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의 고장 정선을 찾아서/ 최고의 가을정취 민둥산 억새
2005.10.12 아리랑의 가락이 울려 퍼지는 수려한 산과 계곡으로 떠나는 가을여행 10여년전 여름휴가 때 강원도 정선을 찾았던 일이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자연풍광이 늘 나의 머리에 맴돌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민둥산의 억새밭등산을 시도하다가 기회가 없었다. 이름이 말해주듯이 민둥산 정상에는 온통 억새 뿐이라는데- 가장 피크를 이루는 시점에 억새축제를 하는데 올해는 10월9일~10일이었다. 그래서 정선 5일장날인 12일을 택해 아침 일찍 정선을 향해 출발하였다. 늘 같이 다니는 장곡도 동행하겠다 하여 죽전에서 합승했다. 서울 서초동에서 7시15분경 출발한 우리는 쉬지않고 정선으로 바로 달렸다. 3시간만에 정선읍에 도착하였다. 등산에 앞서 정선5일장 구경을 하기로 하였다. 정선5일장 정선5일장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철도여행으로 수백명이 매달 2,7, 12, 17,22,27일 즉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이곳 정선을 찾는다고 한다.아직 철도여행객들이 도착하지 않은 아침나절이라 여행객들은 적었지만 승용차로 온 서울 손님들도 제법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정선장은 워낙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카메라를 들고 다녀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나물,약초,과일 등 시골 장터 풍경이 정겹다. 견물생심이라더니 집사람은 양손이 무거울 정도로 사댄다. 더덕,황기,호박,산나물--값이 싸다고 욕심을 내는건 아닌지. 장터에 걸터앉아 올갱이국수와 부침개를 즉석에서 맛보고 바로 민둥산으로 향했다.
전국 최고의 억새산,민둥산에서 가을정취를- 민둥산은 남면에 위치하여 읍에서 차로 30분 가량 가야했다. 보통의 경우 증산초등학교에서 출발하는데 우리는 조금 더 가서 발구덕에서 오르기로 했다. *발구덕-지명이 하도 희한해서 알아봤더니 민둥산 부근은 소위 카르스트 지역으로 석회암이 빗물에 용해되어 돌리네(구덩이)가 12개나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발구덕 지역에 8개나 되는 돌리네(구덩이)가 모여 있다하여 '발구덕'이라고 명명되었다고 한다. 발구덕으로 가면 승용차로 4km가량 더 갈수 있어 산행코스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큰 도로에 민둥산 등산객을 위한 주차장이 있었다. 버스와 승용차들이 많이 주차하고 있었다. 주차를 하고 출발하려는데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안내판이 정상까지 6km라고 표기하고 있다. 현주민에게 물어보니 발구덕은 승용차로 한참 더 올라가야 한단다.
다시 차를 몰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한참을 오르니 승용차들이 늘어서 있고 천막을 친 막걸리집과 등산객들이 보였다. 주차를 하고 카메라를 허리에 차고 가볍게 출발을 하였다. 정상까지는 2.3km, 소요시간은 50분이라고 적혀 있었다. 등산로 길가에는 노란 들국화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다. 발구덕 주변은 엄청나게 넓은 구릉지에 더덕재배를 하기 위해 땅을 조성하고 있었다. 정선시장에서 더덕을 많이 샀는데 앞으로 이곳이 전부 재배지가 되면 엄청나게 많은 소출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금방 민둥산의 능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듣던대로 하얗게 쉰 까까머리 처럼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바로 눈앞이 정상이다. 그런데 그토록 가깝게 보였지만 경사가 심해 금방 숨이 차고 힘이 든다. 하산하는 사람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좋습디까? 하고 물으면 하나같이 최고란다.억새가 주변에서 반갑게 꼬리를 흔들어댄다. 산들거리는 바람과 눈부신 햇빛이 억새의 아름다운 교태를 도와준다. 과연 장관이다.억새산의 명성이 제값을 톡톡히 하는 것 같다. 이쪽 저쪽 연신 카메라를 들이댄다. 보는 쪽쪽 그림같은 장면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보통 사진을 찍을 때 역광을 피하는데, 억새밭에서는 역광도 너무 아름답게 나온다.
