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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
⑤:001 구천상제님께서 1905년 정월 그믐날 형렬을 거느리시고 부안 성근리 이환구의 집에 계실 때 환구가 부안 사람 신원일을 자주 천거하므로 부르시니 원일이 와서 뵈고 상제님을 자기 집으로 모셨는데 원일의 아버지와 형제는 상제님을 믿지 않을 뿐더러 머무르심을 싫어하니라.
원일이 여쭈기를『부친이 본래 어업을 경영하옵는데 지난 해에는 폭풍으로 큰 손해를 보았사오니 올해에는 바람으로 인한 재앙을 없게 하셔서 어업이 잘 되도록 하게 하여 주시면 다행하겠사옵니다.』하니 말씀하시기를『그 일은 어렵지 아니 하니 많은 이익을 얻은 후에 천냥을 내게 가져오겠느냐 앞으로 쓸 데가 있음이니라.』 하시니라.
원일의 부자(父子)가 기뻐하여 승낙하더니 이 해에 과연 바람으로 인한 재앙이 없고 칠산(七山) 바다에서 그의 어업이 가장 잘 되어 큰 돈을 버니라.
⑤:002 상제님께서 원일의 아버지에게 사람을 보내셔서『승낙한 돈 천냥을 보내라.』하셨으나 그는 약속을 어기고 보내지 아니하니 원일에게 말씀하시기를『이는 하늘과 한 약속을 어김이라. 내 일은 모두 신명으로 하여금 정하게 한 것이므로 한 가지라도 사사로이 못하느니 이 후로는 너희집 어업이 철폐되리라.』하시더니 과연 고기가 잡히지 않아 마침내 폐업하니라.
⑤:003 이해 봄 불가지에 계실 때 유불선(儒佛仙) 3자를 쓰시고 종도들에게 각기 뜻 가는 대로 짚으라 하시니라.
김석이 불자를 짚으려 하는데 마침 한 땔나무하는 사람이 와서 무슨 일을 하시 냐고 물으므로 종도들이 그 방자함을 꾸짖어 쫓으려 하니『그도 또한 인생이라 어찌 쫓느뇨.』하시고 그에게『우리가 도(道)를 세우려 하여 무슨 도가 좋을지 의논하고 있는 중이니 너도 이 3자 중 1자를 짚으라.』하시니라. 그가 유자를 짚으니『이 일로 인하여 후일 너희들이 유로써 피해를 당하리라.』하시니라.
⑤:004 회선동 보경의 집에서 여러 날 계실때 보경이 함열 사람 김광찬을 천거하여 따르게 하고 또 소진섭과 임피 군둔리의 김성화 등이 따르니라.
⑤:005 하루는 상제님께서 어렸을 때 지은 글이라 하시고 종도들에게
『운래중석하산원(運來重石何山遠,운수가 옴은 무거운 돌이 어느 산 먼데서 오듯 하는가?)
장득척추고목추(粧得尺椎古木秋,화장함은 한 자의 척추가 옛나무의 가을과 같음).』를 외워주시며
『선생문명(先生文命)이 아닐는가.』하고 마음속에 고하며 받으라 하시고 다시
『상심현포청한국(霜心玄圃靑寒菊,서리의 심정인 현포(곤륜산위의 신선이 사는 곳)는 푸르고 찬 국화와 같고)
석골청산수락추(石骨靑山瘦落秋,돌로 된 뼈인 청산은 수척하여 떨어진 가을과 같음).』를『선령문명(先靈文命)이 아닐는가.』
『천리호정고도원(千里湖程孤棹遠,천리나 되는 호숫길에 외로운 돛대가 멀고)
만방춘기일광원(萬方春氣一筐圓,만방의 봄기운은 한 광주리에 가득함).』을『선왕문명(先王文命)이 아닐는가.』
또 『시절화명삼월우(時節花明三月雨,시절은 꽃이 삼월비에 피고)
풍류주세백년진(風流酒洗百年塵,풍류는 술로 백년의 먼지를 씻음).』을『선생, 선령, 선왕, 합덕문명(合德文命)이 아닐는가.』
『풍상영력수지기(風霜閱歷誰知己,바람과 서리를 겪어지남에 누가 나를 알까?)
호해부유아득안(湖海浮游我得顔,호수와 바다를 떠 돌아다님에 내 얼굴을 얻고)
구정만리산하우(驅情萬里山河右,인정을 몰아가니 산과 강이 벗이고)
공덕천문일월처(供德千門日月妻,도덕을 이바지하니 해와 달이 아내임).』를『우리의 득의추(得意秋,바라던 일이 이루어져 뽐냄)가 아닐는가.』하고 각각 심고(心告,마음속에 고함)하며 받게 하시니라.
⑤:006 또 『때를 짐작컨대 대인보국정지신(大人輔國正知身,대인이 나라를 보필하니 정히 자신을 알고)
마세진천운기신(마洗塵天運氣新,먼지낀 하늘을 갈고 닦으니 운수기운이 새롭다.)
유한경심종성의(遺恨警深終聖意,원한을 끼친 경계함은 마침내 성스러운 뜻에 깊으니)
일도분재만방심(一刀分在萬方心,한 칼로 나눔은 만방의 마음에 있음.)이라.』창(唱)하시며 『이 글은 민영환(閔泳煥)의 만장(萬丈,죽은 사람을 슬퍼하여 쓴 글)이니 "일도분재만방심"으로 세상일을 알게 되리라.』하시고『사오세무현관(四五世無顯官,4대나5대에 관직이 없으니)하니 선령생유학사학생(先靈生幼學死學生,조상은 살아서는 유학,죽어서는 학생)이요
이삼십불공명자손입서방출석사(二三十不功名子孫入書房出碩士,2~30세에 이름을 떨치지 못하니 자손은 들어오면 서방,나가면 석사라 함 )라.』하시니라.
⑤:007 3월에 일진회원과 전주 아전(衙前,지방관리)이 서로 다투어 정창권이 마을 사람을 모아 4대문을 잠그고 일진회원이 성에 들어오는 것을 막으며 사방으로 알림문을 돌려 민병(民兵)을 모집하여 일진회를 소멸하려 한다는 소문을 들으시고『어렵게 살아난 것이 또 죽게 되니 구원하여 주리라.』하시며 경오에게『돈 70냥을 가져오라.』하시니라.
경오가 돈이 없다 하므로 다른 데서 7냥을 마련하셔서『이 7냥이 능히 70냥을 대신하리라.』하시며 형렬을 거느리시고 전주 용머리고개 주막에 이르셔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 술을 사주시고 종이에 글을 쓰셔서 그 집 문 돌쩌귀와 문고리를 연결하시더니 이날 오후에 일진회와 아전이 화해하여 4대문을 열고 일진회원을 성안으로 들어오게 하니라.
상제님께서 이날 쓰신 돈이 6냥이라 형렬에게 말씀하시기를『옛 사람은 바둑 한 점으로 10만군을 물리쳤다 하는데 이제 나는 돈 6냥으로 일진회와 아전의 싸움을 말렸느니라.』하시니라.
⑤:008 이 날 밤에 도적이 경오의 집에서 돈 70냥을 빼앗아갔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그 돈에 도적신(賊神)이 범함을 알고 사람을 살리는 일에 쓰기 위하여 가져오라 하였는데 경오가 불응함이니라.』하시니라.
⑤:009 이 후 여러 달 동안 객망리 앞 주막에서 공사(公事)를 행하시니 종도들의 내왕이 빈번하여 주막중인 오동팔이 돈을 많이 모으니라.
시일이 지나 종도들의 쓰는 비용이 부족함을 보고 심히 푸대접을 하므로 그무의함을 탓하니 타이르시기를『어리석은 사람이 어찌 의리를 알리요? 우리가 만일 그 무의함을 탓하면 그가 반드시 큰 화를 받으리니 나의 지나가는 곳에 덕을 베풀지 못하고 도리어 화를 끼치면 어찌 온당하랴.』하시니라.
⑤:010 태인으로 가셔서 밤에 종도들을 거느리시고 성황산 위에서 공사를 행하신 다음 말씀하시기를『이제 대신명(大神明)들이 모였으니 그 해산 끝에는 참혹한 응징이 있으리라.』하시더니 말씀을 마치시자 읍내(邑內)에서 군중의 고함소리가 나는지라 종도들이 상제님을 모시고 산을 내려와 까닭을 들으니 김기년의 주막이 군중에게 엄습되어 집안의 재물과 살림도구와 술독이 모두 부서졌다 하니라.
원래 기년이 술장사를 함에 읍내 청년들의 동정을 얻어 많은 돈을 벌었더니 그 후에 청년들이 궁핍하여지자 괄시가 심하므로 청년들이 분개하여 습격함이니라.
이튿날 상제님께서 그집에 이르시니 부부가 울며 이사하려 함을 보시고 타이르시기를『원래 이해득실이 모두 제 몸에 있고 다른 곳에 있지 아니하니 이후로는 삼가하여 모든 사람에게 따뜻한 정을 베풀면 앞길이 펴지고 영업이 다시 잘되리라.』하시니라.
⑤:011 그날 밤 동팔의 주막에서 갑자기 우뢰같은 소리가 나며 집이 절로 쓰러졌는데 사람과 세간은 상한 바 없으니라.
동팔이 재목을 수습하여 다시 집을 짓다가 두 번이나 거듭 전과 같이 쓰러지므로 할 수 없이 일을 중지하고 임시로 의막(依幕)을 치고 지내니라.
하루는 어떤 사람이 지나다가 그 상황을 보고 불쌍히 여기며 자진하여 서너 시간만에 집을 지어 준 다음 품삯도 받지 않고 가니라.
그 집을 지으려면 보통 목수가 10여일을 일해야 될 것이므로 이웃 사람들은 크게 이상히 여겼으나 종도들은 모두 전날에 성황산 위에서 하신 말씀이 상기되어 그 피화(避禍)는 신명들이 해산할 때 응징한 바요. 그 신이(神異)한 구조는 곧 상제님의 긍측(矜惻,부상하고 가엾이 여김)과 권능이라 생각하니라.
⑤:012 상제님께서 늘 공사를 행하실 때 종도들에게
『내가 삼계대권(三界大權)을 주재(主宰)하여 선천의 모든 도수를 뜯어 고쳐 후천의 새 운수를 열어 선경을 건설하리니 너희들은 마음을 잘 닦아 앞에 오는 좋은 세상을 맞으라.』하시므로 종도들이 하루 빨리 새 세상이 열리기를 바라니라.
⑤:013 7월 어느날 원일이 엎드려 청원하기를
『선생님께서 후천개벽의 새 세상건설을 선포하신지가 이미 오래이오며 삼계의 공사를 하심도 여러 차례이온데 세상의 사정은 변함이 없사오니 저희들의 미혹(迷惑)과 남들의 조소가 차차 더 심하옵니다.
바라옵건대 속히 선경을 건설하셔서 저희로 하여금 남의 조소를 받지 않게 하시옵고 저희들 생전에 복락과 영화를 누리게 하옵소서.』하니라. 상제님께서 훈교하시기를
『인사(人事)에는 기회(機會)가 있고 천리(天理)에는 도수(度數)가 있느니 무극(无極)이 정(定)하고 태극(太極)이 동(動)하여 생음양(生陰陽)하는 기동에 따라 그 기회를 지으며 도수를 짜는 것이 공사의 규범이라. 이를 버리고 억지로 일을 꾸미면 천하에 재앙을 끼침이요, 수 많은 사람의 생명을 빼앗음이니 이는 나의 공사가 아니니라.』하셨으나 원일이 다시 간절히 원하기를
『지금 천하가 혼란무도(混亂無道)하여 선악을 가리기 어렵사오니 속히 새 기운의 운수를 열어 주옵소서.』하므로 상제님께서 불쌍하게 여기시니라.
⑤:014 원일과 종도 여러 사람을 거느리시고 변산 개암사에 이르셔서 원일에게 물 한 그릇을 놓고 그 앞에 꿇어 앉게 명하신 다음 성냥 한 개비를 물에 넣으시니 문득 비바람이 크게 일어나니라.
말씀하시기를
『만일 한 동이 물에 성냥 한 갑을 넣으면 천지가 물바다가 될지니 개벽이란 이렇게 쉬우니라. 이것을 도수에 맞지 앉게 사용하면 재해만 지을 뿐이므로 내가 50년 공부의 도수를 짰느니라.』하시고 물을 물리시니 바람과 비가 그치니라.
상제님께서 원일에게 "빨리 집에 가보라."하시므로 원일이 명을 받들고 집에 가니 아우의 집이 비바람에 무너져서 그 가족들이 자기 집에 모여 있으니라.
⑤:015 원일이 비참하여 그 까닭을 아뢰니 이튿날 상제님께서 원일의 집에 이르셔서 말씀하시기를
『무릇 백성을 구제하고 세상의 병을 고침은 성인의 도요, 백성에게 재앙을 입게 하고 세상을 혁신함은 패악한 영웅의 술(術)이라. 이제 천하가 패악한 영웅에게 시달린지 오래인지라 내가 합덕지리(合德之理)와 상생지도(相生之道)로써 백성을 편안히 하리니 새 세상 보기가 어려움이 아니라 마음 고치기가 어려우니라. 이제부터 마음을 고치라. 대인(大人)을 공부하는 사람은 항상 호생지덕(好生之德,살려주기를 좋아하는 덕)을 가져야 하리니 어찌 많은 사람을 죽어 없어지게 하고 홀로 살기를 도모하리요.』하시니 원일은 상제님께 무례하게 사룀을 뉘우치고 그 아우는 형이 불고가사(不顧家事,가정일을 돌보지 않음)함이 미워서 상제님께 불공하게 한 죄로 집이 무너짐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고치니라.
⑤:016 원일의 아버지가 서울 사람으로부터 수만냥 빚을 얻어 어업을 하다가 실패하매 채권자가 와서 그 집에 지내며 채무의 상환을 독촉하니라.
상제님께서 그 정황을 보시고 가엾게 여기시며 채권자에게 말씀하시기를
『오늘 비가 오고 아니 오므로써 채무를 탕감할 내기를 함이 어떠하뇨? 그대가 비오고 아니옴을 먼저 결정하면 나는 그 반대로 하리라.』하시니 그가 흔쾌히 응낙하니라. 채권자는 이 때 날씨가 맑으므로『비가 오지 않으리다.』하니 상제님께서『비가 오리다.』하시고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시매 고대 소나기가 쏟아지니라. 채권자가 할 수 없이 그 빚을 탕감하니라.
⑤:017 8월에 상제님께서 고부 입석리 처남인 박창국(朴昌國)의 집에 가시니 마침 동생인 선덕부인(宣德夫人)이 벗은 발로 풀밭에 다님을 보시고 민망히 여기시며 말씀하시기를
『이 근처에 독사가 많은데 발을 물리면 어찌 하리요.』하시고 길게 휘바람을 부시자 문득 독사 한 마리가 풀밭에서 나와 뜰 아래 머리를 들고 도사리니라. 이 때 창국이 밖으로부터 들어오다가 독사를 보고 지팡이로 때려 죽이니 상제님께서 탄식하시며
『독사혜(毒蛇兮) 독사혜(毒蛇兮)여 상인견지(喪人見之)에 상장타살(喪杖打殺)하고 선승견지(禪僧見之)에 선장타살(禪杖打殺)이언마는 누이는 제어할 것이 없도다.』하시더니 독사의 피가 땅에 묻어 있음을 보시고『이 피를 맨 발로 밟으면 해가 있으리라.』하시며 친히 그 피를 발로 비벼 독기를 제거하시니라.
⑤:018 동짓달에 종도들을 거느리고 익산 만성리 춘심의 집으로 가셔서 승려의 옷 한 벌을 지어 벽에 걸게 하시고 사명당(四明堂)을 외시며
『산하대운(山河大運)을 돌리고 또 남조선(南朝鮮) 뱃도수 공사를 보리라.』하시니라.
7일간을 방에 불을 때지 아니하시고 도수를 보시더니 춘심에게 소의 머리 하나를 삶아 문 앞에 놓고 백지 하나를 잘게 무수히 잘라 풀로 붙여 연속(連續)하고 이를 말아서 두루마리를 만들게 하신 다음 다시 감아 두루마리를 만드시며 정성백에게 승려 옷을 부엌에서 불사르게 하시니 방에서 두루마기가 다 감기자 문득 번개소리가 뱃고동소리와 같이 나고 석탄연기가 코를 찌르며 온 집안이 바다바람에 흔들리는 배의 방과 같이 되니라.
이때 참석한 사람은 진섭,덕유,광찬,형렬,갑칠,춘심,성백과 그 가족들이니라.
덕유는 문 밖에서 어지러워 넘어지고 춘심의 가족들은 각기 그 침실에서 어지러워 넘어졌으며 갑칠 등은 정신을 잃어 인사불성이 되니라.
⑤:019 상제님께서 맑은 물을 갑칠의 입에 흘려넣으시며 부르시니 곧 깨어나니라.
