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淵明(도연명) 시 止酒(지주)
居止次城邑(거지차성읍) 사는 곳 성읍(城邑) 근처이고
逍遙自閒止(소요자한지) 소요하며 사니 한가롭다
坐止高蔭下(좌지고음하) 높은 나무 그늘 아래 앉아도 보고,
步止蓽門裏(보지필문리) 싸리문 안에서 거닐어도 본다
好味止園葵(호미지원규) 좋은 음식은 뜰에서 나는 아욱뿐이고
大懽止稚子(대환지치자) 큰 기쁨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平生不止酒(평생부지주) 평생 술을 끊지 않았으니
止酒情無喜(지주정무희) 술 끊으니 기쁠 것도 없다
暮止不安寢(모지불안침) 저녁에 안 마시면 편히 잠 못 들고
晨止不能起(신지불능기) 새벽에 안 마시면 일어날 수도 없다
日日欲止之(일일욕지기) 날마다 술을 끊으려 했으나
榮衛止不理(영위지불리) 혈액 순환이 순조롭지 못했다
徒知止不樂(도지지불락) 술 끊으면 즐겁지 않다는 것만 알고
未知止利已(미지지리이) 술 끊는 것이 이로운 줄 몰랐다
始覺止為善(시각지위선) 비로소 끊는 것 좋다는 걸 깨닫고
今朝真止矣(금조진지의) 오늘 아침 정말로 술을 끊었다
從此一止去(종차일지거) 이제부터 줄곧 끊어 가면,
將止扶桑涘(장지부상사) 장차 부상(扶桑) 물가에 머물게 되리라
清顔止宿容(청안지숙용) 예전 얼굴이 신선의 얼굴로 바뀌리니
奚止千萬祀(해지천만사) 어찌 천만년에 그치겠는가.
挽歌詩(만가시) 나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
其一
有生必有死 (유생필유사) 태어나면 반드시 죽게 마련
早終非命促 (조종비명촉) 빨리 가는 것도 제 운명이라네
昨暮同爲人 (작모동위인) 엊저녁엔 같은 사람이었으나
今旦在鬼錄 (금단재귀록) 오늘 아침엔 冥附(명부)에 이름 있더라
魂氣散何之 (혼기산하지) 氣(혼기)는 흩어져 어디로 가나
枯形寄空木 (고형기공목) 시신은 텅 빈 관 속에 드네
嬌兒索父啼 (교아색부제) 아이들 애비 찾아 울고
良友撫我哭 (양우무아곡) 벗들은 나를 쓸며 통곡하네
得失不復知 (득실불부지) 이제는 다시 得失(득실) 따지지 않고
是非安能覺 (시비안능각) 是非(시비)도 아는 척하지 않노라
千秋萬歲後 (천추만세후) 천년만년 후에는 누구도
誰知榮與辱 (수지영여욕) 잘 살았다 못 살았다 알지 못하리
但恨在世時 (단한재세시) 오직 살아생전의 恨(한)은
飮酒不得足 (음주부득족) 흡족히 술 마시지 못한 것일 뿐
其二
在昔無酒飮 (재석무주음) 옛날에는 마실 술이 없었으나
今但湛空觴 (금단담공상) 이젠 부질없이 비었던 잔에 술이 가득 찬다
春醪生浮蟻 (춘료생부의) 봄 막걸리에 거품이 둥둥 뜨지만
何時更能嘗 (하시갱능상) 어느 때나 다시 맛볼 수 있으리오
肴案盈我前 (효안영아전) 안주상 내 앞에 가득 차려지고
親舊哭我傍 (친구곡아방) 친구들 내 옆에서 통곡하네
欲語口無音 (욕어구무음) 말하려 해고 입에서 소리 나지 않고
欲視眼無光 (욕시안무광) 보려고 해도 눈에서 빛이 나오지 않는구려
昔在高堂寢 (석재고당침) 전에는 높은 집에서 잤는데
今宿荒草鄕 (금숙항초향) 오늘은 거친 들판에서 자게 되었구나
一朝出門去 (일조출문거) 하루아침에 집 문을 나서 떠나면
歸來良未央 (귀래량미앙) 돌아올 날 분명 기약이 없으리.
其三
荒草何茫茫 (황초하망망) 황량한 풀 어찌 그리 끝도 없이 무성한가
白楊亦蕭蕭 (백양여고소) 백양나무도 바람에 우수수 소리낸다
嚴霜九月中 (엄상구월중) 된서리 내린 9월에
送我出遠郊 (송아출원교) 나를 묻으려 멀리 교외로 나가는데
四面無人居 (사면무인거) 사방에는 인가도 없이
高墳正嶕嶢 (고분정초요) 높은 무덤들만 우뚝우뚝 솟았네
馬爲仰天鳴 (마위앙천명) 말은 하늘 쳐다보고 울고
風爲自蕭條 (풍위자소조) 바람도 저 혼자 쓸쓸히 분다오
幽室一已閉 (유실일이폐) 무덤구덩이 한번 닫혀버리면
千年不復朝 (천년불부조) 천년 동안 다시는 아침을 보지 못하리니
千年不復朝 (천년불부조) 천년 동안 다시는 아침을 보지 못하는 것은
賢達無奈何 (현달무내하) 현명하고 뛰어난 사람도 어쩔 수 없는 것
向來相送人 (향래상송인) 앞서 나를 묻으러 왔던 사람들
各自還其家 (각자환기가) 각자 자기 집으로 돌아가네
親戚或餘悲 (친척혹여비) 친척들은 혹 슬픔 남아 있지만
他人亦已歌 (타인역이가) 다른 사람들은 하마 노래도 부르는구나
死去何所道 (사이하소도) 죽어버리면 무슨 할 말 있나
託體同山阿 (탁체동산아) 몸을 산에 맡겨 하나가 될 따름인걸.
