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다행히 김포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네 시간 뒤에 출발하는 에어 인디아가 늦게 출발할 염려는 없다. 멀리 동남아 남쪽에서 태풍이 하나가 올라오고 있지만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려면 일주일 뒤다. 그렇다면 새벽에 내린 소낙비는 어떤 의미일까? 내게 무슨 메시지를 주려는 걸까? 덕분에 몇 년간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무지개만 보았다.
그런데 정말 그 많던 무지개는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것도 지구 온난화 때문인가?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다. 그때 국어 교과서에 김동인의 〈무지개〉라는 단편소설이 실렸다. 무지개를 찾아 나선 아이가 끝내 무지개를 찾지 못한 이야기다. 나도 몇 번 무지개를 찾아 갔었다. 정확히는 무지개가 시작된 뿌리가 근원을 찾아갔었다.
그때는 무지개가 너무나 흔했다. 비가 개인 후면 거의 어김없이 무지개가 떴다. 멀리 있으면 찾아갈 엄두를 못내지만 어떤 것은 너무나 가까워 빤히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당연히 무지개는 근처에 가면 또 저만치 물러나 있고, 충분하게 따라잡았다, 싶은데 이번엔 이미 지나쳐 있다. 당연하다. 무지개는 허공에 햇빛이 통과되며 나타나는 빛의 광학현상이니까.
그런데. 그 많던 무지개가 요즘은 쉽게 볼 수 없다는 게 이상하다. 무지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연이 많은 건 아닌 것 같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과학적인 연구나 분석도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이 이제는 더 이상 꿈을 많이 꾸지 않는 탓일까. 그럴리는 없다. 사람들은 과거보다 더 큰 욕망을 안고 산다. 그래서 그런지도 모른다. 무지개는 아름다운 꿈을 꾸는 곳에서만 뜨는 건지도 모른다.
김포는 잔뜩 흐려져 있지만 바람도 불지 않았다. 며칠 동안 강풍과 폭우로 비행편이 취소되고 엉망이었다. 역시 하늘이 돕는구나. 내 인생에 기상 조건이 나빠 계획이 틀어지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5년 전에 비해 인천공항까지 가는 리무진 버스 가격이 올랐다. 그 정도야 뭐 크게 기분 나빠할 일도 아니다. 나는 리무진 버스에 느긋하게 기대고 앉아 여유롭게 서해안에 펼쳐진 갯벌에 눈을 던지고 오랜만에 떠나는 인도행을 즐겼다.
갯벌 군데군데 붉은 식물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고 몇 마리의 새들이 아침을 먹느라 분주하다. 나는 이어폰으로 인도 만트라 음악을 들었다. 미리 내가 좋아하는 만트라 가수 『데바 프레말』과 『아지트 카우르』의 만트라를 플레이 리스트에 따로 모아뒀었다. 아마 이틀 동안 들어도 충분한 나의 최애 곡이었다. 이 곡들도 모두 5년 전 리시케시에서 구입한 곡들이다. 람 줄라 다리 바로 앞에 기념품을 파는 가게였는데, 무려 200곡이나 녹음된 곡들을 겨우 만원 정도의 가격에 샀었다. 리시케시는 얼마나 변했을까?
모든 게 좋다. 날씨도. 바람도. 폭우도.
아,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는 뉴델리 인디라 간디 공항 제2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데라듄행 마지막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무려 3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5년 전엔 인디라 간디 제1터미널에서 무려 9시간을 버텨야 했다. 인도는 예측하지 말아야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나라가 인도니까. 계획하지 말고 집착하지 말라. 벌써 인도는 내게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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