차례로 물을 얼굴에 뿌리기도 하시고 혹 먹이기도 하시니 모두 정신을 회복하므로 말씀하시기를 『공사에 참여하여 모두 애를 썼으니 밥이나 제 때에 먹여야 하리라.』 하시고 글을 쓰셔서 갑칠에게 주시며 『부엌에 가서 태우라.』하시니라.
갑칠이 가보니 성백의 아내가 기절하여 있으므로 급히 글을 태우자 곧 깨어나서 정신을 차리고 밥을 지어 올리매 상제님께서 여러 사람에게 밥을 큰 그릇에 비벼 함께 먹게하시며『이것이 곧 불사약(不死藥)이니라.』 하시니라. 모두 그 밥을 먹으니 정신이 맑고 기운이 생겨났으며 위중한 폐병을 앓던 덕유는 이로부터 완쾌하니라.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렇게 허약한 무리들이 일을 독촉하느냐? 육정(六丁) 육갑(六甲)을 쓸어들일 때에는 살아날 사람이 적으리라.』하시니라.
⑤:020 어느날 함열을 경유하여 동곡으로 향하실 때 길이 심히 질어 다니시기에 불편하신지라.
상제님께서『칙령치도신장(勅令治道身長,도로를 다스리는 신장에게 명령을 내림)
어재함라산하(御在咸羅山下,상제인 내가 함라산 아래에 있음)
이어우전주동곡(移御于全州銅谷,전주 동곡으로 옮기려 함).』이라 글을 쓰셔서 태우시니 진 길이 고대 얼어 굳어지므로 마른 신발로 길을 떠나시니라.
⑤:021 동곡 앞의 술장수 정괴산이 극히 가난하였으나 늘 상제님께 지극한 정성으로 음식을 올리니라.
하루는 상제님께서 그 집에 이르시니 이날도 음식을 올리려고 토정(土鼎)에개장국을 끓이다가 문득 토정이 깨어지매 괴산의 아내가 낙담하여 눈물을 흘리므로 불쌍히 여기시고 신경원에게 명하셔서 그가 경영하는 철점(鐵店)에서 철정(鐵鼎) 하나를 가져다 주게 하시며
『조을시구 좋도다 철정과 괴산의 기이한 인연으로 한 도수를 이루도다.』하시니라.
이로부터 괴산의 가세(家勢)가 점점 넉넉해 지므로 모든 사람이 그 철정을 호정(好鼎) 또는 복정(福鼎)이라 하니라.
⑤:022 하루는 용화동 박봉민의 주막에서 술을 찾으시니 마침 술이 떨어졌다 하므로 상제님께서 술 항아리를 가져오게 하셔서 물을 부으시고 항아리를 손으로 어루만지신 다음 많은 사람에게 나누어 주게 하시니 그 맛이 오히려 본래의 술맛보다 더 나으므로 모두 신이하게 여기니라.
⑤:023 하루는 금산사 청련암의 승 김현찬에게 물으시기를
『명당(明堂)쓰기를 원하느냐?』하시므로『평생 소원이로소이다.』하니
『믿고 기다리라.』하시고 병욱에게도 그와 같이 물으시므로 진실로 바라는 소원이라고 하매 또
『믿고 기다리라.』하시니라. 그 후에 몇년이 지나도록 말씀이 없으시므로 하루는 병욱이 여쭈기를
『전에 말씀하신 명당은 언제 주시려나이까?』하니
『네가 아들을 원하므로 그때 명당을 써서 이미 이루어 졌느니라.』하시니라.
원래 병욱이 자식이 없음을 한하다가 명당을 말씀하신 후에 소실(小室)을 얻어 아들을 낳았으므로 그 일을 이르심이나 병욱이 심히 허탄하게 여기므로
『선천에는 매백골이장지(埋白骨而葬之,백골을 묻어서 땅에 장사지냄)로되 후천에는 불매골이장지(不埋骨而葬之,뼈를 묻지 않고 장사지냄)니라.』하시니라. 현찬도 여쭈매
『너도 이미 이루어 졌느니라.』하시니 명당을 말씀하신 후에 퇴속(退俗,중이 속인이 됨)하여 아내를 얻고 아들을 낳았으므로 이 일을 이르심이라.
⑤:024 갑칠이 부모의 산소를 가려고 산역(山役) 기구를 준비하였더니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너를 위하여 면례(緬禮)하여 주리라.』하시고 준비한 관과 물건을 불사르게 하신 다음 그 재를 앞 내에 버리게 하시며 하늘을 보라 하시니라.
갑칠이 우러러보니 문득 이상한 기운이 북쪽에서 남쪽까지 뻗치매
『너의 부모의 산소를 면례(緬禮)를 천상(天上)에 함이니라.』하시니라.
⑤:025 상제님께서 종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모든 일을 있는 말로 지으면 천지가 부수려 하여도 못 부술 것이요, 없는 말로 꾸미면 부서질 때에 여지(餘地)가 없으리라.』하시니라.
⑤:026 또 『나의 말은 한 마디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 하리니 들을 때에 익히 들어두어 쓸 때에 주저하지 말고 내어 쓰라.』 하시니라.
⑤:027 『대인(大人)의 말은 구천(九天)에 사무치느니 나의 말은 늘지도 줄지도 않고 딱 맞느니라.』 하시니라.
⑤:028 『말을 듣고 실행하지 않으면 바위에 물붓기와 같으니라.』하시니라.
⑤:029 어떤 사람이 도술을 가르쳐주시기를 간청하니 말씀하시기를
『이제 가르쳐 주어도 들어가지 않고 밖으로 흘러 바위에 물붓기와 같으리니 쓸 때에 열어주리라.』하시니라.
⑤:030 하루는『술수(術數)는 삼국시대(三國時代)에 생겼으나 해원(解寃)하지 못하더니 이제야 비로소 해원하게 되느니라.』하시니라.
⑤:031 또 『동학가사에 "발동말고 수도하소 때 있으면 다시 오리" 하였으니 기틀과 철을 알아야 하느니라.』하시니라.
⑤:032 『속언에 "맥(脈) 떨어지면 죽는다" 하느니 연맥(連脈)을 바르게 하라.』하시니라.
⑤:033 『나를 믿고 마음을 정직하게 하면 하늘도 너희를 두려워하리라.』하시니라.
⑤:034 『평소에 마음을 바르게 하고 바른 이치대로 행하여야 큰 일을 이루느니, 만일 사악한 마음으로 사된 이치를 좇아 하면 사악한 신이 들어 일을 망치고 마음에 믿음이 없이 일을 하면 농신(弄神,놀림을 맡은 신명)이 들어 일을 이리저리 마음대로 놀리며, 탐욕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도적신이 들어 일을 역행(逆行)시키느니라.』 하시니라.
⑤:035 『자리를 탐내어 당치 않은 자리에 앉으면 신명들이 등을 쳐서 물리치느니 자리를 탐내지 말고 덕 닦기를 힘쓰며 마음을 잘 가지면 신명들이 자리를 정하여 서로 받들어 앉히느니라.』하시니라.
⑤:036 『운수는 가까와 오고 도는 멀어지기 쉬우니 작정한 마음을 변치 않도록 하여 목넘기를 잘하라.』하시니라.
⑤:037 『동학시에 『도기장존사불입(道氣長存邪不入)』이라 하였으나 나는『진심견수복선래(眞心堅守福先來)라 하노라.』하시니라.
⑤:038 『동학가사에 “제 소위(所謂) 추리(推理)한다 생각느니 그 뿐이라”하였으니 너희들이 이 곳을 떠나지 아니함은 의혹이 더하여 자라나는 까닭이나 이곳은 곧 선방(仙房)이니라.』하시니라.
⑤:039 『모든 일에 성공이 없음은 일심(一心) 가진 사람이 없음이니 만일 일심만 가지면 못될 일이 없느니라. 그러므로 무슨 일에든지 일심 못가짐을 한할 것이요, 성공 못할 생각은 하지말라.』하시니라.
⑤:040 『천지 안에 있는 말은 하나도 허된 말이 없느니라.』하시니라.
⑤:041 『인간의 복록(福祿)을 내가 주재하나 베풀 곳이 없음을 한하노라. 이는 일심 가진 사람이 없음이니 일심을 가진 사람만 나타나면 빠트림 없이 베풀어 주리라.』하시니라.
⑤:042 『세상에서 수명복록(壽命福綠)이라 하여 복록보다 수명을 중히 여기나 복록이 적고 수명만 긴 것처럼 욕된 사람이 없느니라. 그러므로 너희는 수명보다 복록을 중히 여기라. 녹이 떨어지면 명도 떨어지느니라.』하시니라.
⑤:043 『내가 먼곳에 있을지라도 일심을 가진 사람은 찾으리라.』하시니라.
⑤:044 『너희들이 지금은 이렇듯 친숙하지만 미래에는 내 얼굴을 바로 보지 못하리니 마음을 바르게 하고 덕 닦기를 힘쓰라. 동학가사에『“많고 많은 저 사람에 어떤 사람 이러하고 어떤 사람 저러한가”함과 같이 탄식줄이 나오리라.』하시니라.
⑤:045 『천지인(天地人) 삼계에 가득 찬 것이 신(神)이니 풀잎 하나라도 신이 떠나면 마르고 흙바른 벽이라도 신이 떠나면 무너지고 손톱 밑에 가시 하나 드는 것도 신이 들어 그러하니라.』하시니라.
⑤:046 『신(神)은 사람 먹는데 따라서 흠향(歆饗)하느니라.』하시니라.
⑤:047 『사람끼리 싸우면 하늘위에서 조상신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느니 천상의 싸움이 끝난 후라야 인간 싸움이 바른데로 돌아가느니라.』하시니라.
⑤:048 『너희는 항상 평화를 주장하라. 너희끼리 싸우면 밖에서는 난리가 일어나느니라.』하시니라.
⑤:049 『풍신(風身)좋고 재주있는 사람을 보고 기운을 잃어 “저런 사람이 일을 이룰 것이요, 나와 같이 재주없는 사람이 어찌 큰 일을 감당하리요.”하여 낙심하면 이는 스스로 일을 깨뜨리는 것이니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하며 잘 되려 하여도 되지 않으리라. 그리하면 호위하던 신명들이 저런 나약한 사람에게 붙어 있다가 스스로 그르칠까 의심하고 두려워하여 떠나리라.』하시니라.
⑤:050 『천하사를 도모하는 사람은 몹시 힘든 것을 무릅쓰고 정성을 다하고 힘을 다하다가 설혹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죽어서 천상에 올라가면 자고로 그와 같이 살았을 때에 성공하지 못하고 사후에 잘된 신명들이 반갑게 맞아 상좌(上座)에 앉히고 고생을 위로하며 하늘위의 즐거움을 누리게 하리니 무슨 한이 있으리요.』하시니라.
⑤:051 『아무리 크고 중한 일이라도 도수에 맞지 아니하면 헛된 일이 될 것이요, 가볍고 작은 일이라도 도수에 맞으면 좋은 일이 되느니라.』하시니라.
⑤:052 『선천에는 모사재인(謀事在人)하고 성사재천(成事在天)이었으나 후천에는 모사재천(謀事在天)하고 성사재인(成事在人)이니라.』하시니라.
제 6 장
⑥:001 구천상제님께서 1906년 정월 5일에 종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오늘은 호소신(好笑神,웃음을 좋아하는 신명)이 올 것이니 너희들은 웃음을 조심하라. 만일 웃는 사람이 있으면 이 신명이 공사를 보지 아니하고 돌아가리라. 그가 한 번 가면 어느 때 다시 올지 모르느니라.』하시니라. 여러 사람이 각별히 조심하더니 뜻밖에 성백이 웃으므로 모두 따라 웃으니라. 이날 오후에 성백이 갑자기 몹시 춥고 떨려서 3일간을 일어나지 못하는데 상제님께서 어루만지시며 글 한 귀절을 읽으시니 고대 나으니라. 이때 상제님께서 날마다 물형약도(物形略圖,물건 형태의 약식 그림)를 그리셔서 그 종이를 태우시니라.
⑥:002 이달 21일에 원일이 동곡에 와서 상제님께 찾아 뵙고 여쭈기를
『제가 일찌기 궁감(宮監,벼슬이름)이 되어 궁도조(宮賭租,왕족의 토지를 빌어서 부치고 그 세로 내는 벼) 수백석을 써버렸사온 바 그 궁에서 부안군수에게 부탁하여 독촉이 심할 뿐 아니라 장차 집안의 재산을 몰수하고 가족들까지 처벌하려 하므로 피신하여 왔나이다.』하니
『그 일은 어렵지 아니하니 이곳에 머무르라. 오늘부터 77일이 되는 날 너에게 생문방(生門方) 도수를 붙여주리라.』하시니라. 원일이 그 후에 상제님을 모시고 서울을 다녀와서 집에 돌아가니 궁의 토지제도가 없어지고 따라서 궁감들의 금품을 올리지 않고 써버린 것도 모두 면제되었으므로
『까다로운 궁토제도의 폐단이 없어지고 여러 궁감이 살길을 얻었으니 이 모두 하느님의 은혜로다.』하며 감격하여 우니라.
⑥:003 3월 2일에 큰 공사를 행하시려고 서울로 출발하실 때 형렬에게 말씀하시기를
『전함은 순창으로 회항(回航)하리니 너는 지방을 잘 지키라.』하시니라. 다시 종도들에게 각기 소원을 기록하게 하시고 그 종이로 안경을 싸서 간수하신 다음 남기,성백,갑칠,광찬,병선 등을 거느리시고 군산에서 배를 타기로 하시고 원일 등 다섯 사람은 대전에서 기차를 타라고 명하시며
『이는 수륙병진(水陸竝進,바다와 육지에서 아울러 나아감)이니라.』하시니라. 또 원일에게 명하시기를『너는 서울에 들어가는대로『천자부해상(天子浮海上,천자가 바다위에 뜸).』이라 써서 남대문에 붙이라.』하시므로 원일이 명을 받들고 일행과 함께 대전으로 떠나니라.
⑥:004 상제님께서 일행을 거느리시고 군산으로 가실 때 병선에게 명하셔서
『영세화장건곤위(永世花長乾坤位,영원한 세상의 꽃은 건곤의 위치에서 오래되고)
대방일월간태궁(大方日月艮兌宮,위대한 방책의 해와 달은 간태의 궁에서 밝음).』을 외게 하시고 군산에 임하셔서 종도들에게 물으시기를
『바람을 걷고 감이 옳으냐 놓고 감이 옳으냐?』하시므로 광찬이
『놓고 감이 옳으리이다.』하고 아뢰니라. 이에 종도들로 하여금 오매(烏梅,한약재의 한가지) 5개씩 준비하게 하시고 배에 오르시자 바람이 크게 일어나고 배가 심히 흔들려 모두 멀미를 하므로 각기 오매를 입에 물게 하시니 안정되니라. 이날 밤에 갑칠에게 말씀하셔서 종이로 싼 안경을 북쪽방향으로 바다위에 던지게 하셨으나 갑칠이 배위에서 방향을 분별하지 못하여 주저하는데
『왜 빨리 던지지 아니하느냐?』하시므로
『방향을 분별하지 못함이니다.』하니
『번개치는 곳으로 던지라.』하시니라. 갑칠이 다시 올라가 살피니 문득 번개가 치므로 그제야 그 방향으로 던지니라. 이튿날 인천에서 기차로 서울에 임하셔서 모두 금연하게 하시고 광찬의 인도로 황교에 사는 그의 사촌동생 영선의 집으로 가시니라.
⑥:005 원일은 서울에 먼저 도착하여 즉시 "천자부해상" 이라는 글을 써서 남대문에 붙이니 크게 소동하여 인심이 소란하므로 나라에서는 엄중히 경계하니라.
서울에서 10여일간 계시며 여러가지 공사를 행하시고 벽력표(霹靂票,벼락에 관한 증거가 되는 종이)를 묻으신 후에 종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모두 흩어져 돌아가라. 10년 후에 다시 만나리라. 10년도 10년이요, 20십년도 10년이요, 30십년도 10십년이니라.』하시니라.
한 종도가 여쭈기를『40년은 10년이 아니옵니까?』하니『40년도 10년이야 되지마는 넘지는 아니 하리라.』하시며 모두 돌려 보내시고 오직 광찬만 머무르게 하시다가 몇일 후에 다시 만경으로 보내시며『연락이 있을때까지 기다리라.』하시니라.
⑥:006 서울에 계실 때 진고개 극장에 가셔서 마술 구경을 하시는데 입안에 불덩어리를 넣어 긴 양지(洋紙)를 한없이 뽑아내는 것을 보시다가 종도들에게 『왼손을 허리춤에 넣고 있으라.』하시니라.
그대로 하니 마술사가 갑자기 쓰러지므로 극장이 크게 혼란하여 경찰까지 출동하였으나 쉽게 진압되지 않으니라. 상제님께서 냉수를 머금어 품으시니 곧 소나기가 쏟아져 군중이 스스로 흩어 지니라.
⑥:007 영선의 이웃에 사는 오의관이 3년 전부터 폐병에 걸려 위기에 이르렀더니 상제님의 신성하심을 듣고 찾아 뵌 다음 고쳐주시기를 간청하므로 글을 써 주시며『이것을 그대의 침실에 갈무려두라.』하시니라. 오의관이 그대로 하니 병이 완쾌되니라.
