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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마인드스테이 원문보기 글쓴이: 행변(行變)
뇌를 어떻게 훈련하나요?
데이비드 도이치
‘무한대의 시작(The Beginning of Infinity)’ 저자 “반박 당하는 상황을 두려워 하지 마라. 내가 진실이라고 확신하는 무엇을 누군가가 ‘그건 틀렸다’고 주장하면 아주 신난다. 내가 옳든 틀렸든 진실을 밝혀내기까지 계속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
뇌의 메모장(scratch pad)에 해당하는 단기기억(short-term memory)은 IQ를 구성하는 한 가지 요소에 불과하다고 오랫동안 간주됐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단기기억이 지능 전반을 개선할 수 있는 지렛대(lever)일 가능성이 크다. 2008년 미시간대의 수잰 재기가 이끄는 팀은 단기기억이 기존의 추정보다 훨씬 중요한 비율로 순수지능(pure intelligence)의 기반을 구성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들은 성인 자원자들을 대상으로 어려운 단기기억 훈련을 시켰다. 일련의 철자 발음을 듣는 동시에 푸른 네모가 나타나는 여러 가지 컴퓨터 화면을 보도록 했다.
자원자들은 발음된 철자와 푸른 네모의 위치가 몇 화면 이전의 것과 일치할 때를 알아맞춰야 했다. 단기기억을 반복 연습하고 연마할수록 뇌 기능의 순수한 형태에서 개선이 더 많이 나타났다. 뇌 기능의 순수한 형태를 유동성 지능(fluid intelligence)이라고 한다. 기존의 지식과 별개로 추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 테스트의 추리 부분은 도형추론(progressive matrices) 지능검사를 사용했다. 세 가지 도형의 배열을 보고 수많은 배치 중 연속되는 패턴을 고르는 방법이다. 지난 6월 미시간대 연구팀은 학령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 거기서 기억 훈련이 순수지능을 향상시킨다는 점이 확인됐다. 따라서 단기기억 훈련이 IQ를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지 모른다.
“뇌 훈련이 인지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다(There is some controversy over whether brain training can enhance cognition)”고 컬럼비아대의 신경과학자 에릭 캔들이 말했다(기억의 세포적, 분자적 기초에 관한 발견으로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러나 예를 들어 시를 외워(셰익스피어의 소넷이 도움이 된다) 기억을 훈련시킨다면 인지기능의 일부를 개선할 수 있을지 모른다(But if you really work on memory by, for instance, memorizing poetry?Shakespearean sonnets work?it probably improves some aspects of cognitive function).”
신경촬영술(neuroimaging)은 기억 강화 훈련으로 순수지능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단서를 제공한다. 뇌 영상은 기억 훈련 동안 뇌의 여러 부위가 더욱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점을 보여준다. 외측 전전두피질(lateral prefrontal cortex), 하측 두정엽(inferior parietal cortex), 전측 대상회(anterior cingulate), 기저핵(basal ganglia) 등. 이런 부위들이 전부 기억과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점은 뇌의 고차원적인 활동 즉, 추론하고 사고할 때도 똑같은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연구에서 기억 훈련의 진정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템플대의 심리학자 제이슨 체인이 말했다. 체인은 독자적인 연구에서 4주 동안 복잡한 작업기억 훈련을 거친 성인의 경우 독해력(reading comprehension)에서도 상당한 향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런 효과의 열쇠는 “집중 훈련(intensive training)”이라고 캔들이 말했다. 흔히들 말하는 블루베리를 먹고 석류 주스를 마신다고 뇌가 급속히 좋아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지능은 뉴런(neurons: 신경세포)과 시냅스(synapses: 신경접합부)를 더 많이 확보할 때 생겨난다. 새로운 뉴런과 시냅스의 생성이 학습을 가능케 한다.
IQ를 높이는 데 훈련이 가능한 다른 요소는 집중력(attention)이다. 신경과학자들은 집중이 학습의 필수조건(sine qua non)이며, 따라서 결국 집중이 지능을 높여준다는 점을 반복 입증했다. 파티에서 마음에 드는 꽃미남이 자기 소개를 할 때 집중해야만 그 이름을 기억할 수 있다. 리탈린(Ritalin)과 애더럴(Adderall) 같은 각성제가 일부 사람들에게 특정 시기의 기억을 돕는 이유도 집중의 효과로 설명될 수 있다(그래서 그런 약이 수험생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모른다). 두 가지 약 모두 뇌의 도파민(dopamine) 수치를 높인다. 도파민은 동기를 유발하고 뇌의 보상체계(reward system)에 작용해 행복감과 만족감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로 당면 과제에 집중하게 만들어 줄 가능성이 크다. 마찬가지로 ‘스페이스 포트리스(Space Fortress)’ 같은 액션 비디오게임과 ‘라이즈 오브 네이션즈(Rise of Nations)’ 같은 전략 비디오게임도 기억과 집중력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와 똑같은 목표에 이르는 다른 길은 “열정(passion)”이라고 UCL의 프라이스가 말했다. 읽고 보고 듣는 데 열성을 쏟지 않으면 기억에 아무런 소용이 없다.
