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글쓰기 104 – 나의 건축탐구집 (사소)
휴일인 화요일에 하는 내가 좋아하는 일 중 하나는 EBS의 다큐멘터리 ‘건축 탐구 집’을 보는 것이다. 오전엔 책을 읽거나 아파트 조경 멍 때리기. 산수 정원에서 바라보기 등을 주로 한다. 오후엔 레지오와 미사를 끝내고 와서 늦은 식사를 하고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잡으면 ‘건축 탐구 집’을 방영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데, 잊어버리던 행복감이 밀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건축 탐구 집’은 지난 5년 동안 지리산이나 광양. 강원도 등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480여 채의 자기 생각을 가지고 집을 지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왔다. 그러니까 나의 5년의 세월도 이 프로그램과 함께 한 것이다. 85세를 넘긴 김영옥 배우의 낭창하고 인자한 목소리가 tv와 연결된 우퍼와 함께 흘러나올 때쯤 나는 안도한다. 뜨는 태양보다 지은 노을이 더 아름답다고 얘기하는 김영옥 님의 연륜이 뭍어나는 음성은 프로그램의 진가를 더한다.
그동안 소개한 집 중에는 건축상을 탄 집도 있고, 건축가가 건축주인 집도 있다. 건축가보다 더 아이디어가 기발한 건축 주, 바위위 축벽 등 악 조건 속에서 지은 집, 4층 집 바닥마다 유리바닥을 넣어 1층까지 보이게 만든 집도 있고, 봉을 타고 내려가는 집, 따로 또 같이 2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집, 지하를 파서 아예 집을 땅 아래로 내리고 마당에 하늘을 들여 자기만의 세상을 만든 집, 벽에 손수 계피를 발라 다실에 향기를 채운 집, 천창을 들어내고 실내 정원을 만든 집, 산 아래가 훤히 내려다여 개방감이 탁월한 집, 미술관처럼 노출 콘크리트를 2층까지 높이 세우고 그곳에 레이저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집 등 내가 그동안 본 집의 종류는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면에서 아직 우리나라에 아직 프리츠커 상을 받은 건축가가 하나도 없다는 건 좀 아쉬운 일이긴 하다.
우리에게 집이란 무엇인가?
건축은 정답이 없다.
아마 건축은....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곳.
집은 크기가 아니라 사람을 품은 온기일 것이며,
남과 함께 좋으라고 짓는 집일 것이다.
세라믹사이딩 ,선큰( Sunken ), 스킵플로어 (Skip floor), 막지 않은 계단, 3중유리, 열회수 교환 장치, 태양광시스템, 리모컨 자동 대문, 자동 주차장, 자동 지붕, 앞뒤가 전혀 다른 은밀한 건축, 창마다 나무와 하늘을 들여 차경을 실현한 집, 캠핑카를 주차장에 들인 집, 높은 중정을 들여 놓은 집, 휴식을 추구하는 집 등을 생각해본다. 그러면 그동안 죽어 버렸다고 생각했던 나의 마음이 아주 서서이 살아나고 있는 것을 조금 느낀다. 개인 집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성당 전역을 돌아보면서 디자인과 구조의 의미를 정리하고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해볼까 하는 마음도 든다. 그러려면 사진도 배워야 할까? 그 다음은 세계가 될까?
올 초 '롱샹 성당' 이나 르꼬르 뷔지에의 '빌라 사보아' 등 유럽 건축 탐방을 예약해 놨었다. 그런데 별로 갈 마음이 일지 않았었다. 결국 아빠 임종이 임박했다는 느낌 때문에 취소하고 말았었다. 건축대학원을 접은 지 벌써 8년이 넘어가고 있다. 교수님께서는 늦은 김에 차리리 유학을 권하셨었다. 하지만 그 때는 아이들이 아직 어린 터라 놓고 갈 수가 없었다. 행정실장이 등록금을 돌려받지 않으면 복학할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고 귀띔을 해주는 바람에 그대로 정지된 상태에 나는 있다.
지금 나는 터닝 포인틀 앞두고 있다.
과연 나는 다시 건축에 열정을 쏟을 수 있을까?
그리하여 과연 정주를 위한 떠남을 선택할까?
첫댓글 사소님,정말 젊은신 분이었군요.
복학생 언니.ㅋ
ㅎㅎ ~ 할머니 돼도 언니 할랍니다. 하나필님!
저도 그 프로그람 즐겨 봅니다. "집이란 굴 입구에 세운 일종의 현관에 불과하다." The house is still but a sort of porch at the entrance of a burrow.--소로우
'월든' 저도 좋아하는 책입니다. ㅎ 근데 호미님도 지하 저장고를 만들고 싶진 않으신가요?
사소님 응원합니다. 지금이 아니라도 언제든지.
언젠가 철학과 문학이 깃든,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집을 구상하실 것 같습니다^^
ㅎ아! 그렸다 지웠다 하면서 일생이 가는 것 같아요. 골짜기 백합님! 언제나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소님! '건축탐구 집' 프로가 어느 방송사에서 하나요? 저희 집 TV채널이 공영방송 포함 다섯개 밖에 안나와서요.
EBS입니다. 유투브에서도 다시 보기 검색을 하나하나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