⑥:008 오의관의 아내가 청맹(靑盲,겉으론 이상이 없으나 앞을 보지 못함)으로 어릴 때부터 고생하더니 상제님께 치료를 간절히 바라니라.
상제님께서 그 침실 문 앞에 임하셔서 양산대로 땅을 그어 돌리신 다음 소금을 조금 먹이시고 해 쪼이는 곳에서 사성음(四聖飮,한약의 한 가지) 한 첩을 달여 땅을 파고 붓게 하시니 그 눈이 고대 환하게 밝아지니라. 오의관 부부가 크게 감동하여 지극한 정성으로 받들어 모셔 음식을 올리니라.
⑥:009 이 때 광찬이 상제님께 옷 한 벌을 올리니 그 정교한 바느질을 칭찬하시니라. 광찬이 여쭈기를『이 옷을 지은 여성이 범절(凡節,법도에 맞는 질서와 절차)은 지극히 아름다우나 앉은뱅이이므로 불쌍하나이다.』하니
『내가 한 번 가보리라.』하시며 광찬을 거느리고 가셔서
『그대의 정성을 보아 걷게 하리라.』하시니 그 여성의 굳은 다리가 절로 펴지고 힘을 얻어 자유로 걸음을 걷게 되니라.
⑥:010 이 때에 또 갑칠이 설사끝에 변비로 10여일간 변을 보지 못하여 고생하니라. 마침 영선의 아우가 와서 과거에 순검(巡檢)이 되어 병욱을 잡으러 갔던 일을 말하니 상제님께서 들으시고 그 때 쓰던 칼을 가져오게 하셔서 영선의 침실 벽에 세우시고 갑칠을 홀로 자게 하시며
『오늘 밤에 담배 한 갑을 다 피워 연기를 내라.』하시니라. 갑칠이 새벽에 칼이 쓰러지는 소리에 크게 놀랬더니 변비가 절로 나으니라.
⑥:011 서울에서 갑칠을 동곡으로 돌려보내시며 말씀하시기를
『네가 가서 형렬과 성백으로 더불어 49일간 매일 종이로 만든 등 한 개씩을 만들고 또 각기 짚신을 한 켤레씩 삼아두라. 그 신으로 천하 사람을 신게 할 것이요, 그 등으로 천하 사람의 어두운 길을 밝히리라.』 하시므로 갑칠이 돌아와서 명하신 대로 하니라. 그 후에 상제님께서 만성리로부터 동곡에 임하셔서 짚신은 원평장에 내다 팔게 하시고 종이로 만든 등에는각각『음양(陰陽)』두 글자를 쓰신 다음 불사르시며 갑칠에게 은행 두 개를 구하여 오라 하시니라. 갑칠이 그 사촌형에게서 두 개를 구하여 올리니 종이등을 불사른 재 속에 넣으신 후에 그 재를 모아 냇물에 한 줌씩을 띄워 내리시며 하늘을 보라 하시니라. 갑칠이 우러러보니 재가 물에 퍼져 흐르는 모양과 같이 구름이 피어나니라.
⑥:012 4월 그믐에 상제님께서 동곡에서 형렬을 거느리시고 만경 광찬의 집으로 가시니라.
이 때 최면암(崔勉庵,최익현)이 순창에서 의병을 일으키매 마침 가뭄으로 인심이 소란하고 의병에 가입하는 사람이 날로 더하여 그 군세(軍勢)가 크게 떨치니라. 상제님께서
『70살이 된 노인의 나라를 위한 충성과 절개는 가상하나 때가 불리하니 어찌할 수 없도다.』하시고 세상사정을 걱정하셔서 비를 많이 내리게 하시니 각기 농사터로 돌아가 인심이 가라 앉으니라.
⑥:013 상제님께서 만경에서 익산 만성리로 가시며 종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이 번에 면암의 움직임으로 인하여 천지신명(天地神明)이 크게 동(動)하였으니 이는 그 혈성(血誠,피맺힌 정성)에 감동된 까닭이니라. 그러나 그 도수가 맞지 않으므로 한갖 백성만 죽음으로 몰아뜨릴 따름이니 답답한 일이로다. 더구나 이 번 공사로 가뭄으로 인한 피해를 물리치지 않았더라면 굶주림이 더하지 않으리요, 그의 만사(輓詞)나 미리 지어 두리라.』하시며 종도들에게 외어주시니 이러하니라.
『독서최익현(讀書崔益鉉,글을 읽던 최익현)
의기속검극(義氣束劒戟,의로운 기개가 칼과 창을 속박함)
시월대마도(十月對馬島,10월의 대마도)
예예산하교(曳曳山河교,산천으로 진흙 썰매를 끌음).』
⑥:014 동곡에 머무르실 때 병선에게 콩 약간을 주시며
『삼략(三略,병법서의 하나) 첫 장을 하루종일 읽되 콩으로 그 계산을 하라.』하시니라. 병선이 벽을 향하여 읽으면서 콩으로 다하매 다 읽었느냐고 물으시므로 그 콩을 세어보니 꼭 1000개니라.
⑥:015 동곡 근처에 사는 김도일이 상제님께 거만하게 대하더니 복통으로 몇일간 고생하므로 상제님께서 살펴보시고 배꼽 위를 만져주셨는데 그 후로 배꼽 위는 통증이 가셨으나 배꼽 아래는 여전하니라.
도일이 다시 와서 뵈고 만져주시기를 간청하니 방에 눕히시고 문 밖에 나가셨다가 들어 오시며 꾸짖으시기를『네가 어찌 감히 어른 앞에 누웠느냐.』하시고 종도들을 명하셔서 축출하시니라.
도일이 크게 성내어 돌아갔더니 병이 곧 나으므로 그 꾸짖으심이 곧 약이었음을 깨닫고 이로부터 마음을 고치니라.
⑥:016 도일이 다시 허리가 아픈 병이 풀리지 아니하여 지팡이를 짚고 상제님께 와서 뵈니
『병이 나은 뒤에도 아직 지팡이를 짚고 다님은 어인 일이뇨.』하시니라. 도일이
『허리가 아파서 그러하나이다.』하고 아뢰니 광찬을 시키셔서 그 지팡이를 꺽으매 병이 곧 나으니라.
또 도일에게 『서쪽 하늘에 붉은 구름이 떠 있는가 보라.』하시므로 나가 보고『붉은 구름이 떠 있나이다.』하니
『금산(金山)을 도득(圖得)하기가 어렵도다.』하시니라.
⑥:017 형렬이 다리가 아파서 음식을 먹지 못하고 몸이 춥고 떨리고 머리가 아픈데 상제님께서 주역(周易) 64괘의 이름 암송하게 하시므로 그대로 하니 곧 나으니라. 형렬이 그 까닭을 여쭈니
『팔괘 가운데 음양오행의 이치가 있고 약 또한 음양오행의 기운에 응한 까닭이니라.』하시니라.
⑥:018 5월에 상제님께서 광찬을 거느리시고 임피 이봉현의 집에 가시니 초행이시고 광찬은 봉현과 오래 전부터 친한 사이니라. 이 때 봉현은 습진으로 생긴 병으로 걸어 다니지 못하던 중에 반가이 맞아 술과 음식을 대접하면서 평소에 옷을 단정하게 하고 말을 갖추어 점잖게 출입하던 광찬이 이날은 동저고리 차림으로 같은 차림의 손님과 동행하여 옴과 손님이 광찬보다 나이가 아래임에도 높여서 대우함을 이상하게 생각하더니 그 손님이 바로 상제님이시라.
상제님께서 봉현에게 술을 권하셨으나 병을 핑계로 받지 아니하니『그 병을 낫게 하리니 염려말고 받으라.』하시고 광찬도 또한 그리하므로 봉현이 드디어 술을 함께 마시니라.
술을 마신 후에 상제님께서『다리를 냉수에 씻으라.』하시므로 명하신대로 하니 곧 나으니라.
⑥:019 봉현의 이웃사람 강화운이 배가 부어 오르는 병이 심하여 죽기만 기다리더니 그 아버지가 상제님의 신성하심을 듣고 와서 문 앞에 엎드리고 살려주시기를 간절히 청하니라.
상제님께서 살펴보시니 몸이 크게 부어 배는 독과 같고 다리는 기둥과 같으므로 말씀하시기를『부골(富骨)로 생겼도다.』하시며 손가락으로 부은 배를 누르시니 한 자나 들어가니라.
이에 사물탕 네 첩은 시렁에 얹어두고 두 첩은 문 밖에 흩게 하신 다음 글을 써서 태우시고 돌아오시니라.
이튿날 화운의 아버지가 와서 기뻐하며『병이 크게 차도가 있사오니 한 번더 보아주소서.』하므로 다시 살펴보시니 부은 기가 거의 내려있으니라.
상제님께서『미역국에 쌀밥을 말아 먹으라.』하시고 돌아오셨다가 이튿날 다시 오셔서 시렁에 얹었던 사물탕을 문 밖에 흩으시고 활석(滑石,한약 재료의 한 가지)을 방 가운데 흩으시며 화운에게『이렇게 앉아서만 지낼 것이 아니라 걸어보라.』하시고 억지로 걷게 하시더니 이로부터 완쾌하니라.
7일 후에 상제님께서 군둔리로 행하실 때 화운이 사금 30냥을 올렸으나 받지 아니 하시더니 굳이 올리므로 받으셔서 거리의 사람들에게 음식을 사주시니라.
⑥:020 어떤 사람이 아내의 심한 폐병을 상제님께 고쳐 주시기를 간청하므로 그 집에 임하셔서 청홍색 염료를 물에 풀어 그 사람에게 손으로 젓게 하시니 그 손이 염색되니라.
상제님께서『손을 씻지 말고 그대로 두면 그 염색이 질 때에 아내의 병도 나으리라.』하시더니 과연 그러하니라.
⑥:021 그 이웃 이명택이 눈병으로 고통하다가 상제님께 찾아뵙고 고쳐주시기를 간청하므로 술을 마시게 하시고 글쓴 종이로 심지를 비벼 눈에 대시니 눈물이 흐르면서 곧 나으니라.
상제님께서 동쪽하늘을 가리키시며 우러러보라 하시므로 모두 보니 대낮에 밝은 별이 나타나 있으니라. 말씀하시기를『저 별의 정(精)이 눈에 옮았느니라.』하시니라.
⑥:022 봉현의 집에서 옮겨 가실 때 말씀하시기를
『네 집에 폐를 많이 끼쳤으나 갚을 것이 없으니 너의 병든 늙은 어머니를 세상 떠날때까지 건강하게 하여주리라.』하시고 푸른 대 한 개를 가져오게 하셔서 발에 맞는 길이로 끊으신 다음 글 쓴 종이로 감으셔서 문 앞에 가로 놓으시고 모래로 그 양쪽 끝을 덮으신 후에『오늘 밤에 징조가 있으리라.』하시니라.
그날 밤 그곳으로부터 서기(瑞氣)가 일어나 하늘에 뻗쳐 달빛과 같더니 이로부터 봉현의 어머니가 80이 넘도록 병이 없고 건강하니라.
⑥:023 김낙범의 아들 석이 폐병으로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하므로 상제님께서 김덕찬을 거느리시고 그 집으로 가셔서 석을 사랑으로 업어내어 엎드리게 하시고 허리를 밟으시며『이제부터 네 병이 나으리라.』하시고 일으켜 걷게 하신 다음 닭 한 마리를 삶아 먹게 하시니 이로부터 완쾌하니라.
⑥:024 상제님께서 병을 고치실 때에는 가끔 병든 사람으로 하여금 그 뱃속을 들여다보게 하시므로 들여다 보면 환하게 보이는데 경락(經絡,5장6부에 생긴 병이 몸 밖으로 나타나는 자리)과 5장6부의 병난 곳을 낱낱이 가르쳐 주시니라.
⑥:025 이 후에 군둔리를 경유하여 함열 회선동 보경의 집에 임하셔서 그에게 큰 북을 대들보에 달게 하시고 밤새도록 북을 치시며『병자(丙子)정축(丁丑)』을 연달아 외시고
『이 북 소리가 세계에 울려 퍼지리라.』하시니라.
⑥:026 다시 보경 등의 종도들을 거느리시고 경상도 부산에 가셔서
『이곳이 바로 산진수회처(山盡水廻處,산과 물이 서로 싸고 도는 곳)며 세계의 관문이요, 후천선경의 기지가 될 곳이므로 소 백마리를 잡아 공사를 보아야 하되 번거로우니 흰 소로써 대신하리라.』하시며 성대한 치성(致誠)을 올리게 하시고 공사를 행하시니라.
⑥:027 또 군산에서 공사를 행하시며 글을 써 태우시니 이러하니라.
『지유군창지(地有群倉地,땅에는 군창이란 곳이 있어)
사불천하허(使不天下虛,천하로 하여금 비지 않게 하고) 왜만리(倭萬里,일본까지는 만리), 청만리(淸萬里,중국까지도 만리) 양구만리(洋九萬里,서양까지는 9만리) 피천지허(彼天地虛,저천지는 비고) 차천지영(此天地盈,이 천지는 참)
군기군창(君起群倉,임금이 군창에서 일어나)
천하함몰(天下陷沒,천하가 재난에 빠져서 멸망함).』
⑥:028 최익현이 순창에서 사로 잡혔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말씀하시기를『일심(一心)의 힘이 크니라. 같은 탄환속에서 정시해는 죽었으나 최익현은 살았으니 이는 일심의 힘으로 탄환이 범하지 못함이라.
일심을 가진 사람은 한 손가락으로 퉁겨서 만리밖의 군함도 깨뜨리느니라.』하시니라.
⑥:029 상제님께서 김경학의 집에 대학교(大學校)도수를 정하시고
『학교는 이 학교가 크니라. 이제는 해원시대이므로 천한 사람에게 도를 먼저 전하여야 하리니 남자 무당 6명을 불러오라.』 하시니라. 경학이 명을 받들고 불러오니 수건과 삿갓을 벗게 하신 다음 각각의 사람 앞에 맑은 물을 놓게 하시고 거기에 절을 4번 시키신 후 시천주(侍天呪) 세 번을 외게 하시고 주소와 성명을 물으시며『세상이 다 아는 이름이냐.』하시고『물을 마시라 이것이 곧 복된 물이요, 복록(福祿)이니라.』하시니라.
⑥:030 하루는 종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귀신은 천리(天理)의 극(極)이니 공사를 행할 때는 반드시 귀신을 시켜 판단하노라.』하시고 글을 쓰셔서 형렬의 집 벽에 붙이시니라.
⑥:031 경학의 집에서 흰 종이를 사지(四肢,사람의 두팔과 두다리)오리듯 하셔서 벽에 붙이시고 물을 머금어 품으시니 빗방울처럼 떨어지니라.
이에 물 한 동이를 길어오게 하셔서 한 대접씩 마시게 하시니라.
⑥:032 동곡에 계실때 종도 9인을 앉게 하시고 말씀하시기를
『이제 도운(道運,도의 운수)을 전하리라.』하시고 갑칠에게 푸른 대 한 개를 자의로 잘라오게 하셔서 그 마디의 수를 세어보니 모두 11절이니라. 다시 명하셔서 1절을 끊어내게 하시며
『이 10절중 1절은 대두목(大頭目)이라,내왕(來往)과 순회(巡廻,각처로 돌아다님)를 마음대로 할 것이요, 다음 9절은 도받는 사람이니라. 하늘에 별이 몇 개나 나타났는가 세어보라.』하시니라.
갑칠이 밖에 나가 우러러보니 구름이 하늘을 덮었는데 다만 하늘 복판이 열려서 별 아홉 개가 나타났으므로 그대로 아뢰니
『이는 도받는 사람의 수에 응함이니라.』하시고 또
『도운의 시작이 초장봉기지세(楚將蜂起之勢 ,옛 중국의 초나라 장수들이 벌떼처럼 일어나는 형세의 비유)를 이루리라 그러나 대두목은 오직 1절 뿐이니라.』하시니라.
⑥:033 10월에 예수교회에 임하셔서 모든 의식과 교리를 몸소 관찰하신 다음 종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별반 취할 것이 없느니라.』하시니라.
⑥:034 하루는 종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이 세상이 학교를 널리 세워 사람을 가르침은 미래에 세상의 문명을 크게 일으켜 천지사(天地事)를 도모하려 함인데 지금의 학교교육이 학생들로 하여금 비열한 명예와 이익에 빠지게 하니 그러므로 판 밖에서 도를 이루게 하느니라.』하시니라.
⑥:035 상제님께서 함열에 즐겨 임하시며 말씀하시기를
『이곳은 만인함열(萬人咸悅,모든 사람이 함께 기뻐함)의 뜻을 취함이니라.』하시니라. 삼계공사를 행하시며 두루 다니신 곳은 전북 7군이 위주니 곧 전주,태인,정읍,고부,부안,순창,함열이니라.
