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 주장 최정 9단(오른쪽)이 중국 주장 위즈잉 6단을 꺾고
제9회 황룡사배 세계여자바둑단체전 우승을 결정했다.
제9회 황룡사배 세계여자바둑단체전
최정, 최종국에서 위즈잉에게 역전승
오유진이 만들고 최정이 끝냈다. 한국 여자바둑계의 쌍두마차 최정 9단과 오유진 6단이 드라마틱한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12일 오후 중국 장쑤성 장옌시에서 열린 제9회 황룡사배
세계여자바둑단체전 최종국(제14국)에서 최정 9단이 중국의 위즈잉 6단을 꺾고 한국팀 우승을 결정했다(305수, 흑4집반승).
최정은 앞서 오전에 시작한 13국에서는 중국의 4번주자 루민취안 5단을 꺾었다. 불리에
빠졌던 초반 위기를 공격으로 극복하면서 역전승, 숙적 위즈잉과의 우승결정전을 성사시켰다.

▲ 최정 9단은 연승대항전 시스템을 갖춘 2회 대회부터 줄곧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세 차례 우승을 결정지으며 통산 11승4패의 성적.
중국
청대에 국수로 불린 황룡사(黃龍士)의 고향 장옌시가 창설한 황룡사배는 한중일의 여자기사 5명씩 팀을 이뤄 겨루는 연승대항전. 흔히 '여자바둑
삼국지'로도 불린다.
일본이 11국에서 전원 탈락한 가운데 최정 9단과 위즈잉
6단은 각각 한국과 중국의 주장을 맡은 마지막 주자. 황룡사배에서 최정이 두 차례, 위즈잉이 세 차례 우승을 결정한 바 있다. 그중 세 번은
우승결정전에서 맞닥뜨렸다.
자국의 독보적인 여자 1위 간의 끝장승부에서 최정
9단은 포석에서 뒤지며 중반까지 크게 불리했으나 종반의 무서운 집중력과 포기하지 않은 투혼으로 역전했다. 위즈잉 9단에게서는 치명적 실수가
나왔다. 상대전적은 14승17패로 좁혔다. 현재 3연승 중이며, 최근 6경기에서는 5승1패로 압도하고 있다.

▲ 한게임바둑의 인공지능 한돌이 승률 그래프로 짜릿한 역전승을
알려주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부진하게 출발했다. 일곱 판을 둔
지난 4월의 1차전에서 3명이 탈락하는 동안 김채영 5단의 1승이 유일했다. 반면 중국은 5승을 올리면서 크게 앞서 나갔다(일본은 1승).
한국 2명, 중국 4명, 일본 2명을 남겨놓고 두 달 만에 2차전이 속행됐다.
한국의 4번주자 오유진 6단이 4연승으로 폭발했다. 이어 마지막 바통을 건네받은 최정 9단이 끝내기 2연승으로 화룡점정했다.
최정ㆍ오유진은 국내 여자바둑계의 쌍두마차. 최정은 67개월 연속 여자랭킹 1위를
독주하고 있고 오유진은 수년간 2위를 유지하며 최정을 추격하고 있다. 특히 큰 경기와 국제무대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두 기사이다.

▲ 제13국. 우상과 좌하를 거치면서 60수가 안 되어 AI 승률
10%대로 떨어졌던 최정 9단(오른쪽)이 100수 언저리의 패공방에서 단숨에 전세를 뒤집었다. 공격에서 힘을 발휘하자 루민취안 5단은 흔들리면서
무너졌다. 1시간 12분, 205수 만의 불계승.
국후 최정 9단은
"크게 불리했는데 상대가 끝내기에서 낙관해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하늘이 도와준 것 같다"면서 "멋진 선수들과 둘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고 바둑팬분들,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국은 3ㆍ5ㆍ7회 대회 우승에 이어 네 번째 패권을 차지했다. 중국은 2ㆍ4ㆍ6ㆍ8회 대회를 우승했다(1회 때는
대만이 가세한 4개국 풀리그로 중국이 우승). 흥미로운 점은 홀수해는 한국, 짝수해는 중국이 우승하고 있다는 것.
국후 시상식에서 반상의 태극낭자들은 우승 트로피와 함께 45만위안(약
76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2ㆍ3위 상금은 없다. 출전 선수들에게는 매판 8000위안(약 136만원)의 대국료를 지급한다.



▲ 한국 여자랭킹 1위와 중국 여자랭킹 1위가 우승결정전을
벌였다.

▲ 최정은 63수째에 초읽기. 그 즈음 위즈잉은 30분가량을 남겨놓고
있었다.

▲ 최종 성적표는 한국 7승4패, 중국 6승5패, 일본
1승5패.

▲ 최정 9단은 연승대항전 시스템을 갖춘 2회 대회부터 줄곧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세 차례 우승을 결정지으며 통산 11승4패의 성적.

▲ 2회 때부터 연속 출전 중인 위즈잉 6단은 세 차례 우승을 결정짓는
등 통산 15승5패.

▲ 루민취안 5단은 첫 출전했던 전기에 2승1패, 올해는 1승1패를
기록했다. 중국 여자랭킹 7위.

▲ 우승팀 시상 후 포즈를 취한 한국 선수단. 왼쪽부터 박정채 단장,
최정 9단, 오유진 6단, 박정상 코치.

▲ 두 살 차의 최정 9단과 오유진 6단은 서로 경쟁해야 하는 치열한
승부세계 속에서도 어릴 적부터 자매처럼 지내온 단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