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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예시대 한국가람문학회 원문보기 글쓴이: 學亭 이재익
제18대 대선의 결과와 막말에 대하여
이 재 익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박근혜 당선인에게는 축하를 드리고 문재인 낙선자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는 일이긴 하지만, 그 어느 때 보다 보수 진보 혹은 우파와 좌파 세력으로 나뉘어져 치열한 혼전으로 전개되었다. 이제는 그동안 분열된 마음을 어떻게 하나로 다시 모아야 할지, 적어도 적개심을 완화하고 담담하게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의 일에 각자가 매진할 수 있도록 박근혜 당선자와 국민 모두가 지혜를 모우고 서로 배려해야 할 때이다.
그 동안의 선거과정에서 말에 대한 영향력, 특히 막말에 관하여 그 편린이나마 회상해 보며, 말의 중요성을 느껴보고자 한다.
경남 하동군 북천면 적전리에는 나림 이병주 문학관이 있다. 하동에서 코스모스 메밀 축제로 유명해진 곳이다.. 이병주 선생은 80여 종 많은 책을 출판한 소설가. 특히 유명한 것은 장편 <지리산>이다. "어떤 주의를 가지는 것도 좋고, 어떤 사상을 가지는 것도 좋다. 그러나 그 주의 그 사상이 남을 강요하고 남의 행복을 짓밟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자기 자신을 보다 인간답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라야 한다." 라는 선생의 어록을 보았다.
이 말씀에 최근 떠오르는 것은 극좌파 후보 이정희의 언행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나왔다면 말은 되지만. 당신을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것은 선거를 깽판치기 위해 나왔다는 말이다. 과격한 사상도 인간성도 문제다. 그는 좌파의 단일화를 위해 막판에 후보를 사퇴함으로서 자신의 1%표를 문재인 후보에게 보태는데 기여했다. 그 대신 좌충우돌 천방지축으로 후보의 품격도 기본적인 예의도 찾아 볼 수없는 막말을 쏟아냄으로써 3%정도의 표를 잃게 만들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러므로 이정희 후보는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는데 일등공신 반열에 올랐지만 아무런 보상도 얻을 수 없는 기여를 한 셈이다. 야당 민주당이 총선에서부터 연대한 것이 결정적 실수였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의석을 확보해주는 대신, 똑같은 사상적 맥락으로 파악한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 총선에서 통진당(민주당)은 새누리당에 패배하였다. 대선에서도 이정희가 표를 몰아주었지만, 더 많은 표를 갉아 먹었다. 우리는 친북 좌파는 아니라는 것을 총선에서부터 확실히 선을 그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졌다고 야당에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국정을 견제할 세력을 가지고 있으며 선거는 주기적으로 있는 것이니까. 그들은 한결같이 과격하고 막된 소리를 쏟아 내니 폭력적 이미지 마저 느끼게 한다. 먼저 언행에 품격부터 갖춰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에 좋은 정책을 개발하면 기회는 찾아온다.
17대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도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 선거에서 노인을 소외시키려는, 노인은 아예 투표를 하지말아 달라는 예전에 했던 부적절한 언행을 이번에도 또 다시 되풀이 했다.
이번 선거는 참으로 비정상적으로 치러졌다. 오랫동안 안철수와 단일화 하느라고 신경전을 벌려 기력을 소진하였고,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었으며, 시간을 낭비하여 당당히 '나는 나다' 라는 자기다운 상표가 없고 어쩌든지 안철수와 함께 상표를 그리려고 보기도 딱한 구걸정치를 하였다.
소설가 공지영은 선거가 끝난 후, 마음의 공황상태에서였는지, 극단적인 막말을 트위터에 쏟아냈다. "나치 치하의 독일 지식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유신 치하의 지식인들은?" 이라 던가, "절망은 독재자에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열광하는 이웃에게서 온다", "한반도, 이 폐허를 바라보고 서 있다"는 등의 말을 했다.
대통령 직선제를 그토록 열망해서 민주화 투쟁을 한 결과로 5년마다 치르지는 선거는 어느 후보가 당선되던 간에 대한민국의 축제의 장이다. 이런 성스러운 민주화의 열매를 따먹으면서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패배했다고 해서, 나라 전체를 폐허로 바라보고 나치나 유신시대의 아류시대 쯤으로 본다는 것은 아주 잘 못된 뒤틀린 생각이며, 문학인으로써 품격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문재인 안철수 두 분의 단일화가 이루어졌을 때, 투표율이 75%를 넘었을 때 야당 쪽은 승리감에 한껏 부풀었으리라. 그런데 한 순간 희망은 물거품으로 사라지자, 정작 문후보는 빠르고 확실하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승복하였는데, 그 열혈지지자들은 승복하며 마음을 내려놓지를 못하고, 지나간 일에 대하여 더 극단적인 막말을 쏟아 내고 있다.