⑥:036 남기가 일진회원이 되어 상제님의 가입을 강제로 권하며 회원 열사람과 함께 상제님의 머리를 억지로 깎고자 하여도 베어지지 않더니 손수 머리의 한 갈래를 베시며
『내 이것으로써 여러 사람을 해원(解寃)시키노라.』하시니라. 다시 남기에게 탈퇴를 권하시며
『네가 내 말을 듣지 아니하면 이 후에 뉘우쳐도 어찌할 수 없으리라.』하시니라. 과연 그 후에 집안재산을 탕진하고 몸을 망쳐 그 가족이 떠돌아 헤어지니라.
⑥:037 어느날 전주 문태윤이 와서 뵈매 상제님께서 그 보자기를 보시고
『이 방은 한적한 공부방이며 4방에 의병의 소란이 있어 정찰이 심하므로 속 모르는 사람은 함부로 들이지 아니 하느니 그 보자기를 풀어보라. 그 속에 반드시 전쟁의 근원이 있으리라.』하시니 태윤이 두 세번 사양하다가 부득이 끄르자 그 숙부와 조카간의 재산관계의 소송문서가 들어 있으니라.
태윤이 여쭈기를
『이런 좋지 않은 일이 있으므로 선생님께 해결책을 여쭈러 왔사오나 부끄러워 차마 아뢰지 못하였나이다.』하매『전쟁은 가족전쟁이 크니 한 집안 난리가 온 세상의 난리를 끌어 내느니라.』하시고 글을 써서 봉하여 주시며『이 글을 조카의 집에 가서 태우라.』하시므로 그대로 하니 과연 화해되니라.
⑥:038 하루는 말씀하시기를『바람,구름,비,이슬,서리,눈,우뢰,번개를 일으키기는 쉬우나 오직 눈 뒤에 곧 비 내리고 비 뒤에 곧 서리치게 하기는 천지조화(天地造化)로도 오히려 어려운 법이라.
내가 오늘 밤에 이와 같이 일을 행하리라.』하시고 글을 쓰셔서 태우시니 과연 눈이 내린 뒤에 비오고 비가 개이자 곧 서리치니라.
⑥:039 이달 그믐에 원일이 건재약방을 개설하고 약을 사러 공주 시장에 갈때 상제님께 뵈고 여쭈기를『지금 길이 질어서 행인의 불편이 심하오니 원하옵건대 길을 얼게 하옵소서.』하니 허락하시고『술을 가져오라.』하시므로 그대로 하였더니 그날 밤 길이 얼어 붙어 연말까지 녹지 아니하니라.
⑥:040 형렬의 집에 계실 때 하루는 해가 제비산 봉우리에 반쯤 떠오르는데 상제님께서 종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이러한 어려운 시국에 처하여 어찌 세상을 바로 잡으려는 뜻을 품지 않으리요, 내 능히 일행(日行,해의 움직임)도 멈추는 권능을 너희에게 보이리라.』하시고 축인 담배 세 대를 갈아 피우시는 동안 해가 산꼭대기를 솟아오르지 못하다가 담뱃대로 땅을 치시니 해가 문득 솟아오르니라.
⑥:041 김익찬을 거느리시고 전주 세천으로 가실 때 일본인 사냥군이 기러기떼가 앉은 곳을 향하여 총을 겨누고 쏘려 하므로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잔인하도다 군자(君子)가 차마 볼 일이 아니니라.』하시고 왼 발로 땅을 한 번 구르시니 그 총이 쏘아지지 아니하니라. 사냥군이 이상히 여겨 총을 검사하는 사이 기러기 떼가 다 날아가므로 이에 걸음을 옮기시니 총이 그제야 발사되니라.
⑥:042 상제님께서 전주 이서면 불가지 김성국의 집에 계실 때 텃밭에 꿩떼가 많이 내리므로 성국이 덕찬과 함께 꿩을 잡으려고 흘치기를 많이 만들어 그 밭에 놓으니라.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희는 잡을 공부를 하나 나는 살릴 공부를 하느니라.』 하시더니 이로부터 꿩떼는 많이 내렸으나 흘치기는 한 마리도 걸리지 아니하니라.
⑥:043 불가지로부터 전주로 행하실 때 동남풍에 큰 비가 몰려오므로 상제님께서 막대기로 길가운데 금을 그으시니 빗줄기가 나뉘어서 한 갈래는 동쪽으로 한 갈래는 서쪽으로 흩어져 내리니라.
⑥:044 응종과 갑칠을 거느리시고 원평 앞 다리를 지나시며 왼 발로 한 번 구르시고 길 가에 서시니 말탄 사람 3명이 다리 건너편에서 오다가 말발굽이 땅에 붙어 움직이지 못하니라.
한 사람이 걸어서 다리를 건너와 상제께 절하고 애걸하매 발걸음을 옮기시니 말도 비로소 움직이니라.
⑥:045 하루는 금산사의 미륵금불(彌勒金佛)과 기대(基臺)를 살펴보시고 종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과연시 증정일체(甑鼎一體,솥과시루는 한 몸)며 양산도(兩山道)로다.』하시고 화위전녀(化爲全女)와 주초위왕(走肖爲王)을 말씀하시니라.
⑥:046 또 태인 도창현을 돌아보시다가 종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이곳이 군신봉조지국(群臣奉詔之局,모든 신하가 조서를 받드는 형국)이며 상유도창(上有道昌,위에는 도창현이 있고)하고 하유대각(下有大覺,아래는 대각교가 있으니)하니 백의군(白衣君,흰 옷의 임금) 백의신(白衣臣,흰 옷의 신하) 운회지지(運廻之地,운수가 윤회하는 땅)니라.』하시고 그 길 옆에 짧은 지팡이를 꽂아 놓으시며『이 짧은 지팡이는 인가목(人架木,나무이름)이라. 이 나무가 살아서 후일에 곤봉감이 되면 반드시 인명피해가 있으리라.』하시더니 과연 그것이 살아서 자라나니라.
제 7 장
⑦:001 구천상제님께서 1907년 봄 불가지 성국의 집에 계실 때 그 면의 황새물 문치도가 뵈러오는 길에 이성동 송대유(宋大有)에게 들려 함께 오려 하니라.
대유는 마침 일이 있어 함께 오지 못하고 폐병이 위기에 이른 사촌동생을 딸려 보내며 치도에게『선생님께 말씀드려 고쳐주시기 바라노라.』하고 돈2원을 사촌동생에게 주며『이것이 약소하되 술이나 올리라. 그리고 원금은 갚으라.』하니라.
병든사람이 돈을 받았다가 갚으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 1원을 돌려준 다음 1원만 가지고 치도를 따라와서 뵈니라.
치도가 상제님께 그의 병세를 아뢰고 고쳐주시기를 간청하니 말씀하시기를『인색한 사람은 병을 고치지 못하느니라.』하시므로『이 사람이 본래 가난하여 인색의 여 부가 없나이다.』하고 아뢰매『주는 것도 돌려주고 왔으니 어찌 인색이 아니리요, 병은 정성이 있어야 낫느니라.』하시니라.
⑦:002 환자가 부끄러워 돌아간 후에 치도가 돈 1원을 성국에게 주어 약간의 술과 음식을 준비하여 올리게 하니 상제님께서『그 돈이 오늘밤에 많이 불어날 것인데 부질없이 소비하는도다.』하시니라.
치도는 그 돈이 아무도 모르는 그날 밤의 노름 밑천임을 상제님께서 아심에 더욱 놀라 하느님이 세상에 오심으로 확신하니라.
치도가 물러날때『환자는 오늘밤부터 보리밥을 먹으며 시천주(侍天呪)를 24독 하게하라.』하시므로 치도가 전하여 그대로 하니 곧 완쾌하니라.
⑦:003 3월에 광찬을 거느리시고 말점도로 향하실 때 형렬과 갑칠을 만경 남포로 부르셔서 명하시기를『내가 이제 섬으로 들어감은 세상의 모든 백성의 죄를 대신하는 공사로 인한 귀양길이라, 20일만에 돌아오리니 너희들은 지방을 잘 지키라 .』하시니라.
⑦:004 4월에 상제님께서 말점도에서 공사를 마치시고 객망리로 돌아오셨다가 태인으로 행하시며 원일을 보내셔서 묵을 장소를 정하게 하시니라.
이튿날 중도에서 형렬에게 명하시기를『나는 여기서 자리니 너는 먼저 가서 원일과 함께 자고 다음날 아침에 하마정에서 나를 기다리라.』하시니라.
형렬이 명을 받들고 다음날 아침에 원일과 함께 하마정에 이르니 마침 장날이므로 사람이 많으니라.
상제님께서 그들을 만나 말씀하시기를『내가 오늘 벼락을 쓰리니 술을 가져오라. 』 하시므로 술을 올리매 잔을 받으셔서 조금 드신 다음 공중에 뿌리시니 문득 바람이 크게 일어나며 천둥번개와 함께 폭우가 쏟아지니라.
⑦:005 이윽고 바람과 비가 그치자 원일이 경원의 집에 가보니 마침 나무장수가 비를 피하다가 말하기를『나는 오늘 놀라운 일을 보았노라. 오는 길에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싸우는 것을 보았는데 며느리가 아들을 낳은지 7일도 못되어 어젯밤에 남편이 죽고 초상도 치르지 아니한 채 갓난애를 버리고 도망하니라.
시어머니가 쫒아와서 어린애를 맡아가라고 애걸하되 며느리가 듣지 않고 가는 중에 문득 벼락을 맞아 즉석에서 죽었으니 실로 하늘의 도가 밝도다.』하므로 돌아 와서 들은대로 아뢰니라.
⑦:006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내가 오늘 아침에 물망리를 지날 때 그 젊은 부인이 이슬을 털며 빨리 지나더니 그 뒤로 늙은 부인이 달려오며 젊은부인의 자취를 물으니라.
알고 보니 실로 하늘의 법도상 용서하지 못할 죄라 또한 죽은 남편과의 짝을 지어 부부가 됨은 저희들 스스로 한 것이라 하니 천연(天緣)의 의를 저버리고 어찌 천벌을 받지 않으리요.
대저 부모가 지어준 것은 인연이요, 스스로 지은 것은 천연이라 인연은 고칠수 있으나 천연은 고치지 못하는 법이며 이는 인간의 도와 하늘의 도를 함께 거슬림 이니라.』하시니라.
⑦:007 상제님께서 원일을 거느리시고 태인 관운장을 모시는 사당의 제원(祭員, 제사를 모시는 사람)인 경원의 집에서 공사를 행하실 때 경원에게 말씀하시기를
『관운장이 조선에 와서 극진한 대우를 받았으니 그 보답으로 공사에 힘을 다하여 협조함이 가하리라.』하시고 백지에 글을 쓰셔서 태우시니 경원은 처음 보는 일이므로 이상히 생각하니라.
다음날 경원이 다른 제원과 함께 사당에 들어가 살피니 관운장의 삼각수(三角鬚 ,세모꼴로 된 수염) 한 갈래가 떨어져 없으니라.
모든 제원은 이상하게 생각하였으나 오직 경원은 상제님께서 전날 하신 일을 회상하고 관운장이 공사에 협조한 표시라 생각하니라.
이후로 태인사람 김경학, 최창조, 최내경, 최덕겸 등이 상제님을 따르니라.
⑦:008 용암리 물방앗집 김사유의 작은 방에 사는 정태문이 상제님을 모시고 여러 날 방에서 지낼 때 풍토병으로 고통하며 고쳐주시기를 간청하니 상제님께서 허락만 하시고 고쳐주지 아니하시니라.
하루는 태문에게『네가 병을 고치려 하느냐?』하시므로『소원이로소이다.』하고 아뢰니 백지에 글을 써 주시며『이 글을 네 베갯속에 넣고 자라. 다음날 아 침에 일어나면 개 한 마리가 방문을 향하여 앞발을 모으고 피가 섞인 가래를 토하리니 곧 네 병을 개에게 옮겨 너를 낫게 함이니라. 그러나 그 개도 죽지는 아니하리라.』하시니라.
태문이 명하신 대로 하니 과연 그러하니라.
⑦:009 태문이 상제님께 병을 고쳐주신 은혜의 4배를 드리고 술과 음식을 외상으로 사서 올리니 말씀하시기를『만일 외상값을 지체하면 사지 아니함만 못하리라.』하시므로 태문이『내일 틀림없이 갚으리이다.』하고 아뢰니라.
이튿날 상제님께서 정읍으로 떠나신 후 태문이 외상값을 늦게 갚으려고 생각하니 문득 복통이 크게 일어나므로 나으면 고대 갚으리라 결심하니 복통이 다시 나으니라.
⑦:010 형렬의 사촌동생인 준상의 아내가 양쪽 발바닥에 종기가 나서 여러가지 약을 써도 효과가 없어서 마침내 죽을 지경에 이르렀으므로 준상이 사방으로 의원을 구하니 어떤 의원이 말하기를『그 종기가 난 곳은 곧 용천혈(龍泉穴,발바닥의 침놓는 자리이름)이라 다스리기 어려우나 지극한 정성으로 100냥의 약 값을 들이면 나으리라.』하니라.
준상이 탄식하며『집안이 가난하여 100냥을 마련하기 어려우니 집을 팔 수밖에 없도다.』하니라.
상제님께서 전해서 들으시고 준상을 불러 물으시기를『반드시 집을 팔기로 결심 하느냐?』하시므로『집을 팔 수 밖에 방법이 없나이다.』하고 아뢰니『진실로 그러할진대 집문서를 써 오라. 내가 의원을 대신하여 고쳐주리라.』하시니라.
준상이 문서를 써 올리니 받으셔서 불사르시고 손가락으로 물을 찍어 종기가 난 곳을 만지시니 고대 나으니라.
그 후에 집은 전과 같이 살게 하시고 다만 사랑 한 간을 수리하여 약방을 차리시니라.
⑦:011 동곡 박순여가 반신불수로 오랫동안 않다가 상제님께 사람을 보내어 고쳐 주시기를 간청하니 자현에게 물으시기를『순여의 병을 고쳐줌이 옳으냐, 그대로 둠이 옳으냐? 네가 마음을 먼저 풀어야 하리라.』하시니라.
자현이『고쳐주심이 옳으리이다.』하고 아뢰니『순여가 네게 불평을 끼친 일 이 많으니 너와 함께 가서 다스리리라.』하시며 순여의 집에 임하셔서 한번 휘파람을 길게 부시고 병든 손과 다리를 주무르시며 더운 물 한 그릇을 먹이시니 곧 나으니라.
본래 자현이 사회적인 관계로 순여에게 불평을 품었는데 상제님께서 그 일이 척이 됨을 풀어주심이니라.
⑦:012 동곡 이재헌의 아내가 몇년간의 오래 앓고 있는 병을 몸이 몹시 여위어 뼈만 남았으므로 재헌이 상제님께 고쳐주시기를 간청하니『그 병은 평소에 욕설을 많이 하여 그 되갚음으로 난 것이니 참회하면 나으리라.』하시므로 명하신대로 하매 곧 나으니라.
⑦:013 단오절이 되어 종도들과 마을 사람들이 상제님을 모시고 학선암으로 소풍하러 갈때 중도에서 소나기가 크게 몰려오므로 상제님께서 공중을 향하여 담뱃대를 한 번 휘두르시자 비가 다른 곳으로 비켜가니라.
⑦:014 5월에 상제님께서 형렬의 집을 나오시며 말씀하시기를
『이 길이 길행(吉行)이라. 한 사람을 만나려 함이니 장차 네게 알리리라.』하시더니 용암리 음식점에서 정읍사람 차경석을 만나시니라. 그는 전주로 가는 길에 여기서 점심을 먹고 쉬더니 상제님께서 삿갓에 풀대님으로 자현 등의 몇 사람을 거느리고 오시매 경석이 그 뛰어나신 모습과 순박하신 말씀과 행동을 보고 존경하여 인사를 올리니라. 상제님께서 온화하게 대하시고 점심으로 닭국을 드시며 경석에게도 권하시므로 경석이 황송하게 받자 벌 한 마리가 국에 빠지니라. 경석이 숟가락과 젓가락을 멈추고 상서롭지 못한 징조인가 하고 염려하니 말씀하시기를『벌은 규모있는 곤충이니 운수가 좋은 징조 이니라.』하시니라.
⑦:015 경석이 상제님께 여쭈기를『무슨 업을 하시나이까?』하니 웃으시며
『의원이라고 하면 좋으랴.』하시니라. 또 여쭈기를『어느곳에 머무르시나이까?』하니
『나는 동역객(東亦客) 서역객(西亦客) 천지(天地) 무가객(無家客)이로라.』하시니라. 경석이 속으로 상제님의 경륜을 알고자 다시『어떻게 하면 인권(人權)을 많이 얻으리이까?』하니
『한마디로 욕속부달(慾速不達,일을 서두르면 이루지 못함)이 니라.』 하시니라. 『자세한 뜻을 알지 못하겠나이다.』 하고 아뢰니
『사람 기르기가 누에 기르기와 같아서 일찍 내나 늦게 내나 먹이만 도수에 맞춰 주면 다같이 올리게 되느니라.』하시니라.
