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에이전트,
화려함 속에 감춰진
고된 현실
스포츠 에이전트 시장은
블루오션인가, 레드오션인가.
스포츠 스타들을 대리하는 에이전트 시장은
지금도 많은 사람이 꿈꾸는 직종이다.
대중매체에서 비치는 에이전트 비즈니스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실제로
안을 들여다보면 무척 어렵고
고통스러우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에이전트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Q&A 형식으로 쉬우면서도 현실적으로
에이전트의 현황과 현실을 전한다.
글·김세훈
국제축구연맹(FIFA)은 공정하고 투명한 이적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난 1월, 새로운 에이전트 규정을 시행했으며 10월 1일부터는 축구 공인 에이전트의 사용이 의무화된다
스포츠 에이전트? 스포츠 에이전트!
Q. 스포츠 에이전트, 스포츠 중개인 제도가 무엇인가요?
A. 선수를 대신해 연봉 계약, 이적 협상 등을 진행하는 사람이다. 구단끼리 주고받는 이적료, 선수 연봉의 3~10%가 주요 수입이다. 요즘 에이전트는 매니저까지 겸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에서 에이전트를 시행하는 종목에는 축구, 야구, 농구, 배구가 있다. 축구와 야구에서는 에이전트들이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농구와 배구 에이전트는 대체로 외국인 선수 영입에만 관여하는 정도다.
Q. 축구 에이전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국제축구연맹(FIFA)은 FIFA 에이전트 시험을 폐지하고 2015년부터 중개인 제도를 도입했다. 시험 없이 연간 600달러만 내면 에이전트로 활동할 수 있다. 산업 발전을 위해 진입장벽을 낮췄지만 문제점도 많이 생겼다. 중개인 제도는 2023년 9월에 폐지된다. 중개인 제도는 폐지되지만 FIFA 에이전트 시험이 다시 시행된다. 과거 에이전트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은 등록만 하면 그대로 활동할 수 있다. 중개인 제도에서 에이전트가 된 사람은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축구 에이전트 시험제로 전환… 시험 통과해도 시장 진입 쉽지 않아
Q. 시험은 언제인가요?
A. 2023년 4월 19일에 한 번 치러졌다. 온라인으로 60분간 진행됐다. 사지선다형 객관식 20개 문항이다. 문제는 영어 또는 스페인어로 출제됐다. 132명이 응시해 56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이 약 42.4%다. 9월 20일에 또 실시될 예정이다.
시험 영역은 FIFA 에이전트 규정이다. 시험은 오픈 북으로 진행된다. 시험은 영어 또는 스페인어로 골라볼 수 있다. 문제는 수험생마다 다르다. 20문제 중 15개, 즉 75점 이상 받아야 합격이다.
Q .축구 에이전트 수입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일반적으로 에이전트는 이적료 5%, 연봉 5~10%를 수입으로 챙긴다. 이적료 10억 원으로 외국으로 가는 A 선수가 있다고 치자. 선수 연봉이 10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에이전트는 A를 보낸 구단, A를 영입한 구단으로부터 이적료의 5% 안팎을, 선수로부터는 연봉의 5%를 각각 수수료로 받는다.
총수익은 1억5000만 원이다. 이적료 10억 원, 연봉 10억 원 선수를 잡는 게 쉽지 않다. 한국에서 에이전트는 매니저 역할까지 겸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가 가는 곳에 거의 따라가야 하고 선수가 원하는 요청은 대부분 행해야만 한다. 국내에서는 연봉
1억 원 이상 선수를 최소 5명을 보유해 3~5년 동안 유지해야 어느 정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4월 기준, 하위권에 머물던 롯데자이언츠가 유강남(왼쪽) 등 FA(Free Agent)를 대거 영입해 전력이 강화된 모습을 보였다(ⓒ동아일보DB)
야구 에이전트 시장… 대형 에이전트가 고연봉 선수 사실상 선점
Q. 국내 프로야구에서 활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2018년부터 KBO리그 공인 선수 대리인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시험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주관한다. 시험 신청료 11만 원, 수험료 44만 원 등 총 55만 원이 소요된다. 시험은 어렵지 않은 편이다. 시험을 통과해야만 선수 대리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다.
Q. 신규 에이전트로 시장에 진입하기 쉽나요?
A. 결론적으로 말하면 정말 어렵다. 기존 에이전트들이 고액 연봉 선수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연봉 인상, 해외 진출, 타 구단 이적 등에 도움을 줄 대형 에이전트와 손을 잡으려는 경향이 짙다. 선수들은 선수 출신 에이전트, 평소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익숙한 에이전트와 수시로 소통하고 만나면서 관계를 쌓고 있다. 얼굴도 모르고 레퍼런스도 없는 신규 에이전트와 일하고 싶은 대형 선수들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에이전트 자격 시험을 통과해도 선수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잖다.
Q. 에이전트가 관리하는 선수 숫자에 제한이 있지 않나요?
A. 구단별 3명, 총 15명이 상한이다. 그런데 제도상 허점을 이용해 이보다 많은 선수를 교묘하게 모두 관리하는 에이전트도 있다. 에이전트 공인을 받은 지 2년 이내 선수와 대리인 계약을 하지 못하면 자격이 취소된다. 시험을 다시 봐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에이전트 중 3분의 2는 선수와 대리인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Q. 에이전트 중 얼마나 선수와 계약에 이르지 못하나요?
