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왕폭 단독등반한 늦깍이 클라이머
"사람과 산" 이철규 기자
49세의 늦깍이 클라이머 김성대씨가 2월 12일 토왕성빙폭을 단독으로 올랐다. 이에 앞서 김씨는 지난 1월 29일 노량진클라이밍센터 김종곤씨와 토왕폭을 완등했느며 2월 11일에는 서울 냉골산우회 회원들과 함께 토왕폭 하단을 등반하기도 했다. 이전까지 정승권, 유학재, 강희윤,김점숙씨 등이 단독으로 등반하긴 했지만 쉰이 다 된 중년이 단독으로 이 빙폭을 오른 것은 처음이다
김씨가 처음 산행을 시작한 것은 93년 봄이다. 천직으로 생각하며 꾸준히 노력해 온 그림 그리는 일이 쉽게 풀리지 않자 산행을 하며 의식을 전환 해볼 생각으로 산을 찿았다. 혼자 처음 북한산에 오른 날, 힘은 들었지만 더 없는 생명력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이후 그는 매일 북한산이나 도봉산에 걸음품을 팔았다.
때론 자칭 북한산 리지도사라 하는 중년의 솔로산악인들을 따라 비봉과 보현봉을 오르기도 했다. 산행횟수가자 산행에 대한 기초 지식과 등반기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를 위해 여러 단위산악회나 등산학교의 문을 두드려보았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하고 말았다. 93년 4월, 그에게 서광이 비추었다.
나이 제한이 없는 정승권등산학교를 수소문 끝에 알게 되었고 이학교에 입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1년 동안 이 학교의 여러 교육과정을 거치며 등산교육을 받았다. 마음에 드는 것은 무엇이든 끝을 봐야 하는 열정적인 성격 탓으로 등산의 '맛보기'로는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암벽반에서 그와 나이가 비슷한 윤기헌(51세), 박성만(50세)를 만나 합세한 후에는 등산학교에 몰두했다. 암벽반 후에는 빅월등반, 한국OL협회가 운영하는 독도반, 이듬해 2월에는 빙벽반과 스포츠클라이밍반을 수료하며 1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그가 등산에 입문하고 보여준 열정적인 성격은 직업을 화가로 바꾸는 데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미대문턱에도 가보지 않은 샐러리맨이었던 그가 회사원에서 화가로 직업을 바꾼 계기는 직장일로 파리에 출장을 간 것이었다. 출장기간 중 파리국립박물관을 둘러보고 그곳에서 본 피카소와 마네의 그림에 넋을 잃고 말았다. 결국 출장에서 처리할 일들을 포기하고 매일 박물관에 묻혀 살았다. 귀국후 미련없이 사표를 낸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그후 그림 그리는 일에 매달렸다.
이제 산은 그가 화가로서 가졌던 고민을 풀 수 있는 편안한 휴식처가 되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한달에 10여일을 산에서 보내는 골수분자로 변해버린 것을 알고 스스로 놀랄때도 있다고 한다
평일에는 도봉산에서 주로 활동하고 냉골산우회 회원들과 북한산이나 도봉산 주변의 암릉에 매달리고 주말이면 골수회 멤버들과 함께 암벽등반에 몰두한다. 그의 등반실력은 온사이트로 5.10급 정도다. 열심히 운동한다면 한 등급 정도 더 오르겠지만 그 보다는 더 많은 산을 가보고 싶은 게 그의 마음이다.
그가 처음 등산학교에 입학했을 때 모두들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곤 했다고 한다. 중학교때부터 유도로 달련된 그의 몸은 누가 보아도 등반가로는 전혀 적합치 않게 다듬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조깅을 시작했고 술을 줄이고 점차 산행횟수를 늘려 나갔다. 그런 노력으로 몸무게를 8킬로그램이나 줄였고 암벽등반에서 선등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이전까지 즐기던 윈드서핑과 수상스키에는 흥미를잃었다.
빙벽반 졸업 후, 맛본 토왕성의 마력에 끌린 김씨는 그 얼음기둥에 재도전하기 의해 체력을 다지기 시작했다. 우선 15년이나 즐겨온 테니스와 조깅을 운동강도를 한단계 높여 열심히 했다. 또 오른손 대신에 토왕폭 선등을 가능하게 해줄 왼손의 힘을 기르기 위해 왼손잡이로 자세를 바꾸었다. 이런 노력을 5개월쯤하고 나자 테니스를 왼손으로 쳐 회원들과 경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으며 완력도 늘어났다.
김씨는 곧장 가래비와 구곡폭포로 달려가 훈련에 들어갔다. 1월29일 토왕폭을 선등한 그는 2월 11일 다시 토왕폭을 찾았다. 평일 도봉산에서 함께 등반하던 냉골산우회의 이애희(50세), 백인숙(50세), 김병조(44세)와 함께 하단을 등반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하단을 선등한 그는 다음날 단독으로 상.하단을 완등했다.
요즘은 그가 산에서 보여준 열정을 다시 그림에 쏟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내년 겨울을 대비해 또 다시 훈련에 매달리고 있다. 등산학교 동문 세명이 모여 만든 초록회의 '토왕150'을 실현하기 의해서다. '토왕150'은 초록회 멤버인 윤기헌,박성만씨와 그의 나이를 만으로 합쳐 150이 되는 내년 2월초에 셋이 함께 토왕폭을 완등하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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