⑦:016 경석의 이 번 전주행은 소송할 일이 있어 그 문권을 가지고 가는 길인데 문권을 상제님께 보이며 여쭈기를『세사람이 모인 자리에 관장(官長)이 공사를 한다 하오니 판단하여 주옵소서.』하니라.
상제님께서 그 문권을 한 번 살펴보신 다음『이 송사(訟事)는 그대에게 유리 하리라. 그러나 피고의 열 한 식구는 살 길을 잃으리니 일의 옳고,그름이 어떠하든지 대인의 할 일이 아니라 사람이 반드시 살리는 기운을 띨것이요, 죽이는 기운을 띰은 옳지 못하니라.』하시므로 경석이 크게 감탄하여『과연 지극히 마땅하옵니다.』하고 문권을 불사르니라.
⑦:017 경석은 일찍이 동학신도로서 손병희를 좇다가 일을 처리함에 불만을 가져 길을 고치려 하던 차라. 이날 상제님께 뵈고 따르려 하여 함께 숙소로 가니 숙식(宿食)의 범절(凡節)이 너무 보잘 것 없고 간략하여 보기에 민망하니라.
⑦:018 상제님께서 경석의 떠나지 아니함을 안타깝게 여기시며 물러가기를 독촉하셨으나 경석은 자기 집으로 모시고자 간청하니, 상제님께서 혹 화도내시고 혹 욕도 하시며 혹 몰아서 내쫓기도 하시니라.
경석이 문득 생각하니 동학가사의『미친 듯도 하고 취한 듯도 한 저 양반을 간 곳마다 따라가서 지질한 그 고생을 누구더러 한 말이며』라는 귀절의 뜻에 깊이 깨닫는 바 있어 10일간을 머무르면서 집지(執贄,예절을 같추어 스승으로 모시는 제자가 되고자 함)하기를 굳이 청하니라. 상제님께서 명하시기를『네가 나를 따르려면 모든 일을 중지하고 오직 나의 가르치는 바에만 일심(一心)하여야 할지니 이제 돌아가서 가사를 정리하고 다시 이곳으로 찾아오라.』하시므로 경석이 그제야 인사드리고 집에 돌아와서 모든 일을 정리하니라.
⑦:019 6월 1일에 경석이 다시 용암리에 와서 상제님께 찾아 뵙고 정읍의 자기집에 임하시기를 거듭 간청하매 허락하지 않으시다가 3일 후에야 허락하시며『내가 깊은 목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겨우 벗어나 발목 물에 이르렀는데 이제 네가 다시 깊은 물로 끌어들이는도다.』하시니라.
⑦:020 상제님께서 일진회가 일어난 후로는 삿갓을 쓰시더니 이날부터 옷을 단정히 하시니라.
경석을 거느리시고 정읍으로 행하시다가 원평에서 군중에게 술을 사서 나누어 주시며 말씀하시기를『이 길은 남조선(南朝鮮) 뱃길이니 짐을 채워야 떠나리라.』하시니라. 다시 떠나시며『군사의 큰 행렬은 해가 가는 30리니라.』하시므로 경석이 이곳에서 30리되는 고부 송내 박공우의 집으로 모시니 공우는 경석의 동료로서 동학신도였으며 마침 49일 동안 기도하는 중이니라.
『이제 만날 사람을 만났으니 통정신(通精神)이 나노라. 나의 일은 비록 부모,형제,가족이라도 모르는 일이니 나는 서천서역(西天西域)대법국(大法國)천계탑(天階塔) 천하대순(天下大巡)이라. 동학주문에『시천주(侍天主) 조화정(造化定).』이라함은 나의 일을 이름이라. 내가 삼계대권(三界大權)으로 천지를 개벽하여 선경을 열고 조화정부를 세워진멸지경(殄滅之境)에 이른 인간과 천지의 혼란을 바로 잡으려 하여 삼계를 주시하다가 동방에 이르러 이 땅에 그친 것은 곧 참혹한 재앙에 빠진 무명약소의 민족을 먼저 도와서 오랫동안 쌓인 원을 풀어주려 함이니라. 나를 좇는 사람은 무궁한 복을 얻어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선경의 낙을 누리리니 이것이 참 동학(東學)이니라. 궁을가에『조선강산 명산이라. 도통군자(道通君子) 다시난다.』하였으니 또한 너희일을 이름이니라. 동학신자간에『대선생(代先生)이 갱생(更生)하리라.』고 전하니 이는 대선생(大先生)이 다시 나리라는 말이니라.』하시니라.
⑦:022 이튿날 정읍 대흥리로 향하실 때 공우에게 따로 말씀하시기를『만났을 적에』하시니 공우가 문득 동학가사의『만나기만 만나보면 너의 집안 운수로다.』라는 구절의 뜻을 깨닫고 드디어 상제님을 따라 나서니라.
⑦:023 용암리 앞 음식점에 임하셨을 때 그 여주인이 목에 여러개의 멍울이 생겨서 쉽게 낫지 않는 병으로 몇년간 고생하다가 상제님께 고쳐주시기를 애걸 하므로 종이에 글을 쓰셔서 그 집 게에게 던지시니 종이는 바람에 공중으로 날아가고 개는 그 자리에 엎어졌다 일어났으며 여주인의 병은 곧 나으니라.
⑦:024 이날 상제님께서 대흥리 경석의 집에 임하셔서 말씀하시기를『나의 이르는 곳을 천지(天地)에 고(誥)하여야 하리라.』하시며 글을 쓰셔서 서쪽 벽에 붙이시니 우뢰가 크게 일어나므로『속(速)하도다.』하시고 그 글을 떼시자 우뢰가 곧 그치니라. 공우는 크게 놀라 감복하고 마을 사람들은 뜻밖에 일어나는 맑은 날씨에 일어나는 우뢰소리를 이상히 여기니라.
⑦:025 상제님께서 경석에게 물으시기를
『이 집에서 지난 1894년 겨울에 세사람이 동맹한 일이 있느냐?』하시니 경석이 시인하매
『너의 아버지가 그 일로 인한 배신자의 밀고로 화를 입었느냐?』하시므로 경석이 울며『그러하나이다.』하고 아뢰니라. 또『너의 형제들이 그 배신자에게 큰 원한을 품고 복수하기를 도모하느냐?』하시므로『자식된 도리에 어찌 그렇지 아니하오리까?』하고 아뢰니『너희들이 그러한 마음을 품고 있음을 너희 아버지가 크게 걱정하고 있으니 너희들은 마음을 돌리라. 이제는 악을 선으로 갚아야 할 때니라. 만일 악을 악으로 갚으면 악이 거듭 되풀이 되어 후천에 악의 씨를 심는 것이 되느니 너희들이 나를 따르려면 먼저 그 악한 마음을 버려야 할지니라.』하시니라.
경석의 4형제가 별실에 가서 서로 그 원한을 풀기로 결심하고 그대로 아뢰니『뜰 아래에 짚을 편 다음 맑은 물 한 동이를 놓고 그 앞에서 너의 아버지를 대하듯이 마음 돌림을 심고하라.』하시니라.
4형제가 그대로 하며 설움이 복받쳐 크게 우니 상제님께서 타이르시기를 『너희가 너무 슬퍼함을 너희 아버지는 오히려 싫어하니 그만 그치라.』하시며
『천고춘추아방궁(千古春秋阿房宮,처녀 옛적의 몸,가을과 같히 무궁하리라 믿은 진시황의 아방궁)
만방일월동작대(萬方日月銅雀臺,모든 방면으로 해와 달 같이 빛나리라 믿은 조조의 동작대)』를 벽에 써붙이시며 잘 기억하라 하시니라. 이 후에 안내성, 문공신, 신경수, 박장근 등이 서로 이어 상제님을 따르니라.
⑦:026 상제님께서 이도삼에게 글 3자를 부르라 하시므로 도삼이 천지인(天地人) 3자를 부르니『하늘위에 하늘을 아는 이가 없고,땅 아래에 땅을 아는 이가 없으며 사람 가운데는 사람을 아는이가 없으니 아는 사람은 어느 곳으로 돌아갈까?(天上無知天,地下無知地,人中無知人,知人何處歸)』하시니라
⑦:027 이때 광찬은 동곡에 있다가 경석의 추종을 싫어하여
『그는 본래 동학여당(東學餘黨)으로 일진회에 참가하여 의롭지 못한 일을 많이 행하였는데 이제 도문에 들어오면 선생님께 누가 되고 우리의 힘써 닦음이 모두 헛된 일이 되리라.』하고 날마다 상제님을 원망하니라. 형렬이 민망하여 대흥리에 와서 뵈고 광찬의 불평을 아뢰며『어찌 이런 성질 가진 사람을 문하에 두시나이까?』하니 말씀하시기를『용이 물을 구할 때는 비록 가시덤불이 길을 막더라도 회피하지 않느니라. 돌아가서 잘 무마하라.』하시니라.
⑦:028 하루는 경석에게
『계분수사파(溪分洙泗派,시냇물은 수와 사로 나뉘어 흐르고)
봉수무이산(峯秀武夷山,산봉우리는 무이산으로 빼어남)
금회개제월(襟懷開霽月,마음속의 회포는 개인 하늘의 달처럼 열리고)
담소지광란(談笑止狂瀾,말하고 웃음으로 미쳐 날뛰는 물결을 그치게 함)
활계경천권(活計經千卷,살 계책은 경서 천권에 있고)
행장옥수간(行裝屋數間,가진 장구는 집 두어칸 뿐임)
소신구문도(小臣求聞道,제가 도를 듣기를 구하며)
비투반일한(非偸半日閑,반나절의 한가함도 탐내지 않음)』의 옛시를 외어 주시더니 그를 거느리고 순창 농암 장근의 집에 임하셔서 말씀하시기를『이제 천하대세(天下大世)를 회문산 오선위기(五仙圍碁,다섯 신선이 바둑을 두는 것에 비유)의 형세에 붙여 돌리느니 너에게 한 기운을 붙이노라.』하시니라.
잠시 후에 그집 머슴을 부르셔서『어제밤 꿈에 한 노인이 농바위를 열고 갑옷 과투구,대검을 내어주며『이것을 가져다가 주인을 찾아 전(傳)하라.』하므로 제가 받아 이 방에 두었는데 곧 저분이 앉은 자리옵니다.』하며 경석을 가리키니라.
일찌기 그 지방에서는 농바위 속에 갑옷과 투구,대검이 들어 있는데 장군이 나면 내어 가지리라는 말이 전하여오니라.
⑦:029 농암에서 몇일동안 공사를 행하시고 돌아오시며 글 한 수를 읊으시니 이러하니라.
『경지영지불의쇠(經之營之不意衰,다스려도 다스려도 뜻하지 않게 쇠해지고)
대곡사로결대병(大斛事老結大病,많은 곡식으로 노인을 섬겨도 끝내는 큰 병을 얻음)
천지권우경지사(天地眷佑境至死,천지가 돌보고 도와도 마침내 죽음에 이르고)
만사아손여복장(漫使兒孫餘福葬,모두 어린 자손으로 하여금 남은 복을 묻게 함 )』
⑦:030 상제님께서 6월부터 두어 달 동안 대흥리 경석의 집에 머무르실 때 공우가 여쭈기를 『제가 추종하옵기 몇달 전에 천원장터에서 예수교인과 다투던 중 큰 돌에 맞아 가슴뼈가 상하여 한참 정신을 잃었다가 겨우 일어나서 수십일 치료를 받은 후에 걸을 수는 있지만 아직 가슴에 손을 대지 못하고 고통하는 중이오니 고쳐주옵소서.』하니라.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네가 이전에 어느 길가에서 남의 가슴을 쳐서 죽을 지경에 이르게 한 일이 있으리니 그 일을 뉘우치라. 또 네가 몸이 나은 후에는 가해자를 찾아서 죽이려고 생각하나 네가 사람을 다치게 한 척이 그에게 붙어서 갚은 바이니 오히려 그만 하기가 다행이라.
네 마음을 잘 풀어 가해자를 은인과 같이 생각하라. 그러면 곧 나으리라.』하시므로 공우가 이 말씀에 크게 감복하여 마음을 돌리니라.
몇일 후에 천원 예수교회에 12명의 목사가 모여 대전도회를 연다는 말이 들리므로 공우에게 말씀하시기를『네 상처를 낫게 하기 위하여 목사들을 모이게 하였느니라.』하시더니 그 후 3일만에 공우의 상처가 완쾌하니라.
⑦:031 하루는 가물치 회를 올리니 상제님께서 드신 후 문 밖을 거니시며 하늘을 우러러 보시고 말씀하시기를『그 기운이 빠르도다.』하시므로 종도들이 우러러보니 가물치 형상의 이상한 기운이 동쪽을 향하여 떠나가니라.
⑦:032 종도들이 가야금을 잘 타는 사람을 불러 가야금을 타게 하고 유쾌히 노는데 상제님께서 금하시며 말씀하시기를『저 허공을 보라. 모든 일을 함부로 하기 어려우니라.』하시므로 종도들이 모두 우러러보니 가야금을 타며 여러 사람이 벌려앉은 형상의 이상한 기운이 허공에 떠 있으니라.
⑦:033 중복날 종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오늘 번개가 나지 아니하면 충재 가 생겨 농작물에 큰 피해가 있으리니 잘 살피라.』 하시니라. 종도들이 모두 주의하여 저물도록 살폈으나 번개가 나지 않으므로『천지가 어찌 백성에게 이렇듯 재앙을 내리나이까?』하니 상제님께서 마른짚을 끊으셔서 화로에 꽂아 불사르시매 문득 북방에서 번개가 치니라. 종도들이 다시『북방에만 번개가 치니 다른 지방 사람은 어찌 되나이까?』하니 4방에서 번개가 번쩍이므로 상제님의 권능에 감복하니라.
⑦:034 하루는 원일,공우 등의 몇사람을 거느리고 태인 살포정 음식점에서 쉬시는데 문득 뇌전이 크게 일어나서 벼락이 그 집에 떨어질듯 하므로 상제님께서 허공을 향하여 꾸짖으시니 그치니라.
공우는 전에 대흥리에서 벽에 글을 써 붙이셔서 뇌전을 일으키기도 하시고 이번에는 꾸짖어 그치게 하심을 보고 상제님께서 천지조화를 임의로 하시는 권능을 더욱 굳게 믿고 공경하니라.
⑦:035 상제님께서 공우에게 말씀하시기를『네가 오랫동안 식고(食告,음식을 먹기 전에 하는 기도)를 하였으나 이제 나를 만났으니 식고는 내게로 돌릴지어다.』하시므로 공우가 크게 기뻐하여 그리 하니라.
본래 공우는 동학의 규칙대로 대신사응감(大神師應感)이라는 식고를 하지 않고 항상『하느님 뵈어지이다.』하는 발원으로 식고하다가 이제 가르침을 받들고 생각하니 저의 마음속을 통찰하시고 천지조화를 임의로 하심으로 보아 평생소원이던 하느님께서 오심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으니라.
⑦:036 경석에게 말씀하시기를
『구월산에 있는 네 조상의 묘 금반사치(金盤死雉,금으로 만든 소반위에 놓인 죽은 꿩)의 기운을 옮겨오리라.』하시며 경석으로 하여금 춤을 추게 하시고 공우에게는 북을 치게 하시니라.
⑦:037 하루는 남기의 집에 임하시니 남기가 아들을 꾸짖으매 아들이 불순한 말로 대답하고 밖으로 들락날락하더니 문득 문 앞에 서서 움직이지 못하고 진땀을 흘리며 큰 소리를 연발하므로 온 집안이 크게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니라. 상제님께서 보시고 말씀하시기를
『왜 그렇게 고통하느냐, 마음을 풀라.』하시니 그제야 몸을 움직이며 정신을 차리니라. 집안 사람들이 그 까닭을 물으니『뜻밖에 정신이 혼란하고 숨이 막혀 호흡을 통하지 못하며 뼈마디가 굳어 움직이지를 못하였노라.』하니라. 상제님께서 물으시기를
『그 때에 네 가슴이 어떠하더냐?』하시니『심히 답답하여 견딜 수 없었나이다.』하므로『네가 당한 바로써 네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 보라. 아버지에게 그렇게 불순한 말을 하였으니 그 마음이 어떠하였으랴. 이로부터 뉘우쳐 다시는 그리하지 말지어다.』하시니라.
⑦:038 경석에게 말씀하시기를『너는 강령(降靈,신명이 내림)을 받아야 하리니 원황정기(元皇正氣) 내합아신(來合我身)을 연송하라.』하시니라. 경석이 잠시 연송하다가 갑자기 크게 우므로『이는 신명에게 벌을 받는 울음이니라.』하시니 그치니라.
⑦:039 경석과 공우가 신안(神眼)으로 살피니 대소신명(大小神明)들이 상제님을 찾아 뵐 때는 반천무지식(攀天撫地式)으로 4배를 드렸으며 상제께서는 읍(揖) 으로 대하시니라.
⑦:040 공우가 대흥리에서 상제님을 모시고 동곡으로 갈 때 과교리를 지나다가 문득 동학으로 몇년간 고생하던 일이 생각나서 크게 우니라.
