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행정실장님께 전화가 왔다.
어제는 잘 보이던 나이스 메뉴들이 갑자기 다 사라졌단다.
나는 이 학교에서 23학년도 교무업무를 맡아 왔기에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늦잠을 자다가 아무 생각없이 “잘 모르겠습니다. 정보업무 담당 선생님께 한번 물어봐야겠어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바로 정보업무를 담당하시는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여쭤보니 본인도 전화를 받아 알아보고 계시는데 권한 관련하여 수정 및 삭제를 전혀 하지 않으셨단다.
그러다가 어제 저녁의 시간이 문득 떠올랐다.
나는 전날 늦게 11시쯤이나 되어 나이스에 접속했다.
새 학년을(24학년도) 미리 준비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미리 편재하고 담임교사를 배정하고 교과교사를 배치하였다.
3월은 바쁘기에 미리 서둘러 집에서 작업한 것이다.
23학년도에는 내가 교무업무를 맡았지만, 24학년도에는 다른 선생님이 교무업무를 맡기에 그 선생님의 업무를 조금 덜어드릴 겸 하여 미리 24학년도를 세팅한 것이다.
그러다가 큰 착오를 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교무실만 생각하고 행정실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다음 학년도를 미리 작업할 때는 다음의 사진처럼 교무학기는 그대로 두고 수업 학기만 돌려야 한다.
그러면 현재 상황을 유지한 채 다음 학년도 작업을 할 수 있다.
3월 1일이 지나서 교무학기와 수업 학기를 돌려야 하는데 오늘이 2월의 마지막 날인 줄 알고 교무학기와 수업 학기를 모두 24학년도로 돌린 것이다.
올해 2월이 29일까지 있다는 것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또 이 29일이 평일이라 행정실에 계신 선생님들은 출근하고 업무를 지속해야 한다는 것을 놓친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몰랐던 것은 교무학기가 24학년도 1학기로 돌아가면 부여받았던 업무 권한도 24학년도로 간다는 것이다.
단순히 학사만 24학년도로 가는 줄 알았는데 이 하나가 업무와도 다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난 그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 클릭 하나가 정말 중요했던 것이다.
전화 통화를 마치고 정신을 차리고 컴퓨터를 켰다.
‘교무학기를 다시 23학년도 2학기로 돌리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나이스에 접속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웬걸?
23학년도에는 있던 내 업무 권한도 다 사라졌다.
아 뭐지?
멘붕이 왔다.
잠시 곰곰이 생각했다.
이 상황이 뭘까?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지?
내 업무 권한이 사라진 건 당연했다.
지금 나이스는 미래에 있기 때문이다.
나이스는 현재 미래에 와 있다.
그리고 나에게는 현재로 돌아갈 권한이 없다.
바로 정보담당 선생님께 이 상황을 보고하고 어제의 일을 자백했다.
제가 그랬다고.
제가 교무학기를 24학년도로 돌렸다고.
정보담당 선생님은 본인에게 관리자 권한이 있으니 일단 알았다고 하셨다.
한동안 나이스 화면을 쳐다보며 기다리니 어느 순간 어제 보였던 업무 권한이 다시 보였다.
정보담당 선생님이 이를 한방에 해결하신 것이다.
미래를 다시 현재로 돌린 것이다.
휴~ 하는 안도와 함께 전화를 다시 걸었다.
선생님도 사태를 바로 인지하고 관리자 권한으로 미래의 나이스에 접속하여 본인에게 기준년도/학기관리 권한을 부여하여 이를 승인받고 본인이 직접 교무학기를 현재 23학년도로 돌린 것이다.
와~ 저 생각을 하여 이를 해결하신 선생님의 능력에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뭐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씀하시는 모습에서 능력자의 여유가 느껴졌다.
드디어 하루 만에 나이스가 미래에서 현재로 돌아왔다.
휴~ 다행이다.
행정실장님께 이를 말씀드리고 확인하면서 미안하다고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이 지면을 빌어 행정실장님과 정보담당 선생님께 죄송함을 표한다.
1시간이나 넘게 일을 못 하시고 발을 동동거리며 기다렸을 행정실장님을 포함한 행정실 식구들과 방학 중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애써 주신 정보담당 선생님께 죄송하고 감사하다.
아직도 난 많이 부족하다.
24학년도에는 내가 정보업무를 담당해야 하는데 잘 할 수 있을까?
이런 일이 생기면 지금 담당하시는 선생님처럼 바로바로 해결할 수 있을까?
심히 걱정된다.
모르면 물어보고 배우며 더 성장해야겠다.
아직도 멀었다.
어느새 중견 교사가 돼 있는데도 배울 것은 끝이 없다.
학교 일은 나 하나가 하는 게 아니라 함께 도우며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2월의 마지막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