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봄 햇살 아래 소꼽장난하던 그 때의 내가 아니다
뒤안에 감꽃이 하얗게 떨어지면 실에 꿰어 목에 걸고 좋아라 하던 내가 아니고
봉당에 앉아 할머니가 도꼬마리 잎으로 봉숭아 물들이기를 싸매주면
손가락의 얼얼함을 못참아 빼 버리고 아침이면 속상해 울었던 나
조붓한 논둑길을 언니와 곡예하듯 뛰어 가면 작은 할머니 집에 가 닿던 그 곳의 나도 아니다
봄이면 참기름을 바른 듯한 미루나무가 논둑에서 자잘거리고
연보랏빛 오동꽃이 흩날리던 집의 나
여름이면 온통 매미소리 개구리 소리로 여름이 뜨겁게 익어가고
앞 도랑 가재잡고 새우잡던 고만고만한 사촌들과의 여름 방학놀이 하던 나도 아니고
밤이면 모깃불 피운 마당 멍석 깔고 누워 별자리 찾기 옥수수 구워 먹기로 세상이 다 행복했던 나도 아니다
가을엔 누런 텃밭의 콩대 사이를 숨바꼭질 하느라 고단했던 나
겨울이면 초가지붕 처마밑에 아재들 따라 참새 잡이 하고
눈 쌓인 마당에 참새 덫을 놓고 숨어서 기다리며 킬킬 대던 나 도 아니다
실광의 댓병의 꿀을 대나무 뜨게바늘로 쿡 찍어서 옆으로 쭉 빨아 먹던 도둑괭이 였던 나
고모가 흘린 돈을 줏어다 담배껌을 한 곽 사서 동네 아이들을 다 나눠 주고 으쓱 했던 나
학교가는 십리 길은 늘 소풍처럼 산으로 들로 헤매고 가다 지각해서 혼쭐 나던 나
그 때의 나와 너무 다른 내가 있다
티비와 컴푸터 와 친구하며 밤이 즐거운 나
조석으로 무슨 반찬을 할까 걱정 하는 나
내일은 또 누구랑 커피를 마시며 수다 놀이를 할까 고민 하는 나
가끔은 할일도, 하고싶은 일도, 아직 많은데
세월이 너무 빨리 간다고 투덜 대는 나
그 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른 세상에서
다른 별에서 살고 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추억속의 나도
지금의 나도
모두가 나.
미래의 나도 행복하시길요.^^
날씨는 춥지만,
따뜻한 방에서 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답글을 일년 반 만에 달며 퇴고도 해 보는 중 입니다
ㅎㅎ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