상제님께서 보시고 물으시기를『무슨 일로 그다지 우느냐?』하시므로 계속 울며『과거의 고생이 낱낱이 생각나서 황송하옵게도 부지중에 울음을 참지못하였나이다.』하니『이 후로는 너의 일을 잘 되게 하리니 그만 그치라.』하시자 비로소 그쳐지니라.
⑦:041 이 해 가을에 농암 장근의 집에 계실 때 종도들에게 가르치시기를『이 곳에 큰 기운이 묻혀 있으니 이제 풀어 쓰리라.
전명숙과 최익현은 그 사람이 아니므로 도리어 해를 받았느니라.』하시고 공사를 행하시며 『영웅소일대중화(英雄消日大中華,영웅이 큰 중화에서 세월을 보내고)
사해창생여락자(四海蒼生如落子,천하의 백성은 부모 떨어진 자식과 같음)』를 읊으시니라.
이날 참석한 사람은 형렬,공신,광찬,원일,도삼,응종,갑칠,장근 등이니라.
상제님께서 백지고깔에 마장군(馬將軍)을 쓰셔서 문 위에 거시고 또 짚으로 두 아름쯤 되는 인정(人定,옛날 야간통행을 금하기 위한 큰 종)을 만드셔서 방 가운데 다시고 백지로 바르신 다음 24방위를 쓰시고 위에 종이를 비늘같이 오려 붙이시니 그 모양이 쇠로 만든 비늘붙인 갑옷과 같으니라.
⑦:042 장근에게 식혜 한 동이를 빚게 하셔서 이날 밤 식혜를 너벅지에 담아 인정(人定) 아래에 놓게 하시고 말씀하시기를
『회문산 오선위기혈(五仙圍碁穴)에 바둑의 원조(元祖) 단주(丹朱)의 해원도수(解寃度數)를 붙여 조선의 운수를 돌리려 하노라. 다섯 신선 중 한 신선은 주인이라, 수수방관할 따름이요.네 신선이 판을 대하여 서로 패를 써서 따먹으려 하니 시일만 지체하고 승부가 빨리 나지 아니하도다. 이제 수운을 청하여 증인으로 세우고 승부를 결정하려 하느니 이 식혜는 수운에게 줄 것이니라.』하시니라.
⑦:043 이어 말씀하시기를
『너희들 중에 동학가사의 글귀를 아는 사람이 있느냐?』하시므로 몇 사람이
『기억하는 귀절이 있나이다.』하고 아뢰니라. 상제님께서 백지에
『걸군굿 초라니패 남사당(男寺黨) 여사당(女寺黨) 삼대치』라 쓰시며『이 글은 주문이라 욀 때에 만약 웃는 사람이 있으면 죽으리니 주의하라. 또 이 글에 고저청탁(高低淸濁)과 가락이 있으니 욀 때에 잘 맞추라 맞지 않으면 신선들이 웃으리라.』하시며 친히 가락을 맞추어 외시므로 모두 따라 외니 실내에 냉기가 도니라.
외기를 멈추시고『수운이 왔으니 조용히 들어보라.』하시니 인정(人定) 위에서『가장(家長)이 엄숙(嚴肅)하면 그런 일이 왜 있으리』하는 소리가 나니라. 물으시기를『이 말이 어디 있느뇨?』하시므로 한 사람이『수운가사에 있나이다.』하니 상제님께서 인정위를 향하여 알아 듣지 못할 말씀 두어 마디로 담화하시니라.
⑦:044 또 말씀하시기를
『조선을 서양으로 넘기면 인종이 다르므로 차별과 학대가 심하여 살아날 수 없을 것이며 청국으로 넘기면 민중이 우둔하여 뒷감당을 못 할 것이요, 일본은 임진왜란 후로 도술신명(道術神明)들 사이에 척이 맺혔으니 그들에게 넘겨 주어야 척이 풀리리라. 그들을 수운의 주장 아래 두고 잠시 천하통일지기(天下統一之氣)와 일월대명지기(日月大明之氣)를 붙여 주어 일을 잘 시키려니와 한 가지 못 줄 것이 있으니 곧 어질 인(仁)자라. 만일 인(仁)까지 붙여 주면 천하는 다 저들의 것이 될 것이라. 인자는 너희에게 붙여 주니 오직 인을 잘 지키라. 너희는 편한 사람이요, 저희는 너희 일군이 되어 일은 분명하게 잘 할 것이나 갈 때에는 품싻도 못 받고 빈 손으로 돌아가리니 말 대접이나 후하게 하라.』하시니라.
⑦:045 이 공사를 마치시고 형렬에게 명하시기를
『허미수(許眉수)가 중수(重修)한 성천(成川) 강선루(降仙樓)의 일만이천 고물은 녹(綠)줄이 붙어 있고 금강산 일만이천 봉은 겁살(劫殺)을 벗겨야 하리라. 너는 광찬과 도삼을 데리고 동곡에 가서 아침,저녁으로 맑은 물 한 동이씩을 길어 스물 네 그릇에 나누어 놓고 밤에는 칠성경(七星經)을 21독하며 백지를 사방으로 한 치씩 오려 한 사람이 하루에 "시(侍)" 자 4백자씩 10일간을 써서 사방 벽에 붙이고 나를 기다리라.』하시므로 형렬이 그대로 행하니라.
⑦:046 이튿날 피노리 이남기의 집에 임하셔서 누른 개 한 마리를 잡고 술한동이를 받아오게 하신 다음 뒷산에서 가장 큰 소나무 한 주(株)를 베고 남쪽 방향의 누른 흙을 파오게 하시니라.
또 백지 3장을 각각 청,홍,황의 3색으로 물들이게 하셔서 여러 폭을 이어 소나무의 윗가지에 달게 하신 다음 시천주를 쓰신 백지 3장에 누른 흙을 조금씩 싸서 함께 달아 집 앞에 세우시니 깃대와 같으니라. 말씀하시기를
『전명숙이 이곳에서 잡혔는데 사명기(司命旗,명령을 내릴 권한을 맡은 표시의 기)가 없어 원한을 품게 되었으니 이 기를 세워 해원하노라.』하시니라.
⑦:047 이어 말씀하시기를
『개장국은 인간에서 먹는 음식인데 도가(道家)에서는 먹지 아니하므로 또한 원이 붙어 있으니 이제 이 국을 먹음이 해원겸,개정(改正)하려 함이니라.』하시고 함께 먹도록 하신 다음 남기에게 명하셔서 돈 33냥을 벽장에 두게 하시니라.
⑦:048 이 후에 다른 종도들은 돌려보내시며 공신에게 돈 33냥을 지니게 하시고 태인 행단 앞 음식점에 임하셔서 술을 찾으셨으나 없다 하므로
『이런 음식점에 어찌 없으리요?』 하시니라. 주인이
『새 독에 거르지 않은 새 술은 있나이다.』하므로
『이 공사는 새 술이라야 하고 안주는 이 집에 수명이 다 된 돼지가 있느니라.』하시고 글을 쓰셔서 주인으로 하여금 태우게 하고 돼지 우리에 가보게 하시니 돼지가 죽어 있으니라. 주인이 이를 보고 시끄럽게 떠들므로 진정시키시고 삶게 하시며 말씀하시기를
『이 돼지는 제 스스로 수천명의 사람목숨을 대신함이니 삶을 때 허락없이 맛 보는 사람은 죽으리라.』하시니라. 돼지가 삶아지니 그릇에 담아 뜰 가운데 놓고 술을 전주(全酒,물을 타지 않고 거른 술)로 걸러 마루 위에 놓게 하신 다음 글 21자를 쓰셔서 태우시며
『신명들은 비록 짐승 하나의 혼이라도 잘 되게 인도하라.』하시니라.
또 큰 소리로 『글자 한 자에 하나씩의 도수면 족하리라.』하신 다음 사람들과 더불어 술과 고기를 나누어 잡수시니라.
⑦:049 이튿날 아침에 33냥을 음식점에 주신 다음 길을 떠나셔서 어느 솔밭속을 지나시다가 문득 큰 소리로『이 놈이 여기 있도다.』하시므로 공신이 놀라 옆을 보니 동자석(童子石)이 서있으니라.
원평으로 가시며 말씀하시기를『뒷날 이곳에 일본군인이 매복하여 수천명을 상하게 될 곳이니라. 그러나 글자 한 자에 하나씩 밖에 죽지 않게 하였느니라.』하시더니 그 후에 일진회원 수천명이 떼를 지어 이곳을 지나는데 일본 군인이 의병인 줄 알고 총을 쏘아 21명이 죽으니라.
⑦:050 원평을 지나 신암에 임하셔서 말씀하시기를『들으니 손병희가 전주에 와서 서울에 교당을 짓는다고 신도의 어린 아이들 옷고름에 찬 돈까지 떼어다가 큰 집과 작은 집을 거느리고 산다 하니 그 무능함을 가히 알지라. 만일 재능이 있으면 천하의 집이 모두 저의 집이 될지니 집은 지어 무엇하리요. 이제 호남 각지에서 돈을 거두면 부하들은 망할 것인데 누가 그 무능함을 꾸짖으면 대답하지 못하고 돌아가리라.』하시니라. 응종이 여쭈기를『제가 쫓아가서 혼을 내주겠나이다.』하니『네가 진실로 쾌남아(快男兒)로다.』하시고 또『저희들은 다 구암(久庵,오래된 암자)이요 이곳은 신암(新岩,새로된 암자)이니 곧 모두 편안한 집이니라.』하시니라. 이 때 손병희가 호남지방을 순회하려다가 예정을 변경하여 돌아가니라.
⑦:051 신암을 떠나 동곡에 임하셔서 양 1마리를 잡아 그 피를 사기그릇에 담게 하시고 손가락으로 찍으셔서 형렬 등이 벽에 써 붙인 1만2천 시자(侍字)에 바르시니 글자 수가 다하매 피도 또한 다하니라.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그 글자의 모양이 러시아 병정과 같도다.』하시고 또『사기는 김제로 옮겨야 하리라.』 하시더니 마침 김제 수각리 임상옥이 이르므로 사기를 주시며 『인부를 많이 부릴 때에 쓰라.』하시니라.
⑦:052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선천에는 3상으로 인하여 음양이 고르지 못 하니라.』하시고
『거주(居住) 성명(姓名) 서신사명(西神司命) 좌상(左相)우상(宇相) 8판(判) 12백(佰) 현감(縣監) 현령(縣令) 황극후비소(皇極后妃所).』라 쓰셔서 광찬으로 하여금 약방 문지방과 맞추어보게 하시니라.
광찬이 대어보고 맞지 않음을 아뢰매
『일이 허사로다.』하시므로 경학이
『여백을 오려내고 글자 쓴 곳만 대어 봄이 옳겠나이다.』하며 그대로 하니 꼭 맞으니라.
⑦:053 이 후에 공우를 거느니시고 전주로 행하시다가 세내에 임하시니 점심때니라. 공우가 상제님을 모시고 고송암(高松庵)에게 종유(從遊,학덕이 있는 이에게 쫓아 다님)하는 친구의 집에 찾아가 점심을 부탁하니라. 상제님께서 점심대접을 받으시며 문득
『서양기운을 몰아내어도 다시 몰려드는 기미가 있음을 이상히 여겼더니 뒷 방에 딴전 보는 사람이 있음을 몰랐도다. 』하시고 공우를 명하셔서
『고송암에게 가서 물어 보라.』하시고 칠성경(七星經)의 문곡(文曲)의 위차(位次)를 제4위에서 제2위로 바꾸시니라.
⑦:054 11월에 동곡에 머무르실 때 공우가 오는 길에 우연히 흥이 나서
『모시러 가자 모시러 가자 부처님 모시고 우리집으로 돌아가자.』하고 노래를 부르니라.
동곡에 이르러 상제님께 뵈니 말씀하시기를
『내가 네 집에 가기를 원하느냐?』하시므로
『소원이로소이다.』하고 기뻐하니라.
상제님을 모시고 돌아가다가 용암리 물방앗집에 들어가 쉬는데 상제님께서 남쪽 하늘을 바라보시며『높다 높다.』하시므로 공우가 바라보니 구름이 가득 끼었는데 하늘이 방석 한 닢 넓이쯤 통하며 바람이 슬슬 불고 눈이 내리니라.
공우에게『나와 친구로 지내자.』하시니 공우는 그 말씀에 황공하면서도 이상히 여기는데 또
『기운이 적다.』하시므로 공우가 부지중에 여쭈기를
『바람이 좀더 불리이다.』하니 바람이 세게 부니라. 또 그렇게 말씀하시므로
『바람이 더 세어지리다.』하니 그 때는 바람이 크게 일어나서 모래와 돌을 날리니라. 말씀하시기를『용호대사(龍虎大師)의 기운을 네게 붙여보니 그 기운이 적도다.』하시니라.
⑦:055 공우를 거느리시고 정읍으로 가실 때 말씀하시기를
『마음으로 풍운조화(風雲造化)를 외라.』하시므로 공우가 그대로 외다가 문득 잊어버리고 그릇 천문지리(天文地理)를 외니라. 상제님께서
『그릇 외고 있으니 고쳐 외라.』하시므로 놀라 생각하니 과연 그러하니라. 이로부터 고쳐 외며 대흥리까지 가니 이날 밤에 비와 눈이 섞여 오므로
『네가 한 번 그릇 외므로써 천기(天氣)가 한결같지 못하도다.』하시니라.
⑦:056 정읍 수통점에서 계실 때 공우가 모셨는데 도삼이 와서 그 이웃 버들리의 20세된 여자가 범에게 물려갔다는 말을 알리니라. 상제님께서 공우에게
『하늘에 충성(蟲星)이 보이는가 보라.』하시므로 공우가 보고 나타나 있음을 아뢰니 목침으로 마루를 치시며
『충성아 어찌 사람을 해치느뇨』하시니라. 이튿날 그 여자가 돌아왔는데 옷은 찢어졌으나 몸은 상하지 않으니라.
⑦:057 태인 고현리 행단에 임하셔서 경석에게 말씀하시기를
『공자가 행단에서 강도(講道,도리를 강론함)하였느니 여기서 네게 글을 전하리라.』하시고
『부주장지법(夫主將之法,무릇 장수로서 주관하는 법은)
무람영웅지심(務攬英雄之心,영웅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힘쓰고)
상록유공(賞祿有功,공적이 있는 이에게 상과 녹을 주고)
통지어중(通志於衆,뭇사람의 뜻에 소통케 하고)
여중동호미불성(與衆同好靡不成,여러 사람과 함께 좋아하여 이룩하지 못할 것이 없으며)
여중동오미불경(與衆同惡靡不傾,여러 사람과 더불어 함께 미워하여 기울어지지 않음이 없음)
치국안가득인야(治國安家得人也,나라를 다스리고 집을 편안히 함은 사람을 얻음임)
망국패가실인야(亡國敗家失人也,나라를 망치고 집을 패망시킴은 사람을 잃음임)
함기지류함원득기지(含氣之類咸願得其志,기운을 머금은 부류(사람)는 모두 그 뜻을 이루기를 원함).』라는 옛글 한 장을 외어주시며 잘 지키라 하시니라.
⑦:058 또『내 일은 수부(首婦)가 들어야 되는 일이니 네가 내 일을 위하여 수부를 들여세우라.』하시므로 경석이 상제님을 모시고 자기 집으로 돌아와 그 이모의 딸 고부인(高夫人)을 천거하니라.
⑦:059 이달 3일에 상제님께서 고부인을 수부로 맞으시며 말씀하시기를
『내가 너를 만나려고 15년간 정성을 들였느니 이로부터 천지대업(天地大業)을 너와 함께 하리라.』 하시니라. 이어 부인과 더불어 붉은 책과 누른 책 각 한 권씩을 앞으로부터 교체로 깔며 그 책을 밟고 마당까지 나가셔서 부인으로 하여금 남쪽하늘을 향하여 4배하게 하시고 다시 그 책을 교체로 깔며 밟으시고 방으로 들어오시니라.
⑦:060 또 경석에게 말씀하시기를『너는 접주(接主,동학에서 교인조직에 참여하는 직책)가 되어 출입을 폐하고 집을 지키라. 이것은 자옥도수(自獄度數,스스로 옥에 갇히는 도수)니라.』하시니라.
⑦:061 동곡에서 공사를 보시다가 형렬에게 명하시기를
『내가 삭발하리니 너도 하라.』하시므로 형렬이 마음으로는 싫어하나 억지로 승복하니라. 또 갑칠을 부 르셔서『내가 삭발하리니 내일 대원사에 가서 주지 금곡을 불러오라.』하시므로 형렬이 근심하였으나 그 후 다시 말씀이 없으시니라.
⑦:062 전년 여름에 공우가 처음 상제님을 모시고 동곡으로 갈 때 제비산 중턱에 한 대장이 갑옷과 투구,장검을 잡고 서있음을 본 일이 있으니라. 이 날 밤에 준상의 집에 머무르는데 어떤 사람이 와서 일본 헌병이 당신을 잡으려고 여기로 온다는 말을 전하니 상제님께서 들으시고 형렬의 집으로 가시니라.
