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에 관하여
“언어가 햇빛에 익으면 역사가 되고
언어가 달빛에 익으면 시가 된다“
시와 낭송에 대해 강의를 할 때면 곧잘 사용하는 문장이다
그 달빛에 익은 시에 향기를 주고 색체를 입히는 것이 시낭송이다.
낭송은 (朗 :밝을 낭)‘ 과 ‘(誦:외울 송)’ 자가 합쳐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또랑또랑 하게 외움을 의미한다. 보고 읽는 것은 낭독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낭송이란, 시를 외워 운율을 살려 마치 노래하듯이
시의 이미지를 화폭에 담듯 청자의 가슴에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색감과 향기를 담아 감동을 주는 일이다
그 색채와 향기와 온도가 사람의 마음으로 스며들어
상처를 어루만지며 새살을 돋게 하는 것,
절망 속에 있는 이에게 희망을,
불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의 눈길에 따스한 온기가 덥히게 하는 것,
시를 통해 내면의 자기를 들여 다 보고 삶을 성찰하게 하는 그것이
시낭송의 본래의 의미이며 가치이다
시낭송은 나열된 시어를
고, 저, 장, 단, 강, 약, 음질, 음량, 음폭, 음속등을 적제 적소에 잘 사용하여 효과를 주는 소리값이 있고
또한 사랑이라든지, 그리움이라든지 따뜻함을 담아내야 하는 시어와
절망, 추위, 죽음등의 절박함을 담아내야할 시어의 시어가 주고자 하는 시의 의미를 표현하는 의미값이 있다
그 소리값과 의미값을 적제 적소에 잘 사용하여 시에 생기를 입혀야 한다
눈으로 볼 때 만 으로도 잘 쓰여 진 시는 감동을 주는데
그 시를 눈으로 볼 뿐 아니라 소리를 내어 읽으며 마음에 새기게 되고,
또한 귀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를 다시 한 번 듣게 된다면
낭송의 효과는 시의 감동을 배가 하게 된다.
그 뿐 아니라 눈으로 볼 때에는 시를 읽는 이만 느낄 수 있는 개인적인 감동을
낭송을 통해 수많은 사람에게 들려 진다면, 시가 주는 치유의 역활을 불특정 다수에게 나눌 수 있게 되므로 낭송의 영향력과 시와 낭송의 필요 연계성은 참으로 크다고 볼 수가 있다
달빛에 익은 시에 물들어 사는 이는 참으로 축복받은 사람이다.
소박하면서도 싱싱하게 살아있는 시를 읽을때면 박절한 세상에 지쳐있는 내 마음의 나이테에
조용히 맑은 수액이 차 오름을 느낀다.
이제 내 나이는 붉게 타는 노을 들녘을 지나야할 때이다.
문득 소나기처럼
후두둑 후두둑 심연을 두드리는 그리움에 가슴이 날근 거릴 때면
한 줄금 빗줄기로 나와 그대의 노을이 더욱 사랑스러워 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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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에 두분의 음성을 섞어 듣습니다.
시가 무르익는 ,
시의 향기로 코끝이 찡! 했던
가을 밤이였어요
토실하게 영근 시들이
군불에 익은 밤알처럼 꼭지마다 터져 나오던 그날이
벌써부터 그립습니다.
오늘은
덜컥 닥아 온 가을이 그만 깊어져서
가을비에 단풍이 그리움처럼 진합니다.
채근하는 가을날 서정에
이경렬 시인의 시 한 구절 떠올려 봅니다.
“내려가라고 등 떠미는 이는 없어도
때가되면 모두 아래로 내려갑니다.
숲에 살며 맑아진 바람도 아래로 흐르고
제 빛깔로 익은 낙엽도 아래도 흐르고
긴 사연 간직한 열매도 아래로 구릅니다.“
아래로 흘러
유장한 강에 이르는 물길처럼
우리 함께 흘러 인생 가을숲을 적셔보아요
노을빛이
참으로 고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