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입니다.
어쩌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군요.
무언가 말을 건네지만 알아 들을 수가 없네요.
진소깍입니다.
소, 여, 개, 코지, 깍
나머진 알겠는데 깍은 어떨 때 붙이는거죠?
이런 예문이 있군요.
'민희는 학년 전체에서 항상 깍을 면치 못했다.'
여기서 깍은 제주말로 꼴찌라는 의미랍니다.
'진소'는 말그대로 진짜 쏘라는 의미인 것 같고, 그렇다면 깍이 문젠데...
long long time ago...
구럼비 바위들은 까마귀들의 집단거주지였습니다.
어느날 생명을 다하면 이 진소에서 수장을 합니다. 바람타는 날, 범섬 방향으로 떠내려보내는 거죠.
이 때 모든 까마귀들은 진소 양쪽 벼랑으로 모여 다함께 '떠나보내는 노래'를 부릅니다.
까악 깍 깍 깍.....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진소깍이라 이름붙였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처음보는 물체가 나타났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이런 물체가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여기 처음 온 날이 4월1일이었으니깐 이제 두달이 지났군요.
새로운 종의 해양생물일까요?
왜 갑자기 나타났을까?
새로운 길이 열렸습니다.
삼발이 사이로 난 길입니다. 점점 구럼비 바위들과 가까워집니다.
구럼비바위는 공유수면에 속합니다.
흙이 있는 곳은 해군기지공사구역입니다.
그러니 이 돌은 그 경계에 서 있는 셈입니다.
지금 우리 또한 경계에 서 있습니다.
공유수면과 '해군의 땅'
구럼비바위와 공사장의 흙
경계에 선다는 일은 늘 깨어있는 일입니다.
언제 밀려날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비장하지 않습니까.
팽팽한 경계에서 피고 지는 꽃.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진소깍에 유입된 이물질이 여기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한 때는 구럼비 바다 끝에서 조차 논 밭이었던
이곳에 흙과 세석이 부어졌습니다.
매일 찍어내는 삼발이를 보관할 장소가 부족한 탓입니다.
공사를 하루빨리 중단시켜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불도저군요.
꾹꾹 눌러 다집니다.
그 옆으로 삥둘러 배수로를 팝니다.
배수로 없이도 잘만 빠지던 곳인데 애써 꾹꾹 다지니 배수로가 필요할 수 밖에요.
그 옆 작은 개울로 배수로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비 오면 흙탕물이 개울로, 진소깍으로 그대로 흘러들어가겠군요.
허긴 뭔 상관있겠습니까. 곧 이 일대 전부가 콘크리트로 뒤덮일 텐데요.
통발도 설치해 두었습니다.
'해군의 땅'에선 지금도 여전히 '붉은발말똥게'가 살고 있습니다.
협의와 강제를 통해 마을 사람들로부턴 소유권을 넘겨받았지만 '붉은발말똥게로부턴 어떤 동의도 구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이 살고 있다는 것도 작년에야 알게되었죠. 원주민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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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수백만년을 살아온 땅에서 쫒겨납니다. 일종의 '인디언보호구역`Indian Reservation'이 만들어지는거죠.
인디언들은 땅을 사고 파는 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인디언들에게 대지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로 사고 팔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어머니를 팔 수 있느냐'며 거절했습니다. 땅을 팔지 않은 인디언 부족들은 주거지를 박탈당하고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인디언 보호령, 는 유배지와 다름없는 척박한 곳에서 죽어갔습니다.
회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지키겠다는 말똥게들을 강제로 이주, 이식시키기 위해 포획통발을 설치합니다.
'붉은발말똥게 보호구역'은 약천사 일대 입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어차피 놔두면 다 죽을텐데 이식대책을 마련하는게 어딥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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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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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살려고 할 일이 뭐가 있소.
백인들은 우리 땅을 빼앗고 사냥감도 다 죽여 버리고 그래도 흡족하지 못해 마누라와 아이들까지 죽였소.
이제 화친은 없소. 우리는 망령의 나라에 가서 우리 가족들을 만나겠소.
우리는 백인들을 좋아했으나 그들은 우리에게 거짓말하고 우리 것을 다 강탈 해 갔소.
우리는 이미 목숨을 내놓고 전투의 도끼를 높이 들었소."
300여평 가량의 논밭 만 간신히 남아있습니다.
'붉은발말똥게' 덕분입니다.
인동초도.
더이상은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구럼비를 위해
온몸으로 맞섭니다.
무너진 돌담 사이를 지나 바다로 내려갑니다.
올레7코스 해안길이기도 합니다.
역시 '작가회의' 성명서 답습니다.
"..
대통령이나 소수 야욕에 찬 장성이 사리에 의해 좌지우지하는 군대였을 때
나라가 언제나 피범벅이었던 역사를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다가올 세기는 탐욕과 파괴와 전쟁의 시간이 아니다.
생명과 평화와 우정의 시간이다.
그것을 모르고 거듭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이 땅의 지도자들에게,
우리 모두의 이름으로 나라의 물길과 산길에 가하는 모든 폭력을 그만두라고 촉구하는 바이다."
"가난해도 비루하지 않은 정신을 가르치기 어렵게 된 어른과
물려받은 정신과 국토에 대한 자존감을 알지 못하는 청년과
절단되고 파헤쳐지며 낮이나 밤이나 고통을 악물고 울부짖는 만물의 신음소리가
귓가에서 떠나지 않기 때문에 뜻을 합하여 외치는 바이다.
