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극렬한 반대에도 독소조항이 다수 포함되어 망국조약으로 낙인찍은 한미FTA가 한나라당의 일방적 상정으로 통과되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그간 '민주당 의원이면서도 FTA를 적극 찬성'하여 왔던 민주당 김성곤 의원이 하필이면 그 시각 출판기념회를 열어 물의를 빚고 있다.
단순 출판기념회라면 비난을 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는 터이나, 하필이면 한나라당이 FTA를 긴급상정하여 날치기 하던 그 시각 김성곤 의원은 출판기념회를 열어 야당 의원 등을 초청한 것.
한나라당이 본회의장에 진입한 시간에 손학규 대표, 김진표 원내대표, 홍재형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30여 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김성곤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 중이었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협상파인 김성곤 의원은 민주당 요구가 상당 부분 수용된 양국 정부 장관급 이상의 서면 합의가 이뤄진다면 당론 채택과는 무관하게 물리적 저지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당 지도부를 설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김성곤 의원을 비롯한 홍정욱ㆍ주광덕 한나라당 의원은 손 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김 의원의 출판기념회는 여야 협상파들이 다시 한번 손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려는 자리로 주목됐다. 손 대표는 김 의원 출판기념회 축사를 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는 여야 간 합의를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도 인사차 들렀고 한나라당 소속 이인기ㆍ김성조 의원 등도 참석했다.
오후 2시 40분께 손 대표는 축사에 나서 "평화는 평화 자체로 최종적인 목적이기보다는 평화를 통해 이뤄지는 사회 구성원들의 삶이 중요하다"며 "내가 저항하면 싸움이 일어나 주저하는 평화는 국민을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김 의원의 협상 요구에도 몸싸움까지 불사하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출판기념회 축사에서까지 말한 것이다.
오후 2시 50분께는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김성곤 의원을 비롯한 손 대표, 김 원내대표 등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과 악수를 했다. 남 위원장은 사실상 한나라당의 국회 본회의장 점거 소식을 듣고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것으로 해석된다.
손 대표는 오후 3시께 국회 헌정기념회에서 열리는 강창일 출판기념회 축사를 위해 자리를 떴고 이와 동시에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점거가 시작됐다.
뒤늦게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진입 소식을 듣고 달려온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은 이날 본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의장석 부근에서 최루탄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고 한나라당의 일방적 행동개시로 국민과 야당이 결사반대한 FTA는 체결되고 말았다.
이에 네티즌들은 "이미 야당 내부에서 이 정보를 알았을텐데 수상하다" "김성곤 의원의 계획된 행동?" "여당의원 150명이 한꺼번에 움직일 정도의 일을 야당에서 전혀 몰랐을리 만무하다" "민주당 스파이?" 라며 음모론까지 제기하며 성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