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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편하게 쓰는 에너지가 누군가의 삶을 짓밟아
강론
손성문 신부(안동교구 영해성당)
경북 영덕에 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바닷가입니다. 올여름 무척 더우셨죠? 바닷가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합니다. 올여름에는 계곡도 바다도 더위를 피할 곳이 없었습니다. 갈수록 더 더워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추정을 합니다. 4대강을 다 막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전에는 강변에 늘 시원한 바람이 불었는데 물이 막히니 바람도 불지 않고, 대기 순환이 안 되어서 그렇다는 주장입니다. 올여름에는 비도 안 옵니다. 저희 영덕대책위 농부 한 분이 해양대기에도 박학다식 한데 이런 주장을 합니다. 동해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 때문에 수온이 무척 높습니다. 수온이 높으면 상승기류가 발생해서 비구름 형성이 안 된다던가, 태풍이 약해진다던가, 아무튼 그래서 비가 안 온다고 추정합니다. 아직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삼대 주권이 있습니다. 식량 주권, 군사 주권, 에너지주권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중 무엇하나 제대로 주권을 누리는 게 없습니다. 대부분 외세에 의존하고 있는데, 오늘은 에너지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살아가는데 그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기는 직접 생산하지만, 그 연료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제2차에너지기본계획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국가의 에너지 정책을 장기적으로 잡는 것입니다. 에너지 공급 얘기만 하고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 국민들이 의사 반영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주는 대로 써라, 우리가 어떻게 주던지 상관하지 마라, 국민을 무시하는 계획이었습니다. 우리가 주인인데 자기들 마음대로 에너지를 주무르겠다, 우리를 주인이 아닌 노예 취급하는 계획을 발표 했더랬습니다. 거기서 이슈가 됐던 게 핵발전 비중을 20%대로 낮추겠다는 것입니다. 이에 핵발전 축소니 전기 값이 5매 오르니 언론들이 설레발을 치지만 눈 속임이요, 사기입니다.
발표문엔 수요 전망은 없고 핵발전 비중만 있었는데요. 비중이 중요한 것이 아니죠. 전체 수요 총량에 따라 얼마든지 들쑥날쑥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2035년 전력 수요를 2배로 늘려서 잡고 있습니다. 지금도 많이 쓰고 있는데 앞으로 수요를 2배로 부풀리고 그중 핵발전 비중을 20%로 하겠다, 그것을 채우기 위해서는 핵발전소 10개 이상 더 지어야 한다, 결국 핵발전소 축소가 아니죠. 핵 확대 정책인 것입니다. 비중이 아니라 핵발전 총량을 논의하고 조금씩 줄여 나가야 합니다.
다른 문제는 수요를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핵발전소 50기 멈추고도 전기 모자라지 않습니다. 수요관리를 잘해서 그렇습니다. 독일도 2022년까지 탈핵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민들이 고통을 분담하고 수요를 줄이기 때문에 재생가능에너지를 개발하기 때문에 역시 전기가 모자라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수요를 높이 잡아 발전소를 더 지으려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인구가 두 배로 늘까요? 아니면 통일에 대비해서일까요? 속된 말로 발전 사업이 엄청 짭짤하기 때문입니다.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도 그렇고, 전기 생산을 많이 할수록 수익이 큽니다. 그러니 핵발전소 가동률이 무척 높습니다. 자기 용량의 100% 120%를 돌립니다. 아무리 튼튼한 기계라도 무리하면 탈이 나게 되어 있다. 그나마 불량 부품을 적발해서 문제 있는 발전소 10개나 멈추었기 때문에 다행이지 계속 돌리면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공익 광고에서 1:29:300 하인리히 법칙을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한 번의 대형사고가 있기 전에 29번의 작은 사고들이 있었고 300번의 사고 징조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징조들을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법칙인데요. 우리나라엔 크고 작은 사고가 드러난 것만 600건이 넘습니다. 이미 이 하인리히 법칙을 초과한 것이죠. 대형 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운이고 하루하루가 운좋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옆 나라에서 끔직한 사고가 먼저 일어나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는데 여전히 핵 확대를 하려 합니다.
전기 생산을 많이 하고 있는 것과 더불어 다른 발전소를 많이 짓고 있습니다. 전기가 모자라는 것이 아니고 피크 시간 외에는 남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생산하는 만큼 돈이 남습니다. 피크 때는 다른 발전소를 돌립니다. 잠깐 돌리고 몇 배의 값을 받습니다.
그러면 한전은 왜 맨날 적자일까요? 한전은 공급사인데 발전사에 돈을 많이 주고 대기업에 산업용 전기를 엄청 싸게 공급하기 때문에 늘 적자입니다. 그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 우리 국민에게 누진세를 적용해서 많은 전기세를 받아내죠. 몇 년 사이 전기요금이 몇 번 올랐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에어컨도 제대로 못 틀고 있습니다.