누구에게든 막말은 하지 말자. 친구에게도 막말은 하지 마자. 사람 일이란 한치 앞의 일을 모르는 법이다. ‘다시는 안 놀아’ ‘다시는 안 볼 거야’ 이 같은 말은 정말 마지막에만 할 말이다.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험한 말, 상처 주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또 하나 명심할 사실은 한번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없고, 취소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젠 끝이다 마지막이다’ 보다는 ‘언젠가는 다시 만나겠지요’ 라고 말하면 더 좋다. ‘그건 아니야, 네가 틀렸어!’ 보다는 ‘그 말도 그럴 듯 한데’ 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내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된 사람은 환호하겠고, 낙선한 사람은 우울할 수도 있겠다. 이제 조바심 가졌던 마음들을 털어 버리고 정호승 시인이, "가슴에 늘 품고 다니는 시가 '산산조각'이에요. 내가 쓴 시에 내가 위로를 받습니다" 라고 하는 <산산조각> 을 한번 음미하면서 마음을 크게 가지고 돌려 먹자.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룸비니에서 흙으로 만든 부처님을 사왔는데, 그것이 방바닥에 떨어져 부서지면 어쩌나, 내 인생이 그렇게 산산조각 나면 어떡하나 두려움을 안고 쓴 시라고 한다. "누구나 인생이 한 번씩은 산산조각 나지 않습니까. 산산조각 난 자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건 굉장히 중요한 문젠데, 그때 산산조각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서요. 내가 써놓고 내가 위로를 받는 시지요." (조선일보,2012.11.24. 김윤덕 대담중에서)
바닥을 치면 절망적이긴 하지만,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희망이 있다' 라고 전향적인 사고를 하자는 것이다.
정호승, 시인에게 "정치의 길로 간 시인들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하는 물음에 "시인을 시 안에 가둬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나는 싫지만, 내가 싫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비판할 순 없지요. 그들이 선한 일을 이룰 수도 있고요." 라고 했다.
나는 안도현 시인이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아주 좋았다. 힘찬 역사의식이 담겨, 역사교사인 나는 '동학운동'을 수업할 때 꼭 이 시를 수업자료로 활용했다. 요즘 인기 시인 도종환, 안도현이 모두 민주당에서 정치인으로 변신에 성공적이다. 그런데, 안도현은 문재인 공동선대위원장직에 발탁된 후로 행한 적나라하고 저속한 정치성 발언이 영 시맛을 떨어뜨린다. 박근혜 후보더러 '잘 가꾼 악(惡)의 얼굴이여' 라던가, 그밖에 '뻘짓'이나 '찌질이'처럼 사전에도 없는 저속어를 남발하여, 언제 고운 언어를 다듬던 시인이 맞나? 싶었다. 이제 그의 시도 빛이 바래는 느낌이다.
어떤 이가 시인을 만나면 뚜벅 물었다. 진보요 보수요? 대답은 엇갈렸다. 이성복은 "나? 진보적 보수지요" 했다. 유안진은 "(대통령으로) 아무나 좋아요. 그러나 이 사람(자신)은 안 돼요" 했다. 김춘수는 무릎에 덮인 담요를 손바닥으로 쓸었다. "나는 정말 후회합니더. 국회의원 한 거 말이요." 1980년대 서슬 퍼렇던 시절 그를 찾아온 권력 실세가 반강제로 전국구 의원을 맡겼다고 했다. 시인은 명분이 허술했던 정권의 구색 갖추기에 들러리가 됐다. (조선일보 2012.11.30. 만물상에서)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어둠 때문이 아니라 빛 때문이다. 우리는 묻는다. 나는 명석하고 아름답고 재능있고 대단해질 사람일까? 당신의 미미한 행동은 세상에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으려 움츠리기만 하면, 빛을 발할 수는 없다. 아이들이 그렇듯이, 우리는 모두 빛을 발하게 되어 있다." (마리안느 윌리엄슨의《사랑의 기적》중에서)
나의 언행 하나 하나는 밝은 태양 아래 확연히 들어나며,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책임있에 행하되, 적극성을 가지고 성숙하고 품격있는 시민 국민의식을 가지고 희망찬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 ●
[소답자한 49호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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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학정형도 ..,이만하면 이담에 어디 출마한번 해 보시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