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무 아래서
김순희
생전에 조병화 선생님이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난실리로 귀향하셨을 때 강의를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하셨었지요
그 때는 안성에 도서관이 하나밖에 없었고 그 보개 도서관에서 여성독서회 모임을 하고 있었는데요
주부문학회원들과 함께 조병화 선생님을 모셔서 강의를 듣고 이후 자녀들과 단체로 지금의 편운 문학관이 자리 잡고 있는 조병화 선생님 댁에 방문하여 선생님 어머니 이야길 듣기도 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마 그 때가 시골에 살고 있어 뵙기 힘들었던 문단의 큰 거목을 실제로 뵌게 처음인듯하나 재정적 기반이 없던 저희로서는 그 선생님을 사례없이 재차 무작정 모실수있는 염치가 없어 이후 그런 자리는 갖지 못했습니다
어린 자녀들과 복닥거리고 생활 전선에 부대껴 살다가 어찌어찌 그 모임도 못 나가게 되고 선생님이 돌아가시자
그 짧은 인연은 이후 편운문학상이 수여되는 매 해 봄 날 편운 문학관을 찾는것으로 바뀌어졌지요
예총이 설립되면서 고향지킴이 김유신 선생님이 주측이 되어 안성문인협회 창립 멤버로 들어갔고 이후 문협이 결성되고 일년에 가끔 윤재천 선생님을 행사장에서 뵙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보니 강산이 이십번도 넘게 바뀌었네요
늘 어렵기만한 저는 먼발취에서만 있다가 함께 단체 사진을 찍을 때에만 겨우 선생님 가까히 서곤 했지요
언제부턴가 현대수필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수필집이 문협회원들에게 우편으로 도착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도 간간히 보내주시곤하는데 저뿐아니라 안성에 있는 고향 후배들에게 최근까지 계속 전달되는 책들을 받아보며
선생님이 고향의 후배들을 생각하시는 마음의 깊이를 헤아리며 은혜와 감사의 마음으로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현대수필로 등단하게 되며 선생님과의 각별한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만 치열하게 글 쓰는 열정이 필요하다고 강조 하시는 선생님 앞에서 늘 부족한 모습뿐이었지요
베레모와 청바지가 잘 어울리시는 멋쟁이 수필가이신 운정 윤재천 선생님께 얼마전 큰 도움을 받게 되었지요
진즉에 안성중앙시립도서관에도 많은 책을 기증하셔서 도서관 사서들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만
2017년 경기도에서 공모한 따복 공간조성 리모델링 사업에 선정되어 시가 있는 중앙로 사랑방을 꾸미게 됐을 때
책을 기증해주십사하고 부탁드렸더니만 선듯 허락하시고 서고의 반을 차지하는 많은 책을 기증해주셔서
안성 시민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시가 있는 중앙로 사랑방 개관식 때 100여명이 넘는 안성 시민들이 모여서 특강으로 들었던 문학엔 정답이 없다란 말씀도
의미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2018년 7월14일 안성시낭송회 풀꽃소리 시낭송 콘서트를 마치고 그 결과 보고겸 선생님이 또 다시 챙겨 주시는 책들을 받으러 선생님을 뵙고 왔지요 문학을 하는 고향 선배님으로 제대로 모시지도 못하면서 선생님의 큰 나무 아래 있는 저희들은
문단에서 그 누구에게도 받지 못한 사랑을 받으며 작은 일을 벌렸습니다
고향후배들에게 베풀어 주시는 뜨거운 마음을 잘 간직하고 그 마음 조금이라도 닮아 지역정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정서 함양의 일 펼치며 살아 가고자 안성시낭송회 풀꽃소리로 활동하고 있으며 선생님이 마음으로 보내 주시는 감성의 책나무덕에 안성시낭송회 풀꽃소리도 시와 수필을 사랑하는 생활문화를 위해 잔잔히 꽃을 피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생님이 소장하시던 책과 도자기 그림등 수집하신 파이프를 안성에 기증하시고 싶어 했지만 여건이 허락지 않아 만여권의 책을 다른 지역에 기증하셨다고 했을 때 얼마나 안타깝던지요
이제 곧 9월에 박두진 문학관이 개관되면 조병화문학관과 함께 문학관을 찾아 주시는 전국의 문학 애호가들에게 수필 문학관으로 안성을 둘러볼 수 있는 좋은 테마의 무대가 될 수도 있었는데 말이지요
그래도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건 중앙도서관에 선생님이 기증하시는 2000권의 책을 담을 공간이 생긴다고 하나 그 곳이 또다른 문학의 분출구가 되어 고향을 사랑하는 선생님의 뜻이 안성시민들에게 스며들기를 바랄뿐입니다
김유신 시인의 쳥류제 뜰에 윤재천 선생님 시비도 돌아 보며 중앙 도서관의 윤재천 선생님이 기증한 서고 코너가 또다른 안성 문화 관광 코스가 될 날이 머잖을것으로 기대됩니다
10월쯤 선생님을 고향에 다시 한 번 모시고 특강을 들으려합니다
안성시낭송회 풀꽃소리 회원들과 시가 있는 중앙로 사랑방을 찾으시는 안성 시민들 그중에서도 미래의 꿈나무들인 청소년들이 선생님이 기증하신 책을 읽으며 지성과 감성의 뜰을 넓혀 가도록 저희들이 노력 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셔서 오래도록 저희들의 길잡이가 되어 주세요
미수를 맞이 하시는 윤재천 선생님의 큰 사랑에 감사드리며 우리 풀꽃소리 회원들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