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지 않는 꽃 2회 / 이헌 조미경
해숙이 친구들은 아침이면 엄마 손을 잡고 유치원으로 율동을 배우러 다녔다. 그러나 해숙은 좁은 방 안에서 엄마가 아침에 차려 놓고 간 밥을 먹으며 혼자서 하루를 보냈다. 해숙 엄마와 아빠는 출근을 하면서 어린 해숙이 밖으로 나왔다가 집을 잃고 헤매다 혹시 사고라도 날까 염려가 되어 문에 자물쇠를 채우고 일을 하러 나갔다.
해숙은 작은 창문으로 들려오는 이웃집 아이들의 노는 소리와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를 흥얼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흉내 내면서 노는 것이 유일한 낙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해숙 엄마는 배가 아프다며 방안을 뒹굴며 고통스러워했다. 해숙이 "엄마 어디 아파?" 하고 물었다. 해숙의 물음에 엄마 대신 아빠가 대답을 했다. "해숙이 동생이 태어나려고 하는 거다." "동생이 태어나면 잘 데리고 놀아야 된다." 아빠는 무엇이 좋은지 싱글벙글 웃으며 엄마에게 "그렇게 아파?" 아빠의 물음에 엄마는 아프다고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면서도 아프다고 악을 쓴다. 해숙은 엄마를 빤히 보면서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구석지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해숙 아빠는 아픈 엄마를 부축해서 병원으로 갔다.
해숙이 우두커니 앉아 있자니 졸음이 스르르 몰려온다. 얼마나 잠을 잤을까 해숙이 잠에서 깨어 보니 엄마는 방안에 누워 있고 엄마 옆에는 갓난아기가 새근새근 자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일어났냐? 아빠의 말에 해숙이 고개를 끄덕이자 "네 동생이야." 엄마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기는 얼굴이 빨갰다. 어린아이는 너무나 작았다. 해숙이 가만히 손가락을 만지자 아이가 손을 오므리는 것 같다. 해숙이 하는 짓을 가만히 지켜보던 해숙이 아빠는 "네 동생이니까 해숙이가 많이 이뻐해야 한다." 아침에 남산만 하던 엄마의 배는 동생을 낳아서 그런지 푹 꺼져 있었다. 해숙이 신기한 마음에 엄마 배에 손을 가만히 가져갔다. 해숙의 손길에 해숙 엄마가 눈을 떴다. "해숙이냐?" 엄마는 기운이 없는 목소리로 딸을 부른다. 해숙의 아빠는 부엌에 나가서 달그락 소리를 내더니 미역국을 양푼에 그득 하게 담아 온다. 해숙이 아빠가 미역국을 해숙 엄마 앞에 놓아주자 해숙 엄마는 수저로 국물을 한입 뜨다 말고 수저를 놓는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해숙이 아빠가 왜... 미역국이 맛이 없어?" 남정네가 끓인 미역국이 그렇지 뭐..." 해숙 아빠는 수저를 해숙 엄마에게 쥐어 주며 어서 먹으라 재촉을 한다. 그제야 마지못해 밥을 미역국에 말아서 한술 뜨는 해숙 엄마.
다음날 아침에 일찍 일어난 해숙 엄마와 아빠는 일터로 나가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아무래도 갓난아기가 걱정이 되는지 해숙에게 해숙 엄마는 단단히 당부의 말을 잊지 않는다. "아기가 울면 기저귀도 갈아 주고 맘죽 해놓았으니까 꼭 떠 먹여야 한다." 말을 마친 엄마는 아기에게 젖을 물리더니 밖으로 나갔다. 해숙은 엄마를 따라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어린 해숙이 엄마를 배웅하고 방 안으로 들어오자 해숙 엄마는 이번에도 방문을 밖에서 방문을 걸어 잠근다. 엄마와 아빠의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를 듣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해숙은 엄마가 차려 놓은 밥상을 바라보았다. 밥상 위에는 분홍 소시지 볶음과 아기에게 줄 묽은 국물 같은 것이 대접에 담겨 있다.
방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며칠 전 엄마가 사준 인형이 해숙의 눈에 들어온다. 해숙은 무엇을 할까 망설이다 인형을 아기 옆에 눕혔다. 그리고 자신도 인형 옆에 누웠다. 젖을 흡족하게 먹었는지 아기는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배가 고프다. 해숙은 배가 고파서 잠에서 깬 것이 아니다. 옆에서 잠을 자던 아기가 자지러지게 우는 소리에 잠이 깼다. 그러나 아기를 달랠 방법이 없다.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지만 방문은 밖에서 잠겨 있어 밖으로 나갈 수 조차 없다. 해숙은 아기와 함께 엉엉 울다 그대로 쓰러졌다.
그날 저녁 엄마는 창밖이 어두운 시간에 집에 들어오셨다. 집에 오자마자 아기에게 젖을 먹인다. 어린 해숙은 배가 고팠지만 엄마에게 배고프다고 말하지 못했다. 다른 날 같으면 어린 해숙에게 밥을 차려주는 엄마였는데 이번에는 해숙에게 배고프지 않으냐 묻지를 않는다. 속으로 서운한 생각이 들었지만 한쪽 구석에 앉아 인형놀이를 하고 있다. 그날 저녁 해숙 아빠는 늦은 시간 집에 오셨다. "우리 해숙이 동생 잘 보았지?" 해숙은 얼른 아빠에게 달려갔다. "아빠 근데 아기가 자꾸만 울었어." 해숙의 말에 아빠는 웃음을 멈추고 갑자기 침울한 표정을 짓는다. "술 먹었어." "아휴 술냄새." 해숙 엄마는 손사래를 치며 해숙 아빠에게서 떨어져 앉는다. 아빠 손에는 해숙이 좋아하는 만두가 들려 있다. 해숙은 아빠가 사 온 만두를 먹으며 기분 좋게 웃는다.
다음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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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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