이런 불평등도 있지만 근본적인 것은 전기를 쓰는 데서 생산하지 않고 먼데서 가져온다는 것이죠. 왜? 안전하거나 깨끗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골 사람들은 고귀한 도시 사람들 위해 매연 좀 마셔도 되고, 방사능도 좀 맞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무지막지한 폭력입니다.
대도시 전기 자급률은 채 몇 %도 되지 않습니다. 발전소가 있는 지역은 수백 %에 이릅니다. 그런데 있는 곳에 자꾸 짓습니다. 이미 드러선 지역은 반대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동안 지원금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시골의 못 배운 사람들은 관에서 하면 다 옳은 줄 알았습니다. 인구도 적으니 반발도 적었습니다. 과거엔 이게 통했는데 요즘엔 그렇지 않습니다. 아는 것은 없어도 생명의 소중함은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위험시설에 대해선 타협하지 않습니다. 밀양의 어르신들이 9년째 싸우면서도 이길 거라 자신하는 이유입니다. 전국의 송전탑 분쟁지역이 20곳 가까이나 됩니다. 권력가의 사유지는 피하고, 힘없는 농촌 지역으로 선로를 그어 공사를 합니다. 땅주인이 내어놓지 않으면 강제로 토지를 수용할 수 있는 전원개발촉진법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환장할 노릇이죠.
이런 일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지지보다는 비난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 아고라를 즐겨보고 많이 배운다. 나름 날카롭게 비판하는 논객들이 있는데, 진보적이라는 사람들이 밀양 어르신들을 아주 보수 꼴통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1번 찍었으니 당해도 싸다... 진주의료원 폐쇄 때도 경남은 1번 찍었으니 반대 하지마라... 댓글 알바들 주장과 다를 바 없는 것들을 진보 논객들이 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 만나보면 절대 할 수 없는 말입니다. 친일 독재의 후예들이 하던 지역분열과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1번을 찍었으면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면 안 되는 것일까요? 우리가 불의에 저항하는 것은 내가 싫어하는 조차도 어떤 정책으로 차별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안에도 이런 차별이 편견이 있지는 않은가 반성해 볼 일입니다.
아무튼 핵발전소 지역과 송전선로 주변에선 동식물이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고 사람도 건강에 이상이 있거나 장애가 생겨납니다. 즉, 우리가 편하게 쓰는 에너지가 누군가의 삶을 짓밟아 왔고, 앞으로도 발전소가 생길 때마다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불의한 정책을 바로 잡도록 늘 깨어있어야 하겠습니다.
덧 붙여서 우리에게 더 와 닿는 것은 방사능 먹거리이죠. 아이들이 몇 배로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우리 잘못으로 후세대가 고통 받지 않도록.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급식조례를 제정하도록 지자체, 교육당국에 압력을 팍팍 넣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언제까지 거기서 그럴 건가?"
쌍용차 해고노동자 이야기
윤충열
반갑습니다 쌍용자동차 윤충열입니다. 반갑습니다. 방금 밀양의 송루시아 자매님께서 말씀 중에 경찰이 3천 여명 이상이 막고 공사를 강행하고, 뭘 조금만 해도 잡아간다고…… 사실 2009년도 쌍용자동차가 그랬습니다. 말씀을 듣는데 불현듯 그때가 생각납니다. 언론에서는 공장 안에 있는 사람은 전부 다 폭도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때 공장 밖에 있었는데, 수 많은 사람들한테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이 조끼를 입고 길에서 홍보물을 나눠주면 “너희 노동자가 잘못해서 쫓겨난 것 아니냐?”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진압되고 해고 이후 투쟁을 계속 해왔지만 만 3년이 넘어서 4년이 된 작년에서야 저희 이야기가 폭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해서 그 이후에 정말 많은 분들이 저희들 연대해주시고 저희 상처를 치유해주시고, 그래서 저희가 이만큼 견뎌내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저희 노동자나 농민들이나 참 가진 것 없습니다.
