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당 김규태 우리말 문집 고당집(顧堂集) 1권 발간
고당(顧堂) 김규태(金奎泰, 1902~1966 字 景魯) 선생의 우리말 문집 고당집(顧堂集) 1권(608쪽 비매품)이 박완식 전주대 한문교육과 교수의 번역으로 구례문화원에서 발간되었다.
김규태(23世孫 초계파) 선생은 전남 구례에서 활동했던 인물로, 근세 호남의 거유(巨儒)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의 정맥을 이어받은 호남의 마지막 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율계(栗溪) 정기(鄭琦) 선생의 문하에서 공부하였으며, 시부(詩賦)와 서예(書藝)로 당대를 풍미했던 분이다. 19권 7책으로 이뤄진 선생의 유고문집 국역을 마치고, 그 가운데 시집을 먼저 발간했다. 창동 창석서예원장은 앞으로 고당 유문집의 글을 모은 세권의 책이 구례문화원의 지원으로 더 발간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교수신문(639호, 2012.4.9)은 그간 명필로서의 일면만이 부각됐던 고당 선생이 지녔던 높은 문학적 성취가 이번 문집 발간과 더불어 새롭게 재조명될 것으로 보인다는 서평을 냈다.
고당은 지당(止堂) 김봉운(金捧運)과 광주노씨(光州盧氏) 사이에서 4남1년 중 장남으로 경북 달성군 현풍 지동(池洞 )에서 태어났다. 한훤당 선생 이후 대대로 이어지는 문한(文翰)의 가문에서 어린시절부터 유학자로서의 교육을 받았으며, 26세이던 1927년 스승 율계(栗溪) 정기(鄭琦 1897~1950)를 따라 전남 구례로 이거하였다. 35세(1936)에 구례군 토지면 금내리에 용암재(龍巖齋)를 짓고 스승의 뜻을 받들어 후생 교육을 시작하였다. 이후 장천재(莊泉齋), 강수당(講修堂) 등에서 후학 양성과 저작에 주력하다가 1966년 9월17일 65세를 일기로 군자의 평생 사업을 끝마쳤다. 전남도는 2003년 5월 고당이 만년을 보낸 전남 구례군 토지면 금내리 용정마을의 용암재(龍巖齋)와 장천사(莊泉祀), 그리고 1967년에 간행된 유고집 ‘고당문집’ 13권을 지방문화재로 지정했다.
후학들은 고당의 서예를 “시문에 능하고 유학에 밝은 선비가 높은 학문을 가슴에 안고 여기(餘技)로 썼던 글씨다. 그래서 글씨에는 시문이 녹아있고 유학의 정신까지 함축돼 있기 때문에 품격이 다르다”고 말한다.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고당선생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고당 김규태(顧堂 金奎泰, 1902~1966)
본관 서흥(瑞興). 조선 후기의 학자이자 서예가. 화이론(華夷論)에 입각하여 저술활동을 하였으며 서학(西學) 등 ‘이단(異端)’을 배척하고 성리학적 정통을 수립하는 데 주력하였다. 정기(鄭琦)의 문인. 화이론(華夷論)에 입각한 그의 세계관은 저술에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아울러 서학(西學) 등 ‘이단(異端)’을 배척하고 성리학적 정통을 수립하는 데 주력하였다. 그는 학문과 더불어 산행을 매우 좋아하여, 산행기(山行記)를 남겨 놓기도 하였다. 특히 가례(家禮)에 밝았다. 문집에는 《고당집》이 있다. 그의 자녀 9남1녀 중 7남인 창동(昌東)이 서예가로 활동하고 있다.
고당선생의 한글로 번역된 고당선생의 유문은 고당집(顧堂集) 메뉴를 만들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선생의 시 몇 수를 소개합니다.
무궁화(無窮花)
깊은 산촌 아침마다 반겨주는 꽃 朝朝相對碧山家
아껴주는 이 없으니 쓸쓸하구나 怊悵無人惜此花
아름다운 바탕 속세에 묻힐 리야 艶質寧從塵土沒
일편단심은 모진 바람 견뎌내니 丹心不許虐風斜
달 속 선녀 지은 비단옷 입은 듯 姮娥坐月裁新錦
신선 손님 빚은 술 자하주 마신 듯 仙客開樽喫紫霞
우습다 봄나들이 경박한 저들이야 笑殺春城輕薄輩
바람에 나부끼는 덧없는 꽃만 좋아하네 飄飄祗作片時華
선생은 38세가 되던 해에 지우(智愚)들과 금강산 유람을 다녀오면서 장안사(長安寺)를 비롯하여 10여 수의 기행시를 남겼다. 도중에 평양과 개성을 둘러 유적들을 둘러보고 이에 대한 감회를 시로 남겨 오늘날 그 당시의 정경을 새롭게 느껴 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선생의 속마음은 단연코 ‘첨산을 바라보며(望尖山)’에서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다.(박소동 한국고전번역원 교수의 解題에서)
첨산을 바라보며(望尖山)
내 소원은 산정에 올라 하늬바람 타고 我思陵頂馭天風
온갖 세속 수심 말끔히 씻고서 百種塵愁一掃空
그저 너울너울 봉황을 벗삼아 直與翩翩鷺鳳伴
흰 구름 속 진종일 훨훨 날고파라 翶翔終日白雲中
고당 선생은 전국의 산을 오르시며 많은 글을 남기셨다.
고당집에 수록된 시문중의 한 수를 아들 창동씨의 붓글씨로 읽어봅니다.
사월보름, 천왕봉을 오르려고
최학평 석수의 석동정사에서 자며
四月望日 將向天王峯
留宿崔學平 錫洙 石洞精舍
석주진 곁 저녁 노을 붉고 石柱鎭邊落照明
송화는 땅에 가득 풀잎은 성곽을 덮었다 松花滿地草連城
골짜기 원숭이와 학 모두 저버리고 洞中猿鶴渾相負
내일 쌍계사 길 또 가로질러 있겠지 明日雙溪路又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