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자골목, 닭곰탕 할매 외 1편
송 영 일
재래시장 오전 2시 기지개 켠 골목 안에
선잠 깬 알전구가 된 하품을 연신한다.
욕쟁이 할매네 식당 어둠을 조몰락댄 날.
돋보기 쓴 조명 빛이 식탁을 매만지고
부산스런 실루엣 속, 자라 등 솥뚜껑이 수증기를 길게 올려 천장을 핥고 있다. 3대째 이어오는 손맛 좋은 하루하루,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이무러운 얼굴마다 “야 이 부자가 될 놈아 왜 이리 오랜만에 와” 걸쭉한 육두문자 닭곰탕에 말아 내놓는다. 잘게 발린 살코기에 살가움이 배어있다.
반기는 간판조차도 주인 닮아 수더분하고,
별빛을 품은 새벽 변함없는 발길 속에
고명 얹은 안부 인사 밑반찬 된 입담으로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 할매네 욕, 혓바닥으로 만져보고 두 귀로 맛을 본다. 허물없는 우스갯소리 사는 건 이런 걸까? 동살 무렵 샛별 따라 한상 차림 여전하고 언제나 복닥거리는 사람 냄새 물씬하다. 풀어헤친 허리띠 포만감 깃을 칠 때.
소금 간 잘 밴 닭곰탕집, 또 한 날을 일으킨다.
파랑도를 읽다
남쪽 끝 한 자락을 물질하는 수중 바위
파도치는 푸른 야사 온몸에 쟁여 넣고
가쁜 숨 눌러 참은 채 편년체를 더듬을 때,
남의 울안 기웃거린 갈매기 떼 끼룩대도
짊어진 수평선을 말없이 되작이며 회오리 휘말린 세월 어깨 위 올려놓고 지나는 배들의 안부 너울 일어 묻는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바깥세상 궁금한지, 가부좌한 시간만큼 키를 늘린 물음표로 눈에 밟힌 뭍 그림자 가슴으로 보듬는다. 엄마 품 기다리는 내 안의 섬집 아기,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아니리 웅얼댄다. 포말 이는 하루하루 비가 오고 해가 뜨고, 섬을 품는 눈빛 속에 등대가 된 물결 따라 해조음 격려 갈채 온종일 일어선다.
한눈을 팔지 못하는 바람 강한 그 물목.
맑은 하늘 머리에 인 철제 탑 구조물이
햇살 가득 끌어안고 난바다를 읽을 즈음
금줄 친 수채화 한 폭, 윤슬 낙관 선명하다.
약력
2013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제3회 천강문학상 시조 대상, 2019년 《정형시학》 작품상,
제5회 마포문학상, 제3회 이어도문학상 대상 수상.
《정형시학》 편집위원, 《마포문학》 편집장.
시집 『누이의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