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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설회 30년을 돌아보며
1. 조사설계부 근무 시절
1985년 6월에 대단위사업처 사업관리부에서 조사설계처 조사설계부로 자리를 옮긴 것이 조설회 회원이 된 계기가 되었다.
당시 조사설계부장은 현재 조설회 고문이신 김천환님 입니다.
내가 조사설계부에 부임한 후 수행한 주요 업무는 두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영산강3-1지구 OECF 차관업무를 수행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금강2지구 43,000ha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영산강3-1지구 OECF 차관업무를 수행하면서 결재서류 등을 작성하는 일 보다는 인사부에 소속된 차드사에게 구걸하다 싶이 부탁하여 보고용 차드를 만드는 일이 제일 어려웠다.
차관업무를 수행하던 어느 날 너무 어지러워 병원을 갔는데 저혈압으로 좀 쉬어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으로 휴가를 받아 며칠간 몸조리를 한 기억이 있다.
여러가지 힘든 일을 겪으면서 서영석씨와 함께 영산강3-1지구 OECF 차관업무를 무난히 수행하였다.
요즘은 남성도 육아휴직을 하는 좋은 세상인데 우리 세대는 정기휴가도 받기 어려웠으며, 주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열심히 일만 했던 그런 어려운 시대에 살았다.
차관업무 추진과 더불어 조사설계업무를 수행하던 어느 날 부장님께서 기본조사에 참여하지도 않은 나에게 금강2지구 기본조사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하시어, 현장조사 업무에 참여한 남길성씨는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자료를 성심껏 뒷받침 해주었고 이를 토대로 보고서 원고가 작성되면 최영덕씨는 PC 작업을 하였다.
보고서 작성 시기가 삼복중이라 더위와 싸우며 야근까지 하면서 약 4주 만에 금강2지구 기본조사 보고서를 완성하여 농림부에 제출하였다.
기본계획이 비교적 잘 수립되었다는 뒷 이야기를 듣고 고생은 했지만 보람도 있었다.
위 두 가지 업무를 마치고 조사설계업무를 수행하던 중 1990년 11월 남양주군지부장으로 발령이 나 조사설계부를 떠나게 되었다.
2. 해외출장 및 여행
농진에 근무하는 동안 3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첫 번째 해외출장은 1976년 9월부터 1983년 6월까지 설계2부에 근무하는 동안 조사설계한 지구 중 미호천유역개발사업 (IBRD 차관사업) 제4-1공구 백곡저수지 설계도면에 대해 IBRD와 계약 체결한 용역회사에서 고용한 컨설턴트와 협의하기 위해 농림부에서 이방기씨, 농진에서 이순범씨, 한중석씨 등 4명이 1980년 10월에 미국을 방문하였다.
유타주의 수도이며 몰몬교의 본산지인 솔트레이크시(Salt Lake City)에서 차량으로 약 1시간 거리인 프로보시(Provo City)에 있는 브리검영 대학교(Brigham Young University) 토목과 교수인 컨설턴트를 만났다.
그 분과 설계도면에 대한 협의를 하던 중 컨설턴트의 초대를 받아 일요일에 열렸던 브리검영 대학교(BYU)와 유타 대학교간의 미식축구(American football) 경기를 관람하였는데 경기 규칙을 몰라 별로 재미가 없었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입장하던 BYU 응원단에게 사진을 같이 찍자고 제안했더니 흔쾌히 받아들여 함께 기념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컨설턴트와 설계도면에 대한 협의를 마친 후 그분의 안내를 받아 뉴욕에 있는 용역회사를 방문하였다.
그 당시 농진에서는 설계도면의 Drawing을 외주 발주하였는데, 용역회사 담당 직원이 Cad로 Drawing한 도면을 출력하여 설명하여 주는 등 설계수준이 우리보다 앞서 있었다.
담당 직원과 설계도면에 대한 추가 협의를 마치고 라스베이거스 인근에 있는 후버댐을 견학한 후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하여 하와이에서 일박하고 귀국하였다.
두 번째 해외출장은 조사설계부 근무 시절 영산강3-1지구 OECF 차관업무의 성공적인 수행으로 그 공을 인정받아 영산강사업단의 박훈씨, 조사설계처 기술지원부의 전무갑씨 등 3명이 서독, 네덜란드, 영국 등을 방문하였다. 서독(동. 서독 분단 시절)에서는 북해에 시공된 방조제를 둘러보았고, 네덜란드에서는 당시 세계에서 연장이 제일 길다는 방조제를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영국을 방문한 후 귀국하였다.
그러나 귀국한지 얼마 안되어 네덜란드에서 방조제를 안내한 회사에서 인건비와 차량비 등 안내 비용을 보내달라는 공문이 왔다. 출장 가기 전에 TELEX로 문서를 주고 받을때 사용한 ASSIST라는 단어의 해석의 차이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닌가 싶었다.
