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크, 당신이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이미 몇 주쯤 흘렀겠죠. (새롭게 발견한 당신의 추진력을 감안하더라도 9월 초가 되기 전에 파리까지 갔을 것 같지는 않군요.) 커피는 맛있고 진하고 크루아상은 신선하며, 절대 도로 위에서 평형을 잡지 못하는 그 노천의 금속 의자에 앉아 있을 만큼 날씨도 여전히 맑기를 바랍니다. 나쁘지 않아요, 카페 마르키는. 혹시 점심 먹으러 다시 와보고 싶은 마음이 들면, 스테이크도 괜찮아요. 그리고 왼쪽 길 따라 쭉 내려다보면 라르티장 파르퓌메르라는 가게가 보였으면 좋겠는데, 이 편지 읽고 거기 들러서 파피용 엑스트렘(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네)인가 하는 향수를 꼭 시향해 봐요. 늘 당신이 쓰면 굉장히 멋진 향이 날 거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 새로운 세상에서 당신은 약간 편치 않은 느낌을 갖게 될지도 몰라요. 사람이 안전지대에서 갑자기 튕겨져 나오면 늘 기분이 이상해지거든요. 하지만 약간은 들뜨고 기뻐하길 바랍니다. 그때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돌아왔을 때 당신의 얼굴이 내게 모든 걸 말해주었어요. 당신 안에는 굶주림이 있어요, 클라크. 두려움을 모르는 갈망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당신도 그저 묻어두고 살았을 뿐이지요.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리거나 고래들하고 수영하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당신이 그런다면 내심 좋아하겠지만.) 그게 아니라 대담무쌍하게 살아가라는 말이에요. 스스로를 밀어붙이면서. 안주하지 말아요. 그 줄무늬 타이츠를 당당하게 입고 다녀요. 그리고 어떤 말도 안되는 남자한테 굳이 정착하고 싶다면, 꼭 이 돈 일부를 어딘가에 다람쥐처럼 챙겨둬요.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고 사는 건, 얼마나 호사스러운 일인지 모릅니다. 그 가능성들을 당신에게 준 사람이 나라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일말의 고통을 던 느낌이에요.
이 글은 전신마비 환자인 윌 트레이너가 존엄사하기 전 사랑하는 여인 루이자 클라크에게 쓴 편지의 일부이다. 이 편지에서 윌은 루이자에게 용기를 갖고 새로운 세상으로 뻗어나가 자신이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순간의 사고로 장애를 갖고 존엄사까지 선택하게 된 사람이 죽기 전 가장 가치있게 여긴 일이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하고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자 나도 더 이상 불확실한 미래에 의지하지 말고 지금 당장 많은 경험을 하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현재 나는 그러한 삶을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살고있기에 이 글은 나에게 인생의 지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