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시경(詩經) 국풍(國風) 1편 주남(周南)의 '관저(關雎)'
주나라의 백성들이 부르던 순박한 노래이자, 인간의 가장 진솔한 감정을 담은 시집, 시경(詩經)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첫머리를 장식하는 국풍(國風) 제1편 주남(周南)의 '관저(關雎)'는 남녀 간의 지극한 사랑을 노래한 불후의 명작입니다. 유학자들은 이를 두고 "요조숙녀는 군자의 좋은 짝"이라며 엄숙하게 도덕을 논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실 "아름다운 여인에게 반해 밤잠을 설치고 발을 동동 구르는 한 남자의 절절하고도 유쾌한 짝사랑 이야기"랍니다.
시경(詩經) 주남(周南) ·관저(關雎)
제1장 : 첫눈에 반하다, 저 새들처럼!
원문: 關關雎鳩 在河之洲 (관관저구 재하지주) Guānguān jūjiū, zài hé zhī zhōu -
窈窕淑女 君子好逑 (요조숙녀 군자호구) Yǎotiǎo shūnǚ, jūnzǐ hǎoqiú -
영문 : Osprey birds cry "guan guan" on the river's isle.
The modest, beautiful lady is a fine match for the gentleman.
한글 : 꾸룩꾸룩 물수리새는 강가의 모래섬에서 울고 있네.
얌전하고 정숙한 아가씨는 군자의 좋은 짝이로다.
해학적 해설 : 황하의 모래섬에서 물수리 부부가 "부끄~ 부끄~" 하면서 다정하게 울어댑니다. 물수리는 평생 한 쌍으로만 산다는 정절의 새라지요? 그걸 본 지나가던 총각(군자), 눈이 번쩍 뜨입니다. 마침 저기 물가에서 조신하고 예쁜 처자(요조숙녀)가 나물을 뜯고 있거든요. 총각은 가슴을 쥐어짜며 외칩니다. "아, 저 처자야말로 내 완벽한 반쪽(호구)인데! (비속어 '호구'가 아닙니다, 좋은 짝이라는 뜻입니다!)"
제2장 :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상상 연애의 시작)
원문 : 參差荇菜 左右流之 (참치행채 좌우류지) Cēncī xìngcài, zuǒyòu liú zhī -
窈窕淑女 寤寐求之 (요조숙녀 오매구지) Yǎotiǎo shūnǚ, wùmèi qiú zhī -
求之不得 寤寐思服 (구지부득 오매사복) Qiú zhī bù dé, wùmèi sī fú -
悠哉悠哉 輾轉反側 (유재유재 전전반측) Yōuzāi yōuzāi, zhǎnzhuǎnfǎncè -
영문 : Uneven are the water-lilies, flowing left and right.
Day and night he seeks the modest, beautiful lady.
Seeking her in vain, day and night he thinks of her.
Long and deep is his longing; he tosses and turns in bed.
한글 : 들쭉날쭉 마름나물을 이리저리 찾아서 헤매이네.
얌전하고 정숙한 아가씨를 자나 깨나 구하고자 하네.
구하여도 얻지 못해 자나 깨나 그리워하며 생각하네.
아, 아득하고 아득하여라, 잠 못 이루고 이리저리 뒤척이네.
해학적 해설 : 처자가 뜯는 '행채(마름나물)'는 물살을 따라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총각의 마음도 그 나물처럼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대시도 못 해보고 집으로 돌아온 총각, 이때부터 중증 '상상 연애'와 '통증'에 시달립니다. 자나 깨나(寤寐) 그 처자 생각뿐입니다. "아이고, 갖고 싶다 저 처자..." 하지만 현실은 솔로지요(求之不得). 밤이 깊어 이불을 덮었는데 눈앞에 처자 얼굴이 아른거립니다. 왼쪽으로 돌았다가(輾), 오른쪽으로 돌았다가(轉), 엎어졌다(反), 뒤집어졌다(側)가... 밤새도록 침대 위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추며 온 이불을 발로 차대는 꼴입니다. '유재유재(悠哉悠哉)', 진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 게지요!
제3장 : 김칫국 드링킹의 끝판왕 (악기 연주 총동원)
원문 : 參差荇菜 左右采之 (참치행채 좌우채지) Cēncī xìngcài, zuǒyòu cǎi zhī -
窈窕淑女 琴瑟友之 (요조숙녀 금슬우지) Yǎotiǎo shūnǚ, qínsè yǒu zhī -
參差荇菜 左右芼之 (참치행채 좌우모지) Cēncī xìngcài, zuょu mào zhī -
窈窕淑女 鐘鼓樂之 (요조숙녀 종고락지) Yǎotiǎo shūnǚ, zhōnggǔ lè zhī -
영문 : Uneven are the water-lilies, gather them left and right.
With lute and harp, let us be friends with her.
Uneven are the water-lilies, choose them left and right.
With bells and drums, let us delight her.
한글 : 들쭉날쭉 마름나물을 이리저리 뜯고 있네.
얌전하고 정숙한 아가씨와 거문고와 비파를 타며 친해지고 싶어라.
들쭉날쭉 마름나물을 이리저리 골라내네.
얌전하고 정숙한 아가씨를 종과 북을 울리며 즐겁게 해주고 싶어라.
해학적 해설 : 잠을 못 자더니 총각이 드디어 현실 도피성 '행복 회로'를 돌리기 시작합니다. 처자가 나물을 뜯는 모습을 보며 혼자 결혼식 축가까지 작곡합니다. "내가 거문고(琴)랑 비파(瑟)를 뚱땅거리며 로맨틱하게 세레나데를 부르면, 처자가 감동해서 나랑 친구(友)가 되어주겠지?" 그것도 모자라 스케일이 커집니다. "아니야, 화끈하게 동네 사물놀이패 다 불러서 종(鐘) 치고 북(鼓) 때리면서 삐까뻔쩍하게 잔치를 벌여서 그녀를 기쁘게(樂) 해줘야지!" 아직 통성명도 안 했는데 혼자서 잔치 올리고 피로연까지 끝마친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총각은 겨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잠에 듭니다.
총평 : 성인(聖人)들이 이 시를 사랑한 진짜 이유
공자(孔子)께서는 이 시를 보고 "낙이불음 애이불상(樂而不淫 哀而不傷)", 즉 "즐거우되 음란하지 않고, 슬프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라며 극찬하셨습니다.
처자가 좋아서 미칠 것 같지만 억지로 보쌈해 오지 않고 혼자 이불만 걷어차는 귀여운 절제력(哀), 그리고 거문고와 종을 치며 당당하게 청혼하겠다는 건강한 스케일(樂)이 아주 건강하고 해학적이지 않습니까? 3천 년 전 주나라 총각의 눈물겨운 '방구석 상상 연애',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똑같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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