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으로도 불리는 군사분계선은 1953년 7월27일 남-북간에 정전협정이 체결될 때 규정된 남북간의 지상경계선을 말한다. 때문에 서로간에 상대방 지역을 침범하면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다. 그러나 바다의 경우는 남-북간에 의견이 엇갈려 지금까지 정해진 경계선이 없다. 바다에 말뚝을 표시할 수도 없는 입장으로 각기 양측에서 관행적으로 인정해온 수역을 경계로 교통을 통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의 내용은 진보적 사회단체의 주장이 아니다. NLL(북방한계선)을 지켜 대한민국의 영토주권을 지켜야 한다고 연일 역설하고 있는 <조선일보>의 1996년 기사다.
이른바 ‘NLL 논란’이 대선 최대 쟁점으로 비화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이 논란의 ‘판’을 키우고 있다는 데엔 보수, 진보 양 진영이 대체로 수긍한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김영삼 정부 시절 “바다의 경우는 남-북간에 의견이 엇갈려 지금까지 정해진 경계선이 없”으며 “수역을 침범했을 경우 정전협정 위반사항이나 국제법상으로 제소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라고 보도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NLL 정국’ 만든 일등공신, <조선일보>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 뉴시스
정문헌 의원은 지난 8일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2007년 10월 3일 오후 3시 백화원초대소에서 열린 단독 정상회담 내용이 녹음돼 있다”고 폭로했다. 이어 정 의원은 녹취된 비밀대화록을 북측의 통일전선부와 남측의 통일부,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을 도화선으로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은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해 영토주권을 포기했다’며 입장을 밝히라는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새누리당 측 의견을 전하고 여야 갈등을 중계하는데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기사뿐만 아니라 칼럼, 사설까지 총동원돼 ‘NLL 정국’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는 지난 9일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진위 확실하게 가리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만일 노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서 ‘남측은 NLL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정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그 발언을 근거로 ‘남북 정상 간에 NLL 무효화가 합의됐는데 무슨 딴소리냐’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나온 북한 주장을 바탕으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을 기정사실화하는 형국이다.
또 여권 관계자 등의 입을 빌려 “盧, 김정일 만나 NLL外 놀랄만한 발언 쏟아내” “盧대통령, 김정일 만나 NLL 주장 않겠다고 말해” 등의 자극적인 제목 아래 새누리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1996년 <조선일보> “NLL 침범 정전협정 위반 아니다”
그러나 1996년 7월 17일 게재된(인터넷 기준) ‘[해상북방한계선 파문] ‘합의된 선’ 없어 논란 무의미’라는 기사를 보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조선일보의 입장을 접할 수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이던 당시 북의 NLL 월선에 무기력하게 대응한다고 판단한 천용택 당시 국민회의 의원이 국회에서 “서해에서 북한 경비정이 5㎞나 넘어왔는데 국방부의 대응이 미흡한 경위가 무엇이냐”고 추궁했다. 이에 이양호 국방부장관은 “북방한계선(NLL)은 어선 보호를 위해 우리가 그어놓은 것으로, (북한측이) 넘어와도 정전협정 위반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이양호 장관은 1980년대 유엔사 군사정전위 한국연락장교단장으로 복무한 인물로 NLL을 비롯한 정전협정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이 장관의 이날 발언은 지금으로 치면 국기(國基)를 흔들고 대한민국의 영토 정체성을 부정하는 발언으로 매도될 심각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를 보도한 조선일보는 오히려 “서로간의 수역을 침범했을 경우 정전협정 위반사항이나 국제법상으로 제소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무력충돌을 우려해 양측이 「힘의 균형」을 통해 자제하고 있을 뿐이다. 이 점에서 이 국방장관이 『NLL 침범이 정전협정 위반사항은 아니다』라는 답변은 맞는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이 장관을 두둔하며 사실상 NLL을 부정하는 주장인 동시에, 북한의 일관된 입장과 똑같은 주장을 <조선일보>가 한 것이다.
심지어 “해상의 북방한계선(NLL)은 지상의 군사분계선(Milit-ary Demarcation Line:MDL)과 개념상으로나 법적으로나 의미가 다르다”며 “바다의 경우는 남-북간에 의견이 엇갈려 지금까지 정해진 경계선이 없다”고 친절하게 해설까지 덧붙였다.
이 같은 보도는 보수진영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다는 ‘땅따먹기 하듯 그은 선’이라는 주장과 대동소이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합리적으로’ NLL을 부정한 것이다.
<조선일보>와 똑같은 주장, 지금하면 종북?
만약 1996년 <조선일보>와 똑같은 주장을 지금 야당이나 진보진영이 한다면 어떻게 될까? 두말할 필요 없이<조선일보>와 새누리당은 이를 ‘종북’으로 규정하고 공격할 것이다. 바로 이 ‘종북’의 잣대를 10.4 선언과 남북정상회담,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게 들이대며 결백을 입증하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일부 네티즌들에 의해 비판받던 조선일보의 당시 보도는 지난 14일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논평을 통해 공개 비판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어 16일 새누리당사 앞에서 ‘북풍몰이’를 규탄한 진보적 사회단체 등도 조선일보의 이 보도를 들며 “이중적인 태도”라고 맹비난했다.
해당 기사는 아직도 조선일보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으며 주소는 아래와 같다. 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1996071770275
조선일보의 '해상북방한계선 파문- '합의된 선' 없어 논란 무의미' 기사 검색 화면ⓒ 조선일보 웹사이트 캡처
첫댓글 하이튼 매국쥐셐히들. 다 때려 지기야 되는데.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