뇌를 어떻게 훈련하나요?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 “술책은 통하지 않는다. 독서로 많은 이득을 얻고 싶다면 많이 읽어라. 해야 할 일이나 생일을 더 잘 기억하고 싶다면 그 일이나 생일을 기억하는 훈련을 꾸준히 하라. 지름길이나 거저 얻어지는 건 없다.” |
뇌파 검사가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낮잠을 자는 동안 경험하는 수면방추(sleep spindle)라는 전기적 활동[워커는 이를 “뇌의 샴페인 터트림(champagne pops in the brain)”이라고 부른다]은 깨어났을 때 학습 능력이 얼마나 향상되는지 예측해 주었다. 워커는 수면방추가 해마의 활동을 나타낸다고 추측한다. 해마는 입력되는 정보를 영구저장 피질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USB 장치에서 데이터를 하드 드라이브로 옮기는 과정과 비슷하다. “입수한 정보를 장기 저장소로 보내 기억을 확고히 하는 동시에 새로운 정보를 흡수하는 용량을 회복한다(both consolidates into long-term storage the information you offload and leaves you a renewed capacity for absorbing new information)”고 워커가 말했다. 정보를 해마에서 대뇌피질로 더 효과적으로 옮길수록 필요할 때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낮잠을 자지 않더라도 뇌는 독자적으로 휴식 시간을 만들어 낸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mode network, DMN)’의 가동이다. 공상을 하거나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때, 즉 뇌가 휴식을 취할 때 일어나는 뇌 활동을 말한다. 일본 도호쿠(東北)대의 연구팀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해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도록 요구 받은 자원자 63명의 뇌 혈류를 측정했다. 뉴런을 연결하는 백색질(white matter)에서 혈류의 흐름이 가장 활발한 사람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신속히 내는 과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도호쿠대 연구팀이 지난해 11월 학술지 ‘플로스원 (PLoS One)’에 발표했다. 창의성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연결점을 인식하는 데서 나온다. 따라서 뇌를 디폴트 모드로 쉬게 함으로써 백색질의 활동을 증가시키면 창의력 발휘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일리가 있다. 따라서 휴대전화를 꺼두고 뇌를 쉬게 하라.
너무 활동적이라 그렇게는 도저히 못한다고(Too hyper to do that)? 그렇다면 카페인으로 전력투구하는 방법도 있다. 커피는 창의력을 높이진 못하더라도 수많은 커피 중독자들이 증언하듯이 정신을 더 맑게 만드는지 모른다.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된 2011년 논문이 그 가설을 뒷받침한다. 실험실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카페인은 뇌 회로의 연결상태를 강화시켰다. 커피 두 잔에 해당하는 카페인을 투여받은 쥐들의 경우 CA2로 불리는 해마 부위에서 뉴런 사이의 전기 활동이 더 강했다고 미 국립환경보건원(NIEHS)의 세레나 듀덱 팀이 설명했다. 뉴런의 강한 연결은 더 효과적인 학습과 기억 능력을 의미한다.
차원이 더 높은 인지기능의 경우 가장 유력한 전략은 외국어 학습이다. 두 가지 언어에 유창한 사람의 뇌가, 예를 들어 영어와 프랑스어 사이에서 선택할 때 그 두 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데 동원되는 피질 회로가 동시에 활성화한다. 그러면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이 상황에 맞는 적합한 언어를 선택하려고 개입한다. 전전두피질은 더 높은 차원의 기능(higher-order functions)을 담당하는 부위다. 따라서 이중언어로 촉발된 전전두피질의 활성화가 문제 해결이나 집중 같은 IQ 향상 기술을 강화한다고 캐나다의 요크대 인지 과학자 엘런 비알리스톡이 설명했다. 그런 활성화는 치매(dementia)를 최대 5년까지 지연시키는 듯하다고 비알리스톡이 지난해 2월 발표했다.
외국어를 배우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뇌 운동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따라서 당연히 사람들은 특정 식품이 지능을 향상시킨다고 믿고 싶어 한다. 아무튼 먹는 게 훨씬 쉽지 않은가? 그러나 2010년 듀크대의 과학자들이 수백 건의 연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인지력 향상에 좋다고 널리 홍보된 식품이나 보조제 중 다수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 비타민 B6, B12, E나 엽산(folic acid)을 함유한 보조제는 인지기능을 향상시키기는커녕 보존하지조차 못했다. 생선, 과일, 채소, 또는 올리브 오일이 풍부하게 함유된 지중해 식단도 마찬가지였다. 전반적으로 항산화제(antioxidants)나 플라보노이드(flavonoids)가 많이 함유된 식품이 지능을 높인다는 구체적인 증거도 아직 없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몇 가지 이국적인 식품과 음식 재료에 기대를 갖는다. 예를 들어 인도 커리 요리에 사용되는 향신료인 강황(turmeric), 그리고 석류 주스가 기억이나 일부 인지기능을 증진시킬지 모른다는 몇몇 소규모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뇌를 훈련하는 가장 확실한 세 가지 방법(trifecta)이 있다. 첫째는 카페인과 숙면, 유산소 운동을 겸한 기억 훈련이다. 둘째는 집중력을 강화하는 컴퓨터 기반 뇌 운동이다. 마지막은 중간 중간 충분히 뇌를 쉬게 하면서 읽고 보고 일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하면 2012년 한 해, 아니 그 이후까지 더 똑똑한 뇌를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