A. 실제로 에이전트 중 3분의 2는 선수와 대리인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에이전트 자격만 얻었을 뿐 실제로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에이전트 공인을 받은 지 2년 이내 선수와 대리인 계약을 하지 못하면 자격이 취소된다. 시험을 다시 봐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55만원을 내고 시험을 봐야 한다. 현실적으로 2년 자격이 취소된 뒤 다시 시험을 보는 경우는 드물다. 그만큼 시장 진입이 어렵다는 뜻이다.
Q. 소액 연봉 선수들을 대리하는 것은 어떤가요?
A. 소액 연봉 선수들은 사실 에이전트를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연봉 자체가 적은데다가 에이전트에 지급할 10% 안팎 수수료도 부담스러워 한다. 소액 연봉 선수들은 구단이 제시한 연봉안을 대부분 그대로 수용한다. 이들은 연봉을 더 받거나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는 것보다는 일단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프로배구에는 외국인 선수들만 에이전트들이 구단과 함께 일하고 있으며 국내 선수들은 구단들의 반대에 부딪혀 시행되지 않고 있다
Q. 국내 농구와 배구 에이전트 현황은 어떤가요?
A. 국내 경기 단체가 별도로 실시하는 대리인 자격시험은 없다. 국내에서도 에이전트로 활동하려면 국제농구연맹(FIBA), 국제배구연맹(FIVB)이 주관하는 자격증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선수들은 대리인을 쓰는 경우가 거의 없다.
Q.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국제농구연맹 에이전트 시험을 통과해도 NBA에서는 활동할 수 없다. NBA는 NBA 에이전트 제도를 별도로 운용한다. 유럽 선수들도 국제농구연맹 에이전트를 고용한 뒤 미국으로 진출하는 경우에는 NBA 에이전트를 따로 쓴다. 한국 에이전트가 유럽 선수와 계약한 뒤 미국 NBA 에이전트를 통해 NBA로 선수를 보낸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Q. 유럽 농구 선수들이 NBA로 진출할 때는 어떻게 하나요?
A. 일단 국제농구연맹 에이전트와 계약한다. 그를 통해 현재 구단과 연봉 협상, 유럽 내 다른 구단 이적 등을 진행한다. 그러다가 만일 NBA로 가려고 한다면 NBA 에이전트를 따로 고용해야 한다. 이럴 경우, 국제농구연맹 에이전트와 NBA 에이전트가 서로 공조하기도 한다.
Q. 한국 에이전트로 NBA에서 활동하는 건 가능한가요?
A.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NBA에 갈 만한 우리나라 선수가 있다면 그와 대리인 계약을 맺고 NBA 에이전트를 통해 미국 무대로 진출하는 것을 추진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수 중 실제로 NBA로 갈 만한 선수가 거의 없지 않나.
스포츠 에이전트의 길… 장기간 끈기, 노력 있어야 결실 기대
Q. 에이전트 시장은 블루오션인가요, 레드오션인가요?
A. 시장이 넓어지고 있어 해볼 만한 일 역시 점점 늘고 있다. 그런데 수수료 주기를 꺼리는 대형 선수들이 적잖다. 오히려 에이전트로부터 계약금을 받고 대리인을 바꾸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신규 에이전트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것이 무척 어려운 환경이다.
Q. 이윤만 추구하는 대형 선수들이 많나요?
A. 그런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을 돌봐준 에이전트를 버리고 수수료를 안 받거나 계약금을 주겠다는 에이전트로 쉽게 옮긴다. 신의보다는 돈을 좇는 것이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 유명 선수에게 접근해 온갖 당근책을 제시해 선수와 대리인으로 계약한 뒤 구단, 감독 등과 짜고 다른 구단으로 이적시켜 수익을 나누는 에이전트도 있다.
Q. 에이전트에 도전하고 싶다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A. 오랫동안 끈기 있게 버텨야 한다. 사람에게 실망하거나 지쳐서는 안 된다. 감정을 최소화하면서 일을 냉정하게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그것도 한 개 종목 에이전트만 하려는 것은 좋지 않다. 다른 종목으로, 다른 영역으로, 다른 국가로 활동 범위를 넓혀야 한다. 요즘은 선수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을 활용하는 비즈니스가 활성화하고 있다. 에이전트가 향후 상당한 추가 수익을 올릴 만한 분야다.
Q.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바로 창업하는 것은 위험하다. 기존 대형 에이전시에 입사해 업무를 배우고 네트워크를 넓히면서 선수와 관계를 발전시키는 게 필요하다. 이후 대형 선수 몇몇을 데리고 독립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다. 이걸 싫어하는 기존 에이전시들이 에이전트 시험을 통과한 사람을 고용하는 걸 꺼리는 경향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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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 김세훈은1999년부터 스포츠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컵 등 다수 국제대회를 취재했고 많은 종목도 담당했다. 지금은 국가체육정책, 학교체육,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 동호인 경쟁 시장, 스포츠산업 등 5개 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김세훈의 스포츠IN’이라는 기명 칼럼을 보면 김 기자가 추구하는 방향을 읽을 수 있다.
※ 이 글은 서울특별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서울스포츠> 2023년 7+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출처] 스포츠 에이전트, 화려함 속에 감춰진고된 현실|작성자 서울특별시체육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