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마틴 브레스트
출연 : 안소니 홉킨스, 브래드 피트, 클레어 포라니
고등학생 때 봤다고 생각했는데 98년 작이면 내가 대학교 3학년 때 개봉한 영화여서 놀랐다.
제목도 기억 못하고 브레드 피트가 주연이었다는 것과 인상적인 대저택만 생각이 났는데 브레드 피트를 키워드로 검색해서 제목을 알아냈다.
벌써 몇년 전부터 다시 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오늘 다시 봤다.
인간 세상에 휴가를 온, 인간들의 세상과 일상에 관심이 많은 저승사자, 조 블랙이 인간 여자인 수잔을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고전소설 이생규장전의 미국판 버전 같은 느낌이다. 물론 이생규장전에서는 여자가 귀신이지만.
저승사자가 인간 세상에 흥미를 가지고 휴가를 온다는 설정도 재미있지만,
인간들이 느끼는 감정과 인간들의 오감 (땅콩 버터를 최애 음식으로 꼽는 저승사자라니 얼마나 재미있는가?ㅋㅋ 수잔과 첫 키스를 하고 난 후 했던 대사도 정말 웃겼닼! 당신 입술이 너무 맛있네요, 촉감도 좋아요. 하핫~,,~;:) 하나 하나를 흥미있어 하는 조 블랙의 모습이 우스웠다.
흠... 볼 때 정말 몰입하면서 봤는데 막상 영화 감상을 남기려니까 왜 이렇게 생각도 안나고 어렵지?..
한 번 더 봐야할 것도 같고.. 이런.. 메모를 하면서 봤어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영화를 보고 여운이 남아서 그 느낌을 기록해두고 싶어서 쓴다.
대학교 3학년 때 나는 '사랑'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서 이 영화를 봤던 것 같다.
다른 내용은 전혀 기억이 안나고(심지어 브래드 피트가 저승사자라는 것, 여자주인공의 아버지를 천국으로 인도하기 위해 인간세상에 왔다는 것 같은 핵심 줄거리까지도!) 마지막 장면에서 브래드 피트가 여자 주인공에게 다시 돌아와 두 사람의 사랑이 이이질 수 있어서 좋아했던 기억만 남아있는걸 봐도 알수 있듯이.
그런데 오늘은 브래드 피트(물론 젊은 시절의 그의 잘생긴 모습은 여전히 감동이었다!) 보다 안소니 홉킨스 역의 빌 패리쉬에게 더 몰입해서 보았다.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열심히 삶을 살았던 인물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 가족에 대한, 특히 딸에 대한 진한 사랑과 애정을 표현하는 부분에 공감이 되었다. 거의 영화 말미에 죽음의 길로 들어서는 빌이 조에게 "많이 두려울까?"라고 묻는데 빌은 "자네 같은 사람은 전혀."라고 이야기하는 장면과 자신의 죽음을 암시하며 딸에게 "아빠에게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아빠 걱정은 하지 말아라. 아빠는 어떤 후회도 없고 만족한 인생을 살았다. 너도 역시 그랬으면 좋겠다. 너를 정말 많이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라고 말하던 장면이 최고의 명장면이다.
나도 빌처럼 후회 없는 인생을 살며,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이 세상을 떠났으면 좋겠다.
다시 봐도 참 좋았던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