
아던을 맞이하게 되었다. 총선 한 달전, 노동당의 지지율은
국민당의 절반에 그쳤다. 노동당은 전화위복을 위해 37세의
젊은 여성을 당대표로 삼았다. 그녀는 솔직함과 진보적 성향을 여과없이 드러내며 젊은층과 여성의 지지를
받았고 결국 극적으로 총리에 당선되었다.
영국과
뉴질랜드에 이어 최근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카탈루냐에서도 ‘유스퀘이크’가
일어났다. CNN은 18~34세의 젊은이가 압도적으로 독립에
찬성하였고 총선에서 그의 독립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일자리나 수입이 충분치 않아
힘든 젊은이들이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지진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렇게 전 세계적인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며 보다 젊고 진보적인 정치인이 등장하고 있다.
37세의
재신더 아던뿐만 아니라 지난 해 당선된 마크롱 프랑스 총리 또한 당선 당시 39세였다. 벨기에, 에스토니아, 우크라이나의
총리들도 38세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에서는 31세의 세계 최연소 지도자 탄생을 예측하고 있다. 몇 년 전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캐나다 트뤼도 총리 등의 40대 지도자들이 젊은층으로 언급되던 것보다 한 층 더
젊어진것이다.
우리나라도 올해 6월 13일 촛불혁명과 벚꽃대선으로 집권정당을 바꾼 후 첫 총선을
앞두고 있다. 중앙선관위의 발표에 따르면 20대 투표율은
76.2%로 18대 대선보다 7.2% 포인트 상승했다. 30대 투표율 또한 74.2%로 그 전 대선에 비교해서 4.2% 포인트 올랐다. 이는 2002년 대선 당시 젊은층의 투표율이 60%를 넘지 않았고 2007년 대선에서 20대 투표율(전반은 32.9%, 후반은
42.2%)이 매우 낮았던 것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 차이는 더 극명하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반짝 관심이 아닌 지속적인 정치적 관심일지, 이번
총선에 한국 또한 유스퀘이크를 맞을 수 있을지 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