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난 채식주의자
나는 채식주의자다. 몇 년 전에 어느 작가가 채식주의자란 소설을 써서 국제적으로 큰 상을 받은 적이 있고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다. 그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좀 별나고 무언가 까탈스러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는 것 같다. 내가 채식주의자가 된 이유는 채식을 함으로써 지구의 생태계를 좀 덜 파괴하고 덜 오염시키고 싶어서, 나의 먹거리를 위해서 동물의 생명을 취할 수 없어서, 그리고 또한 몸과 마음이 좀 더 정화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소고기 1인분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일곱 명이 먹을 수 있는 밀을 소에게 먹여야 된다고 한다.
채식주의자들에도 여러 부류가 있다. 고기와 생선을 먹지는 않지만 달걀을 먹는 경우, 오신채(파, 마늘, 양파, 부추, 달래)를 먹는 경우, 벌꿀과 우유, 치즈, 버터 등의 유제품을 먹지 않는 소위 비건(vegan) 등과 같은 여러 종류가 있다. 내가 속한 요가·명상 단체인 아난다 마르가에서는 음식을 세 가지로 나누는데 첫째, 몸과 마음에 항상 좋은 음식, 즉 각종 채소, 과일, 곡식, 우유 등이다(Sattvik). 둘째, 몸이나 마음 어느 한쪽에는 좋지만 다른 쪽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것, 즉 커피, 녹차, 코코아, 초콜릿 등과 같은 자극적인 음식이다(Rajasik). 셋째, 몸과 마음에 모두 좋지 않거나 어느 한쪽에만 좋지 않은 것, 즉 고기, 생선, 술, 담배, 마약, 달걀, 버섯, 오신채 같은 음식이다(Tamasik). 나는 몸과 마음에 항상 좋은 첫 번째 음식만 먹으려 노력하고 셋째 부류의 음식은 절대로 먹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채식을 하면 영양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을 한다. 특히 단백질 부족을 많이 염려한다. 나의 경우에는 각종 콩, 두부, 때로는 유제품을 먹기도 한다. 10년이 훨씬 넘도록 채식을 하지만 채식 때문에 건강이 나빠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오랜 시간을 일해도 덜 지치고 회복도 빠른 편이다. 동네의 귀농한 사람들이 우리 부부를 보고 그들보다 나이도 많은데 잘 안지치고 어떻게 저렇게 오래 일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하면서 내린 결론이 우리가 채식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일리가 있기도 한 게 육식 동물인 호랑이나 사자는 순발력이 좋아서 순간적으로 엄청난 힘을 내지만 오랫동안 달릴 수 없는 반면에 소나 말 같은 초식 동물들은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일을 하거나 달릴 수 있다고 한다.
나의 유별난 식성 때문에 각종 모임을 가질 때 식당에서 외식을 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특히 채식이 많이 보급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래서 모임이나, 여행, 심지어 설이나 추석 등의 명절 때도 먹을 반찬을 챙겨간다. 번번이 여러 사람들의 눈총을 받고 번거로울 때가 많지만 지금은 습관이 되어서 아는 사람들은 으레 그러려니 한다. 마을의 어르신들도 대동회나 체육대회 때 같이 식사를 못해도 지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를 해 주신다.
채식을 하면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있지만 좋은 점도 많은데 그 중에서 내가 직접 느끼고 체험한 바로는 소화가 잘 되고 충분한 섬유질 섭취로 배설이 순조롭다는 것이다. 나의 아내가 채식을 하기 전에는 소화불량과 고질적인 변비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그러한 문제가 전혀 없이 건강하다. 또한 지구력이 신장된다. 마라톤 선수들이 채식을 많이 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우리 부부가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새벽에 지리산 성삼재를 출발하여 노고단, 천왕봉, 중산리까지 거의 40km에 이르는 지리산 종주 길을 별 무리 없이 저녁 전에 마칠 수 있는 것도 채식의 덕택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 밖에도 채식을 해서 좋은 점은 혈액이 맑고 깨끗해져서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피로가 빨리 회복된다는 것이다. 덕분에 우리 부부가 잠을 적게 자고도 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별 탈 없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 몇 년 전에 행사에 참여 차 동남아 어느 국가에 갔을 때 현지 가이드의 안내로 모세혈관 혈류측정기라는 것을 통해서 우리 일행 십여 명의 모세혈관 혈액의 흐름을 모니터로 볼 수 있었는데 제대로 흐르는 사람은 채식주의자인 나밖에 없었고 나머지사람들은 흐름이 50%도 보이지 않았다. 모두들 충격을 많이 받았는데 특히 가이드는 적지 않은 나이인 사람의 혈액 흐름이 이렇게 활발한 것은 처음 보았다며 많이 놀라워했고 자신도 꼭 채식을 해야겠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채식을 하면 몸이 정화되므로 늘 가볍고 심신이 안정되어 어떤 일이나 명상 등에 집중하거나 몰두하기에 비교적 용이하다. 먹거리를 스스로 길러서 먹는 자립 소농의 즐거움에, 채식으로 인하여 생기는 몸과 마음의 건강은 우리 인생에 커다란 보너스인 것 같다.
첫댓글 채식은 단점을 찾으려해도 찾기가 어렵지요. 사람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과 영혼까지 깨끗하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지구환경까지 살리는 길입니다. 아마 채식을 집중적으로 하게 되면 사람들의 삶은, 채식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질 것 같아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채식의 가치를 알고 채식을 하게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