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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사람들은 평생 동안 많은 종류의 글을 쓰고 읽게 된다. 나는 고등학교까지 국어시간에 배운 것을 제외하고 글 쓰는 요령을 특별히 배운 적이 없다. 사회에 나와 초년병 시절을 전후하여 사보(社報)에 소설과 시도 써보고, 직장에서는 보고서와 기안 문서를 만드느라 애섰던 기억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친구들로부터 글을 잘 쓴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그것은 자기보다 글을 쉽게 쓴다는 뜻일 것이다. 내가 글을 쓰는 요령은 문장을 짧게 쓰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에 대하여 쓰겠다는 주제를 정하게 되면, 글의 종류에 따라서 소제와 내용 또는 자료를 정리한다. 그런 다음에는 일사천리로 글을 마무리한다. 오래 생각하고 길게 쓴다고 좋은 글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특히 마감시간이나 일에 쫓길 때에 글이 더 잘 쓰지는 것 같다. 그래서 천하무불핍출래적문장(天下無不逼出來的文章)이라고 했던가, '하늘 아래 쫓기어 나오지 않은 명문이라곤 없다'라는 의미가 가슴에 와닿는다. 그렇다고 내가 문필가라는 말은 아니다. 문학류와 전문서의 글쓰기는 근본이 다르다. 그러나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문제를 전개하며, 결정적으로 방향을 전환하여, 끝맺는 한시(漢詩)의 작법인 기승전결(起承轉結)은 한시뿐만 아니라, 문학작품과 전문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문학류가 서정을 정체성으로 하나, 전문서는 간결과 정확성을 요하는 점이 특이하다고 볼 수 있다. 정년퇴직 후 재직기간 30년 동안 사보, 월간지 등에 기고했던 시, 소설, 수필과 주장 등을 엮어 2012년에 <바닷가에서>라는 자전적 문집을 전자책으로 출간한 바 있다. 문집 중에는 사내 신춘문예에서 당선된 소설 <물레방아>와 시 <설날 풍경>등이 있다. 서정적인 문학류의 작품 외에도 <기업연차보고서>, <지점개설기록>과 <특수채권의 관리와 회수> 등 회사 업무와 관련된 전문분야에 관한 기록물 등이 있다. 특히 [제일은행50년사]의 편집을 주관하면서 글쓰기와 편집이 주 업무가 되기도 했다. 한편 정년퇴직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정리해왔던 [영한 실용금융용어사전]과 그 사전에 해설을 첨가한 [영한 금융용어해설사전]도 전자책으로 발간하였다. 또한 미국의 베른 시리즈 [Keys to reading an annual report]를 번역한 [기업연차보고서를 보는 기술]은 책으로 출판하였다. 이러한 글들은 수사(修辭)와 형용사가 불필요한 전문서인 것이 특징이다. 그러고 보니 글쓰기에 관해 다른 사람보다 많이 관여한 이력이 쌓이게 된 모양이다. '유페이퍼'에서 전자책으로 발간한 [바닷가에서], [영한 실용금융용어사전]과 [영한 금융용어해설사전]은 지금도 시판되고 있다. '삼일인포마인'에서 책으로 발간한 [기업연차보고서를 보는 기술]은 절판되었다. 이러한 책들은 독자와 수요가 한정된 분야이다. 따라서 돈을 벌려고 한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판매에 개의치 않는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서책을 대신하면서 글쓰기도 옛날의 원고지에서 컴퓨터로 대신하고 있으니 작성과 수정이 편리해졌다. 소설을 제외한 문장의 특징은 그 양이 적어져서 긴 글은 환영받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어떤 회사에서 모든 보고서는 한 장에 요약하여 보고하라는 곳도 있다. 또는 하고자 하는 주장은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의 글을 퍼 와서 옮기기만 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퍼 온 글에 익숙한 사람은 자기 글을 잘 쓰지 못한다. 그 글보다 더 잘 쓸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글 쓰는 사람 따로 있고, 읽는 사람이 따로 있는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글의 내용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도 불분명해진다. 결국 현재는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최소로 간단하게 요리한, 자극과 흥미 위주로 글을 쓰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조선일보 칼럼 '정민의 세설신어(世說新語)'에서 글쓰기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경고하고 있다. 명나라 장홍양(張洪陽)이 <담문수어(談文粹語)>에서 말했다. "자기는 신기한 표현이라 뽐내는데 사람들은 괴상망측하다고 본다. 말을 비비 꼬아 놓고 꼼꼼하게 썼다고 하나 정작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만연체로 늘어놓고 스케일이 큰 것으로 착각하면 오산이다. 알아먹지 못할 말과 웅장한 글도 헷갈리기 쉽다. 속된 말을 평이한 말과 구분 못하면 글이 진부해진다. 사람은 엇비슷해 보이는 것을 제대로 분간해야 한다. 그저 보면 비슷해도 살펴보면 하늘과 땅 차이다."
<바닷가에서> <실용금융용어사전> <기업연차보고서를 <금융용어해설사전> 보는 기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