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펠
캠핑요리의 기본이 되는 도구다. 코펠은 캠핑장에서 사용하기 편리하게 제작된 냄비다. 일반 냄비와 달리 접이식과 분리형 손잡이를 사용해 냄비를 포개서 담을 수 있게 수납성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보통 한 개의 코펠에는 2~3개의 냄비가 들어 있다.
코펠은 만능 조리도구다.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고기를 볶는 등 모든 조리에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코펠은 캠핑요리의 필수장비다. 경우에 따라 밭솝과 냄비, 프라이팬을 각기 따로 가지고 다니는 캠퍼도 있지만 캠퍼 대부분은 코펠에 의존한다. 부피에 비해 무게가 가벼워 여성들도 조리 시에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따라서 코펠 하나만 있어도 캠핑요리는 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코펠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해서 완벽한 조리도구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코펠은 재질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두께가 얇은 금속으로 되어 있다. 두께가 얇다는 것은 그만큼 열전도율의 변화가 심하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조금만 실수해도 밥이 타거나 아니면 뜸이 덜 들어 밥이 설익을 수 있다. 도한, 장작으로 피운 모닥불처럼 너무 강한 불에서는 사용하기가 곤란하다. 코펠은 재질에 따라 알루미늄, 법랑, 스테인리스로 나뉜다. 알루미늄은 저렴하지만 부식이 잘 되고, 작은 충격에도 쉽게 변형이 된다. 법랑은 음식물이 달라붙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코팅이 벗겨지면 사용감이 떨어진다. 스테인리스는 내구성과 심미성에서 모두 우수하지만 가격이 비싸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캠핑을 다닐 요량이면 스테인리스 제품을 추천한다.
석쇠(그릴)
바비큐라면 빼놓을 수 없는 도구다. 보통 화로대와 한 몸으로 취급받는다. 숯불을 이용한 직화구이를 할 때 힘을 발휘한다. 석쇠만 제대로 활용할 줄 알면 바비큐 요리 절반은 섭렵했다고 할 수 있다.
석쇠는 하로대 시리즈로 개발되기 전까지는 1회용이 대부분이었다. 지금도 철물점에서는 1회용 석쇠를 판다. 하지만 말 그대로 1회용이다. 한 번 쓰고 나면 씻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가격이 저럼해 그냥 버리고 만다. 자연히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을 심화시킨다. 또 극소수이지만 화로대가 아닌, 계곡에서 돌을 지지대로 사용해 고기를 굽는 이들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하지만 최근에 화로대에 맞춰 출시되는 제품은 반영구적이다. 스테인리스로 튼튼하게 제작이 되어 지속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석쇠를 이용한 요리는 가장 원초적이라 할 수 있다. 열원이 직접적으로 음식재료에 닿기 때문이다. 흔히 '불맛'이라 부르는데, 숯불 고유의 향이 재료에 스며 향을 더한다. 이 때문에 간접구이를 한 후에 마무리로 석쇠에서 불맛을 입히는 스테이크 요리도 있다.
석쇠로 요리할 수 있는 음식재료 가운데 첫 번째는 육류다. 삼겹살이 여기에 해당한다. 소고기나 닭도 좋은 재료다. 석쇠에 직화구이로 요리할 때는 고기 두께가 1cm 이상은 돼야 겉이 타더라도 육즙을 지킬 수 있다. 해산물도 석쇠요리의 좋은 재료다. 조개나 새우, 고등어 자반 등이 사랑받는다. 이밖에 감자와 양파 등 야채도 가능하다.
석쇠는 불이 직접 닿기 때문에 불 조절이 관건이다. 특히, 삼겹살처럼 기름이 많은 육류의 경우 기름이 떨어져 '불쇼'를 벌이는 일이 많다. 따라서 생각만큼 숙련된 요리를 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철판
석쇠와 함께 캠핑요리의 핵심을 이루는 도구다. 철판은 화로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석쇠와 달리 스토브 등에서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쓰임새가 더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철판만 제대로 활용해도 만능 요리사 칭호를 받을 수 있다.
철판의 주재료는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무쇠 등 다양하다. 보통 직사각형 모양이 대부분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원형으로 된 것도 있다. 춘천닭갈비에서 사용하는 것이 원형철판이다. 또 분류가 다르기는 하지만 스킬렛도 큰 범주에서는 철판에 포함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철판요리는 센불에서 빨리 요리한다. 이는 야채나 고기의 수분을 지키기 위함이다. 또, 여럿이 먹는 철판요리는 많은 양의 재료를 한 번에 조리하는 경우가 많아 열 함축성이 뛰어나야 한다. 따라서 철판 두께가 두껍거나 무쇠처럼 열을 축적하는 축열 능력이 탁월해야 한다.
