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주의학술원(원장 이신열 교수)은 11월 2일 제16회 종교개혁기념학술세미나를 온라인을 통해 개최했다.
‘벤자민 워필드와 과학시대’를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는 김상엽 교수와 박찬호 교수가 발제하고, 황대우 교수(고신대)와 이신열 교수(고신대)가 논찬했다.
1) 벤자민 워필드의 성경론 :
과학시대에서의 해석학적 함의를 중심으로.
김상엽 교수(백석예술대)
김상엽 교수(백석예술대)는 ‘벤자민 워필드의 성경론 이해: 과학시대에서의 해석학적 함의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벤자민 워필드(Benjamin B. Warfield, 1851~1921)가 성경과 과학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그리고 그의 입장이 오늘날 개혁신학을 지향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떤 신학적 함의를 주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워필드는 지난 100년 동안 보수적인 입장의 성경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대표적인 개혁신학자인 동시에 과학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신학자.
그는 말한다. 오늘날 신앙과 과학 사이의 관계를 고찰하는 것은 워필드의 시대보다 더 중요한 변증적 과제라고. 그가 워필드를 고찰하는 중요한 이유다.
“성경의 권위와 무오성을 인정하고 과학을 배척하는 것이 마치 개신교인들의 정체성인 것처럼 작동한다. 다시 말해서 성경과 과학은 양자택일의 문제로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성경과 과학의 관계에 대해 양자택일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우리가 치르게 될 신앙적·사회적 대가는 너무도 크다. 교회 안에서는 훌륭한 과학적 업적을 가지고 열심히 신앙생활 하는 전문인들이 목소리를 잃게 될 것이고, 교회 밖에서는 성경적 신앙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전문 분야를 개척하려는 사람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교회의 신앙과 신학은 한국사회로부터 점점 게토화 될 것이다.”
김 교수는 먼저 살핀 것은 워필드의 성경 무오성. 그에 의하면, 워필드는 자유주의 신학으로부터 상경의 권위가 강력하게 도전받던 시기에 성경의 무오성과 영감을 지켜낸 탁월한 신학자라는 것.
그는 워필드가 7가지 성경 무오성 중 완전 무오성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완전 무오성에 따르면 성경은 과학이나 역사적 사실들을 과학책과 같은 수준으로 전달하지는 않지만, 이와 관련한 언급에 있어서 성경 본문이 의도한 수준에서 전적으로 참되다…워필드 역시 완전 무오성을 지지한다.”
김 교수가 다음으로 살핀 것은 워필드의 성경 무오성이 과학적 세부사항과 정밀함을 내포하지 않는다는 점. 그는 워필드가 성경 본문이 과학적인 세부사항을 우리에게 전해준다고 보는 것을 경계했다고 말한다. 워필드가 그 당시 지질학이 발견한 세부사항들을 창세기 1장에서 발견하려는 태도를 옳지 않다고 봤다는 것.
그리고 워필드의 이러한 태도가 인류의 연대 문제를 다루는 데서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밝혔다. 성경의 족보에서 연대기 계산을 위한 데이터를 찾는 행위는 적합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잘못된 것이라는 것.
“성경 본문에는 분명 오류처럼 보이는 구절들이 있다. 그러나 교회가 성경의 무오성을 언제나 고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성경 본문에 대해 과학 교과서의 정밀함이 아니라 정확함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 정확함이란 성경 저자가 진술하려고 의도했던 사실이나 원칙을 정확하게 진술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김 교수가 살핀 것은 워필드의 성경 무오성의 핵심은 올바른 해석과 장르 이해라는 점. 그는 워필드의 성경 무오성에서 성경 본문에 대한 해석과 주의 깊은 주해가 중요한 핵심원리로 작동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워필드는 바울의 ‘공식 가르침’과 ‘공식 가르침의 영역 밖의 문제들’을 구분했고, 오늘날 새롭게 발견되는 ‘사실들’을 활용하는 것이 성경의 영감과 무오성과 대치되는 것이 결코 아님을 강조했으며, 오히려 새로운 ‘사실들’을 갖고 본문에 대한 우리의 해석적 과정과 결론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
“워필드의 설명에 따르면 성경 본문은 장르에 따라 서로 다른 현상들을 보인다. 이는 각 본문의 문체나 말투, 진술 방식, 논증 방식 등을 통해서 강화된다. 따라서 성경 본문이 일반적인 과학적 사실이나 역사·지리적 사실과 다른 방식으로 어떤 진리를 진술할 때, 그것은 성경에 오류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해당 성경 본문의 장르 문제로부터 기인한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성경 영감에서의 협력개념은 하나님과 제이원인의 협력을 암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워필드가 신학과 과학이라는 주제에 있어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 개념에 주목한다. 협력개념이다. 이 개념을 바탕으로 워필드가 성경의 영감과 무오성을 인정하면서도 과학에 대해 진지하고도 열린 태도를 견지할 수 있었다는 것.
“워필드는 ‘협력’ 개념을 사용해서 성경의 신성과 인간성 모두를 확보하고자 했다. 워필드에 따르면 ‘협력’ 개념 말고는 영감의 방법에 관한 다른 개념이, 영감의 신적이고 인간적인 요소를, 성경의 신적이고 인간적인 요소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워필드는 이러한 ‘협력’ 개념을 자연과학에 대한 이해에도 적용한다. 성경 영감에서 신적 특성과 인간적 특성이 협력하듯이, 자연세계 안에서 신적 활동과 자연적 과정의 협력이 가능하다고 보았다…워필드는 ‘협력’ 개념과 칼뱅의 제이원인에 대한 존재론을 연결시킨다. ‘만물의 제일원인’(prima causa ominum)으로서의 하나님은 제이원인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가 보는 질서정연한 세계’를 있게 하셨다.”
