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 thing in Love(사랑의 모든 것)
이우 김영자 작가
글 : 이문자(전시가이드 편집장)
달 팽 이
느려도 된다
달팽이들이 느릿느릿 걷는다.
느려도 된다.
언젠가는 만날테니까
만날 것을 생각하며
열심히 또 열심히
앞만보고 걷는다.
그러다
아주 반갑게 만나겠지
둘이 만나
또 하나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겠지
김영자 작가의 호는 이우(IOU, (利羽, 천사의 날개))이다 이우는 I Love You의 약자를 딴 것으로 사랑, 박애 정신을 나타낸다. 작가가 교사시절 본인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아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그림그리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그림이 시골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극복하는데 일조했다. 방과후학교 운영을 위한 미술교육 강사를 구하기 어려워 직접 아이들을 지도하게 된 것이다. 더 잘 가르치기 위해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오늘의 화가, 이우 김영자가 있게 된 것이다.
방과후 학교에서 아이들이 그림 그리기를 즐기게 되었고 선생님들도 함께 하게 되었다. 이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 학부모 중 한 분이 조심스럽게 자신도 그림을 가르쳐 줄 수 없겠느냐고, 어릴 적 너무 그림이 그리고 싶었는데 가난하고 배고프던 시절이라 그 꿈을 저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그렇게 아이들과 선생님, 학부모가 어우러져 그림을 그리면서 맺어진 인연이 ‘빛그리미회’가 되어 오늘까지 12 여 년의 세월이 흘러오게 되었다.
그 당시 김영자 작가 작품 ‘산절로, 물절로(162.2×130.3/oil on canvas)’는 징검다리를 건너는 아이들 중 맨 뒤의 가장 어린 아이의 한쪽 발이 물에 빠지는 장면의 그림이다. 모두 아무 일 없이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이 아니라 물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아이가 작품의 커다란 의미를 낳게 한다.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이 모두 순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한 아이라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교육적 의미를 담은 작품으로 선정되어 평택교육청에 걸리게 되었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그로 인해 현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꿈꾸는 화가가 된 것이다.
작가의 작품 ‘Every Thing in Love(사랑의 모든 것)’에서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생이 마감될 때까지 우리들이 하는 모든 일들이 즉 삶의 흔적이 된다고 하였다. 사람이나 동물 등 세상 만물이 삶을 이어가는 동안 각자의 흔적을 만들고 있다. 작품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달팽이가 보인다. 느릿느릿 지나간 흔적들이 바로 그들의 삶인 것이다. 달팽이는 연체동물로 자웅동체(암수가 한 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이 만나 사랑을 한다. 멀리 있는 그들이 만날 수 있도록 오작교처럼 길을 만들어 놓은 것도 볼 수 있다. 작가는 그것을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랑의 힘이라고 하였다.
“세상은 다양하다. 사람들의 생각도 다 다르다. 그것을 옳다 그르다 하고 싶지 않다. 그런 생각들이 모여 하나의 사건이 되고 얘기가 되지 않느냐. 그것이 사람 사는 모습이고 역할이지 않느냐” 라며 작가는 그런 세상에서 그림과 함께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으며 작품의 대주제는 언제나 ‘삶의 예찬’이라고 한다.
작가는 작품의 소재를 찾을 때 독서와 사색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문학가들이 잠을 자다가도 스치는 글귀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일어나 메모를 하는 것처럼, 작가도 스치는 생각이 있을 때 시간을 구애하지 않고 붓을 들어 순간적인 방법으로 작품을 그린다고 한다.
Mine(마인)의 작품에서는 힘들고 어려울수록 힘을 내서 활기차게 살아내겠다는 자신에 대한 탐구로 밝음을 표현하고 싶었으며, Lively는 태양과도 같은 노란빛 속에 통통 튀는 맑고 깨끗한 물방울과 활기찬 사람의 형상으로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생동감 있는 삶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를 표현하였다.
감성이 풍부해서 그런가? 그림동화 “뇸뇸이” 출판으로 한국평론가협의회 특별예술가상을 수상하였으며 “얼룩고양이의 비밀”이라는 동화는 공무원문예대전에서 은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그림을 그릴 때가 힐링이고,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활력소가 넘친다."는 작가는 학생과 교사의 신뢰를 중요하게 여기고, 교장이 된 후에도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언제든지 교장실을 방문하도록 문을 열어놓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퇴직 후에도, 그림을 그리는 일을 계속 할 것이며 아이들의 무한한 꿈을 심어주는 동화작가로도 활동하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