키보다 훨씬 큰 억새터널을 지나며 오늘 민둥산을 찾은 보람을 새삼 느꼈다. 민둥산은 옛날 화전민들이 산에 나무를 모두 베어 밭을 일구었는데,그들이 떠나고 나니 무성한 억새만 자랐다고 한다. 해발 1,119m에 펼쳐지는 억새천국 - 정선의 아리랑 문화와 함께 민둥산은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산이 되었다. 특히 억새가 무성한 이 가을철에는 꼭 찾고 싶은 명산이 되었다. 지난주 토,일요일에 민둥산 억새축제가 열렸는데 전국에서 7만명이 운집했다고 한다. 일단 억새구경을 좀 하기로 하자 -사진이 아무리 잘 찍기로 현장에서 보는 그 감동의 백분의 일이라도 될까마는-
땀을 뻘뻘 흘리며 불과 35분만에 정상에 오르니 엄청나게 많은 등산객들이 억새와 함께 가을 정취를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주변 사방이 온통 억새 뿐이다. 정상에는 민둥산 표지석이 서 있고 화재예방을 위한 통제소가 우뚝 서 있다. 그리고 주변에는 나무로 난간을 만들어 경관을 조망할 수 있도록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많은 인파들이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도시락을 꺼내 맛있게 식사를 마쳤다. 우리는 발구덕에서 올랐기 때문에 반대쪽인 증산초교에서 오르는 길로 조금 내려 가보자고 의견일치를 보아 식사후 산책을 가볍게 하였다. 어느곳 할 것 없이 모든 곳이 아름답다. 억새 말린 것으로 원뿔형 쉬어가는 집을 만들어 놓았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마치 원시인들의 집 같았다.
그런데 한가지 불쾌한 일이 눈 앞에 있었다. 요즘 등산객들의 수준이 높아져 산에서는 절대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곳 정상에 왠 쓰레기더미가 있을까? 누군가 한사람이 버린 곳에 너도나도 모두 버린 모양이다. 환경보호캠페인의 현수막을 앞에 놓고 사진을 찍고 있는 무리들도 전혀 쓰레기에는 무감각인걸 보면서 한심한 느낌을 받았다. 이것을 치우게 될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하니- 우리가 오른 등산로를 비켜서 내려가는 길이 보였다. 시간이 많이 남아 그쪽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은 또다른 억새의 장관을 볼 수 있었다. 마치 하얗게 눈가루를 뿌린 것 같은 착각을 주는 장관이 펼쳐진다. 그리고 억새가 전혀 없이 파란 색깔의 난장이 나무군들이 옹기종기 펼쳐저 있는 모습이 마치 서해바다의 다도해를 보는 것 같다. 하산은 불과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발구덕 주차해 놓은곳에 오니 차가 하얗게 먼지를 뒤집어 쓰고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남는다. 왔던길의 반대 방향으로 가면 몰운대와 화암 소금강이 나온다. 승용차를 타고 가면서 경치 좋은 곳에 정차를 하고 경관을 감상하기로 하였다. 정선의 보물 화암(畵岩)팔경 소금강과 몰운대 화암8경은 기암절벽과 물과 신화가 한 데 얽혀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동면 화암리의 아름다운 경치 여덟가지를 말한다. 즉 화암약수, 거북바위, 용마소, 종유굴, 화표주, 소금강, 몰운대, 광대곡이 그것이다. 이중 몰운대는 정선소금강의 끝머리에 위치하고 있다. 도로변에서 울창한 수림을 뚫고 나가면 넓은 평상처럼 평평한 바위 가에 한때는 울울창창했을 법한 죽은 소나무 한그루가 받침목마냥 서 있고, 그 아래는 천길낭떠리지가 이어진다. 그 밑으로 흐르고 있는 명경같은 맑은 계곡이 너무나 아름답다
신이 빚은 그림바위, 정선의 소금강- ‘화암(畵岩)’. 말 그대로 ‘그림 바위’다. 바위들이 모여 몽유도원도에서나 볼 듯한 바위꽃 군락지를 이뤘다. 첩첩산중 강원 정선땅 화암이 그 꽃바위다. 금강산에 필적할 아름다움을 지녔다 해서 붙은 이름, ‘소금강’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동면 화암1리의 424번 지방도와 421번 지방도의 분기점에 솟은 화표주에서 몰운1리의 몰운대까지, 4km를 쭉 에워싼 명승이 그 곳이다 雲海아래 색색 돌단풍 '자연이 그린 산수화' - 그림같은 풍경에 차를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소금강을 지나니 화암동굴과 약수터가 나왔다. 과거에 가 본 적이 있기에 그냥 지나쳐 정선읍으로 향했다.
아! 정선 정성 아리랑 인터넷에서 본 것으로는 5일장 서는 날 오후 늦게 정선의 자랑인 아리랑 창극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시간상 적당하였다. 정선읍으로 들어가 확인하니 4시40분부터 5시20분까지 40분간 문화예술회관에서 오늘의 공연이 있다고 했다. 정말 어쩌면 이렇게 시간이 잘 맞아 떨어지는지 50분 가량 시간이 남았다.정선문화원에 차를 세워두고 정선읍을 산책했다. 읍사무소 쪽으로 가다보니 엄청나게 큰 나무가 두그루 서 있었다. 뽕나무란다. 수령이 무려 600년이나 된 나무인데 이곳이 옛날에는 뽕밭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옆에 강원도 유형문화재 89호로 지정된 옛 가옥이 눈길을 끌었다. 현 소유주인 고학규씨 22대조 제주 고씨 시조가 고려말 정선으로 낙향하여 뽕나무 두그루를 심고 건축한 집이라는데 뽕나무와 함께 관광명소가 되어 있었다.
