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함경의 상담 형태적 특징
- 개별상담, 대중상담, 동료상담, 집단상담, 슈퍼비전 등 다양
<잡아함경>에 수록된 1362경을 설법 형태에 따라 분류하면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개별문답과 개별교설, 대중문답, 대중교설, 그리고 이들 넷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거나 약간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것들이 그것이다. 약간 다른 형태의 설법을 다시 구분하면 현대 상담의 한 종류인 동료상담, 집단상담, 슈퍼비전 등의 형태를 찾을 수 있다([부록1] 참조).
1362경을 형태별로 분류한 결과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설법 형태에 따라 분류한 <잡아함경>
설법형태 | 개별문답 | 개별교설 | 대중문답 | 대중교설 | 동료상담 | 집단상담 | 슈퍼비전 |
경전의수 | 541경 | 22경 | 207경 | 637경 | 35경 | 2경 | 33경 |
*하나의 경전에 여러 형태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통계에 나타난 경전의 수를 합하면 <잡아함경>의 총 경전의 수인 1362를 넘는다.
개별문답(個別問答)→개별상담
석가모니와 질문자(방문자, 또는 내담자)가 개별적으로 문답을 주고받으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다. 총 1362경 가운데 541경에서 개별문답의 형태가 나타난다. 개별문답에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첫째는 석가모니와 질문자가 일대일로 대면해 개별적으로 문답을 주고받는 형태이며, 둘째는 석가모니와 질문자가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별적으로 문답을 벌이는 것이다. 셋째는 석가모니와 질문자가 개별적으로 문답을 펼치다가 여러 대중이 참여함으로써 대중문답으로 바뀌는 형태이고, 넷째는 석가모니가 대중과 문답을 펼치다가 한 사람에게 집중하여 개별문답을 주고받는 형태다.
이 가운데 첫 번째 형태의 개별문답에도 석가모니와 내담자 온전히 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부처님의 시자(侍者)인 아난다가 항상 배석해 있었다. 불경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경의 첫머리가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如是我聞].'는 말로 시작된다.
이 말을 한 주인공이 바로 부처님을 그림자처럼 따르며 모신 아난다로, 불경은 아난다가 부처님을 시봉하면서 들은 설법 내용과 배경, 그 과정을 구술로 전한 것을 후세에 기록한 것이다. 따라서 경전에 등장하는 사람이 석가모니와 질문자 둘뿐이었다고 해도 그 자리에는 늘 아난다가 함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잡아함경>에 나타난 여러 가지 상담 형태 중 개별문답, 그 가운데서도 석가모니와 질문자가 1대 1로 문답을 주고받는 첫 번째 형태의 개별문답이 현대의 개인상담과 가장 가깝다. 즉, 현대 개인상담의 구성 요건인 '도움을 청하는 내담자'와 '도움을 주는 상담자', '두 사람이 서로 얼굴을 대하는 대면 관계'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의 시자인 아난다가 동석한다는 점에서는 현대 개인상담과 완벽하게 일치하진 않는다. 따라서 석가모니가 질문자와 주고받은 개별문답을 '개별상담'이라 지칭한다. 석가모니가 펼친 '개별상담'은 오늘날의 개인상담과 형태가 다른 만큼 그 효과도 사뭇 다르다. 현대의 개인상담은 상담을 통해 내담자 개인의 성장만을 추구하게 되지만, 석가모니의 '개별상담'은 여러 사람에게 상담효과가 파급된다.
대중이 참여한 가운데 석가모니가 질문자와 문답을 펼치면 질문자는 물론, 문답을 청취한 사람들도 그 자리에서 성장과 변화를 이루게 되고, 일대일 문답이었다고 하더라도 배석자인 아난다가 이를 대중에게 전해줌으로써 역시 같은 효과가 일어난다. 문답은 개별적으로 오갔으되 이를 통해 얻은 배움과 깨달음은 대중 모두가 공유하게 되는 것이 <잡아함경>에 나타난 개별상담의 특징이다.
개별교설(個別敎說)
교설(敎說)이란 가르쳐 설명한다는 뜻으로, 개별교설은 질문이 없이 석가모니가 어떤 한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설법을 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를 '묻지 않는데 스스로 설했다.' 하여 '무문자설(無問自說)'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설법 대상이 한 사람일 때는 '개별교설'이라고 이름 붙이고, 여러 사람일 때는 '대중교설'이라고 칭했다.
개별교설도 항상 아난다가 배석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또한 교설은 개별적으로 하되, 여러 비구들이 그 교설을 함께 청취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밖에 석가모니가 대중을 향해 교설하다가 한 사람에게 집중하여 교설하는 형태도 나타난다. 그러나 개별교설이라고 하여 석가모니가 한 개인을 대상으로 일방적으로 설법한 같지는 않다.