철판요리는 볶고, 지지고, 굽는 용도로 사용된다. 닭갈비, 순대볶음, 떡볶이, 소시지야채볶음 등이 대표적인 요리다. 기름만 잘 두르면 계란프라이나 부침개도 부쳐 먹을 수 있다. 철판이 크기 때문에 여럿이 함께 먹을 수 있다. 철판 하나면 계란프라이 10개를 동시에 할 수 있다. 또 화로대와 스토브 등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요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천후로 활용할 수 있다.
철판요리의 특징은 센불에서 충분히 달구어진 다음에 조리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철판의 면적이 넓어 식재료와 접촉하는 순간 열원을 빨리 빼앗기기 때문이다. 철판이 열원을 빨리 빼앗기게 되면 요리 시간이 걸어지게 되고, 고기와 야채의 육즙이 빠져나가 음식맛이 떨어진다. 따라서 최대한 철판을 달군 뒤 사용한다.
훈제용 그릴
캠핑요리의 진화를 이끌고 있는 조리도구다. 훈제용 그릴은 음식재료에 직접 열원이 닿는 직화구이가 아닌, 달구어진 복사열을 이용해 조리를 한다. 1박2일에서 이승기가 도전해 눈길을 끌었던 비어캔치킨이 대표적인 요리다.
훈제용 그릴은 둥글거나 혹은 사각의 용기 안에 석쇠로 층을 두어 숯을 넣을 수 있는 공간과 음식재료를 올리는 공간을 나누어 놓았다. 여기에 숯불이 꺼지지 않도록 산소를 공급해주는 공기구멍이 있다. 음식재료를 올린 후 뚜껑을 닫아 놓으면 열원이 직접적으로 재료에 닿지 않아도 달구어진 대류열(복사열)에 의해 서서히 고기가 익는다. 여기에 고기의 잡냄새를 없애고 향을 더 좋게 하기 위해 훈연재를 넣어주기도 한다.
훈제용 그릴을 이용한 요리는 대부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육류의 경우 보통 1시간~1시간 30분,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는 1시간 30분 내외로 걸린다. 훈제용 그릴을 이용한 요리에는 직화구이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한 맛이 있다. 우선 덩치가 큰 식재료도 거뜬하게 조리한다. 서서히 익지만 뼛속까지 익혀준다. 지름이 10cm 가까이 되는 통삼겹살이나 통닭도 거뜬하게 요리한다. 간접구이이지만 숯불 특유의 향이 고기에 스며 바비큐의 진정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또, 뚜겅을 제거하고 숯불을 고르게 펴서 깔면 직화구이도 할 수 있다. 훈제용 그릴은 요리를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다. 일단 세팅을 해 놓으면 요리가 끝날 때까지 완벽한 자유다. 그릴이 알아서 요리해 주기 때문에 다른 용무를 보거나 쉴 수 있다. 다만, 덩치가 커서 수납성이 많이 떨어진다. 일반 승용차를 이용하는 캠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
더치오븐
캠핑요리의 고수라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장비다. 아주 특별한 요리를 할 수 잇는 것은 물론, 캠핑의 낭만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비다.
더치오븐은 무쇠로 만든 솥이다. 뚜껑이 무거워 제아무리 센불로 조리해도 뚜껑이 들썩거리는 일이 없다. 당연히 수분 증발이 최소화된다. 이 때문에 물을 붙지 않고도 육류나 야채를 조리할 수 있다. 또 무쇠로 만들어 축열기능이 아주 뛰어나다. 솥이 달구어지기도 어렵지만 일단 달구어지면 쉽게 식지 않는다.
더치오븐은 만능이다. 바비큐는 기본, 찜이나 전골 요리에서도 탁월한 힘을 발휘한다. 더치오븐에 해먹는 밥맛은 가마솥으로 한 반 그 이상이다. 빵도 구울 수 있다. 더치오븐 뚜겅을 이용하면 계란프라이나 부침개도 완벽하게 요리할 수 있다. 훈연재를 이용한 훈연 요리도 가능하다. 기능선만 따지면 코펠과 훈제용 그릴, 철판을 하나로 모아 놓은 것과 같다. 따라서 더치오븐만 있으면 원하는 모든 요리를 할 수 있다.
더치오븐의 또 다른 장점은 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토브를 이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불길이 활활 치솟는 장작불 위에 올려놓아도 척척 요리가 된다. 밑에서만 불을 지피는 게 아니다. 윗불도 준다. 뚜껑 위에 숯불을 올려놓으면 위에서도 열원이 공급되어 오븐의 역할을 하게 된다.
더치오븐의 단점은 무게다. 캠핑장에서 즐겨 쓰는 12인치의 경우 12kg에 달한다. 여성은 들기도 벅차다. 여기에 삼각대까지 더하면 캠핑 장비를 싣고 내릴 때마다 더치오븐을 노려보게 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용법만 제대로 익히면 최강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더치오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요리를 잘 한다. 더치오븐 스스로 요리를 할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