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J.클로닌의
천국의 열쇠
문향순 멜라니아
이 책을 읽어가는 순간 흥미진진하고 사건의 전개나 절정이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의 구성으로 책 읽는 재미가 대단했다. 주인공 프랜시스 치점 신부는 성실하고 충성된 하느님의 사제로서의 길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길은 진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고 양심의 명령을 통하여 알게 된다. 하느님의 뜻을 은총의 영향 아래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이는 ‘교의’ 헌장이며 천국의 문은 열려 있다는 것을 암시해준다.
프랜시스는 영국 스콜트랜드의 어느 작은 마을 유복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평화롭게 성장하였다. 그러던 어느 음악회 가기로 약속 한 날, 아버지는 어장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찾아 나선 어머니는 구교와 신교도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 피를 많이 흘린 아버지를 발견한다. 어머니는 생명이 위태로운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빗속을 헤매며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집으로 오던 중 나무다리 위에서 미끄러지고, 갑자기 쏟아진 탁류에 휘말린다. 부모님은 서로 꼭 부등켜 껴안은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프랜시스는 외가에서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 또한 유산에 눈이 먼 외숙모의 구박으로 점점 여위어 간다. 결국 폐렴에 걸리게 되어 탈록 의사의 도움으로 회생한 후, 그는 다시 고모 집에 의탁하게 된다. 다행히 고모 집은 인간적인 따뜻함과 온화함이 있어 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프란시스는 고모부의 조카인 노라를 만나 따뜻하고 짧은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사제를 길을 가길 원하셨던 고모의 권유로 신학교로 떠난다.
신학교에서 한 학기를 남겨두고 휴가철인데도 불구하고 집에 오지 말라는 고모부의 간절한 편지를 받고 방황하던 그는 불길한 마음을 억누를 수 없어 단숨에 집으로 달려간다. 청천병력과 같은 상황, 사랑하는 노라가 임신하여 아기를 낳았고, 고모부의 재산에 눈이 먼, 원하지 않는 남자와 곧 결혼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결국 결혼식을 하루 앞둔 노라는 기차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충격으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프랜시스는 신학교를 가출하여 4일 밤낮을 걷는다. 이 과정에서 프랜시스는 인간의 고통을 이해하고 점점 성숙해간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오해를 받게 되어 퇴학 위기에 놓였으나 타란트 신부가 우연히 프랜시스의 일기장을 보게 되고, 그 도움으로 가까스로 신부가 된다.
성 도미니코 성당에서의 보좌신부 시절 프랜시스는 신앙과 거리가 먼, 인간의 야망과 어리석은 치부를 드러낸 사건과 만나게 되어 이를 밝혀낸다. 즉 프랜시스는 ‘기적의 우물’이라는 성스러운 연못물이 사실은 조울증을 앓는 소녀의 거짓말로 시작된 사건이었다는 것을 밝혀내고, 이로 인해 미움을 받게 되어 머나먼 이국 땅 중국 텐진으로 선교를 위해 떠난다.
새 희망을 품고 도착한 중국의 텐진은 지붕도 날아가고 담도 허물어진 성당의 잔해만 있는 폐허였다. 성당 건물도 신자들도 없는 그곳에서 절망하고 있을 때 멀리 떨어진 산 속에 ‘그리스도교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간다. 거기서 요셉이라는 청년을 만나고 다시 텐진에 돌아온 신부는 여러 가지로 회의를 느끼지만 결국 이 땅은 자기를 필요로 하고 있음이 틀림없음을 확신한다.
그는 우연히 사경을 헤매는 이 고장 부자 자씨의 아들을 치료해주어 크게 신임을 얻게 되었다. 부자 자씨는 그리스도교 신자가 될 것임을 서약하기를 소망하였다. 그러나 프랜시스 신부는 신심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허세를 받아드린다는 것은 하느님을 속이는 것이라 여겨 거절하였다. 그러자 그 부자는 비취언덕의 토지와 수리권, 도자기 찰흙의 채굴권 증서를 주면서 건축을 할 때까지 일꾼도 제공하겠다고 한다. 여기서부터 나는 이 책의 반전이 시작되는 듯 가슴이 두근거렸고 몰입하게 되었다.
