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강 ◇수필은 짧은 소설인가?
●학습 목표
1. 수필의 갈래
2. 수필의 종류
●학습 내용
1. 수필의 갈래 성격
2. 수필의 종류
●강의 키워드
수필, 수필의 갈래, 수필의 종류,
●본 학습 내용
1. 수필의 갈래 성격
1) 개요
수필은 교술 문학이다. 교술(敎述)이란 알려 주어서 주장하고 어떤 사실을 서술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수필은 작품 외적 자아의 개입으로 이루어지는 ‘자아의 세계화’를 이룬다. 여기서 자아는 문학작품에서 인식과 행동의 주체를 가리킨다. 세계는 그 대상을 가리킨다. 교술 문학은 작품 밖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과 사건을 작품에 나타내며 교훈적, 이념적 성격이 강하다. 객관적인 현실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하며, 수필이 가장 대표적이다.
―실제의 경험, 사실, 생각을 서술하고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지은 문학.
2) 교술 갈래의 성격
교술 갈래에 등장하는 '나'는 글쓴이 자신이다. 소설이나 시에서는 말하는 이를 내세워 대신 말하게 하지만 교술 갈래에서는 독자에게 내용을 직접 제시한다. 또한, 함축적이며 운율감 있는 언어로 형상화되는 서정 갈래와 달리 교술 갈래는 일상적인 언어의 용법에 따라 진술되며, 표현에 일정한 형식이 없다.
―서정갈래 : 고대 가요, 향가, 고려가요, 시조, 잡가, 서정민요, 한시, 신체시, 현대시 등이 있다.
3) 교술 갈래의 방향
서정 갈래가 주관을 토로하는데 중점을 두는 데 비해, 교술 갈래는 자신의 객관적 체험을 진술하는 데 더 비중을 둔다. 수필은 사실의 진술에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체험이나 성찰을 바탕으로 얻은 깨달음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교술의 가치를 지닌다.
2. 수필의 종류
1) 개요
수필은 주제와 내용, 표현 방법 등에 따라 경수필과 중수필로 나누지만, 명확한 경계는 없다. 경수필은 주로 필자의 신변잡기나 생각을 가벼운 필치로 흥미 있게 적어간 수필이다. 일기, 편지글, 수상록, 기행문 등도 이러한 부류에 속한다. 중수필은 비교적 객관적 입장에서 사회비평, 역사적 통찰, 철학적 개념 등에 대한 지적이고 논리적으로 전개해 가는 수필이다. 중수필을 영어권에서는 에세이(essay)라고 한다.
2) 내용에 의한 분류
가·중수필
일정한 주제를 가지고 객관적인 성찰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논리 구조하에 쓰인 수필이다. 격식을 갖추어 사회적, 학문적, 철학적 문제 등에 대한 필자의 사상과 판단을 내리는 이지적이고 공식적인 수필이다. 영어권에서는 에세이(essay)라고 한다.
예) 신영복, ‘책은 먼 곳에서 찾아온 벗입니다’ : 바람직한 독서 태도 및 독서의 중요성과 가치를 전달함.
나. 경수필
개인의 취향, 체험, 인상 등을 자유롭게 표현한 수필로서 주관적인 면이 강하고 예술성이 두드러진다. 중수필에 비해 개성적인 자아의 노출이 강하다.
예) 정진권, ‘자장면’ : 일상적이고 사소한 대상인 ‘자장면’을 소재로 소박하고 인정 넘치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함.
3) 서술 방식과 태도에 따른 분류
가·서정적 수필
그러므로 감정의 직접적인 표출보다는 감정의 표출이 간접화된 문체를 구사하는 것이 지적인 느낌을 준다. ‘너무 슬퍼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와 같이 감정을 직접 표출하기보다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슬픔을 느꼈다.’ 처럼 감정의 표출을 간접화하는 것이다. 감정의 표출보다는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인식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의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 수필의 본질에 다가서는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높임말을 될 수 있는 대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대상을 객관적으로 전달한다는 수필의 장르적 본질에 충실하기 위한 금언이라 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느낀 것을 솔직하게 주정적(主情的), 주관적으로 표현하는 수필이다. 일인칭 관점으로 필자 자신의 내면세계를 솔직하게 서술할 수 있다.
예) 피천득의 '인연'
△보충설명 첫 번 헤어질 때 '아사꼬'는 지은이의 목을 안고 뺨에 입을 맞췄고, 두 번째는 가벼운 악수를 했고, 세 번째는 악수도 없이 절만 몇 번씩 한다. 만남이 계속될수록 친밀감도 조금씩 줄어든다. 처음 만났을 때 '아사꼬'는 스위트 피이 같이 어리고 귀여웠고, 두 번째는 목련꽃 같이 청순하고 세련되었으며 세 번째는 시드는 백합같이 초라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매번 만날 때마다 '아사꼬'는 꽃의 이미지로 묘사된다.