김 교수는 결론적으로 우리의 문제는 과학적 발견들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성경의 무오성과 권위를 성경적으로 인정하면서 어떻게 과학적 발견들을 이해하느냐에 있다고 보았다.
“우리는 성경과 과학 사이에서 양자택일의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개혁신학적인 성경론에 입각하여 과학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학적 유산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바로 워필드의 성경론이다.
2) 워필드는 유신진화론을 지지하였는가?
박찬호 교수(백석대 신학대학원)
박찬호 교수는 ‘워필드는 유신진화론을 지지하였는가?’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벤자민 워필드가 성경의 무오성을 주장한 보수주의 신학자이면서 유신진화론을 지지한 사람으로 널리 인정돼 왔지만, 최근 프래드 재스팰이 ‘한 권으로 읽는 워필드 신학’에서 워필드가 현대적인 의미에서 유신진화론자가 아니었음을 주장했다고 밝히고,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복음주의권에서 유신진화론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살아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우선 박 교수는 2019년 창조론오픈포럼에서는 워필드가 유신진화론적 입장을 취하였다는 마크 놀과 데이빗 리빙스턴의 견해를 지지했으나, 2년 후 한국개혁신학회에서 발표한 ‘워필드 창조론 재고’에서는 이 입장을 번복해 재스펠의 입장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가 결론으로 주장하는 것은 워필드가 그루뎀이나 에릭슨 또는 쉐퍼와 같이 유신진화론을 지지하지 않는 오래된 지구론의 입장이라는 것. 그는 유신진화론의 입장을 받아들이면서도 여전히 유신진화론이 함축하는 난점에 대해 인정하는 리처드 마우어의 입장을 워필드와 유사한 입장으로 봤다.
박 교수는 먼저 워필드가 신학적인 활동을 하던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살폈다. 먼저 살펴보는 것은 핫지의 입장. “핫지는 모든 진화론적인 생각이 기독교 신앙과 갈등관계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다윈주의가 그 기본전제에 있어서 명백하게 무신론적인 성향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예리하게 지적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바빙크도 살펴봤다. “바빙크는 물질은 물질로, 식물은 식물로, 동물은 동물로, 인간은 인간으로 남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하나님이 이런 굵직한 계통을 창조하시고, 그 안에서 ‘발전’이 있도록 하셨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이런 설명은 바빙크가 소진화는 인정하지만 대진화는 부정하는 입장인 밀라드 에릭슨의 점진적 창조론과 유사한 입장이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입장은 오래된 지구론의 하나이다.”
박 교수는 워필드에 대한 엇갈린 해석을 소개했다.
먼저는 놀과 리빙스턴의 해석으로 워필드를 유신진화론을 주장하는 해석이다. “워필드는 ‘인간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진화와 창조의 결합을 다시 제안’했고, ‘인간 몸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의 신학적 정당함을 명백히 인정했다”라고 놀과 리빙스턴은 주장하고 있다. 워필드가 진화론자라는 놀과 리빙스턴의 확신은, ‘칼빈의 창조론’에 대한 워필드의 1915년 논문에서 기인한 것이다.”
반대로 워필드가 성경의 무오를 주장하는 보수적인 신학자였음에도 진화론을 수용한 사람이라는 놀과 리빙스턴의 견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재스펠의 해석을 이야기한다. 재스펠은 워필드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부분 긍정적으로 진화를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기꺼이 인정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워필드가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는 것.
“워필드가 진화를 사실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놀과 리빙스턴은 대체 어떤 근거로 워필드가 진화를 참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자신있게 주장하는가? 워필드는 자신의 경력 내내 기독교 유신론이 몇몇 진화론과 필연적으로 모순되는 것은 아님을 거듭 인정했다. 그러나 진화 가설을 사실에 대한 참된 설명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재스펠에 따르면, 워필드가 진화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것.
그렇다면 진화에 대한 워필드의 견해는 무엇일까? 박 교수는 워필드가 몇몇 진화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았지만, 진화를 명백하게 받아들인 적은 한 번도 없고, 진화에 무척 관심을 가지고 진화를 기꺼이 수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발언도 했지만, 워필드 자신은 언제나 유보적이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유신진화론에 대한 반론도 이야기했다.
“웨인 그루뎀은 유신진화론이 성경적 창조론과 열두 가지 점에서 차이를 보이며 그렇게 될 때 유신진화론은 열한 가지 기독교 교리를 부정하게 된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재스펠은 웨인 그루뎀이 제시하고 있는 성경의 설명과 다른 열두 가지 유신진화론의 주장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워필드는 이것을 부인할 것이다’라고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박 교수는 복음주의적 입장의 신학자들이 유신진화론을 수용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그루뎀의 주장처럼 유신진화론의 입장을 취하게 되면 창 1~3장의 역사성 즉 아담의 역사성을 부정하게 되는 난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런 면에서 보면 리처드 마우(Richard Mouw, 1940- )는 자신이 유신진화론에 동조하는 입장임을 드러내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복음주의 신학의 핵심적인 주장에 대해 굳건한 확신을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필드를 굳이 유신진화론자로 분류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워필드는 최소한 리처드 마우와 같이 아담의 역사성을 함부로 내어버리는 유신진화론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자세를 취했을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는 점. 끝으로 박 교수는 창조과학회의 입장으로 대변되는 젊은 지구론 이외의 입장에
대해서는 대단히 배타적인 우리나라 교회의 현실을 소개하며, 젊은 지구론이 창조론을 독점할 수는 없고 또 독점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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