<잡아함경>에 나타나는 전반적인 분위기로 보아 석가모니와 내담자 간에 상당히 활발한 질의, 응답이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경전을 기록하면서 그러한 문답 과정이 생략된 것으로 추측된다. 경전에 나타난 그대로 분석을 하자면, 개별교설은 상담자가 일방적으로 내담자에게 교훈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므로 현대적 의미의 상담 형태를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중문답(大衆問答)→대중상담
대중교설시 듣는 사람과 교설자가 문답을 주고받는 경우다. 총 1362경 가운데 207경이 대중문답으로, 석가모니와 설법 청중 간에 질의-응답이 활발하게 오간다. 대중문답이 이루어지는 형태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석가모니가 교설을 하면서 대중에게 질문을 하고 대중이 그에 응답함으로써 교설 내용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하는 경우이고, 둘째는 석가모니의 교설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을 때 대중이 질문을 하고 석가모니가 그에 답하는 경우이며, 셋째는 대중이 먼저 의문나는 문제를 질문하면 석가모니가 그에 맞추어 응답하고 교설하는 경우이다.
이밖에 특이한 형태로 내담자는 하나인데 상담자가 여럿인 경우가 있다. 한 사람의 내담자를 상대로 여러 명의 상담자가 문답을 주고받는 것이다. 형태야 어찌 되었든 문답은 질문자와 석가모니 사이에 오가되 이를 통해 그 자리에 있던 대중 모두가 가르침을 공유하게 된다.
현대 상담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대중문답도 개별문답과 마찬가지로 상담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즉, '내담자(대중)'와 '상담자(석가모니)'가 있고, '상담자와 내담자의 대면 관계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대중문답)'이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대중문답을 '대중상담'이라 명명한다.
그러나 '대중상담'은 현대 상담에는 없는 독특한 형태다. 내담자와 상담자의 대면관계를 전제로 하는 개인상담에 비교했을 때는 내담자의 숫자가 1명을 초과하여 매우 많은 숫자라는 점에서 다르고, 리더의 지도 아래 집단 구성원 간의 역동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는 집단상담에 비교했을 때는 형태상으로는 비슷하나 내용 면에서 사뭇 다르다.
집단상담에서는 구성원 간의 역동이 주요 요소인데 비해, 대중상담은 대중끼리 오가는 역동보다 리더인 석가모니와 집단 구성원 간의 문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다른 사람이 석가모니와 문답하는 것을 관찰함으로써 간접적인 상담의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를 간단하게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개인상담> <집단상담> <대중상담> 내담자 내담자 ⇔ 내담자 내담자 내담자 ⇕ ⇕ ⇕ 상담자 상담자 상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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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설(大衆敎說)
대중(大衆)이란 많은 스님네를 뜻하며, 교설은 가르쳐 설명한다는 뜻이다. 대중교설이란 곧 몇 명에서 수십, 수백, 수천 명이 모인 가운데 설법하는 것을 말한다. <잡아함경>의 총 1362경 가운데 637경에 대중교설의 형태가 나온다. 그러나 대중교설이라고 해서 석가모니가 일방적으로 설법만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대중문답'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석가모니의 법문을 듣는 청중들은 설법 도중에 의문 나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질문을 했고, 석가모니는 이에 대해 상세하게 답해 주었다. '대중교설'의 형태로 나타난 경을 설했을 당시에도 분위기로 보아 많은 문답이 오갔을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경전을 기록하면서 그러한 문답 과정을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경전에 나타난 그대로 분석을 하자면, 대중교설은 개별교설과 마찬가지로 상담자가 일방적으로 내담자들에게 교훈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므로 현대적 의미의 상담 형태를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료상담
동료상담이란 '비슷한 연령과 유사한 생활 경험 및 가치관 등을 지닌 청소년이 일정한 훈련을 받은 뒤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주변에 있는 정상적인 다른 또래들의 발달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문제의 해결에 조력하여 이들이 성장, 발달할 수 있도록 생활의 제반 영역에서 지지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본래 영어의 'Peer Counselling'란 말에서 온 것으로, 보통 '또래 상담'이란 말로 많이 쓰인다(한국카운슬러협회, 1998).
<잡아함경>에는 현대 상담의 '동료상담'이라고 할 수 있는 형태가 총 1362경 가운데 35경에 나타난다. 석가모니의 제자인 비구들끼리 서로 문답을 주고받으며 수행방법이나 진리에 대해 논하면서 함께 발전해 가는 내용이다. 동료상담을 할 때의 인원은 2명이 대부분이며, 2명을 초과한 다수인 경우도 있다.
