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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농부의 시골일기-를 읽고.
2012년 10월09일 발제: 원 진호.
I.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이 책을 읽는다. 봄철 농사 준비로 밭에 나 있는 풀을 맨다.도꼬마리가 몸에 달라 붙는다. 암탉은 밭둑에서 알을 품는다. 논밭 두둑에 불을 놓는다. 또랑 정리를 한다. 잔나무들을 쳐 한 쪽으로 세워 두는데 찔레나무가 문제다. 그 가시에 찔리면 여간 아픈 게 아니다. 작가는 찔레꽃을 좋아 한단다. ‘찔레꽃'노래를 부른다. 나도 따라 부른다. 슬프다. 그러나 오늘 찔레나무는 고약하다. 없애야 또랑이 살고 장마철에 논둑이 물길을 피한다.
술을 마신다. 소주 1병+맥주2병으로 칵테일되는 술에 동료와 마시고, 나 홀로 소주 한 잔한다. 음성터미널 앞 선술집에서 순대 한 접시에 막걸리 한 잔 한다. 나도 마신다. ‘술은 묘하다. 인간의 뇌도 묘하다. 술을 마시면 뇌가 활발해진다. 자유로워진다. 생각건대 알코올은 액체의 황제다. 먹은 것 중 다급하고 제일 좋은 건 뇌로 먼저 간다지. 술을 먹으면 뇌가 활발해져서 번쩍번쩍 좋은 생각이 난다. 그러다가도 일어서면 기억이 잘 안 난다. 이것 기억해 두어야지 맘속에 모아 놓아 보지만 도로 아미타불 “무슨 생각했지?” 일어서며 잊어버리고 잠깐 시간 지나면 기억에서 지워진다.’ 나도 그렇다. 영혼이 맑아지고 삶의 무게가 가벼워진다. 검푸른 밤 하늘에 밝은 달을 집어 먹는 두꺼비가 보이고 그 속에 눈물 삼키는 토끼가 보인다. 그러나 술이 깨면 약간 어긋난 일상과 기운 없는 어깨만이 남는다. 저자와 나의 동일시. 그 기분 그 살 맛 조금은 이해되어서 좋다.
나 홀로 숙소에 머물며 접동새 울음 소리를 듣는다. 이 생각,저 생각 단 생각 쓴 생각 앉은 생각 선 생각, 죽은 생각 산 생각 진양조 자진모리로 생각오고 생각간다. 나도 듣는다. 소쩍새가 괴산에만 있는가? 보령에도 있다. 생각과 한숨이 몸을 껴 안는다. 생각도 거기에만 있지 않나 보다. 이 곳에도 있다. 이 생각 저 생각.
II.
그렇게 읽다 보니 이 분 관상이 궁금하다. 표지 뒷면에 실린 사진을 본다. 얼굴에 우수에 젖어 있다. 유하지만 약해 보이지 않는다. 선량하지만 굴하지 않는 고집이 보인다.
이 분은 시골에서의 유년시절을 보내고 초등학교때 도시로 전학 왔다. 서울로 대학을 들어 가고 공부보단 운동화끈을 매고 다닌 것 같다. 80년대 민청련활동을 하였고 기자등 주로 언론계 쪽에서 활동한 듯 싶다. 그리고 36년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농사일을 배우기 위해 충북 괴산군 친환경농업회사 농장에 들어 갔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2010년 3월 17일부터 2011년 10월 말까지 이 농장에서 일하면서 겪은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매주 한번 글을 써 이메일로 지인들에게 보냈다 한다.
저자는 글을 쓰고 사람들에게 보낼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왜 스스로 글감옥에 갖히려 했을까? 그리고 그 편지를 받은 지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저자의 계속된 글을 읽는 건 귀찮았을까? 좋았을까? 아니 그 전에 글을 쓰라고 강요한 것은 아닐까? 저자와 글동무들이 1년 반에 걸친 글왕래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 했고 얻었을까? 저자는 애초부터 글쓰기를 하나의 목적으로 삼고 있었던 듯 하다. 그건 글과 함께 올려진 사진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사진찍기는 생뚱 맞는 일일 수 있고 귀찮은 일일 수 있다. 목적의식적으로 노력하고 그리하여 습관이 되었을 때 사진은 찍을 수 있다. 고장난 모터를 애써 고치고 물 호스 가 박혀 있는 박스를 찍는 일이나 길둑 밑에 빠진 트럭을 찍는 일이나 한참 일하다 면장갑에 붙어 있는 도꼬마리를 떼어나다 찍는 것들이 그렇다. 그냥 생각없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글감을 생각하고 사진을 찍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사진들이 있음으로 해서 글은 이해가 쉽고 생동감이 나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날짜순으로 계절에 따라 짓는 농사일지에 따른 글순서가 되어 마치 우리도 농사를 같이 짓는 듯한 느낌도 들게 한다.