어릴 적 '아사꼬'는 학교에서 하얀 운동화를 보여주었고 여대생 '아사꼬'는 학교에서 연두색 우산을 가지고 나온다. 작가는 <셀브르의 우산>이란 영화를 봐도 '아사꼬'를 연상하고 버지니아 울프의 <세월>이란 소설에서도 '아사꼬'를 연상한다. 하양과 연두, 영화와 소설을 의식하지 않았을지라도 지은이가 만났던 '아사코'와의 만남과 헤어짐에 얽힌 추억을 소재로 <인연>은 이렇듯 치밀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수필이다. -피천득 ‘인연’ 줄거리
나. 서사적 수필
인상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식의 글이다. 어떤 사실에 대하여 대체로 필자의 주관을 개입시키지 않고 객관적으로 서술한다. 소설과 다른 점은 긴밀한 구성이 필요하지 않고, 허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평소의 날카로운 관찰, 세심한 조사, 정확한 지식이 동반되어야 한다.
예) 이희승의 '딸깍발이’
△보충설명 '딸깍발이'라는 기발한 별칭으로 표현된 조선 시대 선비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이 수필에서, '남산골샌님'은 때가 꾀죄죄하게 흐르는 궁색한 차림에 바싹 여윈 얼굴을 하고 외고집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실생활에는 도대체 관심이 없는 이 선비의 심중(心中)은 무엇이었는가? 오로지 청렴 결백과 지조, 흑은 '앙큼한 자존심'과 '꼬장꼬장한 고지식'을 생활신조로 삼았던 이들의 의기는 결코 자기중심의 이기주의가 아닌 사회와 역사, 우리 민족에 대한 결단이었던 것이다. 이 글의 주제는 이기주의와 탐욕에 물든 현대인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과거의 선비에 기대어 비판하고 있는 글이다.
다.극적 수필
어떤 사건을 대화나 극적인 전개를 위주로 서술하는 수필이다. 사건 전개가 유기적, 통일적으로 진행된다.
예) 계용묵의 '구두'
△보충설명 구두 뒤축에 박은 커다란 징 때문에 마치 말발굽 소리 같은 발소리를 내는 필자가 어느 날 초저녁에 창경궁 곁담을 끼고 바쁘게 걸어가고 있는데, 때마침 20대 초반의 여성이 앞서 걸어가고 있다. 이 여성은 인적이 드문 시간에 유난히 크게 들리는 구두 징소리에 불안을 느껴 치맛자락이 들릴 정도로 바삐 걸음을 재촉한다. 이에 뒤따르던 필자는 그녀를 앞질러 감으로써 자신에 대한 괜한 공포감에서 벗어나게 해주려고 발에서 풍진이 일 정도로 걸음을 빨리 걷는다. 그러나 낯선 여성은 이러한 필자의 속마음도 모르고 더욱 걸음을 서둘러 마침내 옆길로 살짝 비켜 가 버린다. 불량배로 오인당한 필자는 일종의 모욕감을 느끼며 단절된 인간관계에 대한 서글픈 생각을 갖는다. ―계용묵의 ‘구두’
라. 교훈적 수필
인생이나 생활환경에 대한 수필가 자신의 체험이나 사색에서 우러나온 예지를 기초로, 독자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자 하는 수필이다. 필자 자신의 신념이나 인생관이 강하게 드러난다. 반면 예술성이 결여 될 우려도 있다.
예) 이양하의 '나무'
△보충설명 나무는 덕을 지녔다. 나무는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을 안다. 나무로 태어난 것을 탓하지 아니하고, 왜 여기 놓이고 저기 놓이지 않았는가를 말하지 아니한다. 등성이에 서면 햇살이 따사로울까. 새로운 자리를 엿보는 일도 없다. 물과 흙과 태양의 아들로, 물과 흙과 태양이 주는 대로 받고, 득박(得薄)과 불만족을 말하지 아니한다. 이웃 친구의 처지에 눈떠 보는 일도 없다.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스스로 족하고, 진달래는 진달래대로 스스로 족하다.
나무는 고독하다. 나무는 모든 고독을 안다. 안개에 잠긴 아침 고독을 알고, 구름에 덮인 저녁의 고독을 안다. 부슬비 내리는 가을 저녁의 고독도 알고, 함박눈 펄펄 내리는 겨울 아침의 고독도 안다. 나무는 파리 옴쭉 않는 한여름 대낮의 고독도 알고, 별도 알고, 돌 우는 동짓날 한밤의 고독도 안다. 그러면서도 나무는 어디까지든지 고독에 견디고, 고독을 이기고, 고독을 즐긴다. ―이양하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