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규 칼럼 – 수당 김종국, 팔순에 이르러 더욱 혁신적인 창신의 예술세계
아트러버덕 ・ 2018. 11. 7.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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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화업에서 한 치의 물러남 없는 삶을 이어오신 수당 선생님은 이번 팔순전에서는 피상적이고 관념적인 비움이나 여유가 아니라 장르와 시대의 틈 속에서 치열한 자기 극복의 새로운 예술세계를 보여 주는 놀라운 변화와 화격을 보여 주고 있다.
수당 선생님은 고등학교 2학년 때인 18세에 이당 화백을 만나게 되고 이때 이당 화백은 수당 선생의 탁월한 재능을 알아채고 그림을 배우라고 권유하면서부터 수당 선생님의 화업은 시작된다. 또한 이당 화백은 현재까지 사용하는 수당이란 아호를 아끼는 마음을 담아 친히 지어주셨다. 이후 서라벌예대에 진학하여 당시에 수업을 나오던 소정 변관식, 심원 조중현, 금추 이남호에게 다양한 화목을 두루 익히고, 홍익대에서 수학하면서 제당 배렴으로부터 수묵의 깊이에 감화를 받고 문기 짙은 문인화로의 영역을 확산시켰다. 이당 화백을 비롯한 이러한 사승 관계는 수당 선생님께서 한국 전통 미술의 전 장르, 즉 영정도와 인물화, 화조와 동물은 물론 독립적인 산수화까지 선보이는 금번의 팔순전에 연계되는 점이 특별히 많아서 언급을 하는 것이다.
수당 선생님이 그리신 미술계의 중요한 작품인 <태조왕건 영정도>.
수당 선생님은 고희전을 대규모로 개최하실 때 『수당화선집』을 발행하여 그간의 화업을 정리하셨고 당시 십우도 열 폭의 작품을 끝내고 ‘다음엔 필과 형의 파격뿐만 아니라 색과 재료에 대해서도 일체 걸림을 한번 내려놓아 볼까’라는 말을 하셨다. 이제 그 말을 돌이켜 보면, 그때의 기대와 설렘을 금번 팔순전에서 놀라우리만큼 자기 혁신의 화풍을 펼쳐 보여주고 계시는 것이다. 그 가운데 먼저 주목되는 것은 고려 태조가 삼국을 통일하고 이를 기려 창건한 논산의 개태사의 의뢰로 제작한 태조 왕건의 영정도이다. 수당 선생님의 영정도는 조선왕조 영정도 기법을 전승한 것으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조선조 이후 전승되어 온 영정도 기법을 온전히 지니고 있는 수당 선생님 제작 기법은 국가나 사회적 차원에서 보존되고 전승되어야 할 중요한 우리의 문화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금번 팔순전에는 오랫동안 수당 선생님이 즐거이 다루는 화목들이 완전히 새로운 면모로 선보이고 있다. 예전의 단아한 화격과 달리 강렬한 색채와 조형의식이 화면의 전면에 펼쳐지면서 전통적 소재가 이러한 격을 갖추면서 현대적 미감의 화격을 보이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먹색의 풍부함과 색채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어 현대적 미감을 보여준다.
당나귀의 웃는 표정과 기품 있는 인물로 인하여 해학성과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다.
이와 함께 미인도, 풍속화 등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이 폭넓게 보이고 있는데, 역시 도상 면에서나 필법에 있어서 획기적으로 펼쳐지는 현대적 미감의 강렬한 색상과 박진감의 구도법에서 독보적으로 일가를 이룬 수당 선생님의 고유한 양식이자 독자적 표현 방법임을 작품 전반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득의(得意)의 경지를 보여주는 사군자화도 주목된다. 작품 [웅시]에서도 예전과 현격히 다른 화면 구성을 보이고 있다. 매의 자태와 눈매 자체가 표현의 주가 되었던 이전과 달리 매가 주시하는 대상이 풍부해진 것이다. 그리고 수당 선생님의 초기 개인전 이후 모처럼 산수화가 함께 전시되고 있는 점 또한 눈길을 끈다.
득의의 경지를 보여주는 품격 있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같은 화제라 하더라도 작가의 조형의지와 화면 전개방법에 따라 완전히 다른 미감으로 와닿겠지만 계승되어야 할 중요한 전통과 이를 다시 현대적 이념과 방법으로 변화시켜 재창조하는 것은 장인적 노력과 천재적 감각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수당 선생님은 전통의 여러 장르와 기법을 종합하고 긴 시간의 실험과 성공적 모색을 통하여 수당풍이라는 자기 양식화가 이루어졌음은 우리 미술계의 큰 수확이고 성과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최성규(미술평론가)
[출처] 최성규 칼럼 – 수당 김종국, 팔순에 이르러 더욱 혁신적인 창신의 예술세계|작성자 아트러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