정선읍은 관광지라서 그런지 너무나 깨끗했다. 군청,읍사무소,문화원,경찰서,우체국,문화예술회관 등 모든 건물들이 새로 건축한 듯 깨끗하고 길거리도 휴지조각 하나 보이지 않았다. 관공서 앞에는 정선을 상징하는 자연조형물들로 아름답게 꾸며 놓아 전 시민이 관광홍보를 하는 것 같았다. 판촉홍보물도 너무나 다양하게 구비해 놓고 있었다. 문화예술회관에 도착하니 3층강당에서 창극 '아 ! 정선- 정선 아리랑'을 준비해 놓고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4시40분이 가까워 오니 어디서 왔는지 수백명의 관광객이 입장을 한다. 깜짝 놀라 물어 보니 서울서 관광버스로, 그리고 관광열차로 온 손님들이 이지방 여행을 하고 시간에 맞춰 창극을 보러 온 것이다
정선아리랑은 듣는 이의 가슴을 애잔하게 적시는 구성진 가락으로 우리나라 민요 가운데 으뜸으로 꼽는 아리랑의 진수이다.강원도 무형문화제 제1호로 우리나라 모든 아리랑의 기원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가사 수만도 천3백여수에 이른다고 한다. 창극 '정선 아리랑'은 여늬 뮤지칼이나 연극처럼 관객과 호흡을 같이하며 흥을 돋구고 박수와 후렴을 유도하면서 재미를 만들어 간다. 여물통,장고,북,물박,소반,도마,방망이 다듬돌,종을 악기로 사용하여 흥미를 돋구었다. 노래가사도 재미있다.
~ 딱다구리는 생나무도 뚫는데 멍텅구리 우리 서방은 뚤린 구멍도 못뚫네~ 여간 해학스럽지 않다.
40분간의 공연을 마치고 나오니 서울서 온 관광버스와 기차나 승용차로 온 손님을 태우는 정선의 관광용 셔틀버스가 여러대 대기하고 있었다. 공설운동장에서 두시에 출발하여 관광코스를 돌고 4시40분에 이곳으로 오게 된다고 한다. 관광요금은 7천원과 8천원 두코스가 있단다. 5일장이 서는 날 기차여행을 오고 싶었는데 언제 눈 오는 날을 택하면 더욱 운치가 있을 것 같다. 공연을 마치고 우리는 걸어서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인터넷에서 찾아둔 곤드레나물밥 전문집인 '동박골식당'을 물으니 멀지 않았다.
처음 먹어보는 곤드레나물밥은 너무나 담백하고 고소하고 맛이 있었다. 곤드레나물밥이란 곤드레라는 나물을 넣어 지은 밥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궁핍하던 시절, 끼니를 때우기 위해 지어먹던 밥이다. 옛날에는쌀보다 나물을 몇 배나 많이 넣어 훌훌 죽을 쑤어 먹기도 했다고 한다. 눈물로 삼키던 그 밥이 이제는 옛일을 추억하며 먹는 별미가 되었다.
곤드레는 취나물처럼 생긴 산나물의 일종이다. 봄철 한창 나물이 돋는 시기에 한꺼번에 많이 뜯어 놓았다가 1년 내내 사용한다. 들기름을 살짝 두른 덕분에 밥맛이 더 구수하다. 밥을 짓는 동안 많이 사라지긴 하지만 그래도 밥을 퍼 놓으면 나물 고유의 쌉싸름한 기운이 느껴져 입맛을 돋운다. 밥은 비빔용 큰 그릇에 퍼준다. 구수하고 향긋한 나물밥 위에 갖은 양념을 한 간장을 넣고 슥슥 비벼 먹는다. 입맛에 따라 고추장이나 강된장에 비벼 먹기도 한다. 이집에는 일반 곤드레나물밥 외에 돌솥곤드레밥과 가마솥곤드레밥이 있었는데 가마솥곤드레밥을 먹고 싶었으나 7인 이상이 되어야 가능하단다. 돌솥 곤드레밥은 먹고난 뒤 누룽지맛이 또한 일품이었다. 값도 싸고 맛도 좋아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메뉴였다.(4천원~6천원) 이제 오늘의 가을여행은 모두 끝난 셈이다. 지금 시간이 6시반. 서울까지 늦어도 10시전에는 도착할 것이다. 하루동안에 몇가지의 이벤트를 가진 셈이다. '정선 5일장 구경하기''민둥산 가을억새 놀이 등산''정선의 빼어난 관광명소 구경''정선 아리랑 창극 공연 관람''정선의 곤드레나물밥 맛기행' 일석3조가 아니라 일석5조의 행복한 하루였다. 정선을 가려면 5일장이 열리는날, 그리고 가을 억새철이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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