自祭文(자제문)
茫茫大塊 悠悠高旻 (망망대괴 유유고민) 끝없이 넓은 대지 아득히 높은 하늘
是生萬物 余得爲人 (시생만물 여득위인) 이 하늘과 땅 만물을 낳고 나도 사람으로 태어났다
自余爲人 逢運之貧 (자여우인 봉운지빈) 사람으로 태어나면서부터 가난한 운명을 만나
簞瓢屢罄 絺綌冬陳 (단표누경 치격동진) 밥 소쿠리와 표주박은 자주 비고 거친 베옷을 겨울에도 입었다
含歡谷汲 行歌負薪 (함환곡급 행가부신) 그러나 기쁜 마음으로 골짜기에서 물을 긷고 땔나무 지고 걸어가며 노래했으며
翳翳柴門 事我宵晨 (예예시문 사아소신) 어둡고 누추한 집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내 일을 하였다
春秋代謝 有務中園 (춘추대사 유무중원) 봄과 가을은 바뀌지만 전원에는 언제나 할 일이 있으니
載耘載耔 迺育迺繁 (재운재자 내육내번) 풀 뽑고 흙 북돋우면 작물이 자라 번성한다
欣以素牘 和以七弦 (흔이소독 화이칠현) 책 읽으며 즐거워하고 七弦琴(칠현금) 타며 편안하였다
冬曝其日 夏濯其泉 (동폭기일 하탁기천) 겨울에는 햇볕을 쬐고 여름에는 시내에서 목욕을 한다
勤靡餘勞 心有常閒 (근미여로 심유상한) 일 할 때는 힘껏 열심히 하고 마음은 언제나 한가로웠으니
樂天委分 以至百年 (낙천위분 이지백년) 天命(천명)을 즐거이 따르고 본분에 맡기며 이렇게 일생을 보냈다
惟此百年 夫人愛之 (유차백년 부인애지) 이 한평생을 사람마다 모두 아끼는데
懼彼無成 愒日惜時 (구피무선 게일석시) 일생토록 이룬 바 없을까 두려워 하루 한시를 탐하고 아까워한다
存爲世珍 沒亦見思 (존위세진 몰역견사) 살아 있을 때는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죽은 뒤에도 그러하길 원한다
嗟我獨邁 曾是異玆 (차아독매 증시이자) 아아, 나만은 홀로 나의 길을 걸으며 지금껏 세상 사람들과는 달랐다
寵非己榮 涅豈吾緇 (총비기영 날기오치) 사랑을 받는 건 내 영광으로 여기지 않았으니 혼탁한 세상이 어찌 나를 검게 물들일 수 있겠는가
捽兀窮廬 酣飮賦詩 (졸올궁려 감음부시) 누추한 집일지언정 꼿꼿하게 지내며 흥겹게 술 마시고 시를 지으며 살아왔다
識運知命 疇能罔眷 (식운지명 주능망권) 운명이란 것을 잘 알지라도 누군들 뒤돌아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余今斯化 可以無恨 (여금사화 가이무한) 나는 이제 이렇게 죽어도 유감이 없다
壽涉百齡 身慕肥遯 (수섭백령 신모비돈) 백 살 가깝도록 은거 생활을 동경하였는데
從老得終 奚所復戀 (종로득종 해소부련) 늙어 天壽(천수)를 다 하였으니 또 무엇을 연연해하리오
寒暑逾邁 亡旣異存 (한서유매 망기이존) 세월은 점점 흘러 죽어 살았을 때와는 달라지니
外姻晨來 良友宵奔 (외인신래 양우소분)친척들은 새벽에 오고 친한 친구들도 밤에 문상을 와서
葬之中野 以安其魂 (장지중야 이안기혼)들판에 나를 묻어 내 영혼을 편안하게 한다
窅窅我行 蕭蕭墓門 (요요아행 소소묘문)어두운 곳으로 내가 가는 길 바람 소리 쓸쓸한 무덤 문을 들어서니
奢恥宋臣 儉笑王孫 (사치송신 검소왕손)宋(송 楊王孫(양왕손)같이 검소한 것도 우습구나
廓兮已滅 慨焉已遐 (곽혜이멸 개언이하)공허하니 나는 이미 죽어버리고 개탄스럽게도 이미 멀리 떠났네
不封不樹 日月遂過 (불봉불수 일월수과)높이 봉분도 만들지 않고 나무도 심지 않으며 세월은 점차 흘러가버린다
匪貴前譽 孰重後歌 (비귀전예 숙중후가)살아생전 명예를 귀하게 여기지 않았으니 누가 죽은 뒤의 칭송을 중시할 것인가
人生實難 死如之何 (인생실난 사여지하)인생살이 참으로 어려웠는데 죽은 뒤는 또 어떠할까
嗚呼哀哉 (오호애재) 아아, 슬프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