아무튼 출장 중에 발생한 추가 비용은 회사에서 지출이 안되어, 출장을 다녀온 직원들이 부담해서 요구한 금액을 송금하였다. 결국 네덜란드는 사비를 들여 출장을 다녀온 꼴이 되고 말았다.
세 번째 해외출장은 1993년 7월 농어촌용수사업처 농지정리부장으로 부임하여 근무하던 시절 사장님의 특별 지시로 본사, 도본부, 사업단에서 8명을 선발하여 일본 혼슈의 동해안에 있는 니가타현과 도쿄도 동쪽에 인접한 지바현에 시공된 대구획 경지정리 사업지구를 견학하고 귀국하였다.
일본을 방문하는 동안 일본 사람들은 인사성이 밝고 매우 친절하며 준비성이 철저하다고 느꼈다. 비록 대일 감정은 나쁘지만 이런 점은 우리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퇴직 후 해외여행은
2000년에 조설회 회원 김천환, 허무수, 노덕상씨, 환경연구소 이석우, 변양석, 허기술씨와 김광석, 김재금씨 등 9명이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4개국을 여행하였으며,
전문건설회사 근무 시 누수 방지 목적으로 차수재를 설치한 저수지 견학차 일본 오사카 일원을 다녀온 후 저수지에 차수재를 설치하는 공법을 개발하여 2000년 12월에 "저수지 차수구조"라는 특허를 받았다.
그 당시 제주도 본부에서 설계 중이던 성읍저수지에 상기 특허공법을 반영해 주신 김상균 회원님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읍저수지는 국내 최초로 EPDM 차수재를 설치한 저수지로 2015년에 완공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제주도의 관광명소 중 한 곳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0년에는 칠순 기념으로 서태펑양 마리아나 제도 최 남단에 위치한 미국령 괌을 다녀왔다.
최근에는 중국,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하였다.
3. 기억에 남는 여행지
지금까지 여러 나라를 다녀 왔으나 난생 처음으로 여행한 미국을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끔씩 든다.
유럽과 아시아를 여행한 각 나라마다 소개 하고 싶은 곳이 많이 있지만 분량이 많아 생략하고, 처음 여행한 미국에서 기억에 남아있는 여행지를 간략하게 소개한다.
그레이트 솔트호 (Great Salt Lake)
유타주의 수도인 솔트레이크시(Salt Lake City) 인근에 있는 세계에서 염도가 가장 높은 내륙호로 호수의 면적은 최고 수위였을때 6,200㎢로 여의도 면적의 약 970배나 되는 넓은 호수로 마치 바다와 같았다.
세계무역센터 (World Trade Center)
이 건물은 뉴욕의 맨해튼 남서쪽 맨 끝 허드슨강 유역에 있었던 110층의 쌍둥이 빌딩으로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전망대에 올라 뉴욕 시내를 구경하였다.
그러나 이 건물은 우리가 방문한지 약 일년 후인 1981년 9월 11일(9.11테러 사건)에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조직에 의해 납치된 민간항공기 2대가 각각 1,2동 건물로 돌진하여 건물 전체가 붕괴되어 무려 2,800여 명의 고귀한 목숨과 함께 역사 속에 묻혔다.
할렘 (Harlem)
뉴욕시 맨해튼 동북부에 있는 지역으로 미국 최대의 흑인 거주지인 할렘 빈민가 거리에는 행인도 차량도 별로 없어 황량하기 그지 없었고 그야 말로 죽은 도시와 같았다. 그 곳은 일반인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 가기를 꺼리는 곳인데 그 안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은 한국사람 이라고 하였다.
당시 우리나라 한 지상파의 뉴스시간에 할렘을 방문한 기자가 긴장된 모습으로 "저는 이 곳에서 목숨을 걸고 방송을 하고 있다"고 하는 장면을 TV에서 본 적이 있었다. 10여년 전만해도 할렘은 위험한 지역으로 분류되 관광객들에게 방문을 자제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할렘의 모습은 뉴욕시와 많은 할렘 출신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재건사업을 꾸준히 시행한 결과 지금은 안전하고 깨끗해졌다고 한다.
워싱턴 D.C (Washington, District of Columbia)
뉴욕에서 AIR BUS로 워싱턴 D.C를 방문하여 백악관에 도착하였는데 일요일에는 입장할 수 없다고 하여 아쉽지만 담장 밖에서 구경만 하고, 높이가 168m나 되는 워싱턴 기념관과 링컨 기념관을 둘러보았다.
알링턴 국립묘지 (Arlington National Cemetery)
워싱턴 D.C에서 열차편으로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하여 1963년 댈러스에서 암살자의 총격에 쓰러진 미국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 묘지를 참배하고 당일 뉴욕으로 돌아왔다.