종도들은 준상의 집에서 깊이 잠들었으나 공우는 헌병이 올까 두려워서 뒷산에 올라 망을 보니 밤 중에 원평쪽에서 등불을 밝힌 5~6사람이 오다가 마을입구에 이르러 불이 꺼지니라.
준상의 집에 돌아와 종도들을 깨워 함께 도피하려 하였으나 모두 잠을 깨지않아 시간이 한시간 정도 지났는데 아무 기척이 없으므로 안심하고 자니라.
다음날 아침에 상제님께서 공우에게 말씀하시기를『대장은 도적을 잘 지켜야 하느니라.』하시니라.
⑦:063 공우가 은밀히 일진회 사무소에 다녀왔더니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한 몸으로 두 마음을 품는 사람은 그 몸이 쪼개어 지고 한 어깨에 두 짐을 지면 뒤 통수가 깨어지리라.』하시므로 공우가 놀라서 다시는 숨은 일을 하지 못하고 일진회 관계도 아주 끊으리라.
⑦:064 공우가 상제님을 추종한 후로 여러 종도가 모두 보발(保髮,머리를 기른채로 보존함)하였으므로 삭발한 자신이 어울리지 못함을 불안하게 생각하여 머리를 길러 몇 달 후 솔잎상투에 갓과 망건을 쓰고 다니니라. 하루는 금구를 지나다가 과거의 일진회 동지 10여사람을 만나매 그들이 공우의 장발을 조소하며 붙들어 머리를 자르니라. 공우가 집에 돌아와서 두어 달 동안 출입을 폐하고 다시 머리를 기르더니 상제님께서 임하셔서 몇 달동안 나오지 않는 이유를 물으시므로 황공하여 머리를 잘리게 된 까닭을 아뢰고 집에 있으면서 머리를 길러 갓과 망건을 차린 후에 뵈오려 한다 는 뜻을 아뢰니『나는 오직 마음을 볼 뿐이니 머리에 무슨 관계가 있으리오.』하시니라.
⑦:065 공우의 아내가 물을 긷다가 빙판에 넘어져 허리와 다리를 다쳐 움직이지 못하므로 공우가 걱정되어 청수(淸水)를 떠 놓고 상제님 계신 곳을 향하여 낫게 하여 주시기를 지극한 정성으로 빌었더니 그 상처가 곧 나아 일어나리라. 그 후에 상제님께 뵈니 웃으시며『아내의 병으로 얼마나 염려하였느냐. 그러나 고칠 줄을 아니 다행이로다.』하시니라.
⑦:066 하루는 형렬에게 옛글을 외어주시며 잘 기억하라 하시니 이러하니라.
『부용병지요(夫用兵之要,무릇 군사를 쓰는 요령은)
재숭례이중록(在崇禮而重祿,예절을 숭상하고 녹을 중히 여김에 있으며)
예숭즉의사지(禮崇則義士至,예절을 숭상하면 의로운 선비가 오게 되고)
녹중즉지사경사(祿重則志士輕死,녹을 중히 여기면 뜻있는 선비가 죽음을 가벼히 여긴다.)
고녹현불애재(故祿賢不愛財,그러므로 어진이에게 녹을 줌에는 재물을 아끼지 않으며)
상공불유시즉(賞功不逾時則,공있는 이에게 상을 줌에 때를 어기지 않으면)
사졸병적국삭(士卒竝敵國削,선비와 병사가 아울러 와서 적의 나라가 깎여 망함)』
⑦:067 또 이러하니라
『처세유위귀(處世柔爲貴,세상을 사는데는 유순함이 귀하고)
강강시화기(剛强是禍基,강하고 강함은 재앙의 기초임)
발언상욕눌(發言常欲訥,말을 꺼냄에는 항상 어눌하고자 해야 하며)
임사당여치(臨事當如癡,일에 임해서는 마땅히 어리석은 것 같이 하라)
급지상사완(急地常思緩,급한 곳에서는 항상 느즈러짐을 생각하고)
안시불망위(安時不忘危,편안할 때는 위태로움을 잊지 말라)
일생종차계(一生從此計,한 평생을 이러한 계책을 따르면)
진개호남아(眞個好男兒,진실로 좋은 사람이다)』
⑦:068 또 『명월천강심공조(明月千江心共照,밝은 달은 많은 강의 마음 속을 한결같이 비추고)
장풍팔우기동구(長風八優氣同驅,긴 바람은 팔방 모퉁이의 기운을 한가지로 몰아 옴)』라는 옛 글을 외어주시며『너는 좌불(坐佛)이 되어 처소를 잘 지키라. 나는 유불(遊佛)이 되리라.』하시니라.
⑦ 7:069 『속언에 남조선(南朝鮮)사람이라 이르느니 이는 남은 조선사람이란 말과도 같으니라.
동서 각 교파와 사상에 혼을 빼앗기고 남은 못난 사람에게 길운(吉運)이 있음을 이르는 말이니 그들을 잘 가르치라.』하시니라.
⑦:070 하루는 형렬에게 명하셔서 종이에 64괘를 그리고 24방위를 쓰게 하셔서 해를 향하여 태우시며『여아동거(與我同居)하자.』하시고『잘 믿는 사람에게 해인(海印)을 전하여주리니 잘 믿으라.』하시니라.
⑦:071 또 『선비는 반드시 몸에 지필묵(紙筆墨)을 지녀야 하느니라.』하시니라.
⑦:072 『선비는 대학(大學) 경일장(經一章) 장하(章下)를 알아두어야 하느니라. 』하시고 외어주시니라.
『우경일장(宇經一章,우편은 경서의 제 1장이고)
개공자지언이(皆孔子之言而,대개 공자의 말임)
증자술지(曾子述之,증자가 이것을 기술하여)
기여십장즉(其餘十章則,그 나머지 열 장은 곧)
증자지의이(曾子之意而,증자의 뜻이며)
문인기지야(文人記之也,제자가 이것을 기록함임)
구전파유착간(舊傳頗有錯簡,옛 경전에 자못 뒤섞인 책장이 있어서)
금인정자소정이(今因程子所定而,이제 정자의 정한 바에 의하여)
갱고경문별위서차여좌(更考經文別爲序次如左,다시 경의 글을 참고하여 따로 서차를 좌측과 같이 함)』
⑦:073 형렬에게 서경(書經) 진서편(秦誓編)의 일절(一節)을 외어주시며 잘 기억하라 하시니라.
『여유일개신(如有一介臣,만약 한 사람의 신하가 있어)
단단의무타기(斷斷의無他技,아주 성실하고 조금도 틀림이 없고 다른 기술은 없음)
기심휴휴언기여유용언(其心休休焉其如有容焉,그 마음이 관대하여 그 사람을 능히 받아 들일 수 있음)
인지유기약기유지(人之有技若己有之,다른 사람의 재주가 있어 그것을 자기가 있는 것 같히 함)
인지언성기심호지(人之彦聖其心好之,남의 어질고 명철함을 그 마음으로 좋아하여)
불시여자기구출시능용지(不시如自其口出是能容之,뿐만 아니라 그 입에서 나온 것 같이 하고 이것을 능히 받아들임)
이보아자손여민(以保我子孫黎民,이로써 나의 자손과 백성을 보호하면)
역직유리재(亦職有利哉,또한 이로움이 있음)
인지유기모질이오지(人之有技冒疾以惡之,남의 재주가 있어 그것을 시기하고 질투해서 미워함)
인지언성이위지(人之彦聖而違之,남의 어질고 명철함을 그리하여 어김)
비부달시불능용(비不達是不能容,달성하지 못하게 하고 이것을 능히 용납하지못 함)
이불능보아자손여민(以不能保我子孫黎民,이로써 나의 자손과백성을 보호하지못 하여)
역왈태재(亦曰殆哉,또한 위태롭다 할 것임)』
⑦:074 또 『모든 말을 묻는 사람이 있거든 그가 듣고 실행하든지 않든지 바른대로 일러주라.』하시니라.
⑦:075 종도들에게 가르치시기를『세상에 성으로 풍씨(風氏)가 먼저 났으나 전하지 못하고 사람의 몸에 들어 다만 체상(체相)의 칭호인 풍신(風身),풍채(風采) 풍골(風骨) 등으로 일컫게 되었을 뿐이요, 그 다음에 강씨(姜氏)가 먼저 났느니 곧 사람 성의 시작되는 맨 처음이니라.
그러므로 이제 개벽시대를 당하여 원시반본(原始返本)되는 고로 강씨(姜氏)가 일을 하게 되었느니라.』하시니라.
⑦:076 어떤 종도가 상제님 부친의 집이 몹시 좁음을 민망히 여겨 그보다 큰집을 사드리니 상제님께서 아시고 꾸짖으시기를『네가 어찌 내 부친의 앞길을 막느냐. 속 모르는 사람은 나를 불효라 할 것이나 나는 부친의 앞길을 닦아 드리려 함이로다. 내가 항상 가늠을 놓고 보는데 만일 그 가늠에 어긋나면 허사가 되느니라. 너희들이 부친의 가난하심을 민망히 여겨 도와주고 싶으면 먼저 내게 말하라.』하시니라. 상제님께서는 부친께 일상생활을 자력으로 하시고 허물이 있으시면 고치시기를 간곡히 말씀드리며 종도들이 혹 물품이나 금품을 드리는 것을 엄히 금지하시니라.
⑦:077 상제님께서 옛사람을 평하실 때는 강태공,서가모니,관운장,이마두를 자주 칭찬하시니라.
⑦:078 하루는 종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일군된 사람은 씨름판을 본받을지니 씨름에 뜻하는 사람은 판 밖에서 영양을 보충할 음식을 많이 먹고 기운을 잘 길러 끝판을 노리고 있느니라.』하시니라.
⑦:079 또 『위천하자불고가사(爲天下者不顧家事,천하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가정을 돌보지 않음)하느니 제갈공명이 성공하지 못함은 유상팔백주(有桑八百株,뽕 나무 팔백주)로 인함이니라.』
⑦:080 『일군된 사람은 강함과 부드러움을 겸비하여 한 편으로 기울지 않아야 하리니 만사음양이이(萬事陰陽而已,모든 일은 음과 양뿐임)라.
천지의 큰 덕으로도 춘생추살(春生秋殺,봄에는 살리고 가을에는 죽임)의 은위(恩 威,은혜와 위엄)로써 이루느니라.』하시니라.
⑦:081『생유어사(生由於死,삶은 죽음에서 말미암음)하고 사유어생(死由於生,죽 음은 삶에서 말미암음)하느니 나를 믿는 사람은 먼저 망하고 들어서야 하느니라.』하시니라.
⑦:082 『일에 뜻하는 사람은 넘어오는 간을 잘 삭혀 넘겨야 하느니라.』하시니라.
⑦:083 『현세(現世)에는 아는 사람이 없느니 관상도 보이지 말고 점도 치지말지니라.』하시니라.
⑦:084 경석이 논에 내리는 참새떼를 굳이 쫓음을 보시고 말씀하시기를『한낱 짐승인 참새의 삶을 생각하지 못하면 어찌 천하백성의 죽고 삶을 생각할 수 있으리요.』하시니라.
⑦:085 경석이 모든 행동에 위엄을 내며 양반의 모습을 본뜨므로 훈계하시기를『대인(大人)의 공부를 닦는 사람은 항상 공손하고 삼가하여 온화한 기운을 기를지니 이 후로는 그런 습관을 버리라. 망하는 기운이 따라 드느니라.』하시니라.
⑦:086 또 가르치시기를『사람을 쓸 때에는 남녀의 구별이 없느니 진평(陳平)은 야출동문(夜出東門,초한지의 고사) 여자 2천인(二千人)하였느니라.』하시니라.
⑦:087 『한신(韓信)이 한 고조(高祖)의 추식사지(秋食食之,먹던 밥을 밀어주어 먹임)하고 해의의지(解衣衣之,입었던 옷을 벗어서 입힘)한 은혜를 감격하여 괴철(괴徹)의 말을 듣지 아니하였느니 한신이 한 고조를 저버림이 아니요, 한 고조가 한신을 저버림이니라.』하시니라.
⑦:088 『세상사람이 전명숙(전봉준)의 덕을 많이 입었느니 한 몫에 80냥하는 세 금을 30냥으로 감하게 한 사람은 전명숙이라,말로 설명할지라도 그의 이름을 해하지 말라.』하시니라.
⑦:089 병욱에게 가르치시기를『남은 어떻게 생각하든지 너는 전명숙의 이름을 해하지 말라. 너의 영화로움과 귀함은 전명숙의 덕이 많으니라.』하시니라.
⑦:090 또 『이마두(마테오리치)가 24절을 고쳐 정하여 사람이 그 덕을 입어왔으나 이후 로는 푼각(分刻,1분이 1푼,15분이 1각)이 나리니 푼각은 너희가 쓰리라.』하시니라.
⑦:091 『천존(天尊)과 지존(地尊)보다 인존(人尊)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니라. 』하시니라.
⑦:092『나의 일은 남 죽을 때 살자는 일이요, 남 살 때는 영화와 복록을 누리자는 일이니라. 그러나 그 근본은 언제나 남 잘 되게 함에 있느니라.』하시니라.
⑦:093『너희들은 아무리 죽고자 하여도 못 죽을 것이요, 내가 놓아주어야 죽으리라.』하시니라.
⑦:094『믿는 사람을 가려 손을 꼽는데 만일 배신하는 행위가 있어 꼽았던 손이 펴지는 때에는 살아나지 못하리라.』하시니라.
⑦:095『너희들이 신(信)을 주어야 나의 신(信)을 받으리라.』하시니라.
⑦:096『이 시대는 원시반본하는 시대니 혈통줄을 바로 잡으라. 환부역조(換父易祖)하는 사람과 환골(換骨,뼈대를 바꿈) 환혈(換血,혈통을 바꿈)하는 사람은 다 죽으리라.』하시니라.
⑦:097 『옛적에는 신성(神聖)이 입극(立極,극을 세움,도리를 세움)하매 성(聖) 과 웅(雄)이 겸비하여 정치와 교화를 통제 관장하였으나 중고이래(中古以來)로 성 과 웅이 바탕을 달리하여 정치와 교화가 갈렸으므로 마침내 여러가지로 분파되어 진법(眞法)을 보지 못하였느니 이제는 원시반본이 되어 군사위(君師位,임금과 스승의 지위)가 한 갈래로 되리라.』하시니라.
⑦:098 『이제는 천지도수가 정리되어 각 신명의 자리가 잡히는 때라 일본사람이 효(孝)줄을 띠고 조선에 건너와 임진왜란때 죽은 저의 조상신을 찾아가려 하므로 의병이 일어나서 그 일을 이루어 주려고 각 오지까지 이끌고 들어가느니라.』하시니라.
⑦:099『세상에서 순임금을 큰 효자라 이르나 그 부친 고수의 오명(汚名)을 벗기지 못하였으니 어찌 한스럽지 아니하리요.』하시니라.
⑦:100『우리 공부는 물 한 그릇이라도 까닭없이 남의 힘을 빌리지 못하는 공부니 비록 부자형제간이라도 헛된 의뢰를 하지 말라.』하시니라.
⑦:101 고부 와룡리에 계실 때 종도들에게 오주(五呪)를 가르쳐 주시며 말씀하시기를
『이 글은 천지인(天地人) 삼계(三界)의 진액(津液)이니라.』하시니라.
『5주
시천지가가장세(時天地家家長世) 일월일월(日月日月) 만사지(萬事知)
시천주조화정(侍天主造化定) 영세불망(永世不忘) 만사지(萬事知)
복록성경신(福祿誠敬信) 수명성경신(壽命誠敬信) 지기금지(至氣今至) 원위대강(願爲大降)
명덕관음(明德觀音) 팔음팔양(八陰八陽)
지기금지(至氣今至)원위대강(願爲大降) 삼계해마(三界解魔) 대제신위(大帝神位) 원진천존(願진天尊)관성제군(關聖帝君)』
⑦:102 경석의 집에서 백지 한 장에 사람의 형체를 그리셔서 벽에 붙이시고 제사 절차와 같이 설위(設位,신위를 설치함)하신 다음 종도들에게 그곳을 향하여 반천 무지식(攀天撫地式) 4배를 하게 하시고『마음으로 소원을 심고(心告)하라.』하시니라.
상제님께서 그 그림 앞에 서셔서 물으시기를『누구에게 심고(心告)하였느냐?』 하시므로 모두『선생님께 소원을 고하였나이다.』하니『내가 산 제사를 받았으니 이 후에까지 미치리라. 4배를 받았으니 나는 읍으로 대하리라.』하시며 읍하시고 또『자리는 띠자리가 정(淨)한 것이니라.』하시니라.
⑦:103 12월 1일에 대흥리에서 쌀 한 섬을 방에 두시고 백지고깔 20여개를 쌀위에 놓으신 다음 고부인으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하셔서 태우시며 말씀하시기를『불과 물만 가지면 비록 돌산 바위위에 있을지라도 먹고 사느니 그 물과 불의 조화는 솥이라야 하느니라.』하시며 그 쌀로 밥을 지어 이날 모인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시니라.