이는 바로 그대들의 가슴 깊은 곳에서 나는 소리이기도 하다.
비록 지금은 스스로 들을 수 없겠지만,
아니 순간의 영화를 위해 애써 들으려 하지 않겠지만,
그러나 분명 그것은 그대들의 영혼이 발설하는 시퍼런 두려움이기도 함을 경고하고자 한다. "
말똥게들이 놀던 개울물이 여기로 흘러 마지막 꽃들을 피워냅니다.
한라산에서 흘러흘러 온갖 산천을 빙빙돌아 푸른바다와 만납니다.
바다와 민물의 경계에 선 이 꽃들은 아마 태풍이 올 쯤이면 스스로 그 끝을 맺을 겁니다.
'장렬한 최후'를 맞겠죠.
분명 이 친구는 구럼비에서 뛰쳐나온 놈 일겁니다.
구럼비를 지나 개구럼비도 지나 멧뿌리로 가는 길입니다.
구분되는 길이 따로 없기 때문에 알아서 가셔야 합니다.
이 바닷길은 구럼비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가 함께 보이는 곳입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넓어집니다.
사랑하는 것은 죄가 아닙니다.
미워하는 것이 죕니다.
구럼비를 사랑하는 모두는 지금 무죄입니다.
최성희는 즉각 석방되어야 합니다.
다들 '나팔꽃'이라 말합니다.
아닙니다.
'갯메꽃' 입니다.
울퉁불퉁, 삐쭉뾰죽한 현무암들 사이로 걷는 걸음이 쉽지만은 않지만
그다지 힘들지도 않습니다.
너무 깊은 상념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안전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여길 올라야 너븐덕, 멧뿌리입니다.
4월 초까진 동앗줄이 메달려 있었는데 누군가 없애버렸습니다.
누구겠습니까?
미워하는 놈들이겠죠. 두려워하는 놈들이겠죠.
너븐덕입니다.
바닥에서도 아름다운 이 노오란 꽃들은 누굴까요?
이렇게 납작 엎드린 이유는 아마도 바람 때문일 겁니다.
맞서 흔들리기 보단 무릎 꿇고 사는 법을 오랜 시간 익혀버린 때문입니다.
알아서 기는데 바람인들 어찌하겠습니까.
제주 바다를 파란색 물감 하나로 모두 칠할 순 없습니다.
그런 제주 바다를 회색 하나로 칠할려는 무도한 자들이 있습니다.
국가란 놈과 자본이라는 놈 입니다. 둘은 일란성쌍둥이입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흩어지면 죽습니다.
언제부턴가 '해군기지사업단'이라는 이곳에 이름으로 철조망을 쳤습니다.
구럼비로 가는 올레7코스의 일부를 차단한 겁니다.
그래서 바다를 따라 걷거나 일주도로를 따라 걸을 수 밖에 없지요.
이미 온 국토에 덕지덕지 쳐진 장벽과 철조망을 걷어내지는 못할 망정
새로이 설치하는 자들.
3.8선은 3.8선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여기 또다른 분단의 장벽이 설치되고 있습니다.
너븐덕에 올라서면 3일 전 투쟁의 산물인 '불법시설물'이 보입니다.
강정바다에서 유일하게 모래사장이 있는 곳입니다.
그 옆은 강정천입니다.
너븐덕 끝 바다와 만나는 곳은 주상절리대 입니다.
4월 6일 입니다.
이들과 처음 만난 날. 양윤모가 잡혀 가던 날입니다.
그 땐 몰랐습니다.
왜 이들이 여기에 있는지 있어야 하는지를.
그로부터 한 달 뒤, 5월 4일.
열심히 '오탁방지막'을 설치하던 바지선이 너븐덕으로 다가 왔습니다.
하나 하나 건져 올리더군요,
겉으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상처는 남아있을 겁니다.
누군가에게 준 상처가 15년이 지나서도 날 괴롭히 듯이 말입니다.
상처는 오랫동안 남습니다. 상처를 주지 마세요.
너븐덕 옆 멧뿌리입니다.
최고의 삼성도 제주섬의 바람 앞에선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강정천을 흘러내리는 물살과 범섬 앞의 거센 조류 탓에 오탁방지막이 견뎌내질 못합니다.
만약. 본격적인 준설과 매립이 진행되는 상황이라면
주변 지역의 광범위한 오염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태풍이 불어온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스스로 설치했던 펜스를 스스로 걷어내고 멧뿌리로 길을 내려던 해군이
스스로 다시 펜스를 설치했습니다.
동네 가게의 막걸리는 매일 동이 납니다.
유산균이 함유된 '제주 막걸리'는 투쟁의 소중한 친구입니다.
제정신이 아니었다가 이 친구 때문에 제정신으로 돌아옵니다.
냇깍입니다. 강정천 끝자락입니다.
지금 이곳은 올림은어들의 한바탕 잔치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누군 물 반 은어 반 이라지만 제가 보기엔 은어가 2/3입니다.
나의 손끝
/체 게바라
아름다움과 혁명은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것을
아무렇게나 만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아름다움과 혁명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의 손 끝에 있는 것이다
안녕! 냇깍!
쵝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