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오면 혼자서 가고 싶다고 나는 말했다.”
찰리 고든은 32세의 빵 가게 직원이다. 그는 IQ 70 이하의 지적장애인이며 비크맨 대학의 정신지체성인센터에서 글을 배우고 있다. 몇 년을 배워도 맞춤법이 엉망이지만, 누구보다 배우려는 열의가 특별했던 그는 대학 연구진으로부터 머리를 좋게 해줄 수 있다는 수술 제안을 받게 된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앨저넌’이라는 생쥐를 통하여 성공을 거둔 특별한 수술, 지능지수를 높여준다는 수술 제안을 받은 찰리는 다른 사람들과 같아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기꺼이 수술대에 눕게 된다. 수술 결과는 성공이었다. 수술 후 한 달이 지나자 찰리는 그동안 그가 배웠던 문법책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고, 정확한 맞춤법을 구사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지능은 무서운 속도로 높아지기 시작한다.
대니얼 키스의 “앨저넌에게 꽃을”은, 주인공 찰리 고든이 써나가는 매일의 보고서 형식을 띤 소설이다. 리처드 파워스의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에서, 아빠와 캠핑에서 돌아오던 로빈이 듣던 오디오 북이 바로 이 책이다. 파워스의 책에서 “앨저넌에게 꽃을”은 로빈의 슬픈 마지막을 암시하는데, 과연 “엘저넌에게 꽃을”은 슬픈 이야기였다.
찰리의 지능은 어느덧 IQ 160에 이르고, 그는 읽는 책마다 이해하게 되고, 10여개의 외국어를 습득하고, 최신의 과학논문을 읽고 평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르게 된다. 이렇게 머리가 좋은 사람이 되었지만, 그는 원하던 것들을 얻지 못한다.
머리가 좋아진 후, 그는 지금껏 친구라고 생각했던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놀림감으로 삼아왔음을 이해하게 되고, 지적 장애 때문에 자신을 버린 엄마와 여동생과도 화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과학자들의 연구성취를 위한 도구였음을 알게 되면서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이전에 자신에게 글씨를 가르쳤던 엘리스를 사랑하게 되지만, 동시에 깊은 고독감을 느끼게 된다.
드디어 찰리는 자신과 같은 수술을 받은 생쥐 ‘앨저넌’의 이상행동과 퇴행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곧 죽음을 맞이한 ‘앨저넌’을 뒤뜰에 묻고 들꽃을 바치며 운다.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것이다. “오, 하느님! 저한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가지는 말아 주십시오.”
그는 두려움 속에서 마지막으로 앨저넌과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주제로 “앨저넌·고든 효과”라는 논문을 남기고, 이후 찰리의 지능은 빠른 속도로 퇴화한다. 그가 이전에 다니던 엘리스의 교실에 돌아가서 “책을 일어버렸다.”고 말하자, 그를 사랑했던 엘리스는 울며 교실에서 나가버린다.
그리고 마지막 보고서에서 사랑했던 엘리스 키니언에게 글을 남긴다. “키니언 선생님 만약 이 글을 일더라도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선생님이 말한 것처럼 나는 영리해지기 위해 두 번째 기회를 얻은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잇습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잇는 줄도 몰랏던 만은 것도 배웟고, 아주 잠깐이지만 그것을 볼 수 잇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의 퇴화는 명백하다. “나는 무언가를 햇지만 그게 뭔지 생각나지 안는다.” 그리고 한 당부로 보고서를 끝맺는다. “어쩌다 우리 집을 지나갈 일이 잇으면 뒤뜰에 잇는 앨저넌의 무덤에 꼿을 바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두 해 전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났다. 이미 발병한 치매가 뇌출혈로 중증이 되면서, 당신은 어린아이로 되돌아가셨다. 입가에 아이 같은 미소를 머금고 밤낮없이 늘 무언가를 중얼거리셨다. 그 곁을 지키고 기저귀를 갈아드릴 때마다, 나는 ‘삶이 이런 것인가?’ 묻고 있었다. 당신은 소중한 것들을 계속 잃어버리고 계셨다.
어느 세미나에서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그려보라 했다. 나는 79세, 뒷동산의 양지바른 언덕에 앉아 졸다가 깨어나지 않을 잠에 빠져들고 싶다고 했다. 오르막이 있었듯 내리막이 있을 것이다. 얻을 때가 있었듯 잃을 때가 있을 것이다. 소중한 것들, 무엇보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슬프지만, 찰리 고든의 말처럼 그때가 오면 우리는 모두 혼자 가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