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다양한 불교 용어의 독법(讀法)
현존하는 초기불교 경전인 팔리어본 다섯 〈니까야(Nika-ya, 모음집/분류한 것)〉와 한역(漢譯)된 네 가지 〈아함(阿含, 전승된 것)〉에 담겨 있는 수많은 언어들은 무엇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된 것일까? 또한 거기에서 제시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의 길이란 과연 무엇일까?
흔히 ‘불교란 무엇인가?’라는 간단한 형태로 등장하는 이 질문은 불교의 ‘목적’과 ‘특징’이 무엇인지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월포라 라훌라’의 저서에서 보이듯이 ‘부처가 가르친 것’에 대한 파악이 이러한 질문에 답하려는 노력이다.
초기불교 경전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된 불교 용어들은 대단히 많다. ‘삼법인(三法印), 오온(五蘊), 십이처(十二處), 연기(緣起), 중도(中道), 사성제(四聖諦), 팔정도(八正道)’ 등의 개념들은 사실상 오늘날의 전문용어에 해당하기 때문에 전체의 체계 속에서 분명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끈기 있는 사색의 과정이 필요하게 된다. 나아가 이와 같은 개념들은 서양의 학문전통에 나타나는 것처럼 하나의 이론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전제된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들의 삶의 여정에서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모습을 제시하기 위해서 마련된 설명체계라는 점, 그래서 처음부터 현실적이고 경험적인 성격을 띠고서 우리들 일상의 삶의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지금 여기에서 체험되고 실현되어야 한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사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불교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수많은 불교 개념들의 존재는 부담을 주며 그 의미가 모호하고 어려울수록 하나의 장애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에 먼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의 대의를 효과적으로 그리고 제대로 설명하는 길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두 가지 접근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 그림 양경수.
첫 번째 길은 수많은 불교 용어들이 불교의 교리체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암호처럼 여겨지지 않도록 분명한 언어를 구사하여 설명하려는 태도의 확보이다. 다시 말하면 불교 용어를 쓰지 않고 불교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기 성찰적인 태도의 필요성이다. 비록 어설프고 부족한 언어라 할지라도 부처님의 말씀을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일상의 언어로써 풀어내려는 노력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이 확산될 때 이웃 종교 그리고 다른 사상들과 대화 가능한 언어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길은 경전에서 제시하고 있는 개념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지평을 확보하는 일이다. 곧 경전의 내용 전체를 입체적으로 탐구한 이들이 이러한 관점에서 읽어보라고 말할 수 있는 하나의 지침 또는 독법(讀法)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른바 하나의 텍스트에 내재되어 있는 기획 의도를 읽어내는 관점의 확보이다.
이를테면 ‘유익함과 청정성의 추구’라는 말을 하나의 기준으로 삼아 〈니까야〉에 등장하는 부처님의 말씀을 살펴보면, 그것이 공통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하나의 정신을 읽어낼 수 있다. 이는 세 가지 단계로 설명할 수 있는데, 첫째는 나에게도 남에게도 유익한 결과를 가져오는 가이고, 둘째는 자신의 행위와 마음을 정화하여 욕망이나 집착에 오염되지 않는 청정함으로 나아가는지에 대한 점검이며, 셋째는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이 소멸되어 참된 평온을 이룩함(涅槃)’에 있다. 그러나 유익함과 청정성의 지향은 불교적 삶을 추구하는 하나의 과정이지만 궁극의 목표는 아니다. 해탈과 열반의 길의 성취가 수행의 여정에서 가장 정점에 있으며, 이것이 바로 불교의 목적인 것이다.
김준호 울산대 연구교수
첫댓글 니까야서 길을 묻다 – 2. 佛敎 用語와 佛敎의 說明의 迷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