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여유2
지은이: 벌마로(김윤식)
그녀들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처녀시절 연애한번 못 해보고 결혼한 여자가
별로 없다. 지금의 남편이 첫사랑의 남자라고 말하는 친구는 아직 없었다. 결혼
후에도 외도의 경험을 한 두 번씩은 있었다고 한다. 지고지순하게 남편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친구는 없어 보였다.
물론 영우의 과거에 비하면 그녀들의 이야기는 애피소드 정도에 불과 하지만 그녀도 친구들 앞에서는 적당히 수위 조절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며 더 이상의 과거 이야기는 꺼내 놓지 않는다. 그녀의 지난 이야기를 전부 꺼내 놓으면 아마 친구들은 입을 못 다물고 놀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녀에게는 즐기는 스포츠가 한 가지 더 있다. 한주에 한 번씩 하는 댄스다. 그녀가 댄스를 시작한 지는 30년도 넘었는데 한동안 안 하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무도장을 찾는다.
일 년 전 처음 다시 시작할 때는 몸이 굳어있어서 스텝이 꼬이기도 하였는데, 지금은 원래 실력을 되찾아서 부드럽게 넘어간다. 스포츠댄스, 탱고, 룸바, 왈츠, 못하는 춤이 없는 그녀는 무도장에서도 상대 남들에게 인기가 대단히 좋다. 많은
남자들이 그녀와 춤을 추기 위해서 순번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니 상당한 인기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녀가 댄스를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는, 이미 배웠던 거니까 그냥 묶혀 두기에
아깝기도 하지만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 보면 기분도 좋아지고 등에서 땀방울이 맺힐 만큼 운동량이 크다. 뿐만 아니라 나이 먹어서도 허리가 구부러지거나 몸이 뒤틀리는 증상 없이 자세가 곧게 펴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녀의 건강비결 첫 번째가 댄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녀가 춤을 출 때면 가끔씩 생각나는 남자가 있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처음으로 댄스교습소에 등록하고 춤을 배우면서 알게 된 남자다. 그 사람은 영우보다
한 살 아래 정곤이라는 이름의 지적매력을 소유한 남성미 넘치는 정열적인 사람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인데, 그녀처럼 댄스를 배우려고 학원에 등록한 교습생이다. 그녀와 나이가 비슷해서 쉽게 가까워졌고 불같이 사랑하고 짧게 사귀다 헤어졌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영우에게는 40년 가까이 함께 살아온 한 살 연하의 남편이 있다. 요즘 그들 부부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평온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럴 수 있었던 데에는 그녀의 남편이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남편은 요즘 들어 철이 들었는지 그녀에게 친절하고 그녀를 많이 배려하고 있다. 지난 날 남편은 이해심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반면 고집스런 면도
있고, 그다지 친절하지도 않았었다. 어쩌면 그 시대에 살아온 남편들의 공통된
사고방식이었을지 모른다. 영우도 그런 남편에 맞춰서 참고 살아온 세월이 있었고, 그들 부부는 다 말할 수 없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들 부부에게는 결혼하여 출가한 자녀들이 있어서 매일의 대화중에는 자녀들과
어린 손주들 이야기가 등장하고 걱정 반 기대 반이 대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자녀들이 각자 결혼하고 출가하여 살고 있지만 그녀는 휴대폰 영상으로 통화하고
소식을 전하며 손주들이 자라는 모습을 매일 집에서 보는듯한 느낌으로 살고 있다. 손녀는 어려도 야무지고 똘똘해서 아마 이담에 커서 한 가닥 할 거 같은 느낌이 들고 손자는 손녀보다 한 살 어리지만 벌써부터 듬직한 사내아이의 기풍을
풍기는 것이 대견하다.
하루하루 커가는 손주이야기를 할 때가 그녀는 가장 신나고 목소리도 커진다. 그녀의 휴대폰에 온통 손주들 사진으로 꽉 차있는 것만 봐도 손주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우리 정서에 딱 맞는 평범한 아줌마의 모습 그대로이다.
영우부부가 처음부터 여유롭고 평온했던 것은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우여곡절의
세월이 많이도 있었던 거 같다.
영우가 서른쯤 나이에 몸에 큰 병이 생겨 힘든 수술을 한 적이 있었다. 이후로
그녀는 임신의 기능을 잃었다. 두 자녀를 얻은 뒤에 일이라서 다행이지만 여자로서 상실감은 감당하기 힘겨웠다. 상실감으로 슬퍼하는 영우를 위해 그녀의 남편은 정성으로 기도하고 그녀의 치료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밤낮으로 그녀의 병실을 지키며 간호하고 위로해 주었다. 남편은 그녀의 치료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고 다짐했다. 간절한 기도와 간호 덕분인지 다행히 수술결과도 좋았고 더 이상 큰 병을 앓거나 고통을 받지는 않았다.
그 일이 있은 후 영우는 남편에게 더욱 믿음이 두터워지기 시작했고, 그녀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고, 서로에게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2.11.15 10:01
첫댓글 그려러고 합니다 실명도 달겠습니다 소제목도 고민해보겠습니다 처음 몇장은 써놓은건데 앞으로 계속해서 써야될것같습니다
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