오늘 밀양송전탑이야기 들으면서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집이 부산이고 결혼 후 처음 산 곳이 남구 대현동이라는 곳이었습니다. 저희 집 옆에 아주 큰 변전소가 있었습니다. 그 변전소에 송전탑을 이어서 전기가 들어오면 그 전기가 다시 부산시로 공급이 되는 것이죠. 그 선거구 국회의원이 바로 김무송입니다. 떠난 지 7-8년 지난 얼마 전에 다시 가보니, 그 전에 설로가 10개정도 있었다면 지금은 3개정도로 줄었습니다. 그 주변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섰더군요. 힘있으니 지하로 넣든 어떻게 하든 송전탑을 없애주고 힘없고 말 못하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는 송전탑을 계속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비용을 아낀다는 명목아래. 국가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더 깊이 와 닿았습니다. 자기가 국회의원 되고 힘 가졌을 때는 송전탑이 잘못이고 나쁘다는 것을 아니까 그렇게 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힘없고 작은 동네에는 그렇게 가설을 하는 것입니다. 이게 국가정책이고 우리나라 정치인, 박근혜 대통령이 시행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사회가 겁이 나요. 얼마 전 저희 장모님이 전화하셔서 “윤서방, 언제까지 거기서 그래 할 거나? 자네가 거기서 계속 그렇게 있으면 자네 아이들이 커도 찍혀서 노가다도 못하겠네. 연좌제에 걸려서…… 그러니 이제 그만 내려왔으면 좋겠네.” 너무 마음이 아팠죠. 제가 아무리 설명을 해도 우리 장모님께는 안되더군요. 얼마 전 부친 기일에 울산 사는 저희 매형도 한마디 하더군요. “다시 독재정부로 돌아갔다.” 실제로 그렇게 느끼시는 것이죠.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조심하라는 뜻이지요. 예전에는 그렇게 막 잡아가기도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여기 계시는 신부님들, 수녀님들, 그리고 신자님들도 그러시겠지만, 우리 그런 것에 굴했으면 오늘 197일차 미사 안 했겠지요. 그것을 깨버리고 목소리를 내야 나중에 제 아들이 노가다를 하더라도 당당하게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 생각으로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합니다. 감사합니다.
왜 밀양사람들이 타협하지 않고 8년을 싸우는지 생각해주시길
밀양 송전탑 반대이야기
송루시아
안녕하세요, 밀양에서 온 송루시아입니다. 지금은 제가 이렇게 마이크를 잡으면 자꾸 눈물부터 납니다. 자꾸 눈물이 나고 목이 메여서 말하기가 조금 그렇네요. 지금 저희들이 당하고 있는 것은 저희들 입장에 처해보지 않으면 다들 쉽게 말합니다. 그런 말은 저희들을 더 가슴 아프게 하는 일입니다. 그분들은 저희와 같은 고통을 당해보지 않았으니 쉽게 말할 수 있지만 그게 얼마나 밀양사람들을 두 번 고통을 주는 일인지 아시나요. 자기 일이 아니라고 너무 쉽게 이야기하지 마시고 왜 밀양사람들이 8년이라는 세월을 타협하지 않고 지금 이 시간까지 끌어왔는지 먼저 한번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희들은 정부와 정책의 부당함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정책이 잘못되었다면 이런 일이 없겠지요. 그렇지만 자기들이 말 못한 것은 말이 없고 무조건 밀어붙이기 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 할머니 할아버지들 가장 바쁜 농사철입니다. 모든 농작물 하나도 제대로 수확 못하고 다 썩어가는데, 그것을 보는 저희 농민들은 얼마나 가슴이 썩어가겠습니까? 지금 길바닥에서 천막 비닐 하나에 의지하여 그 밑에서 자고 있어요. 저희들 철탑부지에는 아예 접근을 못합니다. 2천명, 3천명이 넘는 병력이 와서 지키고 있는데 저희들이 어떻게 거기 올라가겠습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찰들은 작은 빌미에도 사람들을 연행해가고,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힘없고 가난한 저희들은 이렇게 짓밟혀도 되고, 이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국민들은 밀어붙이기 식으로 저희를 매도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보상금을 더 받으려고 이러는 것이라고 하는 말을 들은 때 저희 정말 통곡하고 싶습니다. 말로 저희를 두 번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는 하느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제가 하느님의 자녀라는 게 정말 자랑스럽고 정말 하느님께 감사 드립니다. 왜냐하면 저는 정말 힘이 없거든요. 그런데 순간순간마다 하느님이 함께 해주심을 제가 느끼기 때문에 정말 감사하고 그 힘으로 저희들 이렇게 이 자리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 이 서울시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저희들을 왜곡된 눈으로 바라보지 마시고, 저 사람들이 과연 왜 저렇게까지 하는가를 먼저 들여다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입장을 한번 바꿔서 생각해주신다면, 그렇게 할머니들 오랫동안 피땀 흘려 한푼 한푼 모은 돈이 하루아침에 재산이 하나도 없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건강은 둘째로 쳐도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 농민들 밤낮으로 20일째 강행되는 24시간 공사에 저희는 손을 쓸 수 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 주변이라도 가서 밤을 새고 함께하는 마음으로 그냥 지켜볼 따름입니다. 그러니 여기 계신 모든 분들, 저희들의 심정을 헤아려주시고, 저희들을 더 이상 나쁜 생각으로 몰아붙이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가 부탁 드리고 싶은 것은 정책이 잘못되었다면 그것을 지금부터라도 바로잡아나가는 게 앞으로 이 정치가 발전하는 일이고,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정치인을 존경하고 사랑하게 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국가의 정책이라고 하며 밀어붙이고 들으려 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고 난 후 왜 밀양사람들이 그렇게 반대했는지 하느님이 분명이 들어나게 해주실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꼭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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