이 책의 글들은 우리가 화두로 삼고 있는 ‘일상에서의 글쓰기’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일상에서의 글쓰기는 전문작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오히려 이러한 글의 형식이 독자들에게 더 많은 감동과 설득을 줄 수 있다.
우리도 일상에서 이러한 글쓰기를 해 보면 어떨까? 능력이 안 된다고? 저자가 후기에서도 썼듯이 처음에 산방재에 왔을 때 집과 들에 심어진 나무와 꽃이름 조차도 몰랐다 하지 않은가? 완성된 글을 보는 우리는 작가의 높은 글솜씨에 좋아라 하지만 애초부터 그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퇴고에 편집에 많은 노력이 있었으리라. 그러한 노력의 흔적이 책을 읽으며 몇 군데 드러난다. 그러나 그 것도 큰 탓은 아니다. 애초부터 이 글이 책을 내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나서 보니 책감이 되었기에 편집과 퇴고과정이 있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자기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글쓰기를 즐겼으면 한다. 자기 삶을 되돌아 보는 것으로 쓰기,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공부를 도와주기 위한 공부, 남과의 소통을 위한 쓰기, 나를 세상에 솔직히 드러내기 위한 쓰기, 그리하여 치유로서 갖는 쓰기를 말이다. 각 자 저마다의 찔레꽃과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를, 멧돼지 모정이야기와 토끼의 의외성을 그려 보자.
III.
저자가 농사 지으려 들어간 농장은 충북 괴산에 있다. 책에 소개된 농장의 규모를 잠시 들여다 보자.
삼방리:농장면적 4천평. 천평-100평 넓이의 비닐하우스 10동, 일곱동은 고추동,한 동은 감
자,두종은 채소(수박,오이,방울토마토,상추)를 심는데 전체적으로 300종의 품종을
심음.그 중 벼는 37종을 심음.
앵촌리: 3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와 400여평의 밭. 하우스는 벼모종재배.밭은 시험재배작
물
제월리: 340평 밭, 천평 논. 블루베리.옥수수,고구마 심음. 논에는 찰벼.
IV.
이 글은 농업,농민,농촌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은 그들을 다수 담고 있다.열거해 보면 이렇다.
고맙지만,내맡길 수 없습니다(42쪽)
토종씨앗,생물다양성(56쪽)
농민의 경제,문화,후생,의료,교육,복지혜택에서의 하층화, 농업인구문제(73쪽)
농사를 지어 줄 농부가 갈수록 줄어든다면(107쪽)
기후변화와 농업(112쪽)
현대 생명과학과 메리 셸리: GMO 유전자조작문제(121쪽)
쌀값 이야기,농민들 소득 이야기(147쪽)
식량 자급과 의존의 빛과 그림자(149쪽)
벼를 수확하며(180쪽): 식량주권을 생각하다.
귀농에 대한 사회경제 단상(193쪽)
사람 살 만한 나라가 되려면(216쪽)
식육생물과 미생물,사람사이의 뒤틀린 관계(253쪽): 구제역,광우병을 생각하며 마을 농업
을 생각하다.
5월의 단상(276쪽): 이 나라에서 농사지어 먹기 힘든 이유
강냉이 아리랑(298쪽): 옥수수밭을 정리하며 옥수수자급율 1%와 GMO강냉이를 생각하다.
특히 이 글들 중 인상이 깊은 것은 <사람 살 만한 나라가 되려면>이다. 인용해 보면,
“농민이 살 수 있게 지원하는 나라들을 보면 그 이유가 농업이 망가지고 농민이 살 수 없게 되면 사람이 살 수 없는 나라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농민들이 이렇게 손해 보면서도 애쓰며 농사짓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것은 도시가 절대로 줄 수 없는 ‘무엇’때문인데 그것은 바로 자연의 순환주기에 따라 살아가며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식량을 생산한다는 것 때문이다.”
