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을 받은 앤 카슨의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우리나라의 초일류 서정시도 이처럼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시인 자신도 모르고 평론가도 모르고 독자는 더더욱 모르는 코맹맹이 소리 말고요. 시인은 자기기만, 평론가는 장기자랑, 독자는 까막잡기를 하는 그런 시 말고요.
Anne Carson
1950 –
"오 작고 슬픈 사랑의 황홀경이여"
나는 밤새 눈을 감은 채 당신과 함께 있는 게 좋아.
얼마나 큰 행운인가—당신이
별들과 더불어
오고 있다니!
내 마음과 심장을 온전히 바쳐
나는 여행했어
그리고
당신이 거기 있었어
길가에 무릎을 꿇고
조그만 툴키트로
뭔가를 고치며.
나에게 하나의 세계를 줘, 당신이 나의 이전 세계를 가져갔으니.
“O Small Sad Ecstasy of Love”
I like being with you all night with closed eyes.
What luck—here you are
coming
along the stars!
I did a road trip
all over my mind and heart
and
there you were
kneeling by the roadside
with your little toolkit
fixing something.
Give me a world, you have taken the world I w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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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시의 시작 부분에서 사랑이 혹은 연인이 화자에게 찾아오는 모습을 우주적인 광대함—“별들과 함께 오고 있는”—상태로부터 너무도 일상적인 세계—툴키트를 가지고 흙길 옆에서 뭔가 부서진 것, 상처 난 것을 고치려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로 갑자기 바꿔버리는 것이 흥미롭다.
우리가 누군가를 깊이 사랑할 때 그 사람이 우리의 의식의 내면 전체에 주거하게 된다. 그래서 화자는 자신의 생각(mind)과 감정(heart)을 살펴보려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때 자신의 연인이 이미 자신의 내면세계의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화자는 자신의 연인이 길가에 쪼그려 앉아 조그만 툴키트를 가지고 뭔가를 고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 연인의 모습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지극히 가정적인 이미지이다. 앤 카슨은 사랑을 웅장하고 극적이며, 우주적인 어떤 힘으로 묘사하는 대신에 일종의 일상적인 도움을 주는 행위로 그린다. 연인은 화자의 상처받기 쉬운 마음의 가장자리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면서, 부서진 화자의 마음을 수리하는 조용하고도 평범한 작업을 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마지막 행은 사랑이 발생시키는 거래를 나타낸다. 화자의 이전 세계가 부서져버렸고 연인에 의해서 점유되어 버렸다. 그래서 이제 화자는 자신의 연인과 함께 건설하게 될, 그리고 공유될 새로운 세계 속으로 들어갈 수 있기를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