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가지 유형 중에는 물론 맛, 감촉, 냄새 등에 따라 특정 음식을 거부하는 즉, 우리가 흔히 편식이라 부르는 ‘예민성 음식 거부형’도 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부모의 과잉 기대가 식욕부진을 초래하는 ‘부모 오인형’, 식사시간에 아이와 눈을 맞추거나 대화하는 등의 상호작용 문제가 원인이 되는 ‘상호작용 부족형’, 음식 섭취에 공포를 느껴 식기만 봐도 울음을 터뜨리는 ‘섭취 불안형’이 7가지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부모의 과도한 관심과 기대 때문에, 식탁에서의 엄마 아빠 태도 때문에, 음식을 먹다가 목에 걸리는 등의 경험 때문에 아이가 ‘먹기’를 거부한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
심지어 아이가 지나치게 활동적이어서 음식에 관심이 없는 ‘주위 산만형’은 국내 섭취 장애 아이들의 가장 흔한 유형으로 나타났다. 분당 서울대병원 양혜란 교수팀이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서울, 경기, 부산 지역의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한 3백여 명의 아이를 대상으로 식습관 유형을 조사한 결과 ‘주위 산만형’이 74.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이다.
‘부모 오인형’ 섭취 장애도 45%나 됐다. 자신은 왜소해도 아이만큼은 키가 컸으면 하는 우리 부모들의 과잉 기대심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결과다. 실제로 성장 문제로 소아청소년과에 오는 아이 중에는 부모의 평균 신장을 고려했을 때 정상적인 성장 패턴을 보이고, 체격과 필요한 영양분을 따져봤을 때 적절한 식욕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산만한 아이는 조금씩 여러 번 먹여라
단순 편식이 아닌 이런 유형의 아이에게 음식을 예쁘게 만들어주는 방법이 통하지 않는 건 당연한 결과다. 가장 흔한 ‘주위 산만형’ 아이에게는 음식을 한꺼번에 주지 말고, 식사 시간은 20분 내외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식사와 식사 사이에는 오로지 물만 주는 것이 좋으며, 적게 먹는다고 혼내거나 반대로 많이 먹었다고 칭찬하는 것은 금물. 엄하게 해서라도 엄마 아빠 식사가 끝날 때까지 식탁에 앉아 있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부모 오인형’은 엄마 아빠가 음식을 강제로 먹이려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려면 우선 성장과 영양의 적절한 기대 수준에 대해 인식하고 있어야 하는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어디서, 언제, 무엇을 먹을지는 엄마가 정하되 먹을 양은 아이에게 정하게 해보자. 어린아이라면 밥을 먹으면서 옷이나 식탁이 지저분해지는 것은 어느 정도 용인하는 것이 좋다.
중립적인 태도가 편식을 막는다
‘예민성 음식 거부형’ 아이는 특정 음식을 거부하는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아이가 음식에 민감해 편식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음식뿐 아니라 소음이나 빛 등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걸 인식하자. 먹지 않으면 달래서 먹이되, 절대 강요해서는 안 된다. 부모가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을 보여줘 아이가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다. 이때 아이가 새로운 음식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엄마 아빠의 태도는 중립적이어야 한다. 장난치면서 입에 음식을 넣어주거나, 아이가 먹지 않는다고 화난 척해서는 안 된다.
‘상호작용 부족형’ 아이 역시 대부분 엄마 아빠가 아이의 섭취 장애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부정하는 경우가 많아 부모 교육이 가장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엄마와 아이의 신경정신적인 문제로 아이의 성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전문가에게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어린이집 등을 활용하거나 가족의 도움을 받아 엄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이쯤 되면 우리 아이는 어떤 유형에 해당되는지 궁금한 엄마들이 많을 것이다.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라도 해보면 좋겠지만, 유형 진단은 절대 엄마 임의대로 해서는 안 된다. 섭취 장애의 유형은 매우 복잡하며 아이의 상태와 부모의 성향, 성장 환경 등 개인에 따라 복합적이고 다양한 유형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 진단을 맡겨야 한다. 밥 안 먹는 아이가 걱정이라면 지금 당장 단골 소아청소년과의 문을 두드리자. ? (원장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