⑦:104 하루는 공신을 거느리시고 고부로 가시며 물으시기를
『가는 길에 벗이 있느냐?』하시므로
『운산리에 경수가 있나이다.』하고 아뢰니라.
상제님께서 경수의 집에 임하셔서 글을 쓰셔서 태우시고 공신에게 집에 다녀오라 하시므로 가보니 일진회 두목 송대화가 와 있으니라. 대화를 떠나 보내고 다시 운산에 오니
『손이 있더냐?』하시므로
『손이 있어 보내고 왔나이다.』하고 아뢴 다음 상제님을 모시고 집으로 오니라.
이때 공신의 어머니가 요통이 심하여 상제님께 아뢰니 매실(梅實,한약재의 한가지 )한 냥중(兩重)을 종이에 싸 들보에 거시고 글을 써 태우시니 곧 나으니라.
⑦:105 공신의 집에 종도 수십사람이 모이니 상제님께서 몇일간 오주를 수련하게 하시니라.
그 후에 요임금의『역상일월성신(曆象日月星辰,해와 달과 별과 별자리등 천체의 운행을 관찰 추산함) 경수인시(敬授人時,씨뿌리고 거두는 때를 공경하여 가르쳐 줌).』를 해설하시고
『천지가 해와 달이 아니면 빈 껍질이요, 해와 달은 사람이 알아주지 않으면 빈 그림자라. 요임금이 해와 달의 법을 알아내어 백성에게 가르치므로써 인류가 비로소 하늘의 은혜와 땅의 이로움을 누리게 되었느니라.』하시니라. 또
『일월무사치만물(日月無私治萬物,해와달은 사사로움이 없이 만물을 다스림) 강산유도수백행(江山有道受百行,강과산은 도가 있어 백가지 행실을 받아들임)』을 읊으시며 선기옥형도수(璿璣玉衡度數,옛날 천체의 구조와 운행을 관측하던 기계의 이름)를 보실 때 경수의 집에 저울갈고리도수,응종의 집에 추도수,공신의 집에 끈 도수를 정하시고 다시 경수의 집에 일월대어명(日月大御命,해와달 같이 밝은 큰 어명) 도수,공신의 집에 천지대팔문(天地大八門)도수를 정하신 후 밤낮으로 번갈아 세 집에 임하셔서 공사를 보시니라.
⑦:106 이때 공우에게 말씀하시기를
『후천5만년 첫 공사를 너로 하여금 행하려 하니 너는 잘 생각하여 가장 중대한 일을 말하라.』하시니라. 공우가『식견이 없어 아뢸 바를 모르겠나이다.』하며 사양하다가 이윽고 여쭈기를
『선천에는 청춘과부가 절개를 지킨다 하여 공방(空房,남편없이 혼자 거처하는 방)을 지켰사오나 후천에는 이 폐단을 없이하셔서 젊은 과부는 젊은 홀아비를 늙은 과부는 늙은 홀아비를 각기 가려 가족과 친구가 모인 공식적인 자리에서 예를 갖추어 다시 시집갈 수 있도록 함이 옮은 줄 아나이다.』하니라.
상제님께서 칭찬하시며『네가 아니면 이 공사를 보지 못할 것이므로 네게 맡겼더니 잘 결정하여 처리되었도다. 이제 결정된 이 공사가 5만년을 내려가리라.』하시니라.
⑦:107 다시 몇일간 5주로 수련시키신 다음 말씀하시기를
『7읍 곡식이면 양식이 넉넉하겠느냐?』하시므로
『쓰기에 달렸나이다.』하니
『그러나 독이 찼다 비었다 하면 못쓸것이요, 아무리 써도 다 쓰지 못하여야 하리니 어떻게 함이 좋겠느뇨?』하시매『알지 못하나이다.』하고 아뢰니 상제님께서 백지에 저수지와 수로의 도면을 그리셔서『이곳이 운산(雲山)이 아니냐, 운암강 물줄기를 김제군과 만경군으로 돌려도 하류에서 원망이 없으리니 이 물줄기가 큰 가뭄에도 마르지 않으리라. 능히 하늘을 겨루리라.』하시며 태우시고
『강태공은 제(齊)나라 한 고을에 흉년을 없게 하였으나 나는 전북 7읍에 흉년을 없게 하였느니라.』하시니라.
⑦:108 하루는『최익현과 박영효의 원을 풀어 주리라.』하시고
『천세천세(千歲千歲) 천천세(千千歲) 만세만세(萬歲萬歲) 만만세(萬萬歲)
일월 (日月) 최익현(崔益鉉) 천포천포(千胞千胞) 천천포(千千胞)
만포만포(萬胞萬胞) 만만포(萬萬胞) 창생(蒼生) 박영효(朴泳孝).』라 쓰셔서 태우시니라.
⑦:109 공신의 집에서 밤중에 종도들로 하여금 번갈아 그집 물독 물을 반 바가지 씩 퍼내어 우물에 붓고 다시 우물의 물을 반 바가지씩 길어내어 독에 부은 다음 다른 여러 우물의 물과 독의 물을 반바가지씩 전과 같이 바꾸어 갈아 붓게 하시며
『이는 물화상통(物貨相通,물품과 재화를 서로 통상함)이니 모든 나라사람의 새 생활법이니라.』하시니라.
⑦:110 종도들에게 물으시기를
『이 후에 전쟁이 있겠느뇨?』하시니 있으리라는 사람도 있고 없으리라는 사람도 있으니라.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천지개벽시대에 어찌 전쟁이 없으리요.』하시고 전 쟁기구를 챙긴다 하시며 방에 있는 담뱃대 20여개를 거두어 거꾸로 모아 세우게 하시니라. 또 종도들에게 수건으로 머리와 다리를 동이게 하시고 백지에 시천주를 쓰셔서 심지를 비벼 불붙여 들게 하신 다음 창문에 구멍을 뚫게 하시고 담뱃대를 거꾸로 메게 하시며 말씀하시기를
『항오(行伍,군대를 편성한 대열)를 잃으면 군사가 상하리라.』하시니라.
또 그들에게 밖에 나가 부엌으로 돌아 들어 창구멍에 담뱃대를 대고 입으로 총 소리를 낸 다음 다시 헛간으로 돌아 들어 그와같이 하되 긍을형(弓乙形)을 지어 빨리 달리게 하시니 늙은 사람은 헐떡거리니라.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 말세를 당하여 어찌 전쟁이 없으리요, 후일 큰 전쟁이 일어나면 각기 재주를 자랑하여 재주가 1등되는 나라가 상등국(上等國)이 되리라.』하시니라. 이 공사를 보신 후에 사방에서 천고성(天鼓聲,하늘에서 울리는 우레소리)이 일어나니라.
⑦:111 고부 와룡리 경수의 집에서 공사를 보실 때 원일에게 말씀하시기를
『네가 일찍이 동쪽 하늘을 향하여 붉은 옷을 입고 구름위에 앉은 사람에게 4배한 일이 있을지라, 이제 다시 그와 같이 절하라. 내가 곧 그 사람이니라.』하시니 원일이 보매 그러한지라, 곧 일어나서 4배하니라. 종도들이 원일에게 까닭을 물으니
『몇년 전에 우연히 병이 들어 죽게 되었더니 정신이 어리둥절한 중에 어떤 사람이 사인교(四人轎,네사람이 메는 가마)를 타고 와서 내게 말하기를
“내가 새 옷을 입고 문 밖에 나가 동쪽 하늘에 붉은 옷을 입고 구름 위에 앉은 어른에게 4배하라. 그러면 네 병이 나으리라." 하므로 그 말대로 하매 병이 곧 나았는데 그때 그 어른이 바로 이 어른이시니라.』하니라.
⑦:112 이 후에 응종의 집에 임하셔서 식혜 아홉 사발을 빚게 하시고 응종을 태인 경원의 집에 보내셔서 새 시저(匙箸,수저) 한 벌을 가져오게 하신 다음 항아리에 식혜를 부으시니 꼭 차니라.
양지(洋紙)와 백지(白紙)와 장지(壯紙)를 각각 준비하시고 말씀하시기를
『비인복종(庇仁覆鐘,비인 고을에 있는 종의 이름)이 크다 하므로 북도수를 보노라. 북은 채가 있어야 하리니 이 시저가 북채라 행군할 때 이 시저로 북채를 하여야 녹(祿)이 푸짐하고 떨어지지 아니하리라.』하시고 종이 여러 장을 자르셔서 조각마다 글을 써 항아리에 넣으시고 잘 봉하여 깨끗한 곳에 묻게 하시니라.
⑦:113 또 공신의 집에서 종도 30여사람을 모으시고 오주를 수련하게 하시며 가르치시기를
『동학은 도에 들어온 날로부터 녹(祿)이 떨어지느니 대저 녹이라는 것은 곤(坤)에 붙어있는데 동학은 시천주조화정(侍天主造化定)이라 하여 하늘에만 편중하는 까닭이요, 또 수명복록(壽命福綠)이라 하지마는 수명만 길고 복록이 없으면 죽는 것만 같지 못함에도 수명을 먼저 하고 복록을 뒤로 하는 까닭이니라. 그러므로 이제는 복록을 먼저 하리라.』하시고 소리를 높여 외게 하시니라.
⑦:114 이튿날 새벽에 각기 정좌(正坐)하게 하시고 종이 한 조각씩 나누어 주시며
『후천음양도수를 보려 하니 각기 남이 모르게 마음에 있는 아내의 수를 점으로 표하라.』하시므로 각기 마음대로 점쳐 올리니 응종은 2점,경수는 3점,내성은 8점,경석은 12점,공신은 1점이니라.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9점은 없으니 1남9녀란 말은 틀렸도다.』하시며 내성에게
『8선녀라는 말이 있으므로 8점을 쳤느냐?』하시고 또 응종과 경수에게
『노인들이 두 세 아내를 원하니 어떻게 감당하려 하느뇨.』하시므로
『후천이 되면 새 기운이 돌지 아니하리이까?』하니
『그럴듯 하도다.』하시니라. 경석에게
『웬 아내를 열 둘이나 원하느냐?』하시므로
『12제국(諸國)에 하나씩 두어야 만족하겠나이다.』하니
『그럴듯도 하도다.』하시니라. 또 공신에게
『경석은 열 둘이나 원하는데 너는 어찌 하나를 원하느뇨?』하시므로
『건곤(乾坤)이 있을 따름이요, 2곤이 있을 수 없사오니 1음1양이 원리인 줄 아나이다.』하니
『네 말이 가장 옳도다.』하시며
『공사를 잘 보았으니 특히 성대하게 준비하여 손님 대접을 잘 하라.』하시니라.
⑦:115 공사후에 경석,광찬,내성은 대흥리로 원일은 경원의 집으로 형렬,자현은 동곡으로 각각 보내시니라. 공신,응종,경수에게 말씀하시기를
『경석이 성경신(誠敬信)이 지극하므로 달리써볼까 하였더니 제가 스스로 청하니 부득이한 일이로다.
원래 동학은 보국안민(輔國安民,나라를 돕고 배성을 편안하게 함)을 주창하였으나 때가 아니므로 안으로는 불량하고 외식에만 그쳤으니 후천일을 제창함에 불과 하니라. 스스로 왕후장상(王侯將相)을 바라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비명에 죽은 사람이 수만명이라, 원한이 하늘에 퍼져 가득하였으니 그 신명을 해원하지 않으면 후천에는 도수에 거슬려 정사(政事)를 못하리라. 그러므로 이제 그 원통을 품은 신명들을 해원시킬 우두머리를 정하고자 하는 중인데 경석이 12제국(諸國)을 말하니 이는 스스로 청함이니라. 그 아버지가 동학두목으로 비명에 죽었고,저도 또한 동학 총대(總代)였으므로 오늘부터는 동학 신명들을 전부 그에게 붙여 보내어 왕후장상의 해원이 되게 하리라.』하시니라. 두루마리에 글을 쓰시고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신 후 또 말씀하시기를
『동학신명이 전부 이 자리에서 해원되리니 후일 두고 보라. 금전도 무수히 소비될 것이요, 사람 수효도 1894년보다 훨씬 많게 되리니 이렇게 풀어 놓아야 후천진인(後天眞人)의 일에 지장이 적으리라.』하시니라.
⑦:116 공신에게 말씀하시기를
『너는 정음정양도수(正陰正陽度數)니 네가 온전히 잘 받겠느냐? 바른 마음으로 잘 수련하라. 문왕(文王)과 이윤(伊尹)의 도수가 있으니 그 도수를 맡으려면 극히 어려우리라. 미물곤충이라도 원망이 붙으면 삼계공사가 아니니라.』하시니라.
⑦:117 12월 25일에
『천자신(天子神)과 장상신(將相神)을 모아 들여 백의군왕(白衣君王) 백의장상(白衣將相) 도수(度數)를 본다.』하시며 사람 수효를 33천수(天數)로 채우신 다음 명하시기를
『만일 순검이나 병정이 겁나는 사람은 다 돌아가라. 열 사람 중 한 사람이 도망하면 아홉 사람도 그 해를 입어 죽을 것이므로 도망할 마음을 가진 사람은 미리 돌아가고 마음을 지켜 도망하지 아니할 사람은 굳은 다짐을 두라. 일을 하는 사람은 화지진(火地晋)도 하느니라.』하시므로 모두
『삼가 마음을 굳게 지켜 변함이 없겠나이다.』하고 다짐을 드리니 21사람이니라
⑦:118 이 공사를 시작하실 때 각기 새 옷을 지어 입게 하시고 상제님께서는 일광단(日光緞,해나 햇빛의 무늬를 놓은 비단) 두루마기와 무문모초(無文毛초,무뉘가 없는 모초라는 비단) 바지저고리를 지어 입으시니라. 이날 저녁에 경수의 집에서 초저녁부터 불을 끄고 일찍 자라 하셔서 상제님께서는 아랫방에서 주무시고 종도들은 윗방에서 자는데 새벽에 순검이 들어와서 공신을 찾으므로 대답하고 나서니 곧 포박하고 이어서 상제님과 종도들을 모두 체포하니라. 이때 돈 약간과 무명베 몇필을 방 구석에 두었는데 상제님께서 돈과 무명베를 인부에게 지워 따르게 하시니라.
⑦:119 종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이 시대는 거짓말하는 사람을 없이하는 시대니 반드시 바른말을 하라.』하시고 순검들에게도
『그대들은 상관의 명령을 받고 왔으니 거짓말을 말고 참말로 하라.』하시니라. 일행이 고부 장터에 이르니 사람들이 말하기를
『고부는 장차 쑥밭이 되리로다. 저런 큰 인물들이 잡혀왔으니 어찌 무사하기를 바라리요?』하고 모두 불안히 여기니라. 이때는 각처에서 의병이 일어나 일본군사와 충돌하므로 의병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옳고 그름을 불문하고 흔히 총살을 당하는 공포시대니라.
⑦:120 경무청에 임하시매 신문관(訊問官)이 병기의 유무(有無)를 물으므로 없노라 하시니 즉시 종도들은 구류간(拘留間)에 가두고 상제님은 상투를 풀어 들보에 매달고 저고리를 벗긴 다음 경관 10여명이 회초리로 치며『관리는 몇 명이나 죽이고 일본사람은 몇 명이나 죽였느뇨?』하니라. 상제님께서
『우리를 의병으로 알고 묻는 말이냐?』하시니 경관이 그렇다고 하매
『의병을 하려면 깊숙한 산중에 모일 것이어늘 어찌 태인읍 사람들이 무수히 오고 가는 번잡한 곳에서 군사를 일으키리요? 그대들이 묻는 의병은 무엇을 이름이뇨? 』하시니
『이씨(李氏) 왕가(王家)를 위하여 일본에 저항하는 것을 이름이로다.』하므로
『그러면 그릇알았도다.우리는 그런 일을 아니 하노라.』하시니라.
경관이 다시『무슨 일로 모였느뇨?』하므로
『이제 혼란진멸(混亂殄滅)에 임한 천지를 고쳐 새 세상을 열고 위험한 상태에 빠진 사람과 신명을 널리 구하여 선경의 복을 누리게 하려는 모임이로다.』하시니라. 통역순검 문형로(文亨魯)가 이 말씀을 듣고 놀라
『감히 어찌 그런 대담한 말을 하느뇨?』하므로『천하사를 뜻하는 사람이 따로 있음이 아니니 그대도 도략(韜略)과 자비가 있으면 좌시(坐視)할 수 없으리라.』하시니라.
잠시후 상제님을 풀어내어 구류간에 가두고 공신을 불러내어 발길로 차매 기절하였다가 일어나 정신을 차리니 다시 상제님과 공신에게 차꼬를 채워 구류간에 가두니라.
⑦:121 그믐날 저녁에 천둥과 번개가 크게 일어나므로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는 서양에서 천자신(天子神)이 넘어옴이니라.』하시고 또
『이제 천자신(天子神 )이 넘어왔으나 너희들이 혈심(血心)을 가지지 못하므로 장상신(將相神)이 응하지 아니하는도다.』하시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