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는 경제계에서도 통하는 말이다. 중소기업도 뭉치면 강해져 불황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업 분야가 각기 다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뭉쳐 자력갱생을 도모하며 경쟁력을 키워가는 중소경제인 단체가 있어 주목되고 있다.
희망경제연합(상임대표 김진시, 이하 희경연)이 바로 그 주인공. 지난해 7월 처음 14명의 뜻 있는 중소경제인들이 모여 출발한 이 단체는 1년이 지난 지금 온·오프라인 합쳐 400명이 넘는 회원 수를 자랑할 만큼 전국 규모의 경제인 단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지부 창립도 이어져 서울의 강남, 금천 및 인천김포지부 등 3곳의 지부가 창립되었고 곧 지방에서도 지부창립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단체가 짧은 기간임에도 이처럼 회원 수가 급증하면서 중소경제인들로부터 인기를 끄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인기비결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리도 뭉치면 산다” 는 것. 즉 정부와 대기업에 의지하지 않고 중소경제인들끼리 스스로 단합하여 상부상조하면서 사업경쟁력을 키워가자는 것이다. 각기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사업자들이 경쟁을 뒤로 하고 서로 힘을 합친다는 게 쉽지 않을 듯 하지만 해답은 간단하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전문분야의 사업 노하우를 회원들 끼리 공유하고 제품과 기술 및 서비스를 주고받으면서 서로에게 사업경영의 시너지 효과를 올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초창기라 활동 실적은 그리 크진 않지만 ‘희경연’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을 보면 대기업 경제인연합체인 ‘전경련’ 못지않다. 중소경제인 네트워크 구축, 사업정보 및 서비스의 공유, 회원간 경영 및 마케팅 지원, 중소경제인들의 권익 및 권리보호,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을 위한 정책발굴 및 제도개선, 이익의 사회환원 및 봉사활동 등은 현재 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사업이다.
여느 단체처럼 겉만 화려하게 포장한 건 아니다. 내실 있는 사업 추진을 위해 ‘희망경제정책연구소(소장 전병화)’도 설립하였고, ‘희망유통본부(본부장 정상국)’도 구축하였다. 탁상공론이 아닌 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발굴하고 제도개선을 추진하기 위해서이고, 업체가 필요로 하는 제품의 구매와 판매 및 경영지원 서비스를 본부가 직접 알선해줘 회원사의 경영 및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개업을 시작해 판로개척이 어려운 회원에겐 훌륭한 거래처를 알선해 주고, 명절 자금 회전이 안돼 발을 동동 구르는 회원사의 제품을 공동구매를 해준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희경연’ 회원들이 점점 늘어나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사업에 도움도 얻지만 사업을 하면서 인생의 보람도 찾게 해주기 때문이다. ‘희망봉사단(단장 이우석)’은 자체 ‘희망농장’을 운영하며 장애인 단체를 돕고 있다. 회원들이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무공해 채소들을 장애인자활공동체에 보내며, 겨울철이면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도 벌여 장애인을 돕고있다. ‘희망산악회(회장 박성옥)’는 회원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것이지만 친목 도모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게다가 산행을 하면서 ‘쓰레기 줍기’같은 환경운동도 벌여 대내외에 ‘희망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희경연 회원들이 늘어나자 최근엔 각 분야의 전문가들도 ‘희경연’ 활동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노무사 등이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회원들이 사업을 하면서 부딪치는 현장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있다. 최근엔 성공경영을 심어주는 유명 강사(이원모 KMI지식경영원장)도 합류했다. 그의 ‘희망세미나’는 회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희망세미나’는 회원들의 사업 성공을 위한 정신교육이 되고 있다.
희경연은 비영리 단체다. 하지만 운영을 위해 월회비 1만원을 받고 있다. 실제 사업을 운영하는 5인의 CEO들이 공동대표를 맡아 단체를 이끌고 있으며, 중요 의사결정은 30인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통해서 이뤄진다.
그동안 정부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을 위해 내놓은 지원시책이 무려 1,300여개가 넘고, 관련 지원기관만도 400여개에 이르지만 경제현장에서는 정작 도산과 몰락을 거듭하는 중소기업들이 즐비하다. 이는 정부정책과 집행이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시장경쟁의 원리가 작용하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제현장의 문제를 정부가 나서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 따라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도 자기 살길은 스스로 찾는 게 현명한 일이다. 희경연은 중소경제인들이 정부의 지원 없이 스스로 뭉쳐 사업경쟁력을 키워간다는 점에서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10월 10일 오후 7시, 호텔PJ에서 ‘희망경제연합 창립대회’가 개최된다. 희경연의 정식 출범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서다. 기업들의 도산과 중산층의 몰락으로 갈수록 양극화 현상이 심각해지는 시점에서 희경연의 출범은 정부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정책의 새로운 모델이자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