농민문제의 출발은 바로 이러한 인식하에 시작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사람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200조개에 이르는 세포 하나하나가 건강해야 한다. 암이란 결국 하나의 세포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나 시작되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세포가 건강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무엇이 필요한가? 그것은 건강한 먹거리다.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암과 대사질환이라는 것도 20-30년에 걸친 잘못된 먹거리 생활습관과 관련되어 있고 금연을 비롯한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현재 질환의 80%는 예방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단지 먹거리가 양적으로 확보되었다고 안심할 수 없다. 건강한 농산물이어야 한다. 각종 화학비료와 농약, 항생제와 성장촉진제로 공장에서 생산되듯이 대량 생산된 것이 아니라 농민의 직접 노동으로 이루어진 정성어린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농산물을 만들어 내는 농민의 자존심을 살려 주는 것이 농업문제 해결의 출발이라는 데 나도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농업의 비교역적 가치와 더불어 공익적 기능으로 평가되는 흙과 물관리,생물종 다양성 유지,자연경관,생태계 보존,민족적 농촌문화,함께 사는 마을 공동체 유지라는 것 때문에 농업이 식량주권, 국가안보로 인식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그래서 지역 차원에서 어떻게 하면 농민이, 특히 소농중심의 지역경제를 어떻게 하면 활성화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재래장터 활성화, 학교급식에서 지역 농작물 사용, 도농교류 활성화(1동 1면 자매결연,흥화아파트-주교면 신대리자매결연)이나 나아가 도시민에 대한 농사교육, 도시농업, 슬로푸드, 슬로라이프의 활성화를 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퀴즈:
1. 삼방리 농장의 밭에 있는 제초제 제거법은?
1) 두둑에는 ( )을
2) 골에는 ( )를
3) 고랑에 ( )과 ( )을
4) 논에는 ( )를
2. 우리나라 논이 가두는 물의 저수량
1) 25억 톤 2) 30억톤 3) 35억톤 4)40 억톤
(hint: 춘천댐 저수량의 24배)
3. 우리나라 논이 가두는 물의 저수량을 다목적 댐으로 만든다면 건설비용이 얼마나 들까요?
1)5조 2) 10조 3) 15조 4) 20조
4. 2010년 우리나라 농가 인구는?
1) 150~ 230만 2) 230만~ 290만 3) 290만~ 350만
5. 앞으로 10년 동안 농가 인구의 감소가 예상되는데 평균 한 해에 몇 만씩 줄까요?
1) 5만 2) 10만 3) 15만 4) 30만
6. 우리나라 식량 자급율은?(쌀포함)
1) 10% 2) 15% 3) 20% 3) 25% 4) 30%
7. 시골살이에 필요한 두가지 요소는?
( )과 ( )
8. 막걸리의 다섯 맛에 단맛,신맛,매운 맛,쓴맛과 ( )이 있다. 이 맛은 본 맛으로 전화되
기전의 맛으로 감과 포도주에서도 느낄 수 있다.
9. 쌀값이 80kg 한 가마에 14만원이다. 천 평논(다섯마지기)에 벼 2톤이 생산된다. 쌀로 천
사오백kg 정도 나온다. 이 농민은 얼마를 벌까요?
10. 9번 문제에 이어 이 농민이 5000만원의 총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몇 평을 지어야 할까요?
1) 5천평 2) 1만평 3) 1만 5천평 4) 2만평 5) 3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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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농사짓는 경구씨의 이야기에 의하면 순수익으로 천평에 백에서 백오십정도 된다고 합니다. 소득정도가 여러 변수가 많아 농가마다 다 다르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백정도 생각하면 어떨가 싶습니다. 물고를 대는 거나 수멍을 메는거나 농민의 관심이 끊임없이 가야 하는 것이 논농사라고 합니다. 그 정도야 논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찌됐든 소농중심의 지역농을 어떻게 살리고 도와주고 격려해 주고 같이 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그런 토론 자리였습니다.
문제 답: 1. 1) 비닐,2)부직포,3) 짚,낙엽, 4)우렁이 2. (3), 3.(3), 4.(2). 5. (2), 6. (3), 7. (체력,인간관계), 8. 떫은 맛,혹은 삽미, 9. 250만원 10. (4)