라스베이거스 (Las Vegas)
뉴욕에서 비행기 편으로 이곳에 도착한 후 일행들과 시내 거리를 걷고 있는데 앞에서 걸어 오던 어느 미모의 여인에게 데이트 신청(Do you wanna date)을 받아 본 일도 있었다.
라스베이거스는 도박과 환락의 도시로 밤 거리는 건물 외벽 전체를 조명으로 장식하여 도시 전체가 불빛으로 휘황찬란하였다. 세계에 이런 도시가 또 있을까 싶었다.
그날 밤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밤무대쇼를 관람하였는데 쇼를 즐기면서 마시라고 두 사람에 한병 씩 와인을 주기도 하였으며, 공연도중에 별안간 무대에서 폭포수가 쏟아지기도 하고 노 브래지어 무희들이 춤을 추고 관람객 사이 통로로 말을 타고 달리는 등 화려한 공연을 관람하였다.
후버댐 (Hoover Dam)
컨설턴트의 안내를 받아 라스베이거스에서 차량으로 후버댐을 방문하였는데 이 댐은 애리조나주와 네바다주 경계에 있는 콜로라도강을 막아 건설한 중력식 아치댐으로 높이가 221m, 길이가 411m나 되는 규모가 큰 댐으로 고속 엘리베이터로 댐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댐의 하부구조 등을 둘러보았다. 이 댐에서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고 하였다.
디즈니랜드 (Disneyland)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유원지 중의 하나로 캘리포니아주 남서부 애너하임에 있다. 이 유원지에서 하루 중 정해진 시간에만 진행하는 화려한 Road Show를 운 좋게 구경하였다.
디즈니랜드에서 여러 곳을 둘러보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무료로 입장한 "America the Beautiful" 이라는 홍보관인데 이 건물은 바닥부터 반원으로 된 천장 전체가 영화를 볼 수 있는 화면이었다. 이 곳에서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에 걸쳐 있는 5대호를 비롯한 미국의 유명한 관광지 홍보영화를 본 것은 그날 일진이 좋았던 게 아닌가 싶었다.
4. 안타까운 이별
손성찬 회원님은 1994년 6월 경기도 미사리 조정경기장을 방문한 제5회 정기총회를 마지막으로, 최동환 회원님은 2009년 5월 경남 통영 일원을 방문한 제20회 정기총회를 마지막으로, 김중규 회원님은 2010년 10월 강원도 양구에서 개최한 임시총회를 마지막으로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고 손성찬님은 나와 같은 조사반에서 근무 하셨는데 성격이 아주 강직했던 분으로 생각합니다. 몇 년 전 민찬기 회원님의 문자 통보를 받고 고인의 따님 결혼식에 참석하여 부인에게 축하 인사를 드렸는데 뵌 지가 오래 되어 잘 알아볼 수 없게 변하신 모습이었습니다.
고 최동환님은 정기총회에 참석할때 마다 한결같이 사모님들 자리에 합석하여 재롱도 부리고 수다를 떨면서 사모님들을 즐겁게 해드리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고 김중규님은 성격이 싹싹하고 대인관계가 원만하신 분으로 기억합니다. 강원도 양구에서 개최한 임시총회는 고인의 초대로 이루어진 모임으로 알고 있는데 더구나 이 모임을 마지막으로 우리 곁을 떠나신게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특히나 위 세분은 젊은 나이에 가족, 친지, 친구들을 두고 어이 가셨는지 참으로 안타깝고 그립기만 합니다. 우리는 이분들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오래도록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2019년 새해 벽두부터 김천환 고문님의 사모님께서 소천하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5. 바라는 마음
조설회는 2019년에 제30주년 정기총회를 맞이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모임을 지속해 온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조설회30년사까지 편찬한다는 것은 어느 모임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대단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 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정기총회는 그대로 시행하면서 퇴직하는 회원이 늘어 나자 수도권에 거주하는 회원을 중심으로 신조설회라는 이름으로 12명 정도의 회원이 최근까지 매달 모임을 가져왔으나, 연령 차이가 많아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직까지도 다소 서먹 서먹한 분위기가 있는 듯 합니다.
앞으로는 더 허물없이 대화도 나누고 친밀해 저서 회원 상호 간에 친목이 더욱 돈독해지는 모임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한편 조설회 모임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희망하면서 회원 여러분 항상 건강하시고 뜻 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끝으로 노덕상 회원님의 사모님께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오랫동안 투병 중이신데 하루 속히 쾌차하시어 조설회 정기총회에 참석하시길 바라 마지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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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조설회 30년을 돌아보며'을 읽고 잃어 버리고 살았던 추억들을 되살려주시어
한동안 아무 말없이 지난날의 생각에 잠기게 하네요.
고맙고 감개무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