집단상담
집단상담이란, '생활 과정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욱 바람직한 성장 발달을 위하여 전문적으로 훈련된 상담자의 지도와 동료들과의 역동적인 상호 교류를 통해 각자의 감정, 태도, 생각 및 행동 양식 등을 탐색, 이해하고 더욱 성숙된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과정'이다(이장호-김정희, 1998).
불교에는 석가모니 재세 시절부터 포살(布薩)과 자자(自恣)가 있어 왔다. 포살이란 출가 수행자들이 보름마다(15일과 29일, 또는 30일) 모여 계경(契經)을 듣고, 지나간 보름 동안 지은 죄가 있으면 참회하여 선을 기르고, 악을 없게 하는 의식을 말한다.
자자란 여름 안거(安居: 승려들이 4월 16일부터 7월 15일까지 한 곳에 모여 외출을 금하고 수행하는 제도)의 마지막 날, 같이 공부하던 수행자들이 모여서 견(見), 문(聞), 의(疑) 3사(三事)를 가지고 그동안 지은 죄를 고백하고 참회하는 행사를 가리킨다. 비구들은 포살과 자자에 참여하여 자신의 수행 정도를 점검하고 수행하는 태도를 반성하며, 풀지 못한 의문에 대해 서로 질문하고 답을 해나간다.
포살과 자자에는 비구들뿐만 아니라 석가모니도 직접 참가한다. 석가모니도 비구들과 마찬가지로 '내게 꾸짖을 만한 일은 없는가?'하고 질문을 하는 것으로 보아, 지도자이면서도 동등한 자격으로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포살과 자자가 어떻게 행해졌는지 <잡아함경>에 그 과정이 자세히 수록돼 있지는 않으나, 몇몇 경에 언급돼 있어 그 형식과 과정을 짐작할 수 있다.
포살과 자자는 스승인 석가모니가 참여함으로써 '전문적으로 훈련된 상담자의 지도'라는 집단상담의 한 요건을 만족시키고, 여러 비구들이 참가하여 서로의 태도를 점검하고 의문점을 해결해 나감으로써 '생활 과정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욱 바람직한 성장 발달을 도모하며 동료들과 역동적인 상호 교류를 통해 각자의 감정, 태도, 생각 및 행동 양식 등을 탐색, 이해하고 더욱 성숙된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과정'이라는 집단상담의 또 하나의 요건을 충족시킨다.
이렇게 볼 때 포살과 자자는 현대 상담의 '집단상담'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석가모니가 포살과 자자를 매우 중히 여기고 장려하였으며 석가모니 스스로 포살과 자자에 몸소 참석하면서 의식을 철저히 지켰다.
슈퍼비전
슈퍼비전이란, '상담 수련생의 실습을 감독, 지도하면서 실습 경험이 이론 및 연구 결과와 연계성을 갖도록 지도하는 특수한 형태의 교육'이다(김계현, 1995).
<잡아함경>에는 현대 상담의 '슈퍼비전'이라 할 수 있는 형태가 여럿 나온다. 석가모니의 제자인 비구들이 일반 신도나 외도를 대상으로 설법을 한 뒤 옳게 했는지, 틀리게 했는지 석가모니에게 묻고 답하는 과정이나, 상좌 비구들이 후배 비구들을 대상으로 설법한 것에 대해 석가모니가 평가나 조언, 지지, 격려를 해주는 것 등을 모두 슈퍼비전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외도나 후배 수행자들은 '내담자', 이들을 위해 상담을 해주는 비구는 슈퍼비전을 받는 상담자, 곧 '수련생'이며, 이들의 상담 활동에 대해 평가와 조언을 해주는 석가모니는 슈퍼비전을 해주는 '슈퍼바이저'로 볼 수 있다.
슈퍼비전은 '수련생'이 석가모니에게 조언이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스스로 찾아오는 형태도 있고, 석가모니가 '수련생'의 상담 내용이나 수련 자세를 옆에서 지켜보고 슈퍼비전을 해주기도 하며, '수련생'의 상담 내용을 전해 듣고 슈퍼비전을 해주기도 한다.
또한 내담자의 변화 정도를 살펴보고 '수련생'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하며, 석가모니가 '수련생'의 성숙한 정도를 보고 자청해서 슈퍼비전을 해주기도 한다. 대부분이 내담자가 없는 가운데 석가모니가 '수련생'에게 슈퍼비전을 해주는 형태이나 '수련생'과 '내담자'가 함께 있을 때 슈퍼비전을 해준 경우도 있다
<잡아함경에 나타난 부처님의 상담사례 연구/ 권경희 연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