뜻밖에 자씨의 도움으로 멋진 성당이 지어지고 프랜시스 치점 신부는 만족해한다. 곧이어 본원에서 세분의 수녀님이 도착하여 더욱 활기를 띄는 듯 했으나, 기대에 어긋나게 고집 센 수녀님들의 불일치로 신부님은 고통과 혼란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일이 어느 정도 수습되고 수녀원의 고아원도 자리 잡아갈 시기에 큰 재앙이 몰려온다. 그것은 ‘페스트’ 세균으로, 감염 된지 1시간 만에 까맣게 타들어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온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이때 구원병처럼 나타난 고향의 탈록 의사, 그는 전 세계에 알려진 중국의 상황을 알고 지원병으로 치점 신부를 만나러 파이탄에 도착했다. 치점 신부는 천군만마와 같은 친구의 도움을 받아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열중한다. 치점 신부는 인간은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나를 잘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탈록 같은 사람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고향친구인 탈록은 과로로 인한 페스트 감염으로 검은 그늘에 싸늘하게 덮혀 갔다.
“주님께서는 자애가 있고,
풍요로운 구원이 있으니, 깊은 곳에서 당신께 부르짖습니다.”
그는 조용히 떠나갔다. 깊은 사랑과 우정을 뒤로 한 채로....
그 이후 또 한 차례의 홍수가 지나갔다. 성당을 집어 삼켜 버리고 모든 것이 폐허가 되었다. 그때 나타난 본국의 선교 사업단 밀리 안젤모 신부! 동창 신부였지만 서로 다른 사고와 행동으로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였다. 밀리 신부가 다녀간 후 그토록 화해하기 어려웠던 베로니카 원장 수녀와 화해하게 된다. 프랜시스 치점 신부는 처음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따스함이 가득 차오르는 순간을 경험한다. 이런 인생의 역전이 또 있을까?
나를 반목하고 싫어하던 사람에게서 진실함으로 다가온 영혼의 안식. 그들은 서로 무릎을 꿇고 마음도 영혼도 가난함을 고백하며 순수한 평화로움을 공유한 환희에 젖어 들었다. 여기서 나는 클라이맥스를 보는 듯 감격스러웠다.
평화로움이 잔잔히 흐르고 모든 것이 착착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때 이 고장을 지배하고 있던 비적들 와이주와 나이안의 싸움이 시작되고 설상가상으로 독일이 벨기에를 침공하고 프랑스와 영국이 연합군이 되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출신이 각각인 세 수녀들은 각각 자기 조국에 대한 애국심을 드러낸다. 이로 인해 드러내는 인간에 대한 악의와 위선, 끊임없는 어리석음, 분노와 실망의 어리석임이 치점신부에게 큰 고통으로 다가왔고, 성당은 불에 타 순식간에 無로 돌아갔다.
그 후 자유주의자이며 교회의 차가운 관료주의에 반항하는 프랜시스 치점 신부는 중국 선교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관용은 최고의 德이다, 겸양이 그 다음이다’
‘확고한 신앙만 있다면 누구든 지옥에 떨어지지 않는다. 스스로가 돌아보아 가책 없는 성실한 인간이라면 다 구원 받을 수 있다.’ 오랜 시련을 겪으면서 치점 신부는 깨닫는다.
그렇지만 그는 인간에게도, 하느님에게도 버림받은 가치 없고 낡아빠진 인간처럼 무언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난 느낌이었다. 추기경 비서신부의 조사를 받으면서도 의연하게 자기의 고결한 신앙을 자비로 받아들이고 어린 고아소년 안드레아와 함께 강가로 낚시를 하러 사라진다.
프랜시스 치점 신부의 파란만장한 삶은 그리스도교의 전파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인생은 한번은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 ‘천국의 열쇠’였다.
첫댓글 30여년 전 학생 때 읽은 천국의 열쇠...자극적인 제목에 비해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의 치셤신부... 지금도 내 마음엔 치셤신부의 인간적인 갈등과 고통 그리고 환희가 생생한 것은 왜일까?
당시 번역본은 치셤신부라고 한 것 같아서요! 제 기억대로 불렀어요!^^
오래전에 읽었던' 천국의 열쇠'가 다시 새롭게 다가오네요. 치셤신부의 지고 지난한 중국 선교생활에서도 자신의 신심과 인간애를 바탕으로 고집스럽게 사제로서의 굳건한 모습이 그려졌던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좋은 기억 소환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책만 꽂아두고 몇십년..
독후감이라도 두번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