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이글은 인터넷신문 ohmynews 사회면에 게재했던 내용으로 인사비리를 폭로할려는 당초 목적에서 벗어나,그분을 생각해서
다시 정리한 내용 입니다.
몇일전 주택은행 전 지점장급 인사이동이 있었다.
연례행사라 치지만 지난해,국민은행과의 합병반대 노조파업 이후에 단행된 인사 조치라,모두들 문책성 인사가 단행 될것으로 소문이 잦
자해서 긴장하고 있었다.
그는 평소에 같은지역 지점장들과 직원들로부터 존경을 한몸에 받았고,국책 은행이란 이미지 탈피를 위해,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업무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고객만족 써비스 질을, 한차원 앞당겼고,장터를 방불케 헀던 객장과 창구는 고객 편의시설로 변모 했으며,
쌀쌀맛던 창구는 다른은행 어느창구 에서도 찾아볼수없는 친절로 변모해 있었다.
그가 여기에 처음 왔을 때에는 IMF의 한파로 지역경제가 매우 심각한 상태였다.어려워진 가계사정과 자영업자,소규모의 중소기업체들은
연일 부도를 맞거나,자금 문제로 매우 곤란한 시기 였었다. 이런 사정을 전해들은 그는 진정으로 고객의 어려움을 일일이 찿아 다니며,상
담했고, 여건이 허락한한 최소한 많은도움을 주었고, 높아만 보였던 은행문턱을 낯출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댓가를 바라지않는
그를 그래서, 나는 좋아했고,사람들이 그를 더 사랑 했는지도 모른다.
지난연말, 강경 노조파업 동참으로 인하여 대다수의 직원이 일산 국민은행 연수원에 갔을때도,그는 몇날 몇일을 은행창구에서 쓸쓸하게
홀로 보냈다.평소에 입맛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그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추운 밤에도 난로불을 지피지 않았다.이유인즉, 직원들
은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엄동설한을 바깥에서 보내는데, 자기는 따듯하게 난로가에서,불이나 쬐고 있으면,그게 상사로써 도리가 아니
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늘, 주택은행은 국책은행 업무에서 벗어나 새롭게 변해야 산다고 말했다.지금과 같은 주택자금 융자 이자나 받아 먹고사
는,그야말로 땅짚고 헤엄치는것이 아니라,신규대출과 외자유치등...을 늘려야 한다면서 발로뛰어,전직원이 고급 쎄일즈 멘이 되어야 한
다는것이 그의 평소 지략 이었다.
그가 여기에 오기전,이 점포는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아파트 청약이나,보험회사 송금업무등등...직원들 또한 안일한 태도에서 시
간이나 보내고...그러나 지금은 이 지역의 대표 점포로써,선망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여러가지 정황으로 살펴볼때,그는 분명히,유일하게 이번 인사에서 영전 할것으로 모두가 기대 했었다.
그리고 어제 아침 나는,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직원 대여섯명이 근무하는 한적한 시골도시의 지점장으로 발령이 났다면서...
이유인즉, 분명친 않지만....
평소에 은행과 부하직원을 사랑했고,고객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내일처럼 봐주시던 그분이었는데,그가 우리곁을 떠난다는것이 왜 이리
아쉬워 질까?
아부와 루머가 판치는 이 세상에, 그는 한마리의 희생양이 아닐까
누구도 그에게 위로의 말을 해줄수가 없었다.
오늘 오후에 그를 만났다.직원들과 헤어지기가 힘들었는지,
애써 감추는 그의 뒷모습엔 어느새 50 을 훌쩍 넘어버린
중년의 세월이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그래도 